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놈의’메르스’가온나라를발칵뒤집어놓을줄이야. 가?…말어?… 정선각희산은오지(奧地)산으로통한다. 버스에서내리기전,익숙한손놀림으로썬크림을찍어발랐다. 냉방장치빵빵한버스에서내려서자,후끈한열기가확밀려온다. 산길은도로변에서곧장까칠한급비탈로이어진다. 제1갈림길(해발1,050m)에이르자,왼쪽시야가탁트였다. 완만하던능선길을암벽이막아서며우회길을내어준다. 각희산(角戱山,1,083m) 山頂에서니,고봉능선의마루금이그야말로일망무제이다. 햇살따가운山頂을피해응달진숲속너른터에자릴폈다. 서쪽으로난능선을따라발걸음을옮긴다. 향목대(香木臺)에이르자,산길은아찔한직벽앞에서끊어져있다. 제3갈림길(710m)안부에서화암동굴입구로방향을틀어 여름산행의보너스는뭐니뭐니해도’알탕’이다. 모노레일을타고올라온관광객들이우르르동굴속으로사라졌다. 동굴내부가궁금했으나오늘은도리없다.
모임연기와행사취소를알리는문자가’줄줄이’다.
그런데유독한군데선연락이없다.그대로진행할모양이다.
열흘전이미일요산행(6월7일)으로정선각희산을예약해놓았다.
고심끝에내린결론은’너무호들갑떨것없다,고고씽!’
평소대로라면산꾼들로북적였을산행버스출발지가썰렁했다.
산악회버스가수십대씩줄지어대기하고있는곳인데
오늘은고작두세대뿐이어서낯설다.
뿐만이아니다.산들머리에다다르는동안단한번정체도없다.
평소주말도로사정과는아주다르다.
고얀놈의’메르스’가존재감을여실히드러낸탓이다.
막힘없이정속으로3시간을달려산들머리,’버실이재’에닿았다.
‘버실이재’는정선군화암면과임계면을잇는해발795m의고개이다.
목덜미를손수건으로감아맸다.
챙이넓은사파리모자를눌러썼다.
그리고양팔에토시를끼고,선글라스를착용했다.
이모두는자의에의한것이아닌,짝꿍의성화때문이다.
너나없이피부의자외선노출에대한경계가각별해진것도사실이다.
지체없이산길로들어섰다.
이정표에는이동거리표시가아닌이동시간으로표시되어있다.
낯설다.(각희산60분,화암동굴180분)
글쎄…제각각걸음속도가다를터인데,애매하다.
어쨌거나코스가짧은것만큼은확실하다.
앞사람신발뒤축에코가닿을듯심한된비알을5분정도오르면
편안하고호젓한능선길로바뀐다.
햇살이비집고들수없을만치숲은짙푸른데
바닥엔계절을잃어버린낙엽이수북하다.
오랜가뭄에바싹말라바삭대는낙엽은곧’화약고’다.
여름산불잡기가더힘들다는소방관계자의말을들은적있다.
헬기로물을투하하면무성한나뭇잎이방패역할을하기때문이란다.
각희산정상은그새손에잡힐듯다가섰다.
발아래로내려다보이는421번지방도로는뱀이기어가듯
S자를그리며산굽이돌아꼬리를감춘다.
우회길이지만로프도당겨잡고,나뭇가지도휘어잡으며까칠한
바위벼랑을딛고올라야한다.
대개의산이그러하듯한두차례가쁜숨을몰아쉬게하고서야
비로소정상의자리를잠시내어준다.
골짜기를기어오른한줌골바람이"욕봤다"며목덜미를훑고지난다.
불볕콘크리트도심에서먹는팥빙수의서늘함이이만할까?
정상표시석은없고초라한이정표가달랑정상임을알려줄뿐.
누군가멋대로나무에매달아놓은정상표시도눈에거슬린다.
산아래말끔하게단장해놓은’화암관광단지’와비교된다.
이처럼강원山群들의산그리메는언제나기운차다.
원컨대…이땅에’祈雨’와더불어’脫메르스’를!
십시일반내놓은먹을거리가잘차려진한상부럽지않다.
이러니뱃살은매양요모양요꼴이지~
제2갈림길(1,030m)을지나1,062봉에올랐다가다시남쪽능선으로
접어들면낙엽수북한산길이화암문조망대(950m)까지이어진다.
호젓하기만하던산길은더러성깔을부리기도했다.
암벽을만나우회하고,된비알을만나버벅거리기도했다.
철계단을세워놓워길을이어놓았는데미완의계단같다.
거푸집처럼임시로엮어놓은듯보인다.
철계단을내려서면산길은제3갈림길까지미끄러지듯가파르다.
조금만방심하면토사에미끄러지기십상인구간이다.
진행하면이내쌍봉우리전망대갈림길에다다른다.
여기서다시산허리를두어번감아도니비로소화암동굴입구다.
이번각희산코스(1~3코스)는능선만타고다녀계류를못만났다.
아쉬운대로화암동굴화장실앞에서발견한물통에
머리를처박을수밖에없었으니…
화암동굴은금광산과석회석자연동굴이함께어우러진세계유일의
동굴로총길이는1,803m,관람하는데1시간30분이소요된다고한다.
‘가는날이장날’이라고오늘이딱그짝이다.
정선5일장(2,7일)이서는날이라애당초장마당을둘러보기로한데다가,
장터에들러’고추부각’을사오라는엄명?까지접수한터라….
1,062m봉->향목대->화암동굴입구->화암동굴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