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아린의 시선’에 팍 꽂히다

마당한편에피워놓은모깃불의매캐한연기가허공에번져갔다.
서서히저녁어스름이내려앉고있었다.
멍석에누운소년의시선은허공에흩어졌다.
소년은하루거리열병을심하게앓고있었다.
용하다는이웃할매를불러치성을드렸으나차도가없었다.
열꽃핀소년의얼굴을지켜보는엄마의속도까맣게타들어갔다.
소년의눈자위에그렁그렁눈물이고였다.
어둑한허공을한마리새가날고있었다.
주위의모든소리가꿈결처럼아득하게들려왔다.
소년이고열로생사를넘나들며본빛깔은‘청회색’이었다.

며칠전,인터넷서점에책한권을주문했다.
원체책보길돌같이하는무지렁이인지라책사는일은
아마도分期행사쯤이나될것이다.
내게있어책은효능좋은수면제나다름없다.
베갯머리엔늘두툼한책이놓여있다.
수면타이밍을놓쳤을때펼쳐들기위해서다.
소설류는10쪽넘기기전,인문학도서는3쪽이면약발을받는다.

택배박스를깠다.
서늘한느낌의표지가왠지낯설지가않다.
‘청회색‘….그랬다.소년이생사의문턱에서본바로그빛깔이었다.
따끈따끈한신간의첫만남은그렇게서늘함으로시작됐다.

한손에쏙들어오는판형이라그립感이딱좋다.
縱으로배열한책제,‘아린의시선’위로사선이지난다.
책장을넘기기도전에표지에서부터긴장백배다.

“<인형의정원><잘자요,엄마>이후한국미스터리의여왕,
5년만의귀환!“이라고쓰인표지의띠지를벗겨내자,
여체의미끈한하반신이창백하게드러났다.
섬뜩하고오싹함이관능적인느낌을여지없이덮어버렸다.

이처럼본문으로의흡입력이대단했다.
빨려들듯책장을펼쳤다.
정신세계가산만하여독서에대한몰입도가‘꽝’인내가,
새벽3시까지말똥말똥한정신상태를유지하며,
손에땀을쥐어가며활자에코를박았으니…

단숨에독파한이유는또있다.
작가’서미애’는소생의’조카’이다.
하여누구보다도먼저읽고싶은욕심이앞섰기때문이다.

…………………………………………………
‘아린의시선’은작가’서미애’가그간발표한
두편(인형의정원/잘자요,엄마)의장편소설과는결이다르다.
이작품에는연쇄살인범도사이코패스도등장하지않지만작가의장기인
등장인물의심리묘사가탁월해쉬이감정이입이된다.
뛰어난스토리텔링능력은비록초현실적인소재임에도우리주변에서
일어날법한이야기로탈바꿈한다.작가는후기에서이렇게썼다.

“어쩌면이런경험들이눈에보이지않는세계에대한나의
호기심을자극하고나의상상력을키웠는지도모르겠다.
그러다보니경찰수사에도움을주는심령술사에대한자료를읽으면서
그들의이야기가전혀허황되게느껴지지않았다.
또한살인사건피해자들의죽음이후에대한이야기도담고싶었다.
타인에의해갑자기자신의삶을중단당해야했던사람들의
목소리를들어보고싶었다.”

타인에의해갑자기삶을잃어버린사람들,인간관계에서점점
단절되어가는외로운사람들,저너머에있는진실을찾는사람들…,
아린의스물일곱상처와특이한능력에는그런현대인의상처와원망과
기대가투영되어있다.
작가는아린의상처를섬세한손길로어루만지듯지친우리들에게도
힐링의시간을선사한다.

다음은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표창원대표의’추천의글’이다.

한국’추리의여왕’서미애,
그동안어둡고무거운미스터리와검은해학으로무뎌진우리감성과
양심을아프게찔러온그가신작을발표한다.
새작품이라는이유만으로기대와흥분을불러일으킨다.
이름부터슬프고아프게가슴을건드리는’아린’.
서미애특유의치밀한구성과책장을놓지못하게만드는
서스펜스는여전하지만,예상외의치유와희망이감동까지선사한다.
추리소설을좋아하는독자라면반드시읽어야할필독서다.

몹쓸놈의’메르스’가온나라를발칵뒤집어놓고있는이때,
대소모임자제하시고집에박혀책한권손에잡아보심이…

올여름무더위를한방에싹가시게할’아린의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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