13일,봄을재촉하는단비가대지를촉촉히적셨다.
극심한가뭄끝봄비라반갑기그지없고.
찬대륙성고기압은봄을시샘하는꽃샘추위를놓고갔다.
겨울은봄기운에밀려꼬리를내리는가싶었다.
하지만겨울은막다른길목에서도쇠잔해진기운을모아
고개를바짝쳐들고버텨본후에야
비로소자리를내주는심술보를달고있으니.
봄속겨울산을머릿속에그리고있는데
"내일명지산어때?"
2주전가평연인산에함께올라명지산을조망하며
조만간명지산을도모하자던지인으로부터연락이다.
명지산의산세가눈에삼삼했던터라재고할필요도없이
"좋습니다"
14일이른아침,배낭을꾸렸다.
꽃샘추위이긴하나3월하고도중순인데…
해발1천m가넘는정상부근엔잔설이있겠으나설마스패츠를
거듭하다가스패츠는빼놓고아이젠만챙겼다.
이러한알량한산지식은몇시간뒤여지없이무너지고야만다.
가평에서북면방면으로달려익근리명지산입구주차장으로들어섰다.
명지산군립공원주차장은주말인데도불구,
대여섯명산객만산행을준비할뿐대체로한산했다.
휑한주차장을휘감는삭풍이제법매섭다.
게다가저멀리보이는명지산능선은온통새하얗다.
그랬다.엊그제내린봄비는고산에서는봄눈이었다.
산객이뜸한걸로보아러셀이제대로되어있지도않을텐데.
그러나산은힘들게오를때묘한매력을느끼는법,
걱정은내려놓고매우특별한산맛을기대하자.
나름방한무장을했는데도으스스함이가시질않는다.
초입부터부지런히걸어자체발열시키는수밖에.
명지산을오를때대개익근리를들머리로잡는다.
익근리는명지산군립공원이자리하고있어
대중교통편이비교적좋아접근이용이한편이다.
공원매표소를지나승천사까지길은완만하다.
승천사미륵불뒤로눈덮인명지산이아득히멀다.
봄을거슬러겨울로오르는느낌이어서더욱그러하다.
승천사를지나면서부터비로소산길이시작된다.
명지폭포를가리키는이정표를지나20분더진행하면
정상으로향하는두갈래길이나온다.
나무로된다리를건너면정상까지1.8km,
오른쪽산비탈로올라서면2.3km소요된다.
어디로갈까?잠시기로에서서진행방향을조율하고있는데
러셀이되어있지않아중도에포기하고되돌아내려오는길’이라했다.
2.3km를가리키는오른쪽코스를택해산비탈로올라붙는다. 족흔으로보아앞선산객의숫자는두세명에불과하다. 저들을앞지르면내가눈길을내며올라야하는데… 드문드문나뭇가지에매달린산행리본을이정표삼아
고군분투끝에명지4봉에닿았다.
등로사정은지금까지와는사뭇다르다.
나무계단을올라서자눈덮인너덜길이펼쳐진다.
너덜길을벗어나자,이번에된비알이다.
된비알은숨고를틈도없이명지4봉까지이어진다.
오를수록적설은더욱심해등로구분이쉽지않다.
앞서걷던산객이저만치서가쁜숨을몰아쉬며땀을훔친다.
러셀산행을하였으니엔진을식혀야할게다.
나도따라쉬었다가저들이움직이면뒤따라걸어?
너무얌체짓이다.까짓거러셀산행,제대로한번해보자.
눈속에묻혀버린등로를가늠하며걷다보니
걸음은더디고체력소모는두배다.그래도걷는재미는쏠쏠하다.
잔가지에주저리주저리열린솜사탕은햇살에반짝이고
은빛설원위로는눈부시게푸른하늘이쏟아져내린다.
눈에반쯤묻힌119안내판밑을쓸어내자,
현위치가명지산4봉정상임을가리킨다.
분간할수없어체감거리는10km다.
深雪보행이라무릎을허리높이까지들어올려가며
걷다보니보폭도짧다.
급비탈에선한발내딛다가두걸음씩미끄러져내린다.
깊이쌓인눈이라아이젠을했지만미끄러지긴매한가지다.
정작꼭필요한것은스패츠인데…
겨우내배낭에넣고다녔는데하필이면오늘…
이를두고’머피의법칙’이라하던가.
걸을때마다신발속에서저벅저벅소리가난다.
마지막사력을다해급사면을치고올라서자,
고봉준령이일망무제로펼쳐진다.
해발1267m명지산정상이다.
눈이시리도록파란하늘,수정처럼말갛게얼어붙은눈꽃,
봄눈을머리에인고봉능선…
서양의화가들이수백년동안찾아헤멘낙원,
아르카디아(Arcadia)가존재한다면바로….
이래서늘돌아서면산이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