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슈여행-제2신… 팝콘처럼 터져버린 벚꽃에 취하다.

후쿠오카의쇼핑명소,캐널시티(CanalCity)에서눈요기를끝내고
벚꽃이절정이라는후쿠오카성터로이동했다.

가는날이장날이라했던가,때마침후쿠오카는
사쿠라마츠리(SakuraMatsuri,벚꽃축제)기간이다.
어스름이내리기시작한성터로사람들이꾸역꾸역몰려들었다.
깔판과도시락을챙겨든가족단위상춘객들,까만정장의퇴근길샐러리맨들,
그리고벚꽃보겠다고현해탄을건너온우리일행들까지.

일본의도시는대개城主가거처하는城을중심으로발달한
성하도시(城下町)의형태를띤다.
성주들은유난히벚꽃과동백꽃을좋아했다고한다.
후쿠오카를다스렸던성주’구로다나가마사’역시예외는아닌듯,
후쿠오카성터에도해자(垓子,적의침입을막기위해성밖을둘러파서
못으로만든곳)를따라벚나무가지천이다.
평지성곽이많은일본은’해자’가잘발달해지금도대부분
성곽에는해자가남아있다.
(‘구로다나가마사’는스물다섯나이로일본제3대장이되어
임진왜란때1만2천명을이끌고김해를침입,추풍령으로북상하며
온갖만행을저지른원흉이기도하다)

벚꽃은한번의바람결에도덧없이지고만다.
절정의순간에끝을예감케한다.
주군에게미련없이목숨을바치는것처럼.
동백꽃역시무사의칼에모가지가댕강떨어지듯단숨에진다.
동백을일러’춘수락(椿首落)’이라부르는이유다.

라이트업이시작됐다.한층화려함을더한다.
축제기간에맞춰일정을잡은건아닌데,와서보니운좋게도
라이트업벚꽃을즐길수있는축제기간(3월27일~4월5일)이었던것.
벚꽃의꽃말은’순결’이고’절세미인’이다.
순결한절세미인의유혹에이끌려성터안으로들어섰다.

축제기간이어서인지포장마차가줄지어판을벌이고있다.
다코야끼,야끼소바,라멘,바나나쵸코등등…
벚꽃의유혹만큼이나먹거리의유혹또한만만찮다.

팝콘처럼터져버린벚꽃사이로성벽과성루가언뜻언뜻모습을드러낸다.
성터의흔적만으로도후쿠오카성의규모가대단했을거라짐작된다.
성이온전했을때40개가넘는성루가성곽의요새마다세워져있었다는데
지금은극히일부의성루만남아있다.
고색창연한성루와성벽은벚꽃과썩잘어울린다.

왕벚꽃사이로능수버들처럼축늘어진벚꽃도눈에띤다.
벚꽃의종류만도100가지가넘는다고한다.
이중에서도가장인기가많은종이왕벚꽃이다.
바로이왕벚꽃을두고요즘한중일3국이후끈달아올랐다.
서로들자기네나라가원조라고빡빡우기기때문이다.

우리나라산림청과국립산림과학원은일본의왕벚꽃과워싱턴
포토맥의왕벚꽃샘플을채취해수차례DNA검사를통해
분석한결과제주왕벚꽃이원산지임을확인했다고한다.
이에대해일본학자들은제주왕벚꽃나무는교잡종이라주장했고
중국은당나라가벚꽃의원산지라며원조논쟁에가세했다.
한중일’벚꽃삼국지’의전개가자못흥미롭다.

성벽사이로미로처럼이어진밤벚꽃길은꿈길과도같다.
‘라이트업’을받아몽환적인분위기가물씬하다.
일순바람이일더니꽃비가내리고,여기저기서탄성연발이다.
봄을시샘하는이별의손짓일까,고갤들어하늘을응시했다.
화사한벚꽃사이로드러난밤하늘엔먹구름이가득하다.

늦은밤부터봄비가예고된터라,어쩌면이밤이새고나면
만개한벚꽃은길바닥을하얗게뒤덮을것이리라.
화사하게왔다가덧없이스러져가는벚꽃에서
아쉬움과무상함이교차된다.

우리나라의어느벚꽃길로착각이들만큼온통한국인들이다.
후쿠오카는인천에서비행기로,부산에서배로
접근성이매우좋은데다가인근에유명온천지역이있어
한국인들이특히선호하는일본의관광명소이다.
게다가바로벚꽃이절정인시기라더욱그러하다.

현지인들은주로벚나무아래비닐깔판을깔고삼삼오오둘러앉아
도시락(벤또)을까먹으며망중한을즐기는모습이다.

일본인들은’집행유예’를’벤또모치(도시락을얻음)’라고한다.
감옥에당장끌려가지않고풀려난것이도시락을받은것처럼
기쁘다는의미이다.
벚꽃놀이와불꽃놀이를즐기면서도,각종전시회장안에서도,
가부끼(歌舞伎)공연을보면서도도시락을까먹는다.
그만큼벤또문화가발달해있고벤또사랑은각별하다.

그많은사람들이벚나무아래서도시락을까먹고가도
앉았던자리가깨끗하다.그안에질서가있었다.
늘느끼는것이지만그런것에서일본이다시보인다.

후쿠오카성터벚꽃길산책을끝내고첫째날숙소인
클리오코트하카타호텔(HotelClioCoartHakata)로향했다.

차창밖으로보이는시내풍경은잘정돈된느낌이다.
포장마차가간간이눈에띤다.
어라~일본엔포장마차를비롯한노점상이없다고들었는데…
그런데하카다에는노점상이있다.
일본에선좀처럼보기어려운,후쿠오카만의풍경이다.

주로하카다역을중심으로나까스강변을따라포장마차가나와있다.
일본의포장마차는축제기간아니면함부러나와영업할수없다.
그래서하카다포장마차가특별한것이다.
저녁에만나와지나가는샐러리맨들의발길을잡는다.

호텔은하카타역바로앞에위치해있어선술집도,
포장마차도,편의점도하고많다.
체크인후짐을들여놓은다음,호텔을나와선술집순례에나섰다.
입구에예외없이실제메뉴의사진과함께가격이적혀있어
취향대로쉽게고를수있어좋다.

짝꿍과함께하카다역인근선술집골목을거닐며,생뚱맞게도
영등포역앞술집골목의무질서한입간판과보행에방해가될만큼
보도를점령한포장마차들이오버랩되는건왜일까?


<다음편으로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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