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가리산, 잔설산행

겨울의긴꼬리가봄의문지방에걸렸나보다.
강원산간지역에또눈이내릴거란다.그것도큰눈이.
그토록가물더니봄눈으로만회해볼요량인가.

광양백운산을찾아매화흐드러진섬진강변을,
진달래꽃머리에잔뜩인거제대금산을,
진해웅산에올랐다가벚꽃만발한군항제까지….

四季의경계가모호해진3월마지막주말,
이곳저곳봄내음좇아南行을도모하고있던차,
산악회로부터날아든문자메세지,

"꽃보다눈,홍천가리산으로"

그래,꽃山은4월로,3월까지는눈山이다!

높은산에서고도가100m높아질때마다약0.5℃씩기온이낮아진다고한다.
그래서인가,해발1천m가넘는강원산봉에쌓인눈은
산아래서치받는미적지근한봄기운엔꿈쩍도않는다.

가리산1봉오름길대기…

토요일늦은시간,일요산행을예정에없던
홍천가리산으로정하고서배낭을꾸렸다.
지난3월중순,가평명지산행때,봄산일거라지레짐작하고서
스패츠를챙기지않아혼구멍난적있던터라
수납해둔겨울산행용품을다시꺼내꼼꼼히챙겼다.

3월마지막일요일,음력으로도3월초사흘,
도심을벗어난버스는아침햇살을맞받으며
남한강변6번국도를미끄러지듯내달린다.

찰랑이는수면위로아침햇살이눈부시게쏟아져내린다.
지친마음을비늘처럼반짝이는강물위에내려놓는다.

양평을지나면서부터44번국도로바꿔올라앉은버스는
홍천삼거리를지나인제방면으로향한다.

봄기운가득한들녘에선논밭두렁을손질하고,물을가두고,
땅심을돋우기위해비료를주고,거름을펴는등
농사준비로분주한모습들이무심히차창을스친다.

저건너산자락아래비탈진밭에서는
트렉터로쇄토하며고랑을만들고
그뒤를따라아낙은씨앗을심는다.아마도씨눈감자일게다.
문득빈센트반고흐의’감자심기’그림이겹친다.
고흐의그림에선쟁기채운소로밭고랑을만들던데…


소가했던일을이제는트렉터가후딱해치운다.
농촌들녘에서일소가설자리?를잃은지오래다.
논두렁에걸터앉아마시는새참대폿잔이그리운봄들녘풍경이다.

44번국도를벗어나가리산휴양림방면으로접어들자,
솜을틀어펼쳐놓은듯산자락에잔설이희끗희끗하다.

매표소를지나주차장에서올려다본가리산정상암봉은
낟가리를쌓아놓은듯봉긋하다.

그래서산이름도가리산이라는데이암봉이가리산의白眉이다.

앞서도착한버스3대에서쏟아져나온산객들로
가리산휴양림주차장이떠들썩하다.
서울등산연합회가마련한’산불예방기원제’행사를위해모여든산객들이다.

관리사무소앞계곡을따라오르는이들과의혼잡을피해
관리사무소뒤능선길을택해가리산품속으로든다.

들머리에서고도계를보니340m를가리킨다.
산높이가1,051m,700m를올라서야정상이다.
계곡을왼쪽에두고시계반대방향으로돌아내려오는원점회귀산행이다.

초입부터숨고를틈없이오름길이까칠하다.

응달진등로의잔설은겨울을아쉬워하며녹아내린다.
20여분정도올라서자앙상한나뭇가지사이저멀리로
정상암봉이모습을드러낸다.


반백의산자락에비친겨울여백이알싸하다.
앙상한나뭇가지들은지금,푸르름을위해産苦중이다.
나무아래부엽토는신록을그리며産痛을보듬는다.
이렇듯자연은드러내지않고제할일다한다.

가리산은본시진달래로유명한봄철산행지인데
아직은이른모양이다.생강나무꽃만간간이눈에띈다.

등로군데군데에통나무를걸쳐놓은벤치가정겹다.
통나무에걸터앉아숨고르며숲향을호흡한다.
앙상한나뭇가지를훑는바람소리가허허롭다.
가시발린생선뼈처럼앙상한나뭇가지들도
곧싱그로운신록의옷으로갈아입을것이다.

호젓하던산길은가삽고개에이르러북적거린다.
들머리에서계곡을따라가삽고개로곧장올라붙은
산객들과능선에서만났다.
산불예방기원캠페인에나선단체산객들이다.

길..길….길……


완만한능선을따라산책하는기분으로
낙엽길,눈길,진창길을휘적휘적걷다보니
소양뱃터로내려가는갈림길이나온다.
그길따라하산하여물노리선착장에서배를타면
소양강댐선착장까지닿게된다는데…
산과강을아우르는코스라구미가확당긴다.

뱃터갈림길을지나자이내잔설뒤덮인암봉이눈앞에바짝다가선다.
가파른바위면을파이프난간에의지해
올라야하는조금은거북스런코스다.


오래전사고로한쪽팔이제기능을못하기때문이다.
눈이엉겨붙은곧추선암벽을외팔에의지해
오르려니두배버벅거릴수밖에.
결국정체요인까지제공하고말았으니…민폐다.

그렇게버벅대며2봉,3봉을올랐는데
건너보이는1봉의산비탈또한녹록치않다.
1봉오름길역시미끄러운바위사면이라
난간에매달려또한참을바둥대고서야가리산1봉(1,051m)에올라섰다.

가리산은강원도홍천군화촌면과춘천시동면사이에있는산으로
동쪽사면으로흐르는물줄기는북한강의지류인홍천강을이루며
서쪽과북사면으로흐르는물줄기는소양강의수원을이룬다.

잔설로반백인고산준령은첩첩이장쾌하고
역동적산세는’오승우’의산그림을닮아기운차다.
산의무게를화폭에담고자고뇌했던,
시력을잃어가는역경속에서도산그림을놓지않았던,
그리하여전국명산을화폭에담아낸화가오승우,
그가그려온겸허한산의골격을이곳산정에올라보았다.

암봉오르며체력소모가심했던모양이다.
난간을잡고1봉에서몇발짝내려서는데
갑자기오른쪽장딴지에쥐가왔다.
심한통증으로옴짝달싹하기가힘들었고
바위벽에간신히기대어한참동안을쩔쩔매야했다.
겨우장딴지를진정시켰으나묵직한느낌은한참동안계속됐다.

정상에서내려서남쪽능선을향하다보면무쇠말재가나온다.
옛날큰홍수때무쇠로배터를만들어배를묶어둔곳으로
배터를만든송씨오누이만살아남았다는설이전해내려오는곳인데
배를묶어둔바위의전설은비슬산,조계산등등무지많다.


무쇠말재에서왼쪽휴양림방향으로꺾으면로프가
연결된급사면이길게이어진다.
질척한눈길이라여간미끄러운게아니다.

1Km쯤내려서면계곡이하나로만나는합수곡,
여기서우측가삽고개,좌측무쇠말재가는길로갈라진다.


배낭을내려흙범벅이된바짓단과스틱,아이젠을계곡물에헹군다.
군데군데잔설이박혀있지만봄기운은이미
물흐르는소리부터봄의모드로바꿔놓았다.

10:00에산에들어14:00에주차장에닿았다.
가리산을둥글게돌아내려오는데4시간.

원점인주차장은산불예방기원제를준비하는산객들로초만원이다.

맨바닥에음식을펼쳐놓고하산주를즐기던산객들머리위로
s방송취재용헬기가기원제장면을담기위해낮게떠선회하더니
먹거리위로흙먼지만잔뜩선사?하고휑하니사라져간다.

臥死步生을되뇌이며가리산을벗어나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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