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74호-2010년 겨울
2010년겨울

통권제74호

수필부산문학회

<머리말>서울G20정상회의를지켜보면서/회장姜中7

<특집>고향천최해갑선생을기리며

최해갑선생약력9

최해갑선생추도문/선비정신에고개숙입니다/이원우10

최해갑선생대표작

⋅용두산(龍頭山)18

⋅육십령(六十嶺)마루턱에서22

⋅망향가(望鄕歌)28

<회원수필>

이해주개같이벌어서정승같이쓰자31

박송죽예와서되돌아보니35

성낙구섣달그믐날밤에39

장광자전에는보이지않던것들42

이몽희그눈동자뒤에너를묻어라46화면밖에서흘러가는강물51

이원우엄마의‘해운대엘레지’56

박홍길꼼짝할수있는자유61

전희준단연기(斷煙記)69

2010년겨울/통권제74호

안태경웃음소리75

이기태어제는어제고오늘은오늘78

박희선요전법82

이병수도를넘은언어질서파괴87경술국치100주년역사는말한다91

전정식업(業)93

허정수필부산문학회상98원과각102

하창식이원우선생님의콘서트에다녀와서105

강중구강고집의복어국사랑109우유니(Uyuni)소금평원113

윤용흠거룩한분노117침묵122

윤옥자삼베이불126몽돌밭의물소리131

황다연그리움의길그매화135

허현숙꽃이야기140

손수영티푸아나티푸144

허정림열정기(熱情記)150불꽃처럼154

최홍석공중화장실에서156네가지고통(四苦)161

황원준잊혀진여인166

정철규퇴근길170

정인조여백의문학과인생173부산문협역사의행간읽기176

김훈노란국화꽃앞에서181

황선영사랑의매185

오기환가을이저만치가고190아!대한민국195

남기욱한국의혼199

최헌돌담에피어나는가을햇살204나르키소스의봄208

배기형내가겪은625211

2010년겨울/통권제74호

배병채가수최백호216담배220

성종화역지사지(易地思之)224

정은영젓가락(箸)227

권춘애눈물머금은호수232

문경희236

<기고>

우아지젊은날의초상241내고향은함양247

<신인상>

강영린어떤탄생252우산씌워드릴라고얘255

윤인숙도돌이표없는인생259영진이의항구262

신인상작품심사평/267

우리모임소식/269

수필부산문학회회칙/274

회원주소록/277

서울G20정상회의를지켜보면서

회장姜中九

2010년11월11일밤,서울G20정상회의가드디어그막을올렸다.오후7시국립중앙박물관종소리가울리자끼리끼리모여서환담을나누던주요20개국정상과국제기구대표들이만찬장으로모여들었다.

먼저서울G20정상회의의장인이명박대통령이인사말을했다.이어서버락오바마미국대통령이발언을하고뒤이어후진타오중국국가주석등앉은순서대로돌아가면서발언을했다.

참으로가슴뿌듯한일이다.100년전경술국치로나라를잃고일제의압박을받아오던우리민족이제2차세계대전종결로해방이되었다.그러나38선이그어지고6·25전쟁이일어나남과북이서로총부리를맞대고싸우다가삼천리금수강산은초토화되었고유엔군의도움으로간신히나라를지켰다.

그당시우리나라는1인당국민소득이57달러에불과해서세계에서가장가난한나라중의하나로외국의원조를받아서나라를지탱해가고있었다.(우리나라는50년동안현재가치로600억달러원조를받고1995년에피원조국을벗어났다.)

하지만우리는좌절하지않고허리띠를졸라매고경제개발을시작하여길을닦고공장을지으면서광부와간호사,건설역군들을해외에보내서외화를벌어왔다.그러기를반세기만에세계11위의경제대국으로발전하여지난해에는세계개발원조위원회(DAC)에가입함으로써원조를받던나라에서유일하게주는나라가되었고,오늘세계60억인류가지켜보는가운데주요20개국정상회의를개최하고있으니얼마나가슴뿌듯한일인가.

그러나그동안경제개발을하면서물질만강조한나머지우리사회는물질만능주의가팽배하게되었다.이제우리가해야할일은경제에비해상대적으로지체되어있는정신문화를일깨우는일이다.그것은우리문인들이앞장서야할것이고더구나우리생활과직결되는글을쓰는수필가들의책임은더욱크다.

거기에다<수필>은수필동인지로서우리나라에서가장오랜역사를지니고있으니우리수필부산문학회회원들은긍지를가지고백의민족의혼이담긴글과우리의미풍양속을지켜가는글,올바른국민정신을일깨우는글을많이써서우리민족의정신문화를높여나가는데힘써야할것이다.

푸른바다에하얀파도가밀려오는동해바다를표지화로그려주신부산미술계의원로김봉진(金奉鎭)화백님에게감사를드리고새로입회한우아지님과신인상을받은강영린,윤인숙님에게도환영의박수를보낸다.

∙∙∙고향천최해갑선생을기리며

<약력>

1924년부산시북구화명동출생

1936년구포초등학교2학년입학(만12세)

1940년동래중학교(현동래고등학교)입학

1945년동교졸업,초등학교교사자격고시검정시험합격

1945년화명초등학교교사

1948년금정중학교교사

1951년동래세무서서기,주사

1954년고등학교국어교원자격고시검정시험합격

1955년부산상업고등학교교사

1962년김해농업고등학교교사

1965년혜화여자고등학교교사

1968년첫수필집<꿈과구름과의대화>출판

1970년동래고등학교교사

1973년박문하선생추천으로<수필>부산동인회가입

1975년부산진고등학교교사

1976년제2수필집<곡예인생>출판

1980년중앙여자고등학교교사

1984년제3수필집<六十嶺고개>출판

1985년동래고등학교교사

1989년동교에퇴임과동시에이사벨여자고등학교교사

1991년양산외국어학교교사

1992년교직사임후모라우신아파트에서은거

1993년대덕여자고등학교교사2년근무

2009년별세

<사회및문단활동>

*부산문인협회회원*수필부산동인*낙동문화원고문

*낙동문화예술인협회고문*우봉문학상수상(1997년)

<최해갑선생추도문>

선비정신에고개숙입니다

이원우

향천최해갑선생님!

저는‘대천리’라는마을을결코잊을수없습니다.제가교감끝자락2년동안을,그마을을끼고있는신설(新設)대천리초등학교에서보냈기때문입니다.그시절이그리워가끔씩마을을한바퀴도는게버릇이었습니다.지금도그럴때가드문드문있습니다.대천리,다시말해대천(실제는대청이라고불려지고있습니다만)부락은향천선생님의고향입니다.

부임하고보니‘대천리초등학교’라는학교이름때문에,우여곡절을겪었다는소문이파다했습니다.대천리(大川里),이21세기에마을리(里)자가학교이름에들어가다니당치도않은일이라는거지요.교육위원들까지가세하여다르게짓자고했으나,대대로이어서마을을지키며살아오신어른들의호통에결국촌스러운(?)이이름으로학교가문을열었습니다.

그런데저는그학교가참좋았습니다.출퇴근하는길목에정‘우’자‘상’자를쓰시는분과윤‘희’자‘수’자를쓰시는분의자택이있었지요,가끔거리에서뵙고허리를굽히거나,자택으로찾아큰절을드리면두어른이어찌나반가워하시는지….무심결에던지시는한마디말씀에서저는학교를경영하는교장을보좌하는지혜를얻기도했습니다.너무세속적인표현입니다만,학교안팎에서약간불미스러운일이생겨도,두어른께서수습혹은무마시켜주셨지요.

그러나대천리라고하면누구보다향천선생님이머리에떠올랐지요.거기서자라학업을마치신교육계원로,일찍이전국최초의동인지를내면서출범한<수필>부산에서자주뵈었던문단선배님,그리고북구문화예술인협회를이끌어주신정신적기둥이셨기때문입니다.

향천선생님!저승에서도이일만은기억하시리라믿습니다.

제가파평윤씨가대천리마을에정착한지14대쯤된다는이야기를듣고고집을하나피웠지요.400년이넘는다는얘기아니겠습니까?아무리새로아파트단지가들어서도,뿌리와전통이살아숨쉬는그런분위기가학교교육의덕목중하나가되어야한다.거기에일조를하자!

그래교가를만드는데우리민요가락,그러니까6/8박자로작곡하도록직원들에게공모를했습니다.그무렵낙동문화예술인협회에서향천선생님을만나뵙고그개요를말씀드렸더니,제등을두드리시며좋은일하셨다고칭찬하셨습니다.교가를부르며덩실덩실춤을추는기상천외의조회도그래서생겼지요.

그로부터제법많은세월이흘렀습니다.

지금도대천리마을입구에가면향천선생님께서손수비문을지으신대천리마을비석이서있습니다.그걸훑어보기만해도마을의연혁정도는알수있습니다.400년넘게터를잡고파평윤(尹)씨,창원정(丁)씨,경주최(崔)씨,안동권(權)씨등의후손들이살아오고있다는자체만해도경의를표할만합니다.서로내외척사이라는이들네성씨가그야말로수백년미풍양속을지키고상부상조하며지내온보기드문마을,대천리야말로전통이살아숨쉬고있었습니다.훌륭한분들도많이배출되었지않습니까?

그래제가그대천리를끼고있는대천리초등학교에근무했다는게영광이라는생각을지울수가없습니다.

그제저는정우상(丁宇相)선생님을모시고점심식사를하였습니다.그자리에서저는향천선생님의이모저모에대해여쭈어보았습니다.제머릿속에남아있는선생님의모습은여태껏한교육자+문인정도이셨는데,정우상선생님의말씀이끝나고나서죄인인양고개를들수없었습니다.선생님께서이세상에남기신흔적이너무나크다는것을몰라왔다는자괴지심(自愧之心)때문이지요.내친김에저희에게감동을주기에충분한몇가지를여기일화식으로적어봅니다.

선생님께서는겸손하기이를데없는일생을보내셨습니다.한번도자기자랑을하신적이없다고정우상선생님께서말씀하셨습니다.나이일흔이가까워도,교만이줄어들기미가보이지않는제일상을빗대어던지시는말씀같아서아찔했습니다.제게는충격이기도했습니다.

정우상선생님께서는어려운역경을딛고일어서서서울대학교를졸업하고자수성가하신분이아니십니까?그분은향천선생님의칭찬을입에침이마르도록하셨습니다.어린시절부터명석한두뇌로공부를워낙잘하여줄곧반장을맡았으며,특히3학년때일본사람인여자담임선생님으로부터큰사랑을받으셨다는말씀도하셨습니다.나쁜일이라곤손에도대지않는습관은한의사이신할아버지의영향을많이받으셨다고요.

그래서였을까요?선생님께선담배나술을입에대지않으셨고,오직학업에만전념하셨습니다.당시대구사범이영남에서유일한정식교원양성학교였으나,지방에서는입학이하늘의별따기라동래중학교에진학하셨습니다.졸업후선생님께서는무보수로공민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셨고,그뒤에세무서에잠시근무하신걸제외하면일생을공사립중등학교교사로지내셨습니다.

여기서빠뜨릴수없고저희가교훈으로삼아야할게바로선생님의개척정신입니다.당시만해도엄두를제대로못낼영어공부에매진,그것도독학으로쌓은실력이웬만한공문서따위는번역이가능한수준에까지다다르시게됩니다.그러나선생님께선그영어를팽개치고(?),고등학교국어과교사자격검정고시에도전,합격의영예를누리셨습니다.

정우상선생님께서이윽고,이런기회가아니면영원히묻힐뻔한비밀(?)하나를들먹이신겁니다.여기에그여담(?)을그대로적습니다.향천선생님의일생을좌우한바로대중가요가사에대한연구입니다.

청년시절선생님께선당시유행하던대중가요,목포의눈물,눈물젖은두만강,연락선은떠난다,감격시대,꽃마차,귀국선,대지의항구,복지만리,맹꽁이타령,무명초항구,바다의교향시,백마야가자,번지없는주막,비내리는고모령,사의찬미,선창,어머님전상서,울고넘는박달재,짝사랑,잘있거라항구야,항구의무명초,해조곡등의가사를깨알처럼적어서외곤하셨습니다.

거짓말같지만거기에서쌓은우리말실력이,선생님으로하여금중등학교국어과교사자격검정고시장으로발길을돌리게하셨다면?그사실에저는선생님의열정에그저탄사와박수를보낼따름입니다.물론이중에는지금도친일가요로분류되는곡대지의항구,복지만리등이있습니다….

참으로안타깝습니다.만약선생님께서생존해계시다면,지금잊혀져가는옛노래의가사를재현할수있을것이기때문입니다.대중가요에대해편린이나마주워담는게제취미인데,그런의미에서선생님생전에매달리지못한게한입니다.

선생님께서는평생돈과는담을쌓으셨습니다.단한번도부정한재물에손을대지않으셨으니,요즘같으면촌지로부터자유로운,진정한교육자로사셨습니다.부끄럽지만저는43년동안교직생활을하면서돈에깨끗했노라하는자부심을갖지못합니다.제가선생님을그런면에서1/10이라도본받을수있었으면얼마나좋겠습니까?돌이켜보면꼭정신득선생님과같으신분을가까이모시고있으면서모르고있었다는후회가앞섭니다.

선생님의청백리정신은다른곳에서도나타났습니다.‘세무서원이바로세무서장’이던시절,선생님께서는서민이교통비로호주머니에넣어주는돈을마다하셨습니다.대신떼돈을버는사람에게는중과세,법규와엄격한공적인잣대를갖다대어세금을매기셨으니,세월을거꾸로돌릴수있다면,오늘날세무공무원들의귀감내지사표(덕행만으로도)가되셨을겁니다.

향천선생님!

선생님의호주머니는항상비어있었지요?그러면서도결코궁색하게보이지않으셨던것은그꼿꼿한신체와마음의자세때문이었습니다.술,담배도안하셨습니다.그런점에서보면또정신득선생님을떠올리게됩니다.향천선생님의약주는소주몇잔정도이셨지만,그것도드물었습니다.다만바둑을유달리좋아하셔서기원에는자주드나드셨지요.저는그것마저못하니말씀드릴자격이없지만,그‘보루(堡壘)’가올곧게세상을사신선비에게주는하늘의은혜였습니다.

여기서빠뜨릴수없는게있습니다.선생님께서남기신가장큰흔적인지도모를우리수필부산문학회의<수필>에옥고를싣기시작하신일입니다.1963년에전국에서처음으로출범한<수필>,그17호(75년11월5일)에‘가리회,삼천포로가다’라는옥고를주시기시작하여,42호(90년12월24일)까지햇수로치면장장15년세월을우리동인회에몸담으셨습니다.26권동인지가발행되는동안선생님께서는거의빠짐없이필자이셨지요.그대표작을별도로싣습니다만,선생님의인품이그대로드러나는향기높은글들이었습니다.

수필의특징중하나가미학(美學)이라면,선생님이야말로삶자체가아름다움이었음에저희는작품과의사이에등호를긋습니다.거기에다진솔을더하셨으니저희는옷깃을여밉니다.수필의향기는글재주가풍기는게아님도절감합니다.

그리운향천선생님!앞서정우상선생님의말씀그대로향천선생님이야말로일생을선비정신으로일관하셨습니다.

다시한번외람되게말씀드립니다.선생님께선저같은장삼이사는일시적으로라도지닐수없는겸손을안고,일생을보내셨습니다.비록높은벼슬과는담을쌓으셨지만,일상을품격으로보내셨습니다.

교직에서후학을가르치면서학업이나인격도야를당신의가슴으로가르치셨습니다.오늘날‘욱대기는가르침’이마치교육의진수인듯한풍토,저는개탄할자격도없지만만약선생님께서생존해계시다면몇마디귀기울여들었을것입니다.

선생님께선돈을탐내지않으면서도궁하다는표시도내지않으셨습니다.남에게폐를끼치는일도없으셨습니다.

무엇보다우리나라수필문학의모태라할수있는<수필>에오랫동안머무르고계셨다는데거듭경의를표해올립니다.저같은아둔패기는문재도부족하여선생님의진정한모습을그려내기가무척이나버겁습니다.

생전에조식(粗食)한그릇제대로대접해올리지못한점송구스럽습니다.저승에가서우리동인들을뵙게되면선생님께서기억하시는‘목포의눈물’3절이나불러올리겠습니다.

깊은밤조각달은흘러가는데/어찌타옛상처가새로워진다/못오실임이면마음마저떠날것을…

<최해갑선생대표작>

용두산(龍頭山)

최해갑

용두산,옛날에는‘부산(釜山)’이라고하면어느시골에가더라도영도(影島)다리가올라가는것과함께모르는사람이없을정도로유명했을뿐만아니라,그네들의부산에대한확고한이미지인동시에부산구경의자랑거리로삼았다.

그래서시골사람들이부산에내려온다면맨먼저찾는곳이바로그괴물같은다리드는것을구경하고다음에용두산에올라가바다쪽을구경하는순서로되어있었다.그러나지금은그영도다리가고정되어올라가지않으니그네들의부산에대한이미지가흐리게된대신에,용두산에는더괴물같은‘부산탑(釜山塔)’이새로생겨시골사람들에게부산의대명사로안겨주게되어다행한일이라할수있다.

부산탑에올라가서는부산시가를한눈에볼수있고또멀리부산교외까지도전망할수있을뿐만아니라건축기술이고도로발달한현대기술로보면아무렇지도않게생각될는지는모르겠지마는건축기술에문외한이볼때는아무래도신기하고괴물같이보이지않을수없다.밑에서올려쳐다볼때나그기둥같은좁은속에있는엘리베이터(승강기)를타고있으면절로꼭대기까지실어다주는것이나또는상상외에로넓은상층의전망대에서밑을내려다볼때등골이오싹해지고길에다니는사람들이마치기어다니는개미같이보이고자동차들은어린애들이방에서굴리는장난감같이보이니이것으로그없어진영도다리에못지않게부산에대한인상이깊게남을것이다.

어느나라없이큰도시에는공원이없는나라는없다.오히려큰도시일수록거기에는유명한공원들이반드시있는것같다.우리부산에만해도용두산공원을비롯하여금강공원,성지공원,해운대동백섬,영도태종대등몇개있지마는우리서민들에게가장효용가치가있는것은용두산공원이다.

그것은첫째도시한복판에위치하고있다는입지조건은말할것도없지마는특히다른공원보다깨끗하고조용해서좋고,또복잡한광복동남포동을거닐다가몸이피로하면손쉽게가까운이공원에올라가서먼저그교묘하게돌고있는꽃시계에다내가20여년동안차고있는이제게으름을피워하루한번씩꼭다른시계에맞추어야안심할수있는골동품같은헌시계를맞추어놓을수있어좋고,발걸음을옮겨바다쪽으로눈을돌려멀리오륙도너머수평선을바라보고크고작은배들이드나드는광경을보고있으면피곤한몸을잊을수있어더욱좋다.

오대양(五大洋)육대주(六大州)로뻗는저수평선으로각박한현세를잠시잊어버리고갈매기처럼자유의몸이되어가볍게훨훨날아멀리멀리미지(未知)의세계,돌아오지않는세계로떠나버렸으면하는생각에잠기어마음만이라도저검은연기를토하면서사라져가는외항선에담아보기도해서좋다.

이런상념에사로잡혀있다가무심결에옆의벤치에젊은남녀가다정스럽게붙어앉아밀어(密語)를속삭이는것을보고서야비로소내혼자의몰골을처량하게생각해보기도한다.이젊은이들의낭만과대조적으로저건너나무숲그늘에는이제여생이얼마남지않은늙은노인네들의군상이눈에비쳐올때얼핏어느잡지에서본미국어느공원을연상하게한다.미국은노인들의지옥이라고한다는데,그지옥속에서도공원만은유일한낙원이라고하지않는가!

이래서공원은평화의상징인비둘기와더불어어린이들의즐거운놀이터가되고,청춘남녀의아베크장소가되어주고또늙은이들에게는죽음을기다리는대기소로공존(共存)지대이기도하다.

이렇게우리부산사람들뿐만아니라시골사람,아니온국민들에게유명한공원으로다알고있는이용두산이한때는수난(受難)을당한적도있었다.저이승만독재자가이용두산을개인소유화하려고이름까지바꾸어자기의호(號)인‘우남(雩南)’을따서‘우남공원’이라부르게하여독재정치를모르는순진한어린아이들에게까지강제로애칭하게했는데,다행히등기하기직전에독재의아성이무너져서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다시‘용두산’으로부르게된것은글자그대로용왕(龍王)님의덕택이라고생각한다.

제살고있는고장을자랑하지않는사람이없겠지마는우리부산은서울처럼그렇게춥지도않고또대구(大邱)처럼산사람을찔듯이덥지도않는좋은기후에다가자갈치의생선회에소주한잔걸치는맛이또한우리부산의명물이니살기좋은우리부산의자랑을글로쓰지않을수없다.

(제2수필집<곡예인생(曲藝人生)>중에서)

육십령(六十嶺)마루턱에서

최해갑

1년을보내고새해를맞이하는것은비단올해뿐아니고지나온59번을되풀이했다.그리고이와같이송구영신을하는것은지구상에있는모든사람이다함께피할수없이매년맞아야할정상궤도(軌道)인데,내가올해는유독감상적(感傷的)으로맞게되는것은올해가회갑년이라이새해는꼭60년전에내가태어난회갑년이니더욱감회가깊지않을수없다.

그래서계해년인1983년12월31일의그믐밤에는내인생에서두번다시오지않는갑자년을맞는밤이니까자정까지자지않고TV를지켜보고있는데자정이가까이올수록무엇인가모르게감개무량한감회가가슴에가득차는마치내목숨이시시각각으로죄어드는것같은숨가쁜탄식이절로나왔다.

두개의시계바늘이일초일초다가가서자정에겹쳐지려고하니TV는보신각(普信閣)종치는광경을비추어주고있다.

‘아!이제바야흐로한순간한순간계해년은멀어지고갑자년이점점가까이오고있구나.’하고감회깊게보고있으면서몇초만지나면바로육십령인생마루턱에올라서는역사적인장(章)을장식하는순간이된다는것을생각하니,내가언제벌써이렇게나이를먹었느냐?의자문에,세월이물흐르는것같다는답으로실감을일깨워주지않는가!

비추어주는시계바늘이꼭자정을가리키니TV아나운서는마치자기생애처음새해를맞이하는것처럼감격과흥분에못이겨“드디어다사다난했던계해년은가고희망찬갑자년이되었습니다.”라고외치는것이꼭나에게감명깊게보라는듯이해설해준다.

순간나도염라대왕이나에게안겨준천수가얼마나되는지는알수없으나내일의운명을기약할수없는것이인생이라우리나라평균수명에기준을둔다해도나에게남은여생이얼마나여유가있을까생각하니무엇인가초조한마음이들어더욱인생무상을느끼지않을수없었다.

이러한생각이들때마다나의지나온청춘시절이어제만같았는데벌써어느새오늘에이르러여생을생각하게되고죽음에대해서도가끔말하게되었냐고쓸쓸한감회가앞선다.

이래서인지나는언제부터인가신문을볼때마다교통사고로죽었거나또는가끔신문부고(訃告)란에서죽은사람의나이를먼저보는습관이생겨내나이보다적은사람이면“아직나이도젊은데”하고가엾다는연민(憐憫)의정을보내면서,이사람보다는내가오래사는구나하고자위하기도하는반면나보다나이가많으면과연나도이분만큼이나살수있겠느냐?고생에대한회의를품어보기도한다.

또나는봄과가을에날씨좋은토요일을택해서한번씩동래팔송정에있는시립공원묘지에가서산책하는데묘지입구길양쪽꽃가게를볼때부터벌써죽음이라는영(靈)의분위기속에들어가야릇한심정이엄습해옴을느낀다.그리고더걸어들어가수많은무덤들이정연히누워있는것을보는순간얼핏머리에‘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이란말이떠올라인생의허무감을실감하게한다.

인생이란하늘에뜬구름같은것이아니겠느냐?나는이럴때죽음에대한비애와죽음의공포에서벗어날수있다는그리스의서사시인호머의싯귀‘사람은나뭇잎과도흡사한것,가을바람이땅에낡은잎을뿌리면봄은다시새로운잎으로숲을덮는다.’라는시를외우면서사람도이나뭇잎과같이늙으면땅밑으로떨어지는것이천도(天道)이니까여기를자주찾아죽음의견학을함으로써사는동안이나마초조와공포에서벗어나려고해서찾아오는것이다.

여기서도묘앞에서있는비석을보고이사람은살았을적에무엇을했으며어떻게살았으며얼마나오래살았나하고관심있게하나하나읽어보면서앞에서부고를볼때와같은생각을해본다.

우리들은흔히‘인생의가치를어디에두느냐?’라고해서소위말하는짧게굵게사느냐?아니면가늘게길게사느냐?에두게되는데,옛날부터‘범은죽어서가죽을남기고,사람은죽어서이름을남긴다.’는말이있지마는,이말은장군이나영웅들이천하를손아귀에넣고종횡무진하는씩씩한사람들의모습은연상시키지마는,나는장군이나영웅이아니고,예술인에속하니‘인생은짧고예술은길다.’라는말에여생을보이려고지금까지졸문이나마글을써왔기때문에수필집두권을내었고또두비문(하나는동래고여석현선생순직비문이고또하나는화명국교권상덕교장공덕비문)을쓴것이있으니이것으로써내가이세상에나온흔적은남으리라생각하고자위하면서살고있다.

그런데요즘은우리나라정신연령이아주젊어져서60의나이를의식하지않으려고‘인생은60부터’라는말을내세워자위를하는데,이말에따르면나도지금부터인생을시작하는셈이다.

이러니그렇게초조하게살필요도없을뿐아니라허무하다고생각할필요도없다.그래서요즘은회갑이라는말은오히려쑥스러워,옛날처럼번잡스럽게집에서잔치를베풀지않고그날하루만이라도가족들과함께다른곳으로피신나갔다가돌아오는것이일반화되었다.이것을‘회갑피신’이라고나할까.나도가족들과함께지난7월4일경주불국사석굴암등지로피신갔다돌아왔다.이래야오래산다기에….

사실나는지금까지35.6년이란긴세월동안젊은고등학생들속에서생활해왔고,더구나지금은한참발랄하고명랑한여고생들과함께생활하고있으니자연이들의정신연령에동화되어늙었다는의식은잊어버리고마음은언제나그들과같은세대속에서놀고있다.이런정신연령때문인지라디오나텔레비전등에서‘60노인운운(云云)…’이라는말을들을때는나도모르게반사적으로‘60노인이무엇이냐,이제부터인생이시작하는데’라고마음속으로뇌까리면서거부감을가진다.

그러나이럴수록모든행동에조심하지않으면안된다.젊을때의실수는나이어리니까애교로보아주지마는늙은사람이어쩌다실수를하면“늙은것이주책없이…”자기네들은죽을때까지돌부처처럼생전나이도안먹고늙지도않는듯이빈정대는것을보아온터라,이래서나도직장에서젊은선생님들특히젊은여선생님들과함께생활하다보니마치며느리와함께사는시아비같이말한마디행동하나하나에조심하는한편소외감을느끼지않으려고젊은사람들의눈치야어떻든간에모든행사에자진참여하여아직늙지않았다는허세를부려보기도한다.

그리고나보다선배들의말을들어보면젊을때는그젊다는배경을믿고종교를믿지안했는데회갑을계기로자연마음이약해지고여생을조용히살아가기위해종교를믿게되었다고하는분이많은데나는아직정신연령이젊다고생각해서그런지아니면먹고살기바빠서마음의여유가없어서인지또“아이고맙소사하느님이여.”라고부르짖을만한위급을당해보지않아서그런지마음속으로꼭믿어야되겠다는신앙심이우러나지않는다.

그래서나는꼭절(寺)에가야만불교를믿는것이아니라염염보리심(念念菩提心)이면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이라는말을믿고굳이절까지안가더라도마음만은항상불심을가지도록노력하고있다.

끝으로내가걸어온인생길을생각해보니지금까지의생활은60령(嶺)고개를향해희망에찬발걸음으로동적인인생관으로살아왔지마는이제부터는인생을마무리하는정관적(靜觀的)인고요한마음으로살아가려고애쓰지마는하느님을믿지않는나에게귀향지까지폭풍이없는순탄한인생항로가주어질까적이염려스럽지마는그야말로미지의날로향해힘차게살아갈것이다.

(제3수필집<육십령고개>중에서)

망향가(望鄕歌)

최해갑

내고향동래군구포면화명리대천(大川)부락은태고로부터산신령의정기가서려있는영봉(靈峰)금정산기슭에한90호의초가지붕이서로이마를맞대고오순도순속삭이고있는데한낮앞산에서졸고있던꿩이낮잠에서깨어홰를치며우는안온하고평화로운마을이다.

이마을한가운데로금정산꼭대기로부터나무뿌리를핥아수정같은약수물이큰바위작은바위틈새로굽이굽이돌다가약간넓은곳에오면소(沼)를만들어마치닦아놓은거울같다.이속에서무심코놀고있는고기들은돋보기로보듯맑게굵게보이는큰내가흐르고있어이물을식수로도사용하였다.이름하여‘대천(大川)’!

한편마을앞에는청운의뜻을품고대륙을향해기적소리도우렁차게달리는경부선이가로놓여있어그때우리들의가슴을부풀게하고,이와평행으로낙동강칠백리의푸른물결은풍요로운들판을적셔주어오곡이무르익어가을이면풍년의격양가(激壤歌)로마을사람들은함포고복(含哺鼓腹)하여요순시대를구가하는동네이다.

이런동네인데개발이라할까발전이라할까아니침해라할까,1962년부터부산시로먹혀들면서이름자체도빼앗겨부산시북구화명동이라는무미건조한행정명칭으로바뀌었다.‘대천(大川)’이라는내안태마을의이름은불러주지도않게되었다.이러자이좁은부산중심가에서힘없이밀려온사람들은웬살곳이이런좋은곳이있었는가하고너도나도밀려와요몇년사이에토박이들이원치않는현대식도시가되어버렸다.

옛말에‘십년이면강산도변한다’고했지만,여기는십년이아니라하루가다르게문전옥답이침식되어나에게는인물실향(사람들에묻혀고향을잃음)민이되어버리고말았다.이렇게사람들이모여드니자연히인간공해로그수정같은맑은물은마치경제학에서말하는‘악화가양화를구축하는’것처럼물밑모래가보이지않을만큼먹물처럼흐리니이를볼때마다어찌옛날이생각나지않을수있겠는가?

다만푸른뒷산만은그래도옛시조가사대로산은옛산이로되사람은바뀌었으니나는전설의고향에나오는것같은그옛날이그리워졸작(拙作)이나마‘망향가’를지어서향수를달래고있다.

1.금정산영봉아래역사의고향맑고골이깊어산새도즐기는마을오늘도희망의태양솟아오른다영원히뻗으리라우리대천마을

2.낙동강흘러흘러굽어드는우리마을물새도알을품는풍요로운들판들강바람에무르익는오곡의물결길이길이이어가리라우리대천마을

3.청운의꿈을싣고달리는경부선고향떠난객지에도꿈은망향정(望鄕亭)모여드는우리들은언제나밝은얼굴모두모두염원하리라우리마을대천

남산고등학교에서같이근무하던하진선생님이곡을붙이고노래하였다.테이프에녹음하여마을행사때지금도부른다.

(1989년<수필>가을호에서)

개같이벌어서정승같이쓰자

-이웃사랑나라사랑위해-

이해주

수필집<덤으로사는인생>박문하추천으로등단

수필부산문학회고문,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시인협회회원

수필집<여백의자유>외5권

시집<위치>외4권

부산대학교명예교수

올해는대한제국이굴욕스런한일병합을강요당한해로부터망국100주년이되는해이다.조선왕조의멸망과정을돌이켜보면,제나라를팔아먹은사람들은일본으로부터작위와상을받아호의호식하고권세를누렸으며,해방후에는그들의자손들까지부와명예를대물림했다.이에비해온갖고초를겪으며독립운동을했던항일독립투사와그후손들은햇빛을보지못하고여전히가난을대물림하고있다.얼마나가슴아픈일인가.

요즘우리주위에서곧잘‘노블리스오블리주(NoblesseOblige)’라는말이회자되고있다.원래이말은프랑스어로서‘가진자의도덕적의무’,즉높은사회적신분에상응하는도덕적의무라는뜻으로쓰이고있는데,오늘날유럽사회상류층의의식과행동을지탱해온정신적인뿌리라고지적한다.

현재세계화를지향하는무한경쟁으로치닫는사회현상속에서우리는가진자들의졸부근성만을개탄할것이아니라,우리의역사에서도떳떳하고값진자랑스러운선각자들이있었다는사실을잊어서는아니될것이다.

얼마전KBS에서방영한‘대자유인이회영’이그좋은예이다.나라가일제에강점당하자우당이회영육형제는모두독립운동에투신,다섯째이시영을제외하고독립운동중에모두순국하였다.병으로아니면옥중에서사망했으며,이회영의형은중국에서독립운동에투신중굶주림으로죽고,육형제중넷째이회영은옥중에서의문사했다.

사실이회영일가는그유명한이항복의후손이며,정승을무려10여명이나배출한조선최고의명문가이자부자였다.그런명문가형제들이나라의위기앞에서전재산을털어,중국으로망명하여독립운동에투신했다.그리하여신흥무관학교를설립하기도하고,독립운동에전재산을헌납하여조선사대부의양심을꼿꼿이지켜낸것이다.

광복후역사의전개과정에서비록친일파들이청산되지못한안타까움은있으나,이처럼우리에게도노블리스오블리주에비하여조금도부끄럽지않은역사와정신이살아있다는것을후손들에게일깨워주어야할것이다.

최근세계최고갑부인마이크로소프트창시자빌게이츠와세계적투자자인워렌버핏회장이억만장자들을대상으로재산의절반이상을시회에기부하는운동을벌이고있다.이러한추세속에서,우리사회에서도빈부격차의심화로고통받는계층을위해사회지도층과부유층에게노블레스오블리주실천에앞장서달라고호소하고있다.

참으로어려운과제다.무엇보다부유층의각성과세제상의혜택등제도적보완을해가자면아직도많은시간을기다려야할것같다.진정으로남모르게베푸는게기부문화인데,남에게보여주는‘전시성’위주로흘러가서야되겠는가.

다행히우리나라에서도경주최씨가문이나,유한양행등지도층의선례가있고,요즘은숨은독지가들의선행이자주보도되고있어기부문화의앞날을한결밝게해주고있다.

기부문화와자선활동은자본주의시장경제를유지발전시켜나가는데는필수적이다.이를통해사회양극화를줄이고나아가서는사회통합도가능케한다는인식을바탕으로참여와활성화를촉구해나가야할것이다.

우리속담에‘개같이벌어서정승같이쓰라’는말이있다.이말의참뜻은직업에는귀천이없으니어떤미천한일이라도열심히벌어서,쓸때는떳떳이보람있고빛나게쓰라는말이라고해석하면좋을것이다.

내가평소존경하는재일동포가정정환기(佳亭鄭煥麒)선생은일찍일본나고야에서‘나고야한국학교’와‘아이치(愛知)상업은행’을설립하는등사업가로서저명한분이다.그런데그는지난10여년간고향에있는진주교육대학의발전을위해거금을기부하고,솔선하여연구장학재단을마련하여이제는기금이100억원을거뜬히초과했다고한다.이처럼초등교육의중요성과대학의경쟁력강화를위해재정적기반을마련하였으니얼마나장한일인가.이에만족하지않고앞으로도더욱발전시키겠다고다짐하고있으니,듣기만해도가슴이뿌듯하다.

문득그분의선친운강정환주(雲崗鄭桓柱)공의기적비제막식(1982.5.16.)에참석하여송시를헌사했던일이생각난다.그분의고향은진양군사봉면우곡리(隅谷里)인데,항시가난했던고향을잊지못해당시로서는그리여유가없으면서도향리의전화(電化)사업과마을회관건립,장학시혜(獎學施惠),사봉초등학교의교사수리등향토사업에많은사재를털어고향사람들의숙원을풀어주었다고한다.이러한그분의애향정신을기리기위해향민들이기적비의제막식을갖게되었던것이다.그래서그때의감상을나는‘우곡선생과그후손’이라는제목으로수필을써서<수필>제26호에발표하기도했다.

그런데이번진주교대의연구장학기금마련에있어서도정환기선생은물론아드님통규씨도함께앞장서고있어그때의우곡선생얘기가새삼선명하게되살아났던것이다.

이처럼대를이어묵묵히이웃사랑나라사랑을실천해가는분들이기부문화를확산시켜간다면우리사회가한결건강해지고성큼선진국대열에올라설수있으리라기대해본다.

(2010.9.22.경인중추절에)

예와서되돌아보니

박송죽

<현대시학>추천완료

세계시인상,부산문학상,가톨릭문학상,부산시인상,부산여성문학상본상수상

시집<눈뜨는영혼의새벽>외15권

수필집<사랑하므로아름다워라>외다수

4월은잔인한달이라고시인릴케가말했듯이정말잔인하리만큼아름다운생명의신비가감당할수없는축복으로대지(大地)에새생명의푸르름으로만물이소생하는계절이다.

온통천지가연분홍빛으로아름답게꽃물을드리는이봄날에나는영혼의깊숙한폐부에까지따뜻한전율로온유한평화를안겨다주는작설차한잔을마시며베란다에서내다보이는낙동강을바라본다.

아침햇살을받아서인지수평선으로흐르는푸른물결이마치도나우강의잔물결같이은빛으로반짝인다.그리고고유치환선생님의시비가세워졌던에덴공원이얼마전까지만해도나목(裸木)으로찬바람만안고간혹산책하는사람들까지웅크린모습이었는데하루가다르게연초록빛으로새옷단장에한창이다.

서둘러집안정리를끝마친아침나절이라그런지오늘따라유난히빛이밝고강렬한푸르름이가슴까지연초록빛으로자극해온다.

나는이곳으로이사온후부터는참으로행복하다는느낌을종종갖게된다.자연이안겨다주는풍성함이아무것도가진것없어도세상에서부러울것이없는부자라는생각이들게하기때문이다.

베란다에서한눈에바라보이는천혜의아름다운낙동강이철새도래지인을숙도를허리에감고태백산의정기를받아황지로부터팔백리굽이굽이흐르고,뒤창문을열면병풍처럼둘러싸인승학산이무성한신록과함께화사한꽃들이울긋불긋피어마치진달래꽃빛깔로내마음속에탯점을찍으며사춘기처럼감성을자극하여산책길로유인하기때문이다.

참으로자연은경이로운아름다움이보면볼수록정겨운어머님의따스한품과도같게느낌을가져다준다.

나는문득생각한다.

아마도신(神)은저푸르고싱그러운나무들처럼한그루인간의나무로푸르고싱그러운삶을살아가며아름답게꽃피는생활로열매맺어이웃안에서향기를풍기며살아가라고세상이라는뜰에나를심어주셨으리라.그러나살아온인생여정을되돌아보면내젊은날의꿈과이상은잎만무성했던열매맺지못한무화가나무와도같다.

아무결속도없이살아온후해만안게하는이제와생각해보니그저끈끈한미련의후회만을안게하고잎떨어진고목나무에쓸쓸한풍경을배경으로무거운나이에찬바람만일게하는이모든것이스스로자초한결과이고또자연순리를거스르게된어리석고미련한소치이고보니과연지금와서누구를탓할수있겠는가?

삶의관절마다아려드는내무기력한행동이소유해야할시간의영원성을잃어버린채결국보람과결실이없는오늘의무능한나로머무르게했다는착잡한마음으로한편의시(詩)로넋두리하여본다.

예와서돌아다보니

무르팍시린한(限)으로한평생을

만월로사시다가신내어머니의나이목

예와서돌아다보니한탄강굽이,굽이

모진아픔,억울한삶이맷돌에갈려

급류로흘러가듯피난길같이고단한

내한평생도소쩍새울음

어머님맷등에잡풀로돋아

돌아갈수없는고향안부

생일없는아이마음이된다.

물흐르듯구름흐르듯

세월속에병색으로저승꽃피는

검버섯나는이나이에예와서돌아다보니

가슴묻어싹틔울수없는

슬픔같은거,괴로움같은것

가련한쉰목소리저린햇살따가운오후에

굽이,굽이한가슴

지천(地天)으로흘러이슬맺는

풀꽃향기퍼렇게묻어나는

산까치울음이된다.

섣달그믐날밤에

성낙구

경기고보졸,일본미도(水戶)고재학중중일전출병

<현대문학>추천완료

부산수필문인협회,불교문인협회,금정문화예술협회고문

한국한시(漢詩),시조등단,동협회회원

국민훈장목련장,동백장수훈,실상문학본상,부산예술상

수필집8권,시집4권

해저문거리에귀먹은짐승처럼우두커니서있는스스로에놀란다.저바람부는거리로스쳐간시간들은1년에불과한듯싶지만,5년혹은10년세월이게워낸울적한그림자가짙게드리워져있음을느낀다.

내누추한삶의중력에는지난몇년동안덧칠된회한의무게가또다시커다랗게자리잡았다.나는어디서부터어디까지누구와함께살아온것일까.아흔살이지척인지금,일생동안어깨동무하며흉허물없이지낼수있는진정한길벗은정녕있었던것일까.생존을위해더이상발버둥치지않고때로는휴식의시간을가져도좋은것일까.그런진부한질문들을스스로에게던져보지만,신통한해답은역시찾아낼수없다.애석하게도지나간시간들모두가겸연쩍었고,주눅들고,얼빠지고,구차스러움의연속이었다는생각이전부다.

뿐만아니라,제발로걸어갔던지또는남의손에등떠밀려살았던보잘것없는삶을살아왔던부끄러움이다.그로부터지금에이르기까지가만히두어도자라나는후유증처럼,불안한가운데서도은근히보람까지느끼며살아왔었다.그러나그기다림이자꾸만연장되면서,급기야는그것이헛되게되는것을바라는,역설적인기다림조차도있었다.산골마을에오래갇혀살다보면지리적감각이퇴화되어버리듯,모든일에이념이나민족을앞세우는세상을10년넘게살아온지금,내또한덩달아정체성의혼란을겪는신세가되었음을어쩔수없다.

지난것은모두잘못되었다는왜곡된의식에서출발한자극적이고선동적인언행과행보를당연한일상사로보아넘기게되었고,뒤틀린심성에서배설되는가시돋친막말에도어느덧익숙해졌다.절제를모르는언사로말미암아숱한진정성들이제가슴에비수를들이대듯그자리에서상처나고훼손당하는것을목격하면서도키큰사람의어깨뒤에몸을감추고쑥덕거려왔었다.관념과현실의괴리에서비롯된지나친이상주의와이념에치중함으로써야기될병리현상을예측할수없었거나얕잡아본오만이화근이었다는것을깨닫지못한것도불찰이었다.

사람은본래네발가진동물이었지만,지금사용하고있는것은두다리뿐이다.그것을두고두앞발이퇴화되었다고말할수도있을것이고,두발이진화되었다고말할수도있다.그런데도한쪽날개로만날아가는새는없다는것을미처깨닫지못했다.어느한쪽만옳다는독선과고집만으로도휘어지고꼬여져있는세상사모든것을해결할수있으리라는오만이오늘과같이통합의길이아득하게멀어진사회현상을낳았을것을뒤늦게깨닫기로된다.누구라도유추해낼수있을만큼밋밋하게얼버무려선안되겠다는압박감때문에수사(修辭:修飾辭)의겉치레만있고이루어놓은것이하나도없다.오히려빈축을받을일만남겨놓은오늘이다.

그러나지나간것모두가비뚤어지고뒤틀린것은아니다.내일은내일의해가뜬다는말이있듯,내일이되면,오늘만들어진것들이효용성을가지고있다는것도발견하게된다.우리는살아갈동안그리고한생애를마감할때까지여러갈래로분화된정치사회적현상들과부딪치게된다.새롭고다채로운사회분위기가형성되면지금내가가진삶의모습만고집하기가힘들것이다.

내가가진삶의모습만고집하다보면새로운사회가내뿜는열정이나낯선구차스러운존재가되고,겁먹게되는결과를낳을수있다.반드시찾아올새로운날들에대한기대와희망을잃지말자는내속으로흘러가는그수많은세월들이이해될것이라는부질없는생각을해보는섣달그믐날이다.

(2009.12.31.저무는한해를바라보며)

전에는보이지않던것들

장광자

<한국수필>추천완료

한국문협,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제12회설송문학상본상수상

수필집<모양없는빛속에서>,<한마디말>

상담에세이집<나는상위권아버지는하위권>

운전을배워도로에나섰을때,무심코구급차를따라간적이있다.싸이렌을울리며차가쌩-하니가버리자,내앞에줄지어서서나를향해있는차들이있었다.어떻게된일인지영문을몰라어리둥절한나를향해사람들이손가락질을해댔다.일방통행로에서후진에도서툴던초보가그순간을어떻게모면했는지지금생각해도진땀나는장면이다.

그런일을겪고서야구급차는다른자동차와달리역주행도하고신호위반도할수있다는데생각이미치는것처럼,전에는예사로지나치던것의의미를하나씩알아가는과정이인생이아닐까하는생각이든다.영어를배우고나서야영어로된간판이눈에들어오듯이,내경험의폭만큼삶을알게되는가보다.

나처럼겪지않고는잘알지못하는미련한사람에게만해당되는이야기겠지만,전에는보이지않던것이보이는것,이런것이나이를먹어가면서얻게되는축복인지모른다.

우리집들어오는골목어귀에조개를파는노점상이있다.사십대후반이나오십대초반으로보이는아줌마가자리를잡고있는데,그곁에는반듯하게생긴남편이조개를까고있는장면이내눈에들어왔다.전에도그렇게했으련만,사촌동서가이혼을하고가버린뒤에야그모습이보이게된것이다.가구점을하던시동생이아이엠에프(IMF)때부도가나서살림이말이아니게되자,동서가시장어귀에서반찬장사를시작하게되었다.친구가가게앞자리를비워주었다는데,길거리에좌판을놓은것이다.

새벽3시에일어나도매시장에가서물건을떼오고,와서는중학생이던아들밥해먹여학교보내고,그리고는사온야채를다듬고데치며동동거리고살았다.장사라고는해본적도없던사람이너무도대견했는데,정작그남편은늦도록자고,심지어동서카드까지가져가쓰고다닌다는얘기를듣고함께분통을터트리곤했다.

새벽에시장가서물건이라도떼주면동서가한결수월할텐데,고생을함께해야참을힘도생기는거지,장사라곤모르던사람이길거리에나앉을때까지의고심은말할것도없고,부끄러워서수건을깊이내려쓰고있다는이야기를들을때는가슴이아리곤했다.나는위로랍시고,명색이자기사업하던사람이그렇게쉽게길바닥에나앉을수있겠느냐고,그러니어디다른지방으로가서살면어떻겠느냐고,기껏말로만걱정을같이하곤했다.사람은착한사람이었지만,가족의고생을나몰라라하면,그게가족이라할수없는것,그렇게죽을고생을하더니결국은헤어져가버렸다.

동서라는관계가인척이라는것을일깨워준사건이었다.혼인으로맺어진가족은그혼인이깨어지면남이되는것,명절이나제사가들면서울있는내동서들은빠지는일이많아도누구보다먼저와서함께했었는데,집안에행사가있을때는그동서생각이난다.간혹전화로안부를묻곤하더니세월이지나니소식도없고,다자라사회에나간조카한테근황을묻곤하다가요즘은그마저도그만두었다.남자라면몸서리나서재혼은안한다고하더니어떻게지내는지,길가에사이좋게앉아조개를팔고있는그부부를보면착하던동서생각이나서부럽기조차하다.

하루는무슨행사에갔다가부페로저녁을먹었는데,음식이남아서싸오게되었다.오다가어두운골목길에늦도록앉아있는그부부가보여서그것을주고왔다.그남편에게족발먹느냐고물었더니술안주하면좋지요하며반기는모습이고마웠다.

지난설대목에도추운길가에작은화로를피워놓고두부부가말없이앉아조개를까고있어서,이집신랑이어찌이리이쁘냐고했더니집에서는안이쁘다고부인이말했다.나이가드니남의남편을보고도아무렇지않게그런말을할수가있다.나도젊다면오해받을말인데.

전에는보이지않던것들이눈에들어오고,남의일이라도진정이느껴지면그인정의기미가내일처럼고맙다.전에어른들이다른사람의이야기를들으면서“고맙제,고맙아라.”하더니나도그런심정이되는가보다.

살면서차츰고마운일이많아지는것은곡진한삶의편린들을겪으면서호락호락하지않는삶의진면목을아는탓이고,그속에서그래도묵묵히살아가는사람들의따뜻한마음이귀하게느껴지기때문이다.

그눈동자뒤에너를묻어라

이몽희

<시문학>추천완료

시집<달빛의소리>외4권

사진시문집<내사랑나의부산>

시사진집<그림자에게>

‘노병은죽지않는다.다만사라져갈뿐’이노랫말은미국의오래된군가의한구절이라고한다.이잊혀진군가의한구절이1950년대미국의한유명한장군이전역할때의회에서행한연설에서인용되면서유명해졌다는구나.누구라고하면지금도전세계적으로모르는사람보다아는사람이더많을것같은그유명한장군도아마사람들로부터잊혀지기를바라는마음이었던지도모르지.

예지양,(중년이되었을너를옛날처럼이렇게부른다.)잊혀지는것을두려워말아라.어쩌면기억되는것보다잊혀지는것이더행복할지도모른다.아니아마틀림없이그럴것이다.나역시잊혀지는것이두려운시절이있었다.나를꼭기억해주기를바랐던사람들로부터잊혀졌다는느낌이들었을때발밑이푹꺼지는듯허망하고노여웠던그느낌,너무도선명했었다.

그런데세월이지나니소망도감정도바뀌는것같더라.며칠전일이다.어떤모임에서뒷자리에앉아있었는데행사중간에사회자가지각한어떤사람을소개했다.일어서는듯하다가앉는그사람과눈길이스쳤는데그는교사시절의나의제자로인품도갖추었고자기분야에서는상당히실력을인정받는사람이었지.이름도옛모습도내기억속에살아있었다.

행사가끝나자그는맨먼저자리를떠난것같았다.내가가장잊고싶었던시절,바꾸어말하면정말잊히고싶은나의허물많았던시절을기억하고있을그는그렇게말없이피해감으로써나를잊어준것이라믿었다.조금도서운하지않았다.내마음을들여다본그를나도담담히보낼수있었다고나할까.나는이미오래전에그들의잊히지않는그리운이름밑에나의이름을묻었다.

내가학교에서그랬지.인생의첫스승인유치원교사는잊히는사람이라고.처음바르는벽지와같은존재라고.옛날새로지은초가집흙벽이마르면대개는그첫벽지로헌신문지를발랐다.그신문지가찢어져너덜거리면그위에비료부대종이나또다른신문지를발랐다.그러다가형편이좀나아지면흰종이를바르고드물게는벽지를바르는집도있었다.아무튼맨처음의벽지는다음다음의종이에덮여까맣게잊혀갔다.간혹위의종이가상처를입으면칼에찢긴듯아픈자리틈새로첫종이의한끝이드러날때도있었지.우리가몸이나마음을다치면잊었던옛사람이문득떠오르듯이그렇게잠깐나타났다가또묻혀잊히었다.

나는‘맨처음의벽지는잊히지만벽을지탱하는데가장큰몫을하고있다.’이런말로너를위로하고싶지는않다.잊혀야할사람은그냥잊히는게좋다고믿는다.늦가을맨마지막까지떨어지지못하고가지를붙들고있는나뭇잎은아름답지도장엄하지도않다.잊혀야할때가오면산뜻하게잊혀야한다.

자라는아이들은어제의거짓말,어제의게으름,어제의성공,어제의아픔을잊고오늘과새롭게만나야한다.오늘과놀고,오늘과사랑하고,오늘과공부하고,오늘과노래하고,그리고오늘과더불어행복해야한다.그리고마지막으로그오늘과도웃으면서이별해야한다.그러면서내일을예비하고미래를향해행진할준비를해가는거지.그런아이들을돕는교사라면지나가는오늘과함께잊혀도좋지않겠나.

교사는아이들에게어제에대한아쉬움과미련때문에흘리는눈물을기대해서는안된다.유치원졸업식때우는아이는아이답지도않고자연스럽지도않다.“요새아이들은졸업식때에도울지않아요.”내가재직중에찾아온너의선배로부터가끔이런푸념을들었다.내가가르친아이들이나와의작별이아쉬워눈물을흘린다면나의노고가보상을받는것같은위로와성취감도느끼겠지.그러나그눈물은다음순간내일에대한기대의웃음으로바뀌어야할것이다.그럴때의눈물이야말로보석보다귀한값을가지게되겠지.

예지양,(좋은이름이다.그영혼도이름과같은예지로충만하길바란다.)교사는아이들이오늘몸과마음이잘자라고그래서오늘이행복하도록도와야한다.그리하여내일이라는새로운언덕에잘도달하도록인도하고안내해주어야한다.비유하자면행인들을그들이가야할건너편세상으로건네주는뱃사공,그배를밀어주는바람같은거라고나할까.강을건넌사람에게는그들이가야할새길,새세계가있다.그러므로뒤돌아보아서도안되고뒤에남긴것때문에머뭇거릴시간도없다.

아이들이다음다음으로세상을헤쳐나갈때,우리들교직자가귀띔해준말이지혜가되고우리가베푼사랑이용기가된다면그보다더한기쁨이없을테고,그러니우리의이름우리의모습과음성을잊는것이무슨서운함이되겠나.

수첩에서내이름을지워주게나

흔적없이잊히는것도행복임을

나도스승으로부터배웠느니

아침을맞아날아오르는젊은새들의무리

어미와보금자리의기억을모두잊어

날개를가볍게하라.

언젠가내가쓴시의이부분은나의거짓없는진심이기도하고허물이많은나의지난날로부터숨고싶은내마음의한모습이기도하다.

예지양,잊히는것은어쩌면그와하나가되는길인지도모른다.가지에서떨어져잊힌나뭇잎들은썩어서흙이되고뿌리를통해다시그나무의살과수액이되듯이우리도아이들에게서잊힘으로써그들의숨결그들의영혼과정신,그들의꿈속에서그들의한부분이될수있지않을까.

아이들의그까맣고맑고빛나는눈동자를보면그것이야말로희망이란말,미래라는말과가장닮은모습임을발견할수있다.할수있으면그까만눈동자뒤에너의이름을묻어라.맨처음의벽지처럼말이다.그렇게해서그벽지가그집과함께가듯이너도그아이들과함께가는거다.그게교사의참행복이아니겠나?

예지양도언젠가는나를잊게되겠지.그때를기다려내가없어지고너의삶속에녹아흔적이없이동화되고승화된너의한부분이될수있겠지.그때비로소네가만났던많은다른좋은스승과함께나도부족한대로너의스승의한사람이될수있을것이라믿는다.

화면밖에서흘러가는강물

이몽희

영화가끝나고끝을알리는글자가사라지고나면화면밖에서아무도모르는그들만의인생이시작된다.영화가현실과인생과꿈의반영이라면관객에게보여주는그것만으로끝날수는없기때문이다.폭포가하얀물거품들을지우고무지개를뒤로한채흘러내리면시내가되고강이되듯이,영화가끝난그자리에서부터영화속인물들의인생은또다른모습으로펼쳐져야하는것이다.

폭포는아름답고장엄하고드라마틱하다.그래서구경꾼이모여든다.그렇지만그렇게드라마틱한폭포는짧고그뒤의강물은길게흐른다.영화도그렇다.재미있고아름답고장엄하고짧다.그러나영화밖의그들의인생을이어가본다면얼마나길것인가.또얼마나무미하고평범할것인가.

<바람과함께사라지다>의스칼렛이영화다음에엮어가는인생을상상해보면이해가될것이다.그러나물고기를기르고꽃과나무를자라게하고들을적시고배를띄우면서역사를만들어가는것은폭포가아니라강물인것처럼,평범하고긴영화밖의인생에삶의참가치와진면목이있지않을까.그들이엮어가는참인생은화면밖에있어볼수가없다.우리의삶에유추하여상상으로추적해볼수있을뿐이다.

<카사블랑카>,험프리보가트의단호하고침울한남성적매력,잉그리드버그만의신비롭고단아한미모,이두사람사이에깃들이는거부할수없는사랑이전쟁을배경으로아름답고도슬프게펼쳐진다.짧은사랑끝의긴이별로애태우던두남녀가극적으로만나오해를풀고옛사랑을확인한다.그러나운명은가혹하여여자는이미남의아내가되었고목숨이위태로운도망길에있다.남자는여자와그남편의생명과행복을지켜주기위하여모든것을버린다.여기까지가영화속이야기다.화면밖에서두사람의인생은어떻게이어질것인가.

남자는사랑을위하여모든것을버린자신의결정을믿으며,그때의마음과사랑을온전히끌어안고그후의어떤불행도긍정하면서고독과고난을이겨가려할것이다.폭포를지나도도히흐르는강물이그러하듯이.그의사랑은오직그의삶속에서만살고있다.그사랑을죽이지않기위해서도그는회의도좌절도없이사랑을신앙처럼붙들고살아야한다.그가언제까지그걸음으로갈수있을지는아무도모른다.그자신마저도.그러나그는알고있다.그걸음으로갈때만그는참삶을살고있다는것을.

목숨처럼사랑했던남자와다시헤어진여자의삶은어떨까.그삶의거짓됨과황폐함을극복하기위하여,사랑의진실을오롯이지켜가기위하여,그예쁘고가련한여인의삶에서는어떤일이일어날것인가.인내와자기용서와자기희생의또다른사랑으로새로운투쟁을시작해야하는삶이여자의앞에놓여있을것이다.

사랑의가치를훼손하지않고온전히지켜서다음세대로넘겨주는것,이것은그들의삶에지워진책무다.그들은그것을잘알고있다.그들의사랑은모두가선(善)에바탕을둔참사랑이었으니까.

<나의청춘마리안느>,얼마나멋진영화였던가.아름다운호수,신비로운숲,음울한옛성을배경으로한소년소녀들의환상과동경과사랑이빼어난영상미학으로설계된화면위에서유려하게펼쳐진다.

운명적으로만나운명적으로사랑하게된뱅상과마리안느,이들의사랑은현실이면서도환상속에있다.감수성예민한소년기의아이들은걸어다니는환상의작은성(城)이다.사랑이그성을점령하는순간,현실과환상은구별할수없게된다.그환상성때문에고뇌하고슬퍼하지만또그것때문에행복을느끼기도한다.

이영화도그렇다.호수건너편의고성(古城)으로가서아름다운마리안느를본사람은뱅상뿐이다.다른아이들이본것은음산하고괴기한텅빈성뿐이었다.그러나환상일수도있는그소녀가뱅상에게는그의청춘의전부일정도로엄연한실재였던것이다.그는마리안느에대한그리움과청춘에대한쓰라린기억을안고그곳을떠나환상을용납하지않는또다른현실세계를향해떠난다.

여기까지가이영화속의세계다.그의앞에는예의그긴강물과도같은인생이놓여있다.그는그의인생을어떻게만들어갈것인가.그의청춘인마리안느를현실속에서찾을수있을것인가.이것은영화의관객에게,그리고이세상의모든청춘들에게던지는줄리앙드뷔뷔에감독의질문이다.우리들모두가뱅상과같은청춘시절로다시돌아갔다가정하고생각해보자.우리들은우리들각자가감독이고주연이었던영화,그좋았던청춘시절이끝난다음에각자의삶을어떻게창조해가야할것인가.우리들은모두각자의마리안느를찾게될것인가.그래서청춘시절에꾸었던꿈이환상이아님을증명할수있을것인가.아니면청춘시절의사랑을환상으로끝내고순수한사랑도순수한행복도없다는허무주의를깔고그위에덧없는인생의빈탑을세워갈것인가.이영화의감독은그답을우리각자의삶으로써증명해주기를바랄것이다.

<귀여운여인>,오직돈밖에모르는비정한사업가와,인간에대한사랑과믿음을잃지않은한창녀와의사이에기적처럼찾아온사랑의이야기다.남자는부에대한집념과인간성의고갈로인해해체되고망가진사람이었지만,여자는밑바닥인생을살면서도인간에대한희망과선한사랑에대한꿈을잃지않고살아간다.그여자는동화속의사랑과기적을믿는다.그래서‘귀여운여인’이다.여자의이런믿음이남자를치유하고변화시킨다.상실한인간성과사랑을회복하게한다.

하얀비둘기가축복처럼날아오르고백마(리무진)를타고온기사(젊고돈많은남자)는계단을타고올라와서(성을공격하여)빈민가위층(성채의감옥)에있는창녀(공주)를구출한다.동화를현대적으로변형시킨이마지막장면에서감독은전통적가치와미덕이붕괴된현대사회에서도결코해체될수없는사랑의가치를멋지게그려내고있다.

그러나영화가끝나고생활이시작되었을때두사람에게닥쳐올장애가그리만만치는않을것이다.갈등과결별의위기가생의도처에잠복하고있을것이다.많은신데렐라류의이야기가안고있는함정,결코넘어설수없는원형적절벽,그건널수없는신분의차이를어떻게극복할것인가.이것은두사람앞에도예외없이놓인지뢰밭이다.그들의삶은그지뢰밭을통과해가는길고지루한이야기가될수도있을것이다.“그리하여그두사람은행복하게잘살았단다.”이런옛이야기의결말같은삶을이루어가기위하여두사람은일생을두고자기를절제하고깎아내어서로를맞춰가야할것이다.지혜롭고용기있는두사람은그리할것이다.그것은또모든관객의소망이기도하다.

나에게도영화같은청춘시절이있었고그뒤의긴강물같은세월도있었다.그것들을살고나는여기까지왔다.이제마지막남은내인생의영화,아마도관객은없고주연도하나뿐일것으로예감되는그영화뒤에도강물은흐를것인가.그강물이있다면나는지금까지흘러온강물보다훨씬아름다운그리고제대로된흐름으로흘러가고싶다.

엄마의해운대엘레지

이원우

<한국수필>추천완료

<한글문학>소설신인상

전명덕초등학교장

대중가요연구가,전덕성토요노인대학장

KNN문화대상및자랑스런부산시민상(봉사본상)

수필집등16권

전에나는정말심약한편이었다.교원이라는직업때문에주례를가끔섰는데,그때마다우황청심원을먹었으니까.

지금은완전히다르다.죽었다느니폐인이되었다느니하는소리까지들어오다가요즈음엔주례석에앉아허밍으로노래까지부를정도의여유를만끽한다.스스로담대하다는자평(自評)을한다.정말이세상에살아있음이좋다!

내일상의변함없는무대는역시노인학교다.나는거기서기만하면다른사람이된다.창공을훨훨날아오르는기분이다.정말날갯짓하는물새흉내를내면서열창하는‘해운대엘레지’,나는‘해운대엘레지’에형용하기힘든한이맺혀있는것이다.역설인가?

23살때군에입대했다.

앞못보는엄마는하염없이눈물만흘리셨다.아니나는당신의그모습을볼수가없었다.아예떠나는내체취조차맡기힘들어하셨기때문이다.손등으로눈물을씻으며하시던말씀이다.“내강생이패내끼갔다온네이.”

창원에서훈련을받았다.42일동안이었지아마.끝날무렵에심한편도선염을앓았다.먹고마실수가없었다.내몰골을거울에비춰보니피골이상접해있었다.엄마가살고계시는삼랑진,거기역에서12열차로갈아타고후반기교육을받는영천부관학교로떠날참이었다.

역에서10여분머물렀던가?엄마가저멀리서모습을나타내신것이다.보이지않는눈에눈물이가득고여방울져흘러내렸다.치맛자락으로훔치시던엄마,그모습을나는잊지못한다.

끝내가까이가지못했다.당신이쓰러지실지몰라서였다.당신은그러시고도남을만큼세상에서기대실데도없었다.플랫폼에서나는한맺힌노래를가슴속으로삼켰다.엄마가좋아하는노래‘해운대엘레지’,또다른,안다성의‘사랑이메아리칠때’가있었지만,엄마가어렴풋이나마의미를짐작하시는것은‘해운대엘레지’였다.당신자신이부르시는것은‘열아홉살과부가스물아홉살딸을데리고’가유일했고.

사연이있다.엄마와아버지의속을썩여드리던시절이있었다.중3때불량청소년이되어진학에실패하고서고향두메에서고등학교입시에대비한답시고재수하던1년,나는때와장소를가리지않고이‘해운대엘레지’에매달렸었다.안개와같은내장래에대한푸념의표출인지모르는데엄마는이노래듣기를좋아하셨다.

여기서다시한번소리내어보자.

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헤어지지말자고

맹세를하고다짐을하던너와내가아니냐

세월이가고나도또가고나만혼자외로이

그때그시절그리운시절못잊어내가운다—.

지금내눈시울이젖는이유를구태여밝힐필요는없으리라.

군대에서참으로기막힌체험을했다.그래차라리섭리라하자.그걸절대자의(自意)로좌지우지못할뿐더러해석한다는것도교만이다.나는운명적으로한장교를만난다.군복을벗고나서도그의영욕과부침에간접으로휘말리게된다.그게결국‘해운대엘레지’라는졸작단편을잉태시켰고.요즈음같으면5억쯤되는상금을덧붙인,가장영예로운상을받은한대위가40년동안속절없이(?)섭리의대상이되는모습을관찰했다.고작해야손바닥위에서맴도는걸갖고강산이네번어쩌고저쩌고하며허풍을떨어왔는지모르지만.

그걸소설로만들어상품(?)으로들고팔러다닌다.노인학교에말이다.한번나가면순수익(?)만5만원이다.보너스로1~2만원이보태질때도있다.대신쌍방모두가혼연일체가되어웃고울고해야한다.일로일로(一怒一老),일소일소(一笑一少)란말이있던가?그럴싸하지만천만에,그‘해운대엘레지’앞에서노(怒)가없다.따라서노화(老化)는이루어지지않는다.더러는볼수있는눈물흘리는할머니에게서도,발견하느니순수그자체이지슬픔은아니다.

근래네군데엘다녀왔다.오직‘해운대엘레지’라는흘러간옛노래하나들고서.물론토(吐)해내는건내목소리다.40여년전삼랑진역에서의여음(餘音)을들으면서나는내리사흘을울었다.그리고웃었다.

대위는소령으로진급하고다시인생유전,해운대바닷가에서나와마주쳤다.아니그순간그는황급히모자를눌러썼다.그옛날처럼능숙한솜씨로기타만연주했지.나는그날도생사가구분안될정도로건강이악화된상태라서그런지미처그가누군지알아보지못했다.귀가하고나서야그가박대위그사람이라는걸알았지만.

대위는아니소령은처음그자리에앉아있지않았다.그리고영원히자취를감추었으….엄마도저승으로떠나신지39년,경기도양주군광적면보병제26사단부관사령부에근무하면서형제처럼지내던소령과의극적인해후(邂逅)가있은지도어느덧3년이넘었구나.

나를,경상도말인지속어인지모르지만‘뻔대’라불러도좋다.노인학교만있으면그무대에서엄마도만나고소령도볼수있다.돈도번다고?그렇지,그러나그건티끌만한의미다.우리셋의만남이내여생에어떤의미를새겨주느냐,그게소중하다.

그래‘해운대엘레지’로보다슬퍼지자,그리고웃고살자,나아가더담대해지자.오늘한가위를앞두고보니누가뭐라고하든,‘해운대엘레지’의마지막3절만은꿈에서라도흥얼거려야한다.

백사장에서동백섬에서속삭이던그말이

오고또가는바닷물따라들려오네지금도

이제는다시두번또다시만날길이없다면

못난미련을던져버리자저바다멀리멀리.

엄마가보고싶다.

나는지금다시엘레지에빠져있다.‘비가(悲歌)’?그건무책임한해석이다.‘애가(哀歌)’도정답은아니다.‘만가(輓歌)’는그래도상여가나갈때의노래라사전에적혀있으니,근사치라해도괜찮겠다.엘레지의여왕이이미자라회자되어있지만,천만에이미자가부른‘엘레지’는한곡도없다.엘레지는프랑스가발상지고,우리나라에들어와선그만변형되고말았다는말이있다.

나는지금엘레지라는제목이들어간‘부산노래’작사를한답시고머릴싸매고있다.내천학비재를자탄한다고정답이나오는게아니다.서민(대중)의애환에한발더접근하는게급선무다.애환이라했지,슬플애(哀),기쁠환(歡)으로이루어진말이지만,이풍진세상에선전자에비중이더실려있다.그래,엄마시절로되돌아가자.나는이연휴기간,끊임없이‘해운대엘레지’를흥얼거리며연필을쥐고있을것이다.

꼼짝할수있는자유

박홍길

한글학외솔회이사,윤좌동인

한국문인협회회원,부산수필문인협회고문

<우리말어휘변천연구>,<달빛그혜안>등8권

사람이꼼짝할수없는상황에놓였을때를생각해보라.

내가꼭이인도주의자거나종교적인차원의박애주의자가돼서가아니다.그냥거리를지나가다가끔눈에띄는현상,한뼘남짓한우리에갇힌앵무새를본다거나,바구니에갇혀하루종일뜀박질만되풀이하는다람쥐를보았을때,대개의경우우리인간의잔인함에약간은분노를느낄것이다.

낚시꾼들이한자나되는큰고기를낚아채,몸부림도쳐보지못하고꼼짝없이늘어져있는고기를낚싯대에매단채,손뼘으로길이를재보면서월척이라며좋아라고껄껄대는장면,그무지막지한행태를무슨개선장군이라도만난듯고래고래탄성을지르며비춰대는낚시T.V중계,이런사람들몽땅잡아다고기처럼매달아실컷패주고싶다.동물애호협회에서는왜이런방송을그냥두고먼눈파는지알수가없다.어린이들교육상으로나국민정서상도무지그냥두고불수없는광경이아닌가싶다.

소고삐를바짝묶어겨우사료만먹게할뿐꼼짝할수없게한다든지,저녁내내불을밝혀그좁은칸막이에갇혀늘먹이만쪼아대는양계장의닭들을보면‘명품’이라고자랑하는한우나달걀도외면해버리고싶을때가있다.

우리들은사회라는테두리안에서살아가기때문에직간접으로그영향을받고,보이지않는구속을당하며사는것은사실이다.그구속이라는게윤리도덕이니법이니하는그물이다.

그런데이러한사회적규범말고도우리는살아가는상황에따라정신적육체적인고통을느낄수밖에없는제약을받게된다.

정신적인고통이야하도광범위하고막연해서,그사람이처한환경과개인적인정서나양심에따라천차만별일것이므로일괄적으로말하기가어렵다.그러나육체적인고통을느낄수밖에없는상황은전적으로자기개인만의것이다.

내가최근에당한고통,그꼼짝할수없는제약을받은얘기를해본다.

사람이살다보면어쩔수없이누구나겪을수밖에없는고통이다.전혀바라지도아니한일,본의로는꿈도꾸지않은몸서리치는일,바로큰병을얻어수술을받고입원했을경우를보자.

몸을조금이라도움직일수있는자유,그꼼짝할수있는자유가얼마나아쉽고소중한가를절실히느낄것이다.남의일이니까,이런일은물론평소몸관리를잘못한당사자개인의일이라고치부해버리면그만일지모른다.그러나저큰도회의수천명을수용할수있는커다란병원에가보면어쩜이리도환자천지인가싶다.그것도수술받고입원할수있는행운을잡지못해몇달째대기하고있는사람도엄청나게있으니,어찌남의일이라고먼산보듯만할수있겠는가.

각설하고,입원하여병실에누워있다보면몸을마음대로움직일수없어당하는고통은이루말할수가없다.그래서언제나지나간일,그잃은것은얼마나아깝고후회스러운법인가를깨닫는다.평소몸을아끼고건강진단도미리미리받아이런고통을당하지않아야함은말할것도없지만,이런최악의경우를생각해서극기운동이라도미리닦아놓았더라면하는생각이간절해진다.

겨우보름남짓경험해본사람이지만,입원생활의그부자유스러움에대해서열거해본다.수술직후의며칠간,꿰맨자리가터질까봐가스(방귀)한방,재채기한번시원하게터뜨리지못해온몸뒤틀며숨을멈추고있어야만하는경우,정말이지“살라하니죽겠네.”이다.꼼짝할수있는자유,그소중함을되찾은나는지금새처럼훨훨날고만싶다.

나는두어달전에큰수술을받았다.직장암이란다.곧은창자에몹쓸부스럼이생긴것이다.

수술을받는동안의두어시간,제법긴시간을나는죽어본것이다.내가쓴어느글에,T.V광고에서‘암에걸려보다.’거나,뉴스에서‘(소방관이불을끄기위해)물을뿌려보다.’거나하면서거짓도움움직씨(가식보조동사)‘보다’를예사로쓰는데,그래서는안된다고했었지만,위의두가지위태로운사태보다더한죽음의경지를내가겪은셈이다.

수술실천장,큼직큼직하고휘황찬란한전등들이열개도넘게매달려있고,내침대주변,모자,입마개,가운등하얗거나파랗게차려입은사람들이빙둘러서는것을본것이끝,내가언제마취됐는지도모르게나는죽은것이다.

죽음,아무것도없고아무것도모르는상태다.‘꿈도꾸지마라.’가아니고꿈자체가없다.육체는죽었으나정신(넋,혼)은있을게아닌가싶지만없다.‘캄캄하다.’도없다.저승에갔더니염라대왕이“너는아직할일이남았으니저승(이승?)으로돌아가라.”고해서살아났다는얘기,말짱한거짓말이다.아무것도없다.‘조상이돌봤다.’도거짓말이다.아무것도없는상태로끝이다.끝인줄도모르고끝이다.

뱃가죽이좀이상하다는느낌을가졌을때내가수술을받았구나,그러니까내가죽었다가살아났구나하는것을알았다.나중에안일이지만,칼을댄김에직장암뿐만아니라물혹(용종)도하나있어없앴으며,막창자(맹장)도시원찮아끊어버렸단다.게다가담석이있어서손본김에쓸개(담낭)도떼어버렸다한다.사실그대로‘쓸개빠진놈’이됐으니영원히‘정신을바로차리지못하는놈’,덜된놈으로살아갈수밖에없게되었다.

그리하여나는수술전후보름남짓병상에누워꼼짝할수없는신세가된것이다.

그래서비록육체일부를떼어버린불완전한몸에다정신조차제대로못차리는쓸개빠진놈이됐으나,그래도내배에27센티미터길이로‘王(왕)’자가9개나겹쳐진구왕(九王)을새겨거느리게되었으니,비록자유롭지는않지만,명실상부몸에완연한증거가남는황제가된것이다.다만시왕(十王)을거느린다는저승대왕은못됐으니,이승에서좀더번뇌하라는뜻인가보다.

번뇌,짐짓어깃장을부린다면,한잔두잔아낀술값도그러하거니와,오랜세월동안갈까말까(고스톱,행지회)놀이로쓸어모은돼지저금통의쇠돈(주화)수십곱절을하루아침에날려버린것이허무하다하겠다.

아직도독한균과싸우는항암치료를받고있는중이라,한달에닷새동안은주사바늘을꽂고,내몸속으로들어가는독하디독한이물질한방울한방울을한없이긴긴시간꼼짝없이바라보고누워있어야만한다.약방울이다떨어지고주사침을빼어버린자리에소독헝겊(가제)을대주며잠깐동안누르고있으라는말을들었을때의해방감,하늘을날듯한기분이된다.

돈이무엇인가,건강이제일이다.늘듣는소리지만,가까운거리에도불러타는택시,그삯이전혀아깝지가않다.어쩜점점퇴폐적으로돼가는듯하다.올여름참덥다.선풍기가부지런히윙윙거리는데도찬바람틀(에어컨)을켜놓았으니시원해서좋다.게다가가만히누워서T.V의바둑과야구중계를볼수있으니얼마나늘어진팔자인가.뉴스에선사상최고의전기소비라며아끼라고는하지만,실제는국가에서전기장사잘한다는생각이들뿐,내돈내가쓰는데누가잔말인가싶기만하다.

돈이,시간이아깝지않은퇴폐,이것역시어깃장에지나지않겠지만,요즘자주꿈에서도몸서리쳐지는병상생활,꼼짝할수없었던그불편함에서풀려났다는해방감을만끽하려는몸짓으로봐도좋을것이다.

병상에서의불편함,그갑갑함을어찌다말하랴.

우선왼팔,오른팔로바꿔가며주사바늘을꽂을때의긴장감,숨쉬기를멈추고온몸을찡그리며견뎌내려는순간,이건순간이아니고인위적으로늙게만들려는긴과정이요죽음으로내모는고난의여행이다.

주사병을매달고주사바늘을꽂고있을때는팔을움직일수없다.움직이면주사약이잘들어가지않기때문이다.꼼짝없이,떨어지는약방울을하염없이바라보고있어야하는그지루함,계속갈아다는주사병이저주스런신주단지가된다.주사바늘에서해방된다른팔도자유롭지못하다.한팔로는신문도펼수없고수필집한장넘길수없다.

양팔모두주사바늘에서놓여난시간이라도수술자리가당겨병상을함부로떠날수없다.병상에얹어놓은볼펜,잡책,시집한권,손전화기등최소한의필수품도그냥있지않고자꾸병상에서떨어진다.병상자체가눕혔다세웠다,조금세웠다많이세웠다로자꾸뒤척이니,물건하나제자리에놓여있을수없다.떨어진물건을찾고물한모금마시려해도간병인이옆에없을때는여간불편하지않다.참으로답답하다.그래서나는‘고객불편사항신고’지두어장에수필형식으로윤색하여“침대발치에볼펜,잡책,수필집한권,손전화기정도간단한용품을넣어놓을수있는든든한주머니하나를달아주십시오.”하고건의했더니,이틀만에“좋은건의말…가능한한노력다하겠습니다.”는답변을해왔다.두고볼일이다.답답해하는저수많은환우들을조금이라도도와드리겠다는내마음의표현인셈이다.

퇴원후항암치료얘기는앞에서했지만,도대체먹지말라는것은왜이리많은가.쇠고돼지고기구워먹지말란다.튀긴것도먹지말고저멋진소화제젓갈종류에도근접하지말란다.뿐인가.맵고짠것도피하고생선회는쳐다보지도말란다.소주한잔을털어넣고는벌건초된장에생선회를얹어,그위에금상첨화로마늘과고추몇쪽을더해쌈싸먹는지상최고의즐거움을스스로거두란다.술근처에어정거리지도말란다.인생은끝났다.이런삶도삶이라할수있는가.

그러나살아야한다.꼼짝할수있는자유가주어진한이자유를최대한활용해서열심히살아야한다.꼼짝못했던지난날의병상생활을회상하면서즐겁게살아야한다.

자기몸을돌보고마음을잘다스리자.특히,남의자유를위한배려도있어야하고,넓게는하찮은동물에대해서도그고통을아파하는마음가짐도있어야만자기마음이더욱자유로워질것이다.

웃으며살아야할까닭은또있다.병상에있었을때나,배띠(복대)를두르고가끔은샅바를차고다니는병후의요양기간에도끊임없이돌봐주고위로해주는넘치는인정의물결에대해최대한의노력으로보답해야한다.

온갖형태의그험한몰꼴을헤집고꿰매며보살펴주는병원측의의사나간호사를비롯한여러의료진들에겐칭찬하고힘을실어주는마음자세를가져야겠다.곁부축을비롯한온갖잔심부름에지쳐,병상보다낮은비좁은간병인자리에서잠깐씩새우잠을자는모습을보면,아내가아니고는누가할수있겠는가싶어애잔해지면서도,끊임없이짜증을부려대는자신이미워지기도한다.

일가친척,친지나우인들의분에넘치는격려나아들딸내외들의보살핌과시중에대해서무엇으로어떻게보답하며살아가야할것인가를생각게한다.

풀잎하나,이슬한방울이어찌나와무관하다할것인가.하물며병든내몸일으켜세우기위해온갖정성다해준인연들에대해고마워하는마음을어찌버릴수있겠는가.이런생각을갖고길다운길을걸어가야한다.인정넘치는이좋은세상에서꼼짝할수있는이자유를마음껏호흡하며웃으면서살아가야한다.

단연기(斷煙記)

전희준

부산수필문인협회이사,필맥동인

수필과비평작가회의고문

한국도서관협회부산지구협의회고문

수필집<호박잎과카레>,<세번째삶은?>,<퇴직후10년>

두보(杜甫)가살았던당(唐)나라시대에는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였으나2010년의대한민국에는인생칠십도처과(人生七十到處夥)여서걱정이다.65세이상고령인구가500만명,전체인구의10%를넘어우리나라도고령사회가되었다.

어느덧내나이도70대중반,외손합쳐여섯손자의할아버지로살고있다.60년대말,내나이서른넘어결혼을했으니손자들도어리다.마흔한살큰딸의두아들이초등6년과4년생이고,서른일곱작은딸의남매가취학전의일곱살과네살이다.늦장가를든아들의두아들,대를이을친손자두놈은네살과돌전이다.

세태가친가쪽보다는외가쪽출입이잦으니우리집에도,교직에있는큰딸이남편따라도간(道間)이동으로경기도로떠나기전까지는애둘을우리집에서길렀다.첫손자라정도듬뿍들인녀석들이다.지금도백리안에사는작은딸의남매는주말마다온가족이몰려와재롱을떨고야단법석을쳐놓고간다.친손자큰놈은한창말배우는네살이다.조금은떨어진거리(距離)에다젖먹이작은놈,애비의잦은출장때문에도녀석과는격주로만난다.늘어가는어휘들로볼때마다할아버지할머니에게귀염을떨고있다.

떠나있어도이제한창철들어가는큰딸의아들놈들,큰외손자들이늘눈앞에어른거린다.맞벌이부모에다둘째놈돌전에올라가‘베이비시터’도우미아주머니를이모라부르며10여년을자랐다.어미는그것을늘마음아파했다.어미도교직이라방학에는함께내려와며칠씩묵고간다.큰녀석은평소에책을많이읽고나이보다숙성타고주위사람들이말한다더니,재작년여름방학에는<로마인이야기>제4권을가져와읽기에대견하다고생각했었다.그때4학년이던그녀석과2학년작은녀석을데리고마을뒷산오봉산(533m)을올랐었다.작년여름방학에는큰녀석과금정산고당봉(802m)에올라사진도찍어줬다.그렇게대견해보이던녀석이이번여름방학에는,근간에어미가걱정하던대로닌텐도게임기를들고내려와방구석만찾아앉았다.

자라는애들이초등학교입학전6년과초등학교6년이그나마조금긴기간이지중학교3년과고등학교3년은순식간이다.오바마도칭송하고부러워하는한국인들의교육열이다.국내거주한국인으로살면서맞닥뜨리는생존경쟁의제1차관문은대학입시이다.출신대학이개인의능력과신분(?)의척도로작용하는곳이대한민국이다.그치열한생존경쟁의제1차관문통과를위해그이전의어느단계에서라고시간과마음의여유나방심이허락되지않는다.그렇게각박한한국의토양에서내큰외손자녀석은정상방향의길에서벗어나있었다.

유대인의아들은유대민족의아들이라고유대인들은생각한다지만,배달겨레야철저히내자식뿐이지않은가.고픈배는참아도아픈배는참지못하는성정이배달의후손들이다.우리내외가피붙이라고모아앉히고보면둘이서낳아기른3남매와그배필들,그들의자녀들이자우리내외의외손여섯이다.

남기고가는핏줄들이이왕이면번듯하게잘커서큰일하며살았으면하는것은부모된이누구나의소망이다.그소망이유별나게강한것이한국사람들이다.인물이많이나는집안이나마을이있다.큰사람이나고,그를본받고분발하는이들이잇달아서인물집안이되고인물마을이되는것일터이다.그같은맥락에서맏이가잘해야아우들도본받고분발한다.분발하자면목표가있어야하고,목표달성을향한의욕과집념이있어야한다.소를물가에까지끌고갈수는있어도억지로물을마시게할수는없다.목이마르면,목이타는듯한갈증을느끼면고삐를죄어도스스로물을찾아나서는것이생명체의본능이다.

맏이손자녀석이무엇이든스스로목표를설정하고,그것을향한집념과분발의계기를만들어줄필요가있었다.마을뒤오봉산의533m정상과,부산에서가장높다는금정산의802m고당봉을함께올랐었다.호젓하게둘이서깊은골,높은봉우리를오르노라면무엇인가느껴지는것이있으리라는생각에지리산천왕봉등정에녀석과합의했다.

7월23일금요일거림에서출발해장터목산장에서자고,토요일아침에천왕봉에올랐다가중산리로내려와귀가했다.오름길에스쳐지나가는한초로노인은늦둥이냐고물었고,천왕봉에서는“아빠하고왔어,할아버지하고왔어?”라고녀석에게묻는이가있더란다.처음6km는제대로걷더니세석산장지나서부터는녀석의걸음이더디어져애도먹었고,걱정도되었다.한참을기다려다시함께걷기의반복으로정상엘오르고내렸다.주말이라어린자녀를동반한부부,젊은이중늙은이산악회원들,이런저런모임의사람들이많이도오르내렸다.스쳐지나가는하산객들이녀석에게칭찬의말들을했다.하산길에앉아쉬면서녀석에게말했다.

“참많은사람들이이렇게산을찾아오른다.등산은건강에좋다.정상에올랐다는성취감과호연지기도맛본다.한걸음한걸음걸어높은산봉우리에오른다는것은힘든일이다.세상모든일이다그러하다.남보다앞서는것,높이오르는것모두힘든일이다.너는이제천왕봉을올랐다는커리어를가졌다.물론그것이살아가는데꼭필요한것은아니다.그러나네가살아가면서열세살초등6년생때천왕봉엘올랐었다는기억은자부(自負)가될것이다.어려서나먼후일에나그런종류의커리어를쌓아가면서자부를가지고살아가면좋겠다.산은올라갈때보다는내려올때가더위험한법이다.완전히산을벗어날때까지조심해야한다.”

중산리의진주행버스정류장부근식당에서접심을먹었다.한잔을비운다음조금부은막걸리잔을권해봤다.못먹었다.“그래,너대학입학하거든할아버지랑멋진곳에가서술한잔하자.그리고집에가면이제게임기가지고놀지않기다.할아버지도집에가면담배끊는다.약속하자.”

50년피워오던담배를그렇게끊었다.식후에,무료하고외로울때,일하다쉴때,이런저런세상사로속이보깨일때,교외주택의고요속에해기우는저물녘켜놓은라디오의FM전파를타고전율이느껴지는음악이흐를때,간절하게생각나는것이한개비의담배이다.그담배를두고부쩍거부반응이심한세태가되었다.육(肉),회(膾),포(脯),젓,염(塩)의안주로등급이매겨지는술꾼의경우소금(塩)이안주가되는수준이면인생종착역이가까운주객이다.

흡연에는그런등급도기준도없다.코미디언이주일이과도한흡연으로인한폐암으로사망했다는금연캠페인을가끔접하기는한다.과도한흡연의경우는예외일지모르나니코틴이만인에게꼭같이해로운것은아닌모양이어서미국의어느의학자는현대인의장수조건에흡연항목은넣지않는다고했다.세교(世交)로사귀어오는한친구의모친은열일곱새각시적에신랑의속썩임으로시작한담배를아흔여섯돌아가시기얼마전까지피우시다가셨다.담배파이프는처칠과맥아더의트레이드마크이기도했다.

주거(住居)나활동심지어교통수단의공간들까지밀폐공간이되면서나갈곳없는연기를뿜어내는흡연이용납될리없었다.경쟁하듯밝히어발표하는흡연의폐해들로하여담배제조회사가피소를당하고흡연자들이설자리를잃어가고있다.늙은내외만사는교외의주택에서흡연공간에구애를받아서가아니다.피우고나면목이개운찮고혈압에도영향이있는것같아서몇번을끊으려애쓰다다시피우곤했다.중독에서벗어난다는것이그렇게만만치않았다.

지리산산행에서돌아와담배를끊었다.두달열흘이지났다.시시각각피우고싶은것이담배이다.마감지난원고를쓰느라이렇게끙끙댈때,담배한대는얼마나절실하고아쉽고간절한가!그가벼운맹세를그래서번번이깨뜨려왔다.세상사잘되면제탓이고못되면조상탓으로돌리기도한다.제잘나서잘되었노라내앞에서는자랑할수록좋을일이다.“할아버지도약속못지키던데.”라는조상탓의빌미는주지않아야한다.

할아버지의재력과아버지의사회적지위,어머니의발빠른정보력이손자를좋은대학에넣는다는세태이다.가진것없는이할애비가베풀수있는것은손자를향한지극한마음뿐이다.50년중독된담배를끊으면서당하는고통을“손자를위해서!”라는허울좋은핑계로참아내고있다.못난할애비의구차한변명이길었다.(2010.10.2.)

웃음소리

안태경

고등학교교장역임

<한국문학>추천완료

한국현대시인협회,부산시인협회,부산문인협회회원

시집<투명한눈>,<겨울에내리는비>

수필집<월급봉투를태우며>,<여백으로흐르는강물>등

‘오늘하루동안에몇번이나웃었을까?’아무리생각해봐도웃은일이한번도없는듯싶다.오늘만특별한날이라서그런게아니고요즘의내일상에서내가웃는일도,웃는사람을대하는일도아주드물어졌다는사실을깨닫고나니문득쓸쓸해진다.

웃으면복이온다든가,웃으면건강해진다든가하는상투적인이유에서가아니라일종의상실감때문이다.농담을주고받을상대,마음의빗장을다풀어놓고시답잖은객담을늘어놓을기회,누구의눈치도안보고웃고떠들수있는자리가턱없이줄어든것이다.

직장에다닐때는사흘이멀다하고벌어지는술자리에서웃고떠들었고,은퇴후에도몇사림씩어울려자주등산을다녔는데,하산하면어김없이술판을벌여실없는농담을주고받으면서웃었다.그랬는데여든고개를넘어서자팀으로등산가는기회가줄어드는가싶더니요즘에는거의안가게되었다.뿐만아니라참가하기귀찮을정도로빈번하던친목모임도거의다깨어지고이제는두어개밖에남지않았다.그러니혼자산책을하거나혼자집에있는시간이많은데실성을하지않고서야혼자서웃을수는없지않겠는가.

여기까지써내려오다가화들짝놀랐다.듣기거북하다는늙은이의푸념을하고있는게아닌가싶어서다.그렇더라도다른한편으로생각해보면,이렇게객관화시키는것이자신의처지를있는그대로이해하고수용하는데는도움이되지않을까싶다.

‘노화란상실과축소의과정’이라고하지않던가.아무도피할수없는이과정을슬기롭게받아들이는것이삶의끝자락에남겨진마지막과제가아닐까하는생각이든다.

아무튼내가웃을일이드물어졌다면남이웃는웃음소리라도자주듣고싶다.십오륙년이나지난일이지만외손자,외손녀를돌보고있을때는집안에서웃음이끊일날이없었다.아이들이시도때도없이깔깔거리며웃었고,아이들재롱을보고있는우리내외입가에도자주웃음이번졌었다.

그무렵에고향친구한테서전화가왔었는데,“야,너그(너희)집에는웬아이웃음소리냐.”며부럽다고했다.때마침깔깔거리는아이의웃음소리를수화기를통해들었던모양이다.아닌게아니라핵가족사회에서조부모가어린손자,손녀를곁에둔다는것은드문일이며노복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겠다.

그랬는데흐르는세월이이복을앗아가고말았다.외손자는군복무중이고,외손녀는대학생이되어공부하랴,친구만나랴,바빠서얼굴보기도쉽지않다.

무료하고적막한시간을죽이며회상의뒤안길을헤매고있노라니경쾌한음악같은,젊은아줌마들의웃음소리가들려온다.어느해였던가,모성당에서가는성지순례길에동행한일이있다.그버스에동승한봉사자아줌마들이저희들끼리무슨말인가주고받고는까르르까르르,하하하,호호호,제각각의음색으로웃곤하였다.여러사람의웃음소리가한데어울려교향곡인양아름다운음률이되어울렸다.

천진무구한어린이의웃는모습이세상에서가장아름답다는것은다아는사실이지만,젊은여인들의웃음소리가그렇게아름다운줄은미처몰랐었다.이제막농익은젊음이배어있기때문일까,아니면아직은세상이아름답게만보이는순수하고맑은영혼때문일까.아무튼그웃음덕으로시들시들하던내가슴에생기가돌았고,지루하기마련인버스여행을즐거운추억으로갈무리할수있게되었다.

행복도웃음도전염된다고하지않는가.혼자돌아앉아웃을기회없다고넋두리만할것이아니라,사람들만나는기회를자주만들어내가먼저활짝웃으면서실없는농담이라도던진다면웃음이웃음을낳아,나의늘그막에서빠져달아나려는웃음을붙잡아주지않을까하는생각을해본다.

어제는어제고오늘은오늘

이기태

한국문인협회,부산문인협회,부산수필가협회회원

검사정년퇴임,변호사

수필집<떠나는사람남는사람>,<네거리에버려진공>

정한시각에퇴근하여지하주차장에차를세우고아파트앞광장으로걸어나올때였다.

그곳에서놀고있던어린소년이어제는같이놀아주었는데오늘은왜그냥가느냐면서현관입구엘리베이터쪽으로걸어가는누나에게투정을부렸다.그말이끝나기도전에홱돌아선그소녀는아주또렷한목소리로“어제는어제고,오늘은오늘이제.”하고칼로자르듯이잘라말하고는아파트현관으로들어서는게아닌가.얼른그의뒤를따라엘리베이터를같이탔다.단둘이마주선소녀의총기어린눈,오똑한코,꽃잎같이작은입술등그이목구비가그목소리마냥너무나또렷하여신기할정도여서나이를물었더니일곱살이라고대답한다.

초등학교도아직들어가지않았다는소녀의잠언과같은그말이하도신기하여그말을어디서들었느냐고물었으나소녀는그이상대답하지않았다.

‘어제는어제고오늘은오늘’이란이말은인생의오묘한진리를꿰뚫은명언이라할만하다.고승이나철인의입을통하지않고이제7세라는어린소녀의입을통하여그런오묘한말을듣게되다니,70노인이등에업은손자에게서배운다는옛말이새삼상기된다.

사람은자기의정체성이타고났을때부터죽음에이를때까지일관한다고아무런의심없이믿으며살고있다.그러나따져보면우리의삶은현재의찰나에만존재할뿐,과거는이미소멸하였고,미래는아직도래하지않았다.60조에달한다는인체의세포는일정한생존기간이있어분열로생성되었다가사멸함을되풀이함으로써본체의일체성은유지되고있는듯하나결코어제의내육체가오늘의것과동일하지않음은누구나다아는사실이다.

‘데자부’라는미국영화는시간여행을통하여5일전의테러현장에가서테러범으로부터피해여인의목숨을구함과동시에수천명의목숨을앗아간관광선의폭파를저지한다는것이지마는이는허황한공상일뿐인간이과거의현실로되돌아갈수는없다.하물며‘터미네이터’처럼미래세계에서사람이든기계인간이든현재에파견되어극적인사건을펼친다는것은있을수없는일이다.그런데도범속한우리는현재의찰나에충실할줄모르고계속과거에얽매여연연번민하거나,닥치지도않은미래를염려하느라고소중한심신을함부로소진하고있으니안타까운일이다.

특히우울증을앓는많은사람들은과거에서벗어나지못하고이미지나가버린은원에매달려자신을암흑같은감방속에가두어놓고불면의나날을보내고때로는자살에까지이른다.

한때제2차세계대전종전후일본에투하된원자폭탄의가공성에미리겁먹은사람들이그고통을면하겠다고자살한사례들이있었다고듣고있다.아직닥치지도않은재앙을두려워하여자살로도피하다니,얼마나비겁하고어리석은일인가.

숙명과운명의상이점은변하지않는것과자기의의지와노력에의하여변하게할수있는것인가에있다고한다.인류가원자무기로공멸할것이피치못할숙명이라면모든인류와함께종말을맞을일이지저혼자비겁하게자살로도피할것이아니지않은가.황차인류의선의와노력에의하여원자전의가능성이줄어간다면인류멸망의운명은개선될가능성이있는게아닌가.

한때초등학교교단에1년남짓섰을때,내가담임하지않은다른교실에서대리교사직무를할때에도그반의우등생과열등생을쉽게구분할수있었다.약5명내외우등생은그소녀처럼영롱한눈과오똑한콧날을지니고교단의선생을직시하고있었고,열등생5~6명은납작한코에초점흐린눈빛으로교사를외면하고있었기때문이다.

그러한우등생들의풍모를대부분의어린이들이지니고있다고하는것은개인적으로그자신의미래가밝다는것이고,이는곧풍족한사회와부강한국가의미래를약속하는것이기에나는우리의미래를낙관하는것이다.

그뒤로그영특한소녀를다시만나지못했지만언젠가다시만나게되면,‘어제는어제고,오늘은오늘’이란말이스스로터득한것인지,부모나유치원선생님으로부터들은말인지를다시한번따져물어보아야겠다.

요전법

박희선

<시와의식>수필등단

부산문인협회부회장,금정구문인협회회장지냄

부산수필문인협회,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회원

수필집<꽃이말했다>외3권

점핑국어논술학원원장

시낭송기법에관한강의를들었다.문학영재반학생들을위한것이었는데오히려내가더알찬시간을보냈다.박선생의시범낭송은맛깔스러웠다.한편의글이문자로있을때보다더생기가돌고빛이났다.허무한삶을노래한시가말꽃이되어앙당하게떠도는마음을다잡는다.

조선후기쯤인가,동대문밖에낭독으로생계를이어가는전기수가살고있었다.한글소설을어찌나재미있게읽어주던지일정표를짜두고움직였다.매달초하루에는첫번째다리밑에서낭독을하고그다음날에는두번째다리,초사흘에는교동입구에서또다음날은종각앞에서전을벌였다.한마을을두고오르락내리락하면서한달을채웠다.

워낙재미있게읽어주어서가는곳마다구경꾼이모였다.춘향전,숙향전,심청전,소대성전,장화홍련전을주교재로삼았다.이야기의한대목이절정에닿으면문득읽기를멈추었다.다음내용이궁금한청중들은서로다투어돈을던졌다.돈을달라고말한적없고더주겠다고약속한것이아니지만요전법이잘통하는시대였다.

옛날이나지금이나돈을잘못주거나받으면망신을당한다.액수와상관없이대가를바라는뇌물은은밀하고어두운곳을좋아하지만요전법은밝은곳에서이루어진다.전기수의능란한강독기술에매료된청중들이함박웃음을머금고있는것도당당하게주고받으며즐기기때문이다.권선징악이주를이룬뻔한내용이지만선하게살고자했던그들의삶이대를이어세상을밝게한다.

겨울이되면할머니를따라밤마을을다녔다.파출소앞에서부모없는손녀를키우고사는이웃의할머니집이었는데막걸리를빚어팔아생활비에보탰다.한번따라간동생은간식이끄는매력에도싫다며고개를내저었다.

나는재미가있었다.이곳에도전기수가있었고요전법(邀錢法)대신요주법(邀酒法)이있었다.유일하게한글을읽을수있는할머니한분이오방색으로치장이된심청뎐을들고오셨다.표지빛깔은이미낡아파란물감은번져났고모서리도닳아있었다.다른분은삶은고구마와동치미를싸오셨다.가끔은인절미와두부도상에올랐다.마지막으로등장하는것이막걸리였다.강독하던중간에간식은바닥이나고전기수할머니는컬컬해진목을다스리기위해절정의순간에책장을덮었다.몇말씀오고가면술이들어왔다.노란주전자에넘치도록담겨온밀주는지금생각해도입맛이다셔진다.

겨울밤은깊어가고주인공을괴롭히는인물을향한걸쭉한욕들이난무했다.뺑덕어미는둘러앉은노인들의저주를받고또받아무구지옥에떨어진다.무구지옥이얼마나무서운가.훨훨타는불속에죄인을집어넣어몸을태운다.큰쇠창을달구어꿴몸을공중에던진다는사설이따랐다.나는그내용도무서웠지만아버지를위해죽어야하는심청이가더불쌍해서할머니를다급하게불렀다.

“할매할매,꼭살아나….”

“내가우째아노,끝까지가봐야알재.”

이미몇순배를돌아왔지만짐짓모른척하셨다.껄껄대며웃으시던할머니는이어서민요몇곡을구성지게뽑으셨다.노래라기보다는무슨뜻인지모를말씀이었다.

대학원에들어가고전문학을배울때였다.밤마을갔을때들었던내용이교재행간마다수북이쌓여있었다.어렵다는강독이할머니에대한그리움으로변해산드랗게밀려왔다.따뜻했던방과차디찬막걸리,그때알아듣지못한민요의노랫말이한학기동안줄곧따라다녔다.울컥거리며찾아들던할머니음성이나전기수노인의애절한표정도자주만났다.이미나는열살무렵에막걸리맛을알았고박진감넘치는고전문학강독선행학습을알차게한셈이었다.

생명을키우는곳은땅만있는것이아니다.하늘에는하늘사람이물속에는물속사람이땅속에는땅속의사람들이산다고믿는다.봄나물을데친후뜨거운물을하수구에붓던할머니의중얼거림이그렇게믿게했다.

“뜨거운물내려간다비켜라.”

“할매,누구보….”

“땅속에도미물들이산다.피하도록말을해줘야지.”

가족중에그말씀을믿는사람은나밖에없었다.현실과전혀다른세계가하나의고리로연결되어분간이잘안되었다.마을을갔다온날밤은심청이가연꽃속에서얼굴을내밀었다.용궁의왕비가되어아버지를만나는꿈을안고잠자리에들었다.총총히박힌별을보고돌아왔던그밤길은서사문학의종요로운텃밭이되어주었다.

전기수의후예들이많이늘었다.낭송모임에참석해달라는연락도자주받는다.텔레비전에서는늦은밤에소설강독을하는데고정된시간을만들어시청자를붙든다.출연자는요전법대신정해놓은돈을통장으로받는것이다를뿐방청객표정도역사속의청중만큼여유롭다.그러나거리에앉아이야기에매료되어다투어돈을던지던옛날풍경과는견줄수없다.어진강독사는오로지권선징악내용만들추어낸다.구전문학의매력이라고나할까.현대소설처럼미묘한감정으로얽어놓지않는다.숱한고난을겪게하다가착하면복을듬뿍안겨주고못되게굴면벌을내리는전지전능한신이있을뿐이다.얼마나간단명료한가.

전기수와관객은큰거리를두지않고마주보고있다.모두가작품속주인공이되어현장감넘치도록구성지게풀어낸다.동전쌓이는소리가맑다.순수한마음으로건네는돈은주는사람이나받는사람이나흥을돋워주는일아니겠는가.생각만해도일상이푸근해진다.

도를넘은언어질서파괴

-그대로둘것인가?-

이병수

<수필문학>추천완료

부산수필문학협회,영호남수필문학회회장역임

한국수필문학가협회부회장,재부산청문우회회장

수필집<이모작삶이아름답다>,<생존신고>등7권.

오늘날TV드라마작가의언어질서파괴행위가도를넘고있다.이대로두어서될것인가하는심각한사회문제로까지등장하고있다.

한동안남편을오빠라부르는내용을방영함으로써패륜을부추기고언어질서를무너뜨린다고물의를빚은바있었는데,이를반성하지않고요즘에와서는한술더떠서남편을‘아저씨’라고부르는내용까지등장하고있으니어찌된일인가?언어질서는사회질서의한기강인데,드라마를통해언어질서를무너뜨리는것을재미삼아하는것같아방송의책임을묻고싶다.

언어에는나라마다전통적인호칭이있고,국어사전에확고하게정착되어있다.우리부부간의호칭은‘여보’,‘당신’이다.그런데남편을오빠(또는자기)로부르기를계속방영하는것은무슨언어혁명이라도하겠다는것인가?혁명은만인이인정할만한명분이설때에만가능한데지금남편을오빠라불러야하는명분은어디에도없다.

일부지각없는젊은이들이결혼하기전교제할때오빠라고부르다가,결혼후에당장‘여보’,‘당신’이란호칭으로바꾸어부르기가어색하다고계속오빠라고부르는사례들이있는것은사실이다.그러나이는극히일부에불과하고그래서는안되는것이다.그실상을살펴보면단지처음에좀어색하다는것뿐이고다른이유는없다.

그런데어른들이이에대한지도를하지않고그저웃으면서넘겨버리는데문제가있다.여기에TV드라마에서시청자의인기를끌기위해재미삼아경솔하게방영을하므로,그래도되는것으로착각하는젊은이들이늘어나니여기에문제가있다.그책임은일차적으로그냥웃어넘기고마는어른들에게있고,또연속드라마에서그냥죄의식없이방영을한작가와방송국에방조의책임이있다.그러므로지도를팽개친어른들에게는자녀지도를태만히한불성실죄가있고,작가와방송당국에는언어질서파괴를부채질한방조죄가성립된다할것이다.

우리는앞으로이에어떻게대처해야할것인가?심각한시점이다.남편을오빠라부르는것을중단하도록지도하는일이시급하다.이것이안되면언어혼란이올수밖에없다.만약‘여보’라는호칭을부르지않고오빠라부른다면,진짜오빠는무엇이라부를것인가?국어사전에오빠의뜻을두가지로규정하든지,아니면진짜오빠에대한호칭을새로정하든지해야할것아닌가.얼마나큰혼란인가?

드라마작가는이런혼란은미처생각지못했던것일까?그냥현실사회에이런사실이있으므로이를소재로다루었을뿐이라고변명한다면장래를생각지못한무책임한편견이란비판을면치못할것이다.이는개인의소설작품(책)에서는문제가되지않는다.

그러나개인의소설작품과TV에방영되는드라마작품은사회에미치는영향면에서비교가될수없다.개인의소설작품에서는남편을오빠라고부르는여자가등장하더라도아무문제가없다.하지만,TV의드라마작품의경우에는판이하다.그내용이동시성으로방방곡곡에방영되므로등장인물의행동하나하나는바로시청자들에게교과서적역할을한다.더욱이판단력이정립되지못한미성년자들은온갖옳지못한행동까지도그것을정상적인것처럼받아들여본받으려한다.남편을오빠라부르는것을마치당연한것처럼받아들여버리니여기에문제가있다.

TV드라마의각본은문학작품이다.문학작품은있음직한세계,있을수있는세계를그리는것이바람직하고,있어서는안될세계를그리는것은옳지않다는이론은여전히존중되어야할것으로본다.이것은인간사회의건전한발달이우리의행복을누리게할수있다는이론과무관하지않다.

오늘날TV의연속드라마에서남편을오빠라부르는것에하등의하자가없는것처럼호도하고있는것은하루빨리시정되어야할시급한사회문제이다.‘글은곧사람이다.’라는말이있듯이‘말은곧인격의표현’이다.언어질서를예사로파괴하는젊은이들은장차불문율인사회도덕은물론,성문율까지도서슴지않고무너뜨릴수있는‘불구인격자’가될소지가충분하다.우리는이를경계하여야하겠다.

우리사회의건전한앞날을위하여딸,며느리들에게남편을오빠라호칭하는잘못을범할때에는따끔하게꾸짖고시정해야한다.방송드라마에서도패륜을부추긴다는비판과언어질서유지에역행하고있다는여론에진지하게귀를기울임으로써건전사회발전에기여해줄것을간곡히당부하고싶다.

경술국치100주년역사는말한다

이병수

굴욕적인경술국치100주년을맞아일본의간나오토총리가‘한국병합100년담화’를발표해거듭사죄를하였다.이명박대통령은이를보고‘진일보된노력’이란평가를하였다.보도에의하면사죄당사국인일본에서는이평가에대해‘도대체몇번을사죄해야만족할까’라는불만파가있는가하면,‘몇번을사과해도상대가받아들이지못하면의미가없어.과거에그만큼상처를주었으니충분하다고말할때까지사과해야지.’하는양심파도있는모양이다.

역사는흘러가므로되돌릴수는없다.일본양심파의말처럼,그들의불법침탈행위는몇번을사죄해도돌이킬수없게돼버렸다.문제는일본측의진정성여부에있다.입에발린사죄로는치유제가될수없다.미흡한보상에대한추가보상과강탈문화재반환등,행동으로보여주어야한다.

한편우리스스로도경술국치의부끄러움을뼈저리게뉘우쳐야하겠다.당시우리가국민화합을못이루고매국적인친일파가준동함으로써국권을상실한것같은전철을밟는일이다시는없도록해야하겠다.한일합병직전에우리국민들의애국적단합심이부족하여중국,일본,러시아등의세력을업고서로파쟁을일으킴으로써화합을이룩하지못한가운데서친일파가득세,일본에힘을실어주는세력도생겨결국우리통치권을강탈해간결과가된것이아닌가.그러므로우리에게도반성의여지는있다고할것이다.

그런데요즘우리나라현실은어떠한가?경제성장은이룩하였으나,정치적으로는매우불안하다.한일병합직전상태가연상된다는역사학자도있다.이상태로가다가는나라의앞날이걱정된다는국민들이많다.휴전은되었으나사상적대립은더심해져분열상태가지속되고있다.천안함사건같은뻔한사태를두고도합일점을보지못한상태다.최근설문조사결과맥아더장군의인천상륙작전이54.7퍼센트는‘대한민국공산화를저지했다’고했지만,26.2퍼센트는‘통일을무산시키고분단체제를고착했다’고응답하였다고한다.이렇게합심단결이안된다니착잡한심정이든다.

경술국치100주년역사는위기를맞은우리에게경고섞인말을서슴지않고있다.“너희는지나간수치스런역사를남의탓으로만돌리지말고스스로를반성하며과거의쓰라린아픔을오히려자산화시킬수있는역량을키워나가야한다.”,“그러기위해서온국민이여당야당,보수혁신등정파를초월하여국가의정체성과민족공동체의식에대한애국적결속을이룩해나가지않으면안된다.”고.

업(業)

전정식

한글학회회원,부산지회명예평의원

전부산교육연구원장

교단수필교목,영호남수필동인

시집<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거야>

수필집<세월따라바람따라기쁨도슬픔도>,<소리없는소리>등

나는오늘아침에도‘별’(요크셔테리어)을빗어주며속으로이렇게중얼거린다.

“내가전세에너에게빚을많이졌나보다.별아!나와건강하게함께오래오래살아가자.”

나는별의몸을아침저녁하루두번빗어준다.시간을맞추어끼니때마다먹이를챙겨준다.작은목욕탕에하루에서너번음료수를갖다놓고마시게한다.멜라민을쓰고있는중국산먹이는아예사지않는다.먹이는일본제나국산만을사준다.금요일마다순풍병원으로데리고가서목욕을꼭시킨다.나는아내와집인근에있는대천공원호수를매일두바퀴돌때꼭별을데리고간다.잘때는나의품에서자다가살포시빠져나가서아내의품으로가서잔다.

저녁산책시간이다가오면별은서성대기시작한다.어떤때는내가서재에서독서를하고있으면별이내게다가와서코끝으로나의다리를쿡쿡찌르며산책시간을알린다.나의취미가산책과독서인데,별도무척산책을좋아하는듯하다.

별을데리고산책을하다가“참예쁘다.”,“우아하게걷는다.”,“걸음걸이가독특하다.”는등의말을지나가는사람들에게서들으면기분이나쁘지않다.어떤때는별을안아들어올리며이렇게말을한다.

“효자가따로없습니다.우리부부에게는바로얘가효잡니다.”라고그사람에게말한다.

딸들은출가를하였고아들은직장이있는분당에서살고있어서우리부부만집에서살게된환경속에서별은어느틈에자식의자리를차지하여우리부부에게즐거움과편안함을안겨주고있다.

별은태어날때부터주위사람들을즐겁게해주는자질을타고난것같다.

칠년전어느날아내가고등학교후배에게서얻었다며내주먹크기보다도작은새앙쥐만한강아지를안고왔다.나는아파트에살면서개를키우는것은좋지않다고생각하고있었기에“왜강아지를데리고왔느냐.”고아내를나무랐다.이개월만에엄마품을떠나온별은이때몹시겁이나고불안했던지아내품속에서오돌오돌떨고있었다.그모습을보고나는측은한생각이들었다.그렇게나와의첫만남을한별은지금은나의단짝이되어있다.요즘은아내보다내가더별을좋아하고사랑하고있는것이다.

별의출생은매우기구하다.아내의후배가어디를다녀오면서길가의어느식당에서식사를하고떠나려고하는데운전기사가정차해있는트럭짐칸을가리키며,“사모님,저조그만개가불쌍하지않습니까.아마보신탕집으로데려가는모양입니다.어떻게할까요,저개를살짝해와서우리가키우면좋겠는데요.”

그렇게하여아내의후배집으로오게된것이별의어미다.

산책을하다가가끔별의어미를만난다.어제오후에도별의어미를만났다.그러면,나는‘이어미가그때구해지지않았다면귀여운우리별도이세상에태어날수가없었겠지.’하는생각을하게된다.참으로구사일생으로살아난별의어미의운명이었다.

별의어미의운명과내가젖먹이를갓지났을무렵의일에는닮은데가있다.나의외할머니는큰딸인나의어머니를필두로딸만넷을낳았는데큰딸이시집을가서떡두꺼비같은아들을낳았으니기쁘기그지없어영험이뛰어나다는김해의어느절에나를데리고갔다가돌아오는길에낙동강나룻배가표류하게되어하류로떠내려가다가다리기둥에부딪힐뻔한적이있었다고한다.만일그때그배가다리기둥에부딪혔다면갓난아기인나는아마살아남기가어려웠을것이다.

어느절에서개가절을찾아오는사람을절문에서법당안으로들어가는곳까지안내하는것을텔레비전을통해본적이있다.

또,어느절에서는스님과함께살고있는토끼가절마당에서놀고있다가‘더엉’하며종이울릴때마다엉덩이를껑충올리며법당을향해절을하는모습을본적이있다.

그리고또어느절에는스님과살고있는거위가스님이산으로가면뒤뚝뒤뚝따라가는광경을본적이있다.

나는이개와토끼와거위는전세에승려였는데어느한순간의실수로이승에잠시귀양을오게되었을것으로믿고있다.그리고하필이면사람이아닌짐승으로환생했느냐고하면사람으로태어나면생각이많아져서또다시실수를저지를수가있기때문에생각이단순한토끼와개와거위로태어나게한옥황상제의특별한배려라고생각하는것이다.

나는전세와현세와내세가있다고믿고있다.이세상의모든생명체들은이삼세를윤회하며태어나고죽고,또태어나고죽는과정을되풀이하고있다고믿고있는것이다.따라서현세에서착한일을하면내세에그보상을받아서태어나는것이다.곧선인(善因)에는선과(善果)가있다는믿음이다.따라서나쁜일을하면나쁜결과가온다는믿음,곧악인(惡因)에는악과(惡果)가오게된다는믿음이다.

불교사전에는‘업’을‘전세에서지은악행이나선행으로말미암아현세에서받는웅보(應報)’라고하였다.이와연관이있는‘행’에대하여이사전에는본래는단순한행위이었으나,인과관계와결합하여먼과거에서존속하여작용하는일종의힘이라고하였다.곧,하나의행위는반드시선악,고락의과보(果報)를가져온다는윤회사상이생겨서업은전세에서내세까지이어져서되풀이되고있다고하였다(후략).

나는별이우리집으로와서나와함께지내게된것은전세의‘업’에의한인연이라고생각하고있다.

내일도나는별을빗어주면서속으로중얼거릴것이다.

“내가전세에너에게빚을많이졌나보다.”

수필부산문학회상

허정

<한국수필>추천완료

부산문인협회부회장,한국시고문

전한국수필작가회부회장,전해운대문협회장,전한나라당부산시당부회장

<국사정수>,<수험세계사>,<인간희극>,<삶의의미를되새기며>등7권

지난일을돌이켜생각해보는것이회상이다.회상을통하여감미로운추억에젖는경우도많겠지만대개의경우후회와아쉬움을안게되는경우가많을것이다.

어떤일이고해놓고보면아쉬움이남고그래서또다시해보아도또아쉬움이남는다.그러므로생활도세련되어가고문화도발전되어가는것이리라.

내가수필부산문학에식구로받아들여져깊은동지애를나누며희로애락을같이한지가벌써16년의세월이흘러갔다.그동안존경하던정신득,문인갑,최해갑,채낙현,최선호,배석권,오수환,박복흠선생님들을애석하게하나님이나부처님앞에먼저보내고,그외에도이병수(李炳守),윤미○,구정○,김해○,한영○,황정○,구자○,정○훈,김병○,조성○,김희○,정일○,이영○,나갑○선생님들께서는개인적인사정으로현재동인활동을접고있으니아쉬움이더하다.사정이허락한다면옛날처럼문담도나누고술한잔도나누면서정겨운대화의기회가있었으면하는바람이다.

나는어느모임에서도가입에는조금신중하지만가입후에는대체로적극적인편인데우리수필부산문학회원으로서는더욱적극적이었다고자부한다.16년남짓한기간동안에사무국장2년반,부회장3회에걸쳐6년을맡았으니객관적견지에서도인정받을만하고사무국장시절에는청도운문사,합천모산재,황매산등원거리관광겸친목행사를년1회이상하면서입담좋은문사들의걸쭉한담화와곁들인흥겨운노래로친밀도를더했다고자부한다.

고문인갑회장님과고채낙현부회장님의우열을가리기힘든패설의경쟁은우리회원들의허리를펴지못하게할정도로열기를품었다.그사이에낄수없는젊은군번이지만나도한몫끼어들자점잖기로정평높은S,P선생님들까지한몫하려나섰으니그분위기는요샛말로환상적이었다고말할수밖….

그런분위기의결과인지천학비재하고경륜도부족한소인이부회장에천거되어한영○부회장과함께박홍길회장을보필하여왔는데차기회장에이해○회장이추천되는과정에본인도같이거명되어설왕설래가이뤄졌던모양이었다.이후한영○부회장은탈퇴하고이해○회장이재선되는과정에서본인도난생처음으로회무를맡았으면하는의사를표명하면서오래갇혀있는물은아무리좋은물이라도썩게마련이고비록이물질이섞인2급수라도흘러내리는물은1급수로정화된다는논리로설득했으나결국무기명투표를실시하게까지되어이회장이재선되고본인에게부회장업무를부탁하기에도저히그럴수는없다며끝까지고사했으나,평소신중하면서존경을받아오셨던S선생님이나서서다음에는이런선거를하지말고추천하되이번차점자인본인을그대로승계시키되,이번한번만부회장을더맡아달라는말씀에모두가동의하여만장일치세찬박수로화답하고아울러나에게도이분위기에동의할것을강권하여부(副)회장을세번째맡아나름대로회장이요청하는일에는최선을다하느라고해왔다.루즈벨트밑에서8년간이나부통령을한존가너가말한이세상에서가장별볼일없는하찮은자리라무슨큰도움이있었을리있었겠느냐….

내가회무를맡으려욕심을냈을때나름으로회원들의친목을돋우고응집력을강화하며우리수필부산의위상을제고하고문운을창성시킬방안을계획했으나중임된이회장의헌신적인리더십이너무훌륭하여내가회장이안된것이정말잘된일이구나라고느낀때가많았다는것이내솔직한고백이고이말은몇번되풀이했다.해서나도전회장님의전범을따라새로운초석을세운다는야무진꿈을안고임원진구성등설계를했던것이사실이다.하지만2년이지난후이상한소문이들려와의아해하고있었는데차기회장선임문제로협의할일이있다며이사회를소집했는데소문이그대로란사실을느끼고선흥분을감추지못하고총선투표를주장하여이미지를깨어버렸다.

내가너무아끼고사랑했던모임이었기에욕심도부려보았지만부질없는욕심에마음아파했던그날,이제그마음들을다털어버리고나니오히려그원망과자신의바보스런행동들이아름다운추억으로승화되었다.수필부산이여영원하라.

원과각

허정

사물의최초단위는점이고이점과점이이어지는것이선이고이선이곧게뻗어나가면직선이고그렇지못하면곡선이되고,가다가방향을바꾸어버리면각(角)이되고,시작점과끝점이구별되지않으면원이다.

세상을잘사는방법은주도면밀한계획과철저한규칙과성실한실천이있어야한다는것은삼척동자도알고있는상식중의상식이다.하지만모든것이계획대로이루어질수없고계획을변경하면질서가무너진다.

모난돌이정맞는다는우리속담처럼각만을지상과제로하는삶은실패한다.그렇다고좋은것이좋다고이것은이래서좋고저것은저래서좋으니그저둥글둥글살아가자는삶또한문제이다.옛말에도도선불여악(徒善不如惡)즉착하기만한것은차라리악한것보다못하다란경구가삶의진리로통하는것도간과해서는안된다.

삶을반추해보니아무래도모난삶보다는둥글게사는삶이나를윤택하게하고사회를살맛나게하고풍요와번영을가져온다고결론을내리고싶다.

아침에훤한모습으로떠오르는태양,달중에서가장눈부신보름달,그둥근해와달을바라보면어떤사람이라도소원을빌고기도도하며,향수같기도하고그리움같기도한감정들이이사람저사람에게로흐르고흘러정겨운미소가번지게마련이다.

아무리깎아지른산맥이각을과시하여도결국에는마모될것이며아무리고산준봉을자랑하더라도결국그것은둥근지구의한부분일뿐이다.

사람도쫑긋한귀,활달한손발,튼튼한팔다리를자랑하지만이것모두를아우르고통제하는것은둥근눈동자그리고그위에있는둥근머리이다.

나아닌다른이를바라보는사람의눈이둥글다는것은사람의본성이착하다는것을표현하고있을것이다.어떤사람이나사물을바라볼때한곳에치우치지말고편견을가지지말고감싸안으며바라보라는뜻일것이다.

우리역사에서15세기세종이후찬란한민족문화의꽃이피다16세기이후17세기에는도적의창궐과왜란,호란,사화,당쟁으로민생은도탄에빠지고문화는쇠잔해져허덕이다가18세기정조연간에국태민안이이어져실학의발생,서민문화의창성등이일어난것도영조에이은정조의선정에서비롯되었다.

1762년사도세자사건후그렇게엄격하던영조가완전히달라져세손정조에대한칭찬과사랑과격려가성군정조를탄생케했다는것이실록의곳곳을통하여엿볼수있다.

영조실록의곳곳에서보이는‘기특하다.’,‘성군감이다.’라는극찬이그것이다.영조는또한백성과만나고모범을보이는모습을손자에게보여주었다.

1767년봄에영조는동대문밖전농동에나가친히적전(임금의친경지)을갈았는데정조도쟁기를잡고밀었다.귀가길에는백성들을만나대화의장을만들어주어사기를높였다.한마디로영조의칭찬교육이정조라는성군을키우고만들었다할수있다.

18세기사회가안정되고서민문화가창성한배경은영정조라는성군이있었고특히정조는벽파들의끈질긴폐세손책동의칼날같은환경속에서도영조의포근한사랑에의해성군의자질을확실히갖추어갔다고볼수있는것이다.

어린원숭이에게철사로만든엄마원숭이에게젖을먹이게했더니쇠잔해져죽기직전까지이르렀는데포근한헝겊으로만든엄마원숭이젖을먹이게했더니회생되었다는실험도있다.비록헝겊이라도포근함이죽어가는어린원숭이의목숨을구한것이다.

물론때로는각이더긴요하기도하지만아무래도원이각을이길것같다.같은길이의끈을이어도그공간이가장넓은것은원이기에말이다.

이원우선생님의콘서트에다녀와서

하창식

<수필문학>추천완료

부산가톨릭문인협회,수필문학추천작가회,수필문학부산작가회회원

수필집<가슴따뜻한세상을꿈꾸며>,<사과와요구르트>등

이원우선생님의출판기념회겸콘서트에다녀왔다.이미14권의저서를출판한바있는선생님이다.수필집은물론이고,소설과논픽션에다,노인민요집까지그장르도다양하다.이번엔신앙유머집<천주교야노올자>와수필집<열아홉살과부가스물아홉살딸을데리고>2권의책을한번에상재하신것이다.그놀라운필력에우선감탄할따름이다.유머와지혜가가득담겨있다.1편의글을완성하는데도1달이넘게퇴고를해야하는나로서는감히범접할수없는경지이다.작가로서의능력뿐만아니라,그분이살아온삶자체가우리같은범인으로서는감히넘볼수없는고귀함과비범함이깃들어있다.

오늘선생님의출판기념회는특별하였다.보통특별한게아니었다.우리수필부산문학회의회장을역임하신이해주고문님을비롯한몇분의지인들이선생님의삶에대해덕담을하는등,출판기념회의모양을갖추었으되,콘서트라고부르는게더맞지않나하는생각이들었다.

선생님의콘서트에참가한것은이번이두번째이다.지난해5월,선생님께서18년간운영해왔던덕성토요노인대학에서가진콘서트에참가한것이첫번째이다.영호남화합,종교간일치,사회적약자들에대한배려,등의메시지를노래로담았다.2시간30분가량선생님께서는기획,진행,연출,노래,1인다역으로종횡무진무대를화려하게장식하였다.휘파람연주가도참석하여무대를빛내주었다.정치가,문인,노인대학제자,학교제자에다수많은이웃친지들이함께하였다.부산노래19곡을취입한음반을발매할정도로이미잘알려진노래실력이지만,노래실력에못지않은선생님의사랑과봉사정신에그만매료되고말았던기억이새롭다.그리고오늘두번째로선생님의콘서트에참가한것이다.물론첫번째에이어개인적으로메일을보내정중하게나를초청해준데대한감사의뜻도있었다.

15년전,내딸들이다니던초등학교의교감선생님이었던것이선생님과내가맺은인연의첫단추이다.당시첫산문집인<빨간타이어>가출간된지얼마되지않았던때라,딸아이편으로선생님께그책1권을보내드렸다.그런데이것이과학도라는본연의직업에덧붙여,내가수필가로거듭나는계기가될줄은꿈에도생각하지못했다.그책을받으시고내게전화를주셨다.내졸저에대해과찬의말씀을주시며,선생님이활동하는수필부산동인회(현수필부산문학회)입회추천을해주시겠단다.

이렇게선생님의추천으로수필부산동인회에가입하게된것이,글재주도없었던내가감히수필가라는단추를가슴에달고다니게된연유이다.내마음속깊이갇혀있던문학소년의꿈을가슴밖으로이끌어낸계기를만들어준것이다.그뿐인가.고교시절은사이셨던이병수선생님,동료교수로서존함은익히들어왔지만감히다가갈수없었던이해주고문님등쟁쟁한문인들과자리를함께하는영광을누리게된것은전적으로선생님의은공이다.

각설하고.그런선생님의콘서트를통해,문학을넘어가치있는삶이어떠한것인가를배우게되었다.내가문학의길로들어섰을때이상으로큰깨달음을얻게해주신데에어떻게감사해야할지모르겠다.특히오늘시각장애인들과오순절평화의마을가족들과함께무대를이끈선생님의열정을바라보면서다시한번느꼈다.감히범접하기힘든훌륭하신분이라는것을.다양하면서도파란만장한삶을살아오신분이다.모친과이름두자가같아그누구보다애틋하게여겼다던어린제자의죽음을목격하고충격에빠져,당신자신사경을헤매다신앙과이웃사랑의힘으로다시사신분이다.그런만큼삶도죽음도초연할수있다는선생님이다.선생님보다가톨릭신앙을20년이나먼저받아들인나지만,사랑과봉사의삶을사시는선생님을따라가려면한참멀었다는부끄러움이몰려왔다.

선생님모친의생전애창곡이었던열아홉살묵은과부가스물아홉살묵은딸을데리고….오~오~를함께불렀다.노래가락절절히모친에대한효심이묻어났다.노인네들의애창곡1위라고하는클레멘타인노래도함께불렀다.25년간노인들을위해바친선생님의숭고한삶,그편린을엿볼수있었다.콘서트내내,쉬지않고노래하고이야기하며무대를이끌어가는그열정에감동하였다.오순절평화의마을,장애인형제와함께부르는목포의눈물,그노래를들으며내얼굴에너울지는감동의빛을감출수가없었다.드디어피날레.지적장애아지만,음악의수호성녀인체칠리아의돌보심인가.음악과하나되어본능적으로춤을추는체칠리아자매와함께부르는해운대엘레지,그노래를들을땐눈시울이뜨거워졌다.세상에이보다더아름다운천사가또있을까.

사후(死後)사체와장기,그모든것을기증하겠다고언약하신선생님이다.하느님곁으로언제든가실준비가되어있는선생님이시다.삶을아름답게마무리할그날까지선생님의뜨거운열정과거룩한이웃사랑은그누구도말리지못할것이다.소명을다하시고우리곁을떠나실그날까지,선생님은1년365일,글쓰기에멈춤이없으시면서도,어려운이웃들을위한노래와봉사의삶을계속하실것이다.선생님은아직칠순도되지않은청춘이시다.그래도가는세월붙들수는없는법이다.항상건강을유지하시어청춘을더욱아름답게꽃피울수있도록두손모아기도드린다.

강고집의복어국사랑

강중구

제1회교원학예술상수필부문입상

<수필공원(현에세이문학)>추천완료

한국문인협회,부산문인협회,한국수필문학진흥회,에세이부산문학회,남강문우회회원

국제문화예술상수필본상수상

수필집<가을에그린초상화>외다수

친구들과복어요리를먹고중독되어병원에입원치료를받고있던탤런트현석씨가10일만에퇴원했다는소식이다.참으로다행한일이다.그러나함께복어요리를먹은그의친구는아직도깨어나지못했다니걱정이다.30년지기인그들은오랜만에고향인포항에서좋아하는복어요리를먹고중독이되었다는것이다.

복어요리는나도좋아한다.아니,내향성인나는무엇이나한번신뢰가가면끝까지믿어버리는성격이다.사람은말할것도없고물건도마찬가지이며심지어는한번맛들인음식도여간해서는바꾸지않는다.거기에다강고집이니더말해서무엇하겠는가.

그래서바닷가에있는부산남고등학교에근무할때에는생선회를많이먹었고,부산동여자고등학교에근무할때에는보신탕만먹었으며부흥중학교에서는복어국만먹었다.

사실나는복어를별로좋아하지않았다.합천산골에서나고자란나는복어가어떻게생겼는지도몰랐다.그런데내고향동무가족이피치못할사정으로고향을떠난것이삼천포바닷가에정착하게되었고도랑가에서복어알을주어다가국을끓여먹고는온가족이몰살했기때문이다.다행히내동무는남의집머슴살이를간바람에살아남기는했지만.

그런내가복어국을먹기시작한것은교장발령을받으면서부터였다.해운대신시가지허허벌판에신축중인학교에부임한나는점심식사할곳을찾아나선것이변두리어느마을작은복어국집이였던것이다.

복어국을먹어보니콩나물과생선토막두세개가떠있는멀건국물이시원하기는했지만배가고파서저녁때까지견딜수가있을까걱정이앞섰다.하지만신기하게도아무런이상이없었으니,그래서다음날도그다음날도복어국집을찾게되었다.

그런데1년이지나고2년이지나자해운대신시가지에는아파트가숲을이루었고상가가들어서서음식점이즐비한데도나는일편단심으로한번맛들인그복어국집만찾았다.

내가복어국을달리보게된것은복어는비타민B1,B2가풍부하고유지방이전혀없어서고혈압,당뇨병,신경통등성인병예방에좋으며간장해독작용이나숙취제거알코올중독예방에탁월한효과가있고,혈액을맑게한다는효능을듣고부터였다.그러니나이가들고술을좋아하는나에게는얼마나좋은음식이냐.

그래서나는퇴직을하고나서도복어국에대한미련을버리지못하고친구들이식사나하자면복어국집을찾는다.뿐만아니라우리가족끼리외식을할때면복어국집에서식사를하고는아예복어국을한그릇더사가지고온다.

그러다가나는마침내집에서복국을끓여먹으면어떨까하는생각을하게되었으니,어느날동래시장에서복어를파는아주머니의이야기를듣고서도그랬지만자갈치시장활어센터마라도복어상회주인의말을듣고는안전에확신을가지게되었다.

그런데복어몇마리를상인이장만해주는대로사가지고와서아내더러복어국을끓이게하기는했지만먹기가겁이났다.그래서두세숟가락먹어보고반응을보고대여섯숟가락먹어보고반응을봤다.그리하여어느정도안심이되자이제는집에서복어국을아무런거리낌없이끓여먹고있다.

이러한복어요리를내가참으로맛있게먹은것은몇년전강원도거진항에서였다.부산을출발하여25일동안동해안을걸어서통일전망대에도착한나를위해서울에서먼길을달려온동기생박사장이마련한만찬상이바로복어요리였으니,술잔을높이들고“부라보-!”를외치면서먹는복어회의그맛나고짜릿한감각과담박하고맛있던복어국은내평생잊을수없을것같았다.

하기야중국송나라시성이자동파육요리에이름을남긴소동파(蘇東坡)는이러한복어의맛을‘죽음과바꿀수있는맛’이라고칭송했고,일본의정치가이자미식가였던기노시타겐지로(木下謙次郞)는그맛을‘천계(天界)의옥찬(玉饌)이아니면마계(魔界)의기미(奇味)’라고극찬하지않았던가.

이처럼복어는담박한맛으로사람들을유혹하지만독이있어서먹기를주저하게한다.<동의보감>에도복어를‘맛은좋지만제대로손질하지않고먹으면죽을수있다.살에는독이없으나간과알에는독이많기때문에간과알을제거하고검은피를깨끗하게씻어야한다.’고경고하고있으니말이다.

복어에들어있는테트로도톡신은산란기인3월에는청산가리보다10배나강해서한마리의독은30명의목숨을앗아갈수있다고한다.그래서예전에는복어독으로인한사고가자주일어났지만요즘은복어조리기능사자격증제도를실시하고있어서전문식당에서는안심하고먹어도된다고한다.

그렇다.아름다운장미꽃에는가시가있듯이담박한맛이나는복어는사람을죽일수있는독을가지고있다.따라서장미꽃을따려면가시에찔릴각오를해야하듯이담박한복어요리를먹으려면나름대로의용기가있어야한다.그래서사람들은복어요리먹기를주저하지만나는그런용기도없으면서우연히먹어보니복어국이좋아서계속해서먹고있을뿐이다.

나는오늘도땀을흘리면서복어국을먹는다.복어국은소고기처럼맛이좋고영양가가많다든지,생선회처럼신선한것이아니라콩나물에복어두세토막이떠있는국물뿐인데도나는일편단심으로복어국을먹고있다.고희를넘어선나이에도나는한번믿음이가면끝까지믿어버리는고지식한강고집성격을버리지못하고있는것이다.

우유니(Uyuni)소금평원

강중구

아침에신문을보니‘광물공사,남미최대리튬(Lithium)광산개발양해각서체결,’‘한국,볼리비아리튬광산선점,’등신문마다볼리비아리튬광산개발에한국이참여한다는기사가대문짝만하게나있었다.

내용인즉,한국광물자원공사가세계최대인볼리비아우유니(Uyuni)리튬광산개발사업권확보를위해리튬광산개발을위한공동연구양해각서를체결했다는것이다.

참으로놀라운소식이다.남아메리카내륙에위치하고있는볼리비아는우리나라대척점에가까워서지구상에서가장먼나라이다.뿐만아니라높이가4,000m나되는사막이어서몇년전까지만해도그나라의기초적인자료조차구할수가없었다.그러니아타카마사막가운데있는우유니소금평원이야더말해서무엇하겠는가.

리튬은2차전지원료로가볍고에너지를많이저장할수있어서노트북,휴대전화에많이쓰이며,하이브리드차와전기자동차의3대핵심원료로폭발적인수요가예상되고있다.

그래서우유니리튬광산을두고우리나라와일본,프랑스,중국,브라질,러시아등이지열발전소,고속철도,전기자동차공장,비료공장건설등막대한자금지원을약속하면서치열한경쟁을벌여왔다.

그런데우리나라가540만t이나매장되어있는우유니리튬광산개발을위한공동연구양해각서를체결했다니얼마나놀라운일인가.이제는볼리비아우유니소금평원에서리튬을개발하여우리나라로가져오게되었으니,참으로반가운일이다.

교직에서퇴직을하고자유의몸이된나는전공을살려서배낭을짊어지고지구상에서가장먼남아메리카여행길에나섰다.인천에서출발한비행기는LA와리마,산티아고를거쳐서무려40시간만에야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공항에도착했다.

브라질에서시작한나의여행은하루에버스를24시간씩이나타면서아르헨티나와칠레를돌아보고16일만에사막에막대기하나만걸쳐놓은볼리비아국경선을넘어섰다.

비자가없어서3일간의임시통행증을발부받아볼리비아에입국한나는세계에서가장높고건조하다는아타카마사막종주길에나섰다.

쪽빛물빛과하얀소금이어우러진환상적인블랑카호숫가에높이솟은니까브로화산(5,760m)은검은연기를쉴새없이내뿜고섰는데지표면의흙물이부글부글끓어오르는지열지대는지금당장이라도폭발할것같아서겁이났다.나무한그루없는사막을헤매다가5,200m나되는고개를넘고이런저런신기루를보면서3일만에만난것이우유니소금평원이었다.

우유니소금평원은3,760m나되는높이에12,000㎢나되는넓이의하얀평원이펼쳐져있는데거기에무려20억t이나되는소금이쌓여있었으니,우리네상식으로서는상상조차할수없는것이었다.

소금평원은원래바다가솟아오른커다란호수였으나오랜세월동안에물은모두증발해버리고소금만남아서하얀평원을이루고있는것이다.

넓은바다에얼음이하얗게얼어붙은모습을하고있는소금평원에서서끝없이펼쳐져있는평원을바라보고있노라니자신이인간이라는사실마저잊어버리게된다.생각해보라.산도강도나무도풀한포기도없는하얀벌판이경상남도(10.531㎢)보다도넓게펼쳐져있다면거기에서있는당신은어떤생각이들겠는가.

그리고지평선이아련한소금평원위로지프차를타고시속100km로달려가노라면내가마치우주에떠있는것만같았다.쪽빛하늘아래온천지가하얀소금평원뿐이니내가있는위치도방향마저도알수가없었으니말이다.

그런데얼마나달렸을까,지평선위에점하나가나타나더니섬이되어다가왔다.이슬라데뻬스카도(IsladePescado)라고하는작은바위섬에는선인장들이키자랑을하고있었다.소금으로둘러싸인바위뿐인작은섬에어떻게선인장이살수있을까.키가큰선인장이늘어서서예쁜꽃을피우고있는모습이참으로신기했다.

우유니소금평원은직접눈으로보지않고서는상상조차할수없는신비로운곳으로하얀소금평원과거기에떠있는바위섬이탄성을자아내게했다.그것은우리가사는이세상이야기가아니라하늘에떠있는먼별나라에나있음직한풍경이었다.

신문을보다말고거실에있는조약돌쟁반에서하얀조약들을찾는다.볼리비아우유니소금평원에서주워온소금이다.7년전에그곳을여행하던나는온천지에널려있는소금이탐이나서커다란소금덩어리를대여섯개나배낭에주워넣었다.

하지만배낭을짊어지고먼길을여행하다보니그것은진귀한기념품이아니라업보처럼무거운짐이었으니,내욕심이지나쳤던것이다.그래서하나,둘,버리기시작한것이지구를반바퀴나돌아서우리집에도착했을때에는겨우이작은조약돌하나만남아있었다.

그때나는지평선이아련한우유니소금평원위에서서그것을우리나라로가져갈수만있다면떼돈을벌겠다는생각을했었는데,이제는그것이현실로다가오는가.끝없이펼쳐진우유니소금평원이눈에선하다.

거룩한분노

윤용흠

<한국시>추천완료

한국문인협회,현대수필문학회회원

시집<종심>,<흰구름산마루에흐르고>

수필집<산너머남촌>,<남촌의달빛서정>등

오늘아침(2010.4.23.)J일보의1면톱제목은주먹만한활자로씌어진‘시장,군수등무더기적발’이었다.부연해서‘공사몰아주고별장받…임자없는땅가로채고’라고되어있었다.

또그측면엔‘검사스폰서의혹’진상규명위원장성낙인서울대교수.야당‘특검도입해야’등불쾌한제목들이나의심정을어지럽혔다.공직자의부정비리,어제오늘의일이아니어서놀랬다기보다,국기를지켜야할국가의간성들이저모양이니한심스럽고개탄스러웠다.아니,형용할수없는‘분노’같은것이치밀었다.

전날(4.22.)그사설엔검찰,‘스폰서문화’벗어나려면10년도모자란다.라는표제밑에이런내용과비평이실려있었다.경남의한건설업체전직사장이1984∼2009년까지부산경남지역에서근무했던검사60∼70명에게,술을사고촌지를주고일부검사한테는성접대까지하는스폰서역할을했다고폭로하고,접대목록을공개했다.그는검찰청직원들의회식,환송환영식,체육대회등각종행사를후원하고매월30만∼100만원씩촌지를주었으며,이중에는현지검사장급간부2명도포함되어있다고했다.검사들이스폰서로부터접대받는것은오랜관행이며,시급히발본색원되어야할국가적과제이니이번에야말로그진상을명명백백히밝혀서국법질서가확립되기바란다는논평이었다.

우리법조인들중에는솔로몬과같은명판사도많았고지난군부독재시대에생명의위협을무릅쓰고정의를지킨법관들이있었음을잘알고있다.질서가무너지면나라가망한다.질서수호의간성은공직자,특히검사들이다.그런의미에서‘검사스폰서’추문은사실이아니기를바라며,만일사실이라면‘사회정화’차원에서단호히숙청되어야한다고믿는다.

대공황이한창이던1930년대어느겨울밤,뉴욕즉결법정피고석에한할머니가서있었다.사위는실직으로가출했고딸은병들어누워있었다.굶주린손녀들을보다못해빵을훔치다가붙잡혔다.

판사는할머니에게10달러의벌금을선고하며덧붙여말했다.“할머니가빵을훔쳐야만했던비정한이도시의시민들에게도책임이있다.”,“좋은음식많이먹어온나에게(재판관자신)벌금10달러,법정에있던뉴욕시민(참관인)에게도벌금50센트를선고한다.”고했다.판사는10달러를모자에넣고방청석에돌렸다.금세57달러가모였다.판사는10달러를벌금으로제하고나머지를할머니에게건넸다.이판사가뉴욕시장을세번이나역임한유명한피오렐로라과디아판사였다.

솔로몬의명판보다슬기롭고,미리에르주교가장발장에게베푼것보다더자애로운판결스토리를떠올리면서문득뜨거운눈물이얼핏스쳐감을느꼈다.그것은라과디아판사의따사로운인간애에대한경외(敬畏)의눈물인동시에톱뉴스로국기(國基)를흔드는비리공직자들(사실이아니기를바라지만)에대한분노의표출인듯싶다.

세금납기를한번도어기지않았던성실한중소기업의사장이있었다.사업이번창하여공장을확이전하려고이웃도청에문의했었다.대환영으로도지사가OK했다.서류를해당구청에제출하고준비를서두르던어느날이었다,한사나이가찾아와서보험회사직원임을강조하면서사장뵙기를청했다.사장이필요한보험은이미가입했다고하니,“저공장이전문제는잘되어갑니까?”참으로엉뚱하고괴이한질문을했다.잘된다고답하고는돌려보냈다.

그것이문제였다.그후구청담당자가이리저리트집을잡고방해하고있었다.‘아차,그녀석에게좀집어줬어야했을걸.’생각도해봤으나도저히양심이허락지않았다.담당자에게방해만일삼으면도지사에게보고하겠다고했더니“잘해보시구려,누가손해를보는지,나야규정대로하는것이니책잡힐것없소.”라며야차(夜叉)같은괴상한표정을짓고있었다.사나이와짜고법망을피하는사술같은수뢰기법을활용하고있었다.낯짝에가래침을뱉아줘도시원치않을치사한수법이었다.사장은번민장고끝에공장이전을포기했다.

생산라인에있던직원들을해임할수밖에없었던날,사장은못먹던술에만취되어대성통곡했다.가족들(공장직원)을이별하는아픔을못이겨밤새도록울었다.이튿날아침그는주점주인집에서눈을떴다.

그는유통업에눈을돌려일본에물품을수출하기시작했다.꽤까다로운일본업자들과의계약을두려워했으나무난히통과되었다.그의성실성을일본업자들도잘알고있었으므로교역량은급격히증가하고성업을이루게되었다.

그는어느날동료사장들모임에서“요즘심정이어떠하냐?”는물음에“자식놈에게군대도가지말고,국적도옮기고싶으면옮기라고했다.나도일본에집을한채지으려고한다.”고했다.사술에방해받은분노가얼마나사무쳤기에그런극단적생각을했을꼬생각하니내마음또한쓰리고아팠다.

사람은불의에부딪치면저항하고저항이확심화되면혁명으로나아가게된다.개인적으로보면조국을떠나려하는것은하나의혁명적인행위이다.이성실하고정직한사장을누가이리만들었는가!그사무친분노를이해할수는있다.

그러나그는불의에부딪쳐그것을척결극복하려하지않고눈물을머금고피해가려하고있다.저항의분노일뿐거룩한분노라고할수는없다.거룩한분노는사랑(인간애,조국애)으로변용(變容)되어불의를척결하는데앞장서는법이다.사장님의저항하는분노가거룩한분노로승화되기를바란다.언제가는생산업에서도대성을이루어분노를승화시키기바란다.

‘거룩한분노는종교보다깊고불붙는정열은사랑보다강하다.아,강낭콩꽃보다더푸른그물결위에양귀비꽃보다더붉은그마음흘러라.’(변영로,‘論介’일부)

1593년(宣祖26년),임진왜란때,관기였던논개는진주성이함락되고,사랑하던최경회(崔慶會),경상우도병마절도사가전사하자왜장을의암(義岩)으로유인하여,남강푸른물속으로함께투신하였다.그녀의거룩한분노가불붙는사랑으로변용되어,순국한넋을기리는시이다.분노할수있는자만이용기를가질수있고,거룩한분노일수록뜨거운사랑으로타오르는법이다.

침묵

윤용흠

사람은자기잘못을깨닫기쉽지않고깨달아도시정하기는더욱어렵다.나는평소과묵한편이지만,술이거나해져기분이앙양상태에이르면가끔실언하는수가있다.주로동료친구들사이의하찮은일이지만이튿날술이깨고나면부끄러움과자책으로마음을앓는다.결국패자의심정으로사과전화를하게된다.사과는잘못을뉘우친다는뜻이지만,동료나후배에게머리를조아린다는것은참으로멋쩍은일이다.

그게한번으로그치는것이아니라얼마후에같은실수를되풀이한다는데문제가있다.‘사람은누구나10분에3회꼴로거짓말을한다.’고미국의심리학교수로버트펠드먼은말했다.초면의사람들끼리서로자기소개를해보라는등의많은실험결과였다고했다.인간관계에서상대방또는미디어등의말을무조건신뢰하기보다조심해서음미하라는훈계성내용이다.

어쩌다취중에한두번실언한것이뭐가대수냐고넘어갈수도있겠지만,나는스스로용서가되지않는다.공자께서는70에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나이70에이르러마음대로행해도규범을어기지않음)의‘참자유’를누리셨는데나는삶을관조하고완숙미를보여야할80이넘도록실언을하다니.참으로개탄스럽다.

하늘을우러러한점부끄럼없고땅을걷되한치의거리낌이없고자소원했거늘이무슨창피인가.술은백약지장(百藥之長)이지만만병지원(萬病之源)임을알아야하고,화는입으로부터나오지만복은침묵속에깃들음을깨달아야한다.

침묵이란입을봉하고말하지않는맹묵(盲黙)은아니다.필요할때,알맞은말을알맞은방법으로표현함을말한다.따라서침묵은말하기의한기법이라고도할수있겠다.

때맞은침묵은능변보다슬기롭고달변보다강하다.말하기는인간으로부터배우지만침묵은신[天性]으로부터배운다.말할때를잡을줄아는사람은능히침묵할때를알고,침묵하는사람은사람들로부터신뢰를받게된다.능변은듣기에솔깃하나흐르는시내와같아서그밑이훤히보이나침묵은대양의심연과같아서그깊이를헤아릴수없다.침묵은바위의함묵(緘黙)과는사뭇다르다.억겁의세월을거치면서바위는풍화작용하는극히미세한음파를겨우내는맹묵하는존재일뿐이다.그러나침묵은도도히흘러가는웅변중에잠깐말을멈추고그형형한눈빛으로청중을응시함으로써청중의감동을유발하고호기심을자아내는멋진제스처일수도있다.

해질줄모른다던빅토리아여왕때의대영제국,그제국의견인차였던그랫뜨스톤과디슬레리는수상직을세번이나역임한유명한정치가였다.그랫뜨스톤은옥스퍼드대를거친명문가출신었고디슬레리는겨우초등교육을마친유대인출신이었다.

그들은국회연설의태도와기법이사뭇달랐다.전자는덤덤한모습으로,뚜벅뚜벅황소걸음하듯,착실한모범생이독본을낭독하듯,천천히정확히하는편이었다.이해시키는데는효과적이었으나감동을주는데는역부족일수밖에없었다.

후자는표정과제스처가변화무쌍했다.폭포수가내리꽂히듯질주하는가하면때로봄바람이버들가지에속삭이듯사근사근읊조렸다.그보다그의침묵법은한층돋보였다.울부짖듯절규하듯혼신을다하여외치다가별안간뚝그치고청중을응시하는형형한눈빛!순간장내는무서운정적이흐르고,청중들은감동의절정에서숨이막혀어쩔줄을모르곤했었다.이윽고그는마치연인을달래듯이조근조근말을이어나간다.그는침묵의효과를몸으로터득한연설가였고,청중의정서를손아귀에움켜쥐고이리저리마음대로이끌어가는능변가였다.

천재적전략가이며웅변가였던나폴레옹과세계적문호이며언어의마술사였던괴테와의첫대면도침묵으로시작되었다.나폴레옹이독일에침입했을때두거인은에르하르트에서만나기로되어있었다.이것은유럽뿐아니라전세계의관심사였다.정작대면했을땐두사람모두말이없었다.긴장과침묵은분초(分秒)에실려서주변을감돌고있었다.

이윽고나폴레옹이“여기에사람이계신다.”라고침묵을깨었고괴테역시“과연사람이계신다.”라고화답했다.상대방의인간적수월성을숙지하고있었던양거인은깊은침묵을통해서상대방을존숭하는,축약된심오한말뜻을빚어냈던것이다.침묵은때로시가되며의미가된다.그후의대화는물흐르듯했으리라.

<상대성이론>으로노벨물리학상을수상한아인슈타인박사에게하루는한청년이찾아왔다.그는느닷없이“‘삶의비결’을듣고자왔습니다.”라고했다.묵묵히앉아있던박사는종이에다방정식하나를써주었다.A=X+Y+Z.청년은뜻을물었다.박사가설명했다.X=열심히일하는것.Y=적당히휴식하는것.Z=침묵을지키는것.박사는덧붙이기를침묵은필요할때필요한말만을하는것이라고했다.‘염화시중의미소’처럼이심전심으로인간의심충을꿰뚫는명언이아닐수없었다.수리적이고무뚝뚝하게만보이는과학자인그에게샛별처럼빛나는비범한‘인생비결’이있었다니참으로경탄스럽기만하다.

공자가주나라에가서태조후직(后稷)의사당에들렀다.섬돌아래에금인(金人)이서있었다.그런데그입을세겹으로봉해놓았다.이상해서살펴보니그등에‘옛날에말을삼간사람’이라고새겨져있었다.한번도아니고두번도아니고세번은봉해야말조심이된다는뜻이었을까.유향(劉向,漢나라때학자)의<설원,교양서>에나온다.(이상은한양대교수정민의칼럼<世說新語>인용.)

나는세번의갑절을봉하더라도침묵을지키며침묵을활용하고싶다.

삼베이불

윤옥자

아동문학평론으로등단

한국문협,부산문협,국제팬클럽,한국수필회원

부산수필낭송문학회회장역임

논저<구연동화의교육방안연구>외2권

동화책,구연동화책다수발간

황조근조훈장,천등아동문학상

한여름밤삼베이불을덮고누우면난금새잠자는백설공주가된다.반백년넘게고이간직해온삼베이불을덮으면엄마사랑씨줄과엄마정성날줄에엄마향기북이초원의대륙을신나게달린다.달달달낡은싱가재봉틀자장가도은은하게들린다.참으로아늑하고포근한엄마품엄마냄새에취하는행복한여름밤이된다.

한들한들성급한코스모스가한두송이피면,삼베이불정성껏씻어보석함처럼고이간직한다.그릇씻는세제를조금풀어조물조물주물러행구고또헹궈말린다.꼽꼽할때요리조리접었다폈다잘개어꼭꼭밟으며매만진다.다듬이질을안하고안다려도반지르르윤기가흐른다.촉감이너무좋아뺨에대면엄마품속처럼달콤한엄마향기가난다.

이렇게삼베이불에내온정성을다함은어머니의따스한손길과내죄사함때문이다.어머님은손수삼씨묻는시범보이시고,삼이어른키만큼자라면베어서삶아껍질을벗겨실처럼쪼갠다.삼을삼을때무릎에대고한올씩실을잇는다.이때삼실의윗줄기부분을이빨로갈라그사이에다른실의끝부분을넣고무릎에다비벼한올씩길게잇는다.그때이를잘맞추기위해풋감을먹기도한다는얘긴감에대한원고를쓸때어머니께서자세히일러주셨다.

실이다이어지면불을피우거나햇볕에서풀을먹여삼이달라붙지않도록한다.이렇게어렵고복잡한과정을거쳐서베틀에올려날줄에북으로씨줄을넣어바디로조이고,또씨줄을넣어조이기를반복한다.손과발이쉬지않고잘움직이며삼베를짠다.

그삼베로열두폭삼베이불을손수만들어고이간직하셨다가나의혼수로주신어머니의유품이다.거의열달이넘게어머니의참사랑과포근하고따스한정과희생으로만드신어머니의혼,오로지나의평안을위해어머니의희로애락을올올이새겨짜주신삼베이불이다.

그런데이바보멍청이불효여식은삼베이불을촌스럽게생각했다.혼수구색으로넣은색깔만고운인조갑사이불만덮었으니,불효막심한나는너무너무부끄러워서얼굴이달아오른다.

어머니는선친의3대과업인한의를내가잇길고대하시며큰약장둘과작은약장들,손수쓰신허준의동의보감과약저울세개,서류함,작은쇠절구통과나무절구통,어머니의장롱과경대,쌀뒤주,놋대야,쇄하로,다듬잇돌과방망이네개,홍두깨,갓,큰절구,떡살,어머니의금은매잠등많이도주셨다.

그러나이불효죄인은그게모두촌스런옛것이라탐탁찮게생각하고다락방에가득히넣어두고큰약장만서재에장식용으로두었다.단선친의친필인동의보감과창작집한시조원본은인쇄화해드릴목적으로잘보관하기도했지만.

그러나뜻아닌사고로모든것을다잃어버려부모님산소에갈때마다무릎꿇고남몰래빌고빈다.더구나최근에TV에서진품명품시간만되면나도모르게뜨거운눈물이볼을적신다.

비슷한물품이억원이넘을땐엉엉소리내며애통해한다.불효함도죄스럽지만,거액을놓친안타까움이더큰아픔으로다가오기때문이다.그돈으로부모님산소앞에큰비석이라도세워드렸다면얼마나좋았을까?남몰래자주눈물훔치며사죄할뿐이다.

어머니는삼베뿐만이아니고,무명베와명주까지손수짜셨다.아랫사람들이거들기는했지만베짜기와다듬이질은언제나어머니가하시는것이었다.

호기심많은나는몰래큰머슴방을자주들여다보았다,누에가고물고물뽕잎을갉아먹는게신기해서였다.고치를삶아명주실을뽑은후번데기가나오면동네아이들이신나게먹었지만난자꾸만고물고물기어다니는누에가어른거려먹을수가없었다.반백년이지난지금도난그고소하고단백질이풍부하다는번데기를못먹는다.

무명도목화씨를심어서열매가커가면익기전에다래를따먹은기억도생생하다.목화송이가익으면하얀목화를따서고치를만들어물레로실을뽑아베틀에서무명베를짜는것도보았다.

목화솜으로만들어주신큰요와큰이불은겨울이오면맨먼저내가덮는다.어머니께사죄하기위해서.누에고치솜이불은봄가을두철에덮는다.어머니냄새를맡기위해서.

어릴적삼베에깜장물과연한치자물을들여서만들어주신신식주름치마와민소매셔츠를입고학교에가면동무들이나를빙둘러싸고구경하는모습들도눈에선하다.

어릴때오고가며슬쩍슬쩍본,이와같은것들은내가초등학교4학년담임이되어실과를가르칠땐큰밑거름이되어주었다.내가직접본것을그대로가르치니아이들이껌뻑하도록재미있어했기때문이다.

우리집에는식모아주머니가있었지만삼베이불빨래만은어머님께서손수해주셨다.그런데도건성으로덮는척만한이불효여식에게싫은내색한번안하신그인자하신모습이눈에선해더욱가슴이아리다.

살아생전에내가요즘처럼삼베이불을아껴덮고,귀하게여기는모습보셨더라면어머니는얼마나흐뭇하고행복하셨을까를생각하니눈물이앞을가린다.

나는이번추석에도어머니산소앞에서자랑을했다.올해는더정성껏씻어서고이모셨다고,그리고무릎꿇고빌면서맹세도했다.

“어머니잘못했습니다.이못난불효여식의철없는잘못,지금도그넓으신아량으로덮어주시겠죠?이멍청이불효여식어머님곁에가는날까지삼베이불고이잘간직하겠습니다.이제삼베이불은단하나뿐인저의가장소중한보물입니다.제관속에꼭넣어달라고며느리에게부탁도했습니다.제가얼마나손질잘하고잘보관했는지어머니께꼭보여드리겠습니다.어머니,하늘보다높고,땅보다더넓게존경하고사랑합니다.”

이때늦은후회를어머님은웃으시며아직도철이덜들었다고,걱정하시면서도용서해주실것만같아서감히이글을올립니다.

몽돌밭의물소리

윤옥자

달밝은밤몽돌밭의물소리가그리워거제도학동엘갔다.

추석날밤에다준비를했는데도새벽부터부산을떨고3시간넘게네비의안내를받아11시에거제고현에도착했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갔다.625전쟁의애환이온몸을엄습했다.1950년625전쟁,민족상잔의아픔을딛고,통일을갈망하는역사의현장이었다.

이곳은인민군15만명과중공군2만명등17만3천여명의공산군포로들을수용했던곳으로그중에는여자도300여명있었다.그들사이에는친공포로와반공포로의유혈사태가자주발생했다.

2005년12월10일에개관한이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는포로사상대립관,전투기,대포,탱크,헬리콥터,총등여러가지무기와포로폭동체험관,여자포로관등이마련되어있었다.

그러나625전쟁을경험한70대이상만신나게경험담을늘어놓을뿐,아들과며느리는그저건성으로돌아보고있었다.단지그때공부하다가쫓겨난나의얘길들은손주는호기심이가는듯되물어오곤했지만,여름엔바닷가에서겨울엔추운공장창고에서떨며공부했던아픔이되살아났다.

금강산도식후경이라거제의굴찜,굴죽을먹으려고맛집을찾아헤맸지만모두추석연휴라휴업을하고있어서학동티파니에서해물탕과멍게비빔밥을먹었다.

바람의언덕을찾았다.멀리서도보이는커다란바람개비는네델란드풍차를닮았다.너무나세찬바람이라곧날려가시퍼런바닷물에풍덩빠질것같았지만,아래언덕풀뜯는염소들은태평스럽기만했다.

보름달을보려고밤이빨리오기를기다렸다.펜션의화덕에고기를구우면서도하늘만살피다가드디어한가위밝은달이솟아오르자나는바닷가로달려갔다.

파도가밀려와서몽돌사이로묘하게빠져흘러가는물소….

쫘르르짤르르촤르르졸졸졸쫠쫠쫠찰찰찰쫄쫄쫄조르르르잘잘….

세계으뜸인우리한글수많은어휘로도표현이잘안되어안타까웠다.

그리고옛날보다소리가다르게들렸다.몇십년을그리던그소리가아니었다.이상했다.그땐파도가천천히밀려왔다천천히흘러가그랬던가?그땐내첫사랑아동문학전국회원들과함께했기때문일까?강산이몇번변하는사이에물소리도늙었음일까?아니면내귀가퇴화되어그맑은음을바로듣지못함일까?

그날아동문학세미나후몽돌밭에앉아술잔이오고가는사이,풋내기여회원들과우린좀떨어진곳에서긴시간바다노래와가곡을부른얘기,한회원이고목나무꼭대기에올라가그많은회원들의일거수일투족을관찰한뒷얘기로울고웃은얘기.대우조선에강의하러가면강당을꽉메운학부모들의수준높은교육열,플래카드높이걸어날환영하던얘긴그이가덧붙였다.

다음날도장포에서유람선을타고외도로갔다.언제와도아름다운남국의파라다이스다.해송곰솔,동백,후박,자귀나무등1년내내꽃이피어있는늘푸른섬,바닷바람막이대나무숲,가이즈카조경의극치를자랑하는향나무,너무도커버린종려나무,용설난,유카등은나이자랑에바빴다.야외음악당전망대를비롯한14곳의볼거리가나의발걸음을재촉했다.

매혹적인여러색의꽃수련,배롱나무꽃,천리향,능소화,칠변화,섬초롱,목백일홍도완숙미넘치는사대부귀부인같았다.

조각공원에혼자뒹구는코리몸짓의뜻이궁금했다.안개낀비너스가든은내발을꽉붙들기도했다.이국적인건물과조경으로예쁘게아주멋있게잘꾸며진외도보타미아는올때마다날울렸다.함께못오는첫사랑생각….

갈매기가많아서함박눈이쌓인것만같은홍도를멀리서바라보며옛추억을더듬다가기암괴석사이로아슬아슬하게바라다보이는해금강의신비함에황홀했던기억들이방실웃음을남몰래웃게한다.

거제도는어딜가나기암괴석과푸른언덕과초록바다의반짝이는햇빛윤슬이참으로눈부시었다.

돌아오는길에옥포대첩기념공원엘갔다.성웅이순신장군의모습앞에선저절로고개가숙여졌다.기념관입구의큰북은아이들이오가며울려댔다.공원에는충무공사당,큰거북선과판옥선모형기념탑등이잘갖춰져있었다.

옥포대첩은무방비상태의조선수군이일본수군을맞아최초로대승한전투이다.그곳은과연애국애족의충무정신으로일치단결하여전투에임한흔적이뚜렷했다.언덕위에는충무공이순신장군의동상이위풍당당하게서서바다를내려다보는모습이가슴뿌듯했다.

돌아오면서살펴보니거가대교끝자락과김영삼전대통령생가근처의농소몽돌밭을비롯해여섯곳이나몽돌해수욕장이있었으니,거제도바닷가는가는곳마다아늑하고정감넘치는맑은호수같았다.낮엔유난히반짝이는햇빛윤슬에취하고,달밤엔몽돌밭의달빛윤슬보며해맑은물소리를날마다듣고만싶다.지금도눈에삼삼하고귀에쟁쟁한거제도그바다가그립다.

그리움의길그매화

황다연

<시조문학>추천완료.시조시인

1996년부산시민헌금으로제작된‘부산시민의종’종신에시조헌정각인됨

한국문협회원

시조집및산문집다수있음.

그매화는떠나면서신음소리도내지않았지싶다.생각의여지를갖지못한광속도사회는‘생각하는사람’으로사는마음여유를찾을줄모른다.

몸의눈을끌어당기는가시(可視)적인것,허울뿐인가식(假飾)적인것에마음까지끌려가기예사로운물질만능사회라서고결한정신의상징물에대한보호본능이저절로생기는걸까.

오래마음의눈가에와맺히던금련산자투리땅에살던백매화와청매화두그루는고가도로차량매연에도아랑곳없이겨울이꼬리감출즈음이면봄기운을충실하게전하곤했다.

그런데이번겨울어느날구청환경사업에의해조그만화단으로탈바꿈할때조경사업자는그매화를아무렇지않게퇴출해버렸다.쓸쓸하고삭막한겨울그늘을일시에지워주던침향과같은그윽한향기를존재의생명으로알던매화는아무저항없이사바를떠났다.

내가산을드나드는동안나와눈맞춤인사나눈애정어린세월이이럴때나를그냥두지않았다.없는듯되비치는빈자리의여향이뇌리에아프게여울져왔다.

이세상많은사람들이이따금그리워하는분들뚜렷한삶의향적속에고인향훈을그매화도어느정도지녔음인가.

“여기매화두그루있었는데어떻게되었어요?”커다란정원석이얼마쌓였고뿌리가둥글게묶인나무한그루누워있는곳에서남자몇사람이얘기나눌때다가가내가물었다.

“베어냈어요.”아무렇지않게한남자가대답했다.

“나라경제가밑바닥에서헤매고있는데관청에서살아있는나무를활용하지않고함부로없애는일을이해할수없어요.더구나사군자중의으뜸자리를차지한매화를보고누군가가그무엇을느낄수있도록해줘야지정신환경은중요하지않나요?”

매화의정신적가치를생각하고정신문화를소중히하는풍토를그리워하는시민으로서당연한간섭을했더니그들중젊어보이는40대남자얼굴엔미안함이슬며시번진다.

세상을성실하게살아왔다는순간적인무언의반응이리라.

살아있는나무를최대한활용하여부조화속의조화를모색했더라면서로가좋을텐데내집일처럼간섭해놓고도마음은언쨚았다.심한불경기라그조경사업자가안쓰러웠다.

언제나대부분의시민들은직접적이해관계에놓이지않는일에는그것이어떤일이든무관심하다.관심이애정인데국가라는큰범주속의일원이라는공동체의식을갖고살기엔마음의여유가없어서일까.

나와너를함께이롭게하는이타정신으로살면큰덕을쌓아큰이득을얻게된다는진리를마음으로공부하기엔물질사회는너무조급하고현란하다.

고요해야지혜가싹트고자라는데생각하며살게하는분위기조성이확산되지않는다.

절실히필요한공부는사회중심권에서밀려났고그다지쓸모없는공부는외양적으로엄청나게팽창했다.삶의격조를중시하던계층에서생활속에풍류를접목시켜삶의멋을즐기던버릇은불과한세기를넘기면서고스란히메말라미이라화해버렸다.

멋보다맛을앞세운자극적이고감각적인현대문명은지난날아름다운정신문화를돌이켜볼줄모른다.

촛불의영혼차지한속죄의모습같은소리없는기다림아슬한아픔같은

한줄기빛의순수로온고독에가슴에인다.

오래녹슨악기도피가도는봄기슭손닿으면다녹아내릴천갈래바람끝날때

홀연히부풀어오른

피안의사랑이여!

(‘그리운매화’전문)

이따금존재의근원으로여행하며일체생명끼리서로연관되어있는관계의그물망연기(緣起)의이치를문득문득터득하는사람은삶의범위가넓어자연의이치따라살줄안다.

부모삶의행적이연기법,즉인과원리로후손들에게많은영향끼친다는것을안다.

동식물의삶도배려해주는자연친화적인자연같은사람은사물에대한이해범위가넓은만큼가슴아린일많아슬픔도많이겪는다.아울러그만한슬픔지울만한기쁨이솟아나는남다른규모의환희도얻는다.

인간의삶을돕는동식물의세계에도사랑을아낌없이쏟는자비로운가슴은무한한자연을닮아가면서자연이지닌불가사의한힘을얻는놀라운현상도나타난다.

진정한힘은치밀한이기적인계산속에서나오는게아니라주관과객관의분별의식을떠난툭트인무심도속에서나온다.이래서성철대종사께서는무심과묘각,적조(寂照),적광(寂光)은동의어라고하셨으리라.

일체망상이다떨어져나간무심도에도달해야대지혜광명이나타난다고해인사큰법당이름이대적광전으로불리고있다.어떻든힘은마음세계와밀접한관계가있다.

기다림이라는피땀어린세월없이우리의살과뼈가성숙될수없듯영혼을성숙하게하는통찰의인내없이구원의계절은다가오지않는다.

하염없이목이길어지게하는하염없는기다림이있는곳엔하염없는아름다움이있다.

다양한질량을가진무수한갈등없이우리가존재할수없듯그런갈등의생채기가만든뼈저린아픔없이감동의세계는획득되지않는다.

‘나’를계속확대해나가면일체존재가우주라는동일모체속의동등생명체임을발견할수있기에‘나’와‘매화’의삶이이원화될수없다.

어차피천지는한뿌리를갖고있다.

‘행복3근만주세요.’할수있는행복을파는가게도없는세상이다.‘평화1kg만주세요.’할수있는편안한평화를파는가게도물론없는세상이다.

행복도편안한평화도우리신선한마음이만든다.

공기와바다가국경이없듯우린만물과연관되어살아간다.그러기에우리스스로늘청신하여아름다운환경체가되도록노력하며살아야한다.이것은곧존재의의무다.

꽃이야기

허현숙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학회회원

부산여성수필문학회회원

사람이꽃이될수있다는것을알았습니다.아프리카오지에서한국가톨릭사제한분이얼마나크고놀라운일을하였던지그분이가고나서야알게되었습니다.

고이태석신부님이야기입니다.그분은전기도물도없는가난한내전국아프리카톤즈에서사람들을치료해주었고,음악을가르쳤으며병원을만들고,학교를짓고아이들에게공부도가르치며,무엇보다그들과친구가되어주는것이가장소중한일이라고말했습니다.말기암선고를받고도자신의건강보다는우물을파다왔는데어찌하느냐고걱정하였습니다.돌아가야한다고,가서할일이많다고.그래서더애석해했습니다.

그분은꽃이었습니다.아직도많은이의마음에살아서향기내는꽃이되었습니다.가난과전쟁으로얼룩진그들삶속에신의사랑을심어준그분은영원히지지않는기억의꽃으로남을것입니다.아직도세상이건재한것은그런분들이많은곳에서주어진일에열정과사랑의삶을살기때문이지요.

누구나그렇게살수는없겠지만그래도내삶속에그런분들을모셔오면나는아무것도아닙니다.작은일에도힘들어하고속상해하고다투고슬퍼했던일이부끄러워집니다.신이그분에게아프리카톤즈를주었다면,신이그분들에게가난하고힘든사람들을맡겼다면,나에게는아이들을주었습니다.아이들을사랑하고아껴주고행복한어른이될수있도록도와주는일을사명으로주었을것입니다.

그런데도요즘은아이들때문에너무힘이듭니다.오늘도한녀석이“미친개새끼!”라고욕설을남기고교실문을꽝닫았습니다.가만히있는책상을발로차서도미노로넘어집니다.책상서랍안에있던책들이우르르쏟아져난장판이됩니다.하루에도몇번씩이런사태가일어나고날이갈수록강도가짙어집니다.던지고싸우고정말황당하고체면이서지않습니다.여기가내한계라고이제는그만이곳을떠날때라고,하루에도몇번씩절망합니다.미래는희망스럽지않다고하나씩둘씩포기해갑니다.

그러나아이는아이일뿐입니다.제아무리말썽아일지라도그는아직이세상을조금밖에살지못한어린이일뿐입니다.두려움으로자신감을잃고작아진모습으로기죽어있다가도녀석들에게다가가서손을내밀면내손을잡아줍니다.속이너무상해서눈물이날때,가만히다가가말없이안아주면흐느껴울기도합니다.미안하다고내가잘못했다고말하면이내자기가잘못했다고이제다시는안그러겠다고합니다.아이는처음부터그랬던건아닙니다.너무사랑이받고싶어서병이난것입니다.나를슬프게하는아이들모두가가정이불행합니다.욕을하고집어던지고부수는것은그들의몸부림입니다.

사랑부족한아이들은사랑밖에는약이없습니다.이태석사제가피부가검은그들과,한센병으로몸이썩어가는그들과,전쟁중인그들과기꺼이함께있어준것처럼나도아이들과있어줄수밖에는방법이없습니다.아침이오면다시만나고싶지않은무서운아이들이있어도보듬고살아갈수밖에없습니다.아프다고하면이마를만져주고등을토닥여주는일,슬프다고하면이야기를들어주는일,집어던지고욕하고싸우는녀석들을안아주고쓰다듬어주는일,주로그런일들이신이내게맡긴사명이라생각하니위로가됩니다.마침이아이들은한센병에걸리지도않았고또내전중이지도않고살을뚫고나오는기니아충이있는더러운물을마시고살아야하는환경도아니어서참다행입니다.

그렇게아이들과의시간을숨가쁘게보내고2학기를맞았습니다.아이들이조금씩변해가는것을느낍니다.내가무엇을원하는지알아가는것같습니다.이대로계속5학년이기를소망하는개구쟁이도있습니다.그렇게싸우고대들고던지고부수더니이제는그런튀는모습도없습니다.살아가는방법을터득하였는지무엇을해도최선을다하는모습이너무예쁩니다.그림을그릴때도글을쓸때도그렇게정성을다할수가없습니다.말썽꾸러기들이마음만잡으면더잘하려고노력한다는것도알게되었습니다.미래는결코희망스럽지않은것이아니었습니다.아이들은변할수도있었습니다.나는아무것도해준것이없는데,같이있어준것밖에없는데.그래서고맙고그래서더행복합니다.

신은처음부터알고있었습니다.사랑이이긴다는것을요.그래서우리더러‘서로사랑하라.’고한것입니다.사랑이모든강함을또모든악함을꺾을수있다는것을알려준것입니다.내게주어진삶속에서신이인연지어준모든사람들을온마음을다하여정성을다하여기쁘게사랑하면나도이태석신부님처럼꽃이될수있을는지요.영화를보고돌아오는길,한여름뙤약볕에붉은빛으로피어있던여름꽃자리에이제꽃은없고무수한강아지풀꽃들만피어있었습니다.강아지풀꽃한송이꺾어와작은화병에꽂아두고며칠째보고있습니다.

티푸아나티푸

손수영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다스림동인

부산수필낭송문학회회원

‘LoveisjustaDream’이방안가득히콜로라투라음색으로출렁인다.화려하나슬픔비슥이젖은그녀의목소리에내가슴은시리다.화투짝을잡았다.음악듣기에몰입되면화투짝을잡는묘한버릇을나는아직버리지못한다.

몇년전,미국얼바인의한호텔에있을때다.6월경이었을까.아침에호텔주변을걷고있는데눈에확들어오는것이,무척신선하다.4~5m넘는교목들이연신노란꽃들을열어젖히고있는중이었다.순간의놀라움을화들짝안겨준꽃치고는참자그마하고수수하지않은가.꽃송이가내엄지손가락한마디보다작을까말까.

눈여겨보니호박꽃을닮기도하고아침태양의부드러운노란빛을닮기도한그홑겹의꽃에서는양귀비꽃의모습도,바람꽃인야생아네모네의모습도보인다.오히려바람꽃이라는별명이아네모네보다는양귀비나이꽃에더어울리지싶다.초록잎사귀는아카시아잎을닮았고송화색작은꽃은그지없이애잔하다.

낡은듯한노랑꽃에마음이머무른다.한때격랑에휩쓸렸던빛바랜사랑이그러하듯,격정이깃발처럼나부끼던한순간의청춘이그러하듯가슴이아릿하다.낯선이방의땅이라서그랬을까.그게그렇게아름다울수가없었다.하기야낯선땅은사람들을좀이상하게만들곤하지.그곳얼바인땅도그즈음에한창나를흔들어놓았던음악,‘사랑은꿈과같은것’에홀라당빠져들듯이그렇게빠져들게만들었다.

사실그꽃은3월인가,4월인가아니면5월인가부터피어있었던듯하다.그제서야내마음이그것을보게되었을뿐이다.무엇보다도나무이름을알고싶었다.떨어진꽃잎을쓸어담는사람에게서툰영어와손짓으로물어보았으나말이통하지않아서인지알아내지못했다.호텔직원들에게서도알아낼수없었다.영어를어느수준까지할수있는며느리에게알아봐달라고부탁했건만모두모른다는답만돌아왔다고한다.

여름은거의끝나가고….긴가민가하여미적거렸던허전한사랑이,걷던걸음을자꾸길바닥에주저앉히듯그렇게아쉬워하며얼바인을떠나왔다.우두망찰하다가놓쳐버린나무이름이이토록내속을끓게할줄어찌알았으리.

송화색꽃이그리웠다.간절하면소원이이루어진다던가.작년여름에다시얼바인의그호텔에묵게된다.잊지못하고있는나무를먼저찾았다.놀놀하게핀송화색꽃은여전히아름다웠고수수한모습이참으로정답다.하지만어느시인의‘꽃’처럼내가그의이름을부를수없으니그나나나서로바라보기만하는,‘다만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을뿐이었다.

포기했던관심이드글거리자도저히견딜수없어서이름을다시알아보기시작한다.호텔직원의손을잡고꽃나무에게로갔다.형편없는초보영어단어몇마디로‘이나무이름이뭐냐’고묻는다.역시모른단다.내가묵는방번호를적어주며알아봐달라고부탁했다.귀국날짜가다가오는데도알려줄생각을안하는것같아애만탄다.채근하고보채고확인할때마다매니저한테알아보겠다느니알아보고있는중이라고만하지않는가.

‘TipuanaTipu,TipuanaTree,TipuTree!’마침내종이쪽지를받았다.한눈에홀까닥반한후그의이름을근근이알아내기까지한3년걸린셈이다.그감격을어떻게형용할수있으랴.글자를보는순간벙벙하게서있기만했다.현실감이없었다고해야하나.지금생각해도,그에대한관심을허망하게끝내지않기위해지나치게집지고끈질기지않았나싶다.학을떼었을법한호텔직원들에게내기쁨과감사함을다전하지못한것이후회스럽다.호들갑을떨고오두방정깨방정을떨어도그기분을표현하기에는시원찮지않은가.겨우내가한행동이란,나무에게로가서그의이름을가만히불러보았을뿐이다.

집에돌아와서제일먼저한일은인터넷으로티푸아나티푸를찾는거였다.그것이정말그의이름이긴한지.아무리뒤져도찾을수없다.어느나라의관광지로‘티후아나(tifuana)’만살짝뜰뿐이다.티푸아나티푸는구글에있었다.꽃이며나무의모습이영판그다.장미목콩과라고되어있다.꽃빛깔은황금색,오렌지색,밝은노랑등이다.한글번역문장은뒤죽박죽이었으나그것만이라도고맙고고마울따름이었다.

‘티푸아나티푸’를‘프라이드오브볼리비아’라고한다.‘볼리비아의자존심’이라는별칭으로봐서볼리비아가원산지라는말인가?그렇다면미국등지에있는그나무는도입종,외래종,수입종이라고불릴터이다.이방의나무,티푸아나티푸의프라이드!왜그런지갑자기허전해진다.허탈하고도해괴한이마음으로봐서그것이미국의토종이길바랐던모양이다.

나자신도느끼지못하는사이에토종에대한맹목적인믿음과가치를갖고있었나보다.편견이아닐까.수입명품엔눈알부라리며눈독을들이면서무슨까닭으로명품이외의도입종외래종수입종에게는‘그때그때달라요.’로믿음의정도와가치를매긴단말인가.나자신조차도우리동네의박힌돌이아닌,타지에서굴러온돌이지않은가.토종식품에대한원천적인믿음이사누가뭐라고하랴마는그외의외래종엔어쩐지뜨악한생각이드는나자신을다시한번돌아보아야할것같다.

몇년전,TV에서본토종개구리의적이던외래종황소개구리가눈앞에서왔다갔다한다.우리아파트에떼거지로몰려붙었던징그러운중국꽃매미에도진저리가쳐진다.이제황소개구리는파충류의먹잇감이되어개체수가급속히줄었다하니외래종이라고타기하기전에오히려유용하게쓰임을생각해봐야할때다.

‘티푸아나티푸’는준(semi)상록수다.얼바인의뜨겁고건조한날씨를잘견딜수있도록시원한그늘을드리워주는역할을톡톡히해내고있다.시원한그늘을주기만할까.화사하진않으나겸손하므로더욱아름다워보이는꽃에서,녹녹잖게녹아있는자부심이은근히전해져온다.얼바인의정원수로서팜트리나자카란다보다못할게뭐있겠나.그들이라고해서미국토종이긴하랴.나무들을서로비교해보는내심보는티푸아나티푸가토종이아니라는것에괜히심술이난때문이아닐까싶다.사실말이지,팜트리나자카란다는그웅장한위용과귀티가이방인을압도하고도남는다.티푸트리또한시원한그늘을풀어놓아주는다정함에사람들은꽤편안하다.그들은있어야할곳에서로조화를이루며서있었다.

티푸아나티푸를우리동네가로수로들여왔으면하는마음이간절하다.화사한벚나무와수수한티푸트리가담담하게조화를이루어낼것만같아서다.하기야볼리비아나LA같이열대성기후나난대성기후에서자라는이방의나무가우리나라의혹독한겨울을이겨낼지는모르겠다.그의내밀한자부심으로봐서는해내지않을까.

LA에살고있는외삼촌과이모님들,그리고친구인선영엄마와지인들을만났다.미국인이되어당당하게살고있었다.그들에게서스며나오던수수한아름다움,그것은아버지의아버지로부터어머니의어머니로부터이어온모든것들을그들의몸이기억하고있기에풍기는아름다움일것이다.빛나는시선또한우리조상에게서물려받은순수한눈이며그순수한눈으로세상을바라본다는걸알수있었다.그들이야말로미국시민인동시에아주멋진‘프라이드오브코리아’가아니겠는가.

조수미의음악처럼티푸아나티푸가나에게는꿈과같은사랑이었을까.지금도잊지못하고가슴만저리다.어제의청춘과한때나를훑었던격정과그리고낡아가는내넋이애절한선율을따라화투짝에무심히얹히고있다.

열정기(熱情記)

허정림

부산문협회원,불교문협,수필문협,수필부산문학이사,부경문학회감사

수필낭송문학회회장지냄

제10회문예시대작가상수상

수필집<어미새의눈물>등2권

차를타고가는도중이었다.두여성이다정하게이야기를나누는모습이차창으로보였다.색낡은청바지에울긋불긋한상의를차려입고,운동화를신었으며,등에는배낭을졌다.아주경쾌한차림새다.버스를타려는지,정류장언저리를서성거리며서두르는기색도없이퍽여유로워보인다.아마도남편을출근시켜놓고,아이들을학교보낸뒤에,자투리시간을이용하여뜻맞는친구끼리운동삼아산으로가는길인가보다.

산은심신을맑게하고,나날을새롭게살아라,한다.그날이그날같은일상의스트레스를확날려줄뿐만아니라육체를다듬어주고마음밭을긍정적으로일궈주는자애의손길을지니지않았던가.자신의삶을위하여열심히부지런히살아가는요즘여성들의건강한모습이참으로아름답고멋져보인다.

이즈막엔전업주부라해서집안에가만히박혀있는여성은드물다.나이젊거나,혹은노년일지라도아침나절이면거의가집을비운다.조금늦은시각에볼일이생겨전화번호를두드려보면벨소리만이멜로디에얹혀메아리처럼되돌아올뿐,묵묵부답은예삿일이다.그만큼사회가여성들에게활짝문을열어젖힌세상이되었다는뜻일게다.

주부로서자유외출이란언감생심생각도못해본시절이있었다.생활시설이불편하기그지없던때에살림살이에묶이고,남편의뒷바라지며,자라나는자식들의치다꺼리에여념을가질겨를이없을만치,빠듯한일상에시달렸다하여도과언이아닐테다.일찍이접어버린꿈을아련하게가슴에품고살았다한들,그것을피워낼못자리도없었을뿐만아니라,여자의꿈은오로지남편과자식안에머물러있었다.이즘처럼곳곳에열려있는배움터란생각도못해본시대에,더구나내가살던곳이시골이라기껏해야가정주부들을찾아다니는무료요리강습회정도가최선일따름이었다.

세월이지나가면바쁘게돌아가던일상도느슨해지기마련이다.강물처럼흘러가버린세월따라자식들이다자라제갈길로떠나가고,남편도정년퇴임을한다.오직내가아니면안된다는절대의임무가힘을잃으며,내영혼에남겨진그림자는소망하던자유가아니라허무였다.무대뒤로사라지는아픔이제2의사춘기를부추겼을까.자식들이떠나가버린빈둥지를지키며,내것하나가진게없어참을수없이가난한나에게,어느날무심코비쳐진티브이화면이눈을번쩍뜨게한다.

문화회관이문을열면서내게손짓을보내온다.여성교육을위하여준비된풍부한프로그램이수많은여성들을불러들였다.무성한정보화시대를맞으며,인터넷교육과더불어어학이며음악미술요리등,전통문화예술전반에걸쳐최고의강사진으로질높은교육의혜택을베풀었다.교육을받으면봉사로이어지는수련의기회까지연계되어각종강사의자격을갖추는데큰도움이된다.그리하여사회에기여하게된수많은주부를여성인력으로배출하는계기가되기도하였다.배움에주린여성들에게가르침을주고,자신의끼를맘껏발현하게하는문화여성의모태가되어준기회의장이열린새시대를맞은것이다.

누가부르는듯달려가수강신청서를낸다.뒤늦은배움의길일수록열망은배가(倍加)되어,배움에목마른주부들이너나없이밀려들며제비뽑기로당락을결정하는과목도생겼다.이곳에서전문지성을갖춘훌륭한여성강사들을만나고,자신의참다운삶을살아가는멋있는그들에게매료되기도하였다.

‘미츔’,사전을들쳐보면미치다의이름씨라고풀이되어있다.그랬다.나는허기져미치듯그길을나다녔다.미츔하지않고는이루기어려운것이배움의결과물이지싶다.

하릴없는일상이확바뀌어버린다.외출이잦아지고,먼거리에있어오가는일도예사롭지않아집안일에소홀한틈도생긴다.그이도뜨악한눈빛으로바라보곤하였지만,거침없는나의열정은멈출줄을몰랐다.

산은그런나에게부채질을해준다.하염없이버스를타고가노라면길목에바라보이는구덕산의사계가뚜렷이다가와나의묵은감성을일깨운다.시린겨울날에도나목에서터져나오는생명의함성이들려오고,침잠한가지에안개처럼어리는보랏빛숨결이보일듯아른거린다.

봄이오면어릴제뛰놀던그산이온통추억의꽃소쿠리가된다.주체할수없이차오르는환희에떨며,더불어저산에기쁨을날려줄이를찾아주위를돌아본다.구덕산의황홀한꽃축제에초대받은손님은오로지나홀로인듯하였다.

어느결에청청한여름산이다가든다.계절마다새옷으로갈아입고말없이말하는산,색색으로단풍진나뭇잎이생의절정을태우는가을산은심오한철학자가된다.보이지않고은근하게,소리없는움직임으로인생을말씀한다.어떻게긁적이지않고배기랴.17세에싹튼소녀의꿈이어느덧기운햇살아래서,한송이열정의꽃으로피어난다.늦었다싶은때가가장적당한때라는말을실감하게된다.

열정이란무시로샘솟는것은아니다.시계(視界)가좁아지고,일상이시들해지면뜨겁던내면도식어지기마련이다.그럴때나는산으로간다.산들바람을입으며걷는다.자연은신성의기운을내뱉고,나는그것을숨결로받아마신다.내혼신이채색으로물드는것을느낄때면,다시꽃처럼붉게피어나는열정을만나곤한다.

불꽃처럼

허정림

올같이팔팔끓는여름이또있을까.구월에들어서도여전히불꽃이다.이런날영화를보러간다.자신을불꽃같이태워버린거룩한이를만나러간다.

그는의사로서신부가되었다.역경을딛고의사가되었고,다시신부가되어2002년에아프리카로떠났다.내전으로폐허가되어버린수단에서톤즈마을공동체운동에깃발을올렸다.불쌍한아이들을위하여학교를짓고,움막진료소를세워한센병환자등,하루300여명의환자를돌본다.태양열집열기를마련하여전기를밝히고야간수업을하며,청소년들로구성된32인조부라스밴드를조직하여음악교육에열정을쏟는다.

고국의형제들과지인의도움으로마련한악기와멋진단복을차려입고,지휘봉을든신부님과악기를연주하는아이들이혼연일체가된다.영혼과영혼을묶어주는신비의끈이되어아이들의얼굴에서잃어버린표정이살아나고아프리카혼의리듬이흥겨운몸짓으로하나가된다.

지난가을에귀국하였다가주위의권유로,바쁜걸음을잠시멈추고건강검진을받는다.뜻밖에도대장암말기라는청천벽력같은선고가내려진다.그와중에서도톤즈후원기금마련을위해음악회를열고,맑고아름다운미소와천상의목소리로노래하며슬픈우리를오히려위로한다.

특별한사람,이태석신부님은높은이상과꿈을묻어둔그곳으로돌아갈수없었다.하느님은왜가난한땅에가장필요한그를거두어가셨을까.하늘나라에도그가아니면아니될일이생겼단말인가.

꽃의나이48세,앞날이창창한신부님은불행한이웃을위한원대한포부를접고,하느님의부르심에순종하였다.혼신의씨앗을뿌려놓은그곳,지금은그가그리워울고있는아이들곁으로돌아가그들의수호천사가되었으리라.

“울지마,톤즈.”

초인(超人)의삶을불꽃처럼살다스러진거룩한임의이야기는막이내리는데,아무도자리에서일어설줄모른다.여기저기서눈물닦는소리가들린다.나도손수건을꺼내어흐르는눈물을훔친다.

공중화장실에서

최홍석

<수필시대>추천완료

부산문인협회,청하문학회,부경대학교문우회회원

부경대학교경영대학교수

며칠전에대만국영TV에서우리나라공중화장실을특집으로취재하여보도하였다고한다.대만은우리보다1인당국민총생산이더높은나라인데다소의외라는생각이들었다.그러나해외여행갔을때의경험에비추어보면이제우리나라공중화장실은적어도그시설과관리만은선진국수준을능가하고있음을알수있다.더욱이어디에서도사용료받는곳이없으니더말해무엇하겠는가.

공중화장실이독립건물일경우,선진국에서는그출입구를서로반대편으로하여남자용과여자용을구분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우리나라는좌우로나누어들어가도록설계되어있다.가족들이함께남녀로나누어갔을경우,후자가더편리하다.개발도상국은물론이고선진국에서도벤치마킹할필요가있을것이다.

문을열고들어가면문쪽에거울이달린벽면으로세면기와급배수시설이있고씻은손을말릴수있는드라이어나페이퍼티슈가있다.안쪽으로는소변기가나란히서있고반대편에는좌변기,양변기가갖추어진독립공간이널찍널찍구분되어있다.화장지는늘준비되어있고급배수시설도손색이없다.이건선진국에서도똑같다.우리가선진국의것을모방했으니같을수밖에없을것이다.

그러나시설을이용하는사람들의수준은아직도멀었다싶을때가한두번이아니다.남자화장실을예로들어비교해보자.소변을보기위하여화장실로들어선사람은다른사람이없을경우,제일안쪽에위치한소변기앞에서야한다.물론다른사람이이미소변기앞에서있으면그바깥쪽옆의소변기를사용해야한다.

먼저온사람이소변기앞에서일을보고있는데그뒤를돌아서안쪽으로가면안된다.먼저온사람이한사람뿐인데그가세면기바로옆에있는소변기앞에서있다면어떻게할것인가?그때는무조건그사람이일을끝내고세면기앞으로올때까지기다려주어야한다.기다리는시간이무료하면거울에비친자신의잘생긴(?)얼굴을보고있거나손을씻으면된다.바지춤을내리고일을보고있는사람이,뒤로돌아와위해(危害)를가할지도모르는뒤에온사람때문에불안해서,오줌줄기가끊기지않도록해야한다.이것이에티켓이다.화장실에온사람들이그목적외의범죄행위를하는일이있기때문에생긴공중도덕이아닌가싶다.안쪽에서먼저일을끝낸사람은늦게온사람뒤를돌아나와도괜찮다.그가그곳에온목적이확인되었으므로뒷사람이불안해할이유가없게된때문이다.

객원교수로미국의테네시대학교에머물때의일이다.가족들과함께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스(GreatSmokyMountains)국립공원에갔다가돌아오는길에가까이있는공중화장실에들렀다.사람이아무도없었다.바쁘지도않으면서습관적으로세면대에서가장가까운소변기앞에서서일을보고있었다.곧고등학생쯤으로보이는백인청년이들어오더니흘낏나를쳐다보고는세면대에서손을씻기시작하였다.처음나는그가단지손을씻기위하여화장실에들어온줄알았다.그러나내가일을끝내고세면대앞으로다가오자급히손의물기를닦고는가장안쪽의소변기앞으로가는게아닌가.“아!미국사람들이귀중한것을만질때는손부터먼저씻고일을보는구나.”나는그렇게생각하며오늘또하나배웠다고생각하였다.그리고얼마후에미국인교수와농담하면서그이야기를했더니내가서있었던위치를묻고는내잘못을지적해주었다.

여자화장실의경우,변기가놓여있는화장실의모든출입문이잠겨있고사용중(Occupied)표지가되어있으면돌아나와서화장실바깥출입문앞에서기다린다.누가먼저나올지모르기때문에한사람이나오면한사람이들어가고두사람이나오면줄선순서대로그다음사람이들어간다.기다리는사람중에서는가장일찍왔음에도불구하고운이없어오래도록일보는사람의화장실문밖에서발을동동구르는것보다는훨씬합리적인시스템이아닐수없다.

시설이나관리가아무리우월해도이를이용하는사람들의의식수준이낮고공중도덕이잘지켜지지않는다면무슨소용이있겠는가.고속도로공중화장실소변기앞에설때마다“남자가흘리지말아야할것은눈물만이아닙니다.”라는표어를읽고는실소를금치못한다.그런표어없어도서양사람들은우리보다더가깝게다가선다.

30여년전,런던시내의공중화장실에서나이가좀들어보이는아버지가두세살쯤의남자아이를데리고와서소변기앞에세우고는바지를내리고소변보는순서를가르치는모습을본적이있다.부자지간의대화가너무나정겨워서한참동안물끄러미지켜보았다.“참으로영리한소년이구나.”그들과눈이마주치자무안해진내가한마디거들었다.“고맙습니다.라고인사해야지.”아버지의교육은거기까지이어졌다.공중도덕과에티켓은교육을통하여갖추어지는사회적예절이다.그리고그중심에는가정교육이있다.

우리나라대학화장실에서교직원과학생을구분하는곳은어디에도없다.식당은더러있으나사실은허울뿐이고학생들이직원식당을이용하는것을막는사람은아무도없다.사실상경계가사라진것이다.영국의옥스퍼드(Oxford)나캠브릿지(Cambridge)의칼리지(College)들은이를엄격하게구분하고있다.먹고배설하는가장기본적인인간욕구의해결에교육자와피교육자를구분지음으로서교육의권위가시퍼렇게살아있도록유지하는것이다.교육자의권위가바로서야제대로된교육이이루진다고믿고있기때문이다.

나는학생들과함께사용하는우리대학화장실에서얼굴찌푸리게하는일을겪은적이한두번이아니다.씹던껌을변기에내뱉고나가는사람이없나,세면기에서손씻고화장지풀어서손닦고나가는사람이없나,심지어는대변기에앉아문걸어잠그고담배피우는사람도있다.자욱한담배연기때문에숨이막혀서화장실에들어설엄두도못내고발길을돌린적이한두번이아니다.전에는그냥참았는데요즈음은큰소리로야단을쳐보지만얼마나먹혀드는지는알길이없다.

공중화장실은그시설의우수함과청결한관리상태뿐만아니라함께사용하는사람들의생활습관이아름다워야쾌적함을공유할수있을것이다.언젠가는지구촌의모든언론들이앞다투어한국의공중화장실을세계에서가장아름다운곳으로보도하는날이있기를기대해본다.

(2010.8.)

네가지고통(四苦)

최홍석

바다보다도더넓고깊은고통속에서4년의세월이흘러갔다.참으로빠르고무심한세월이다.열락(悅樂)의시간이야언제나짧게느껴지겠지만자학(自虐)의시간도빠르게흐르기는마찬가지다.아무리힘들고어려워도고통의순간들은강물이바다로흘러들듯과거의바다속으로흘러가사라진다.강의상류는하류의과거다.바다로흘러드는하류의강물에는이미상류의특성은없다.넓은강폭,느린흐름,흐린강물로변신하여모든것을감싸안고아우르며도도하게대해(大海)로사라질뿐이다.

사람사는세상도다르지않다.아무리버둥거리며몸부림쳐도세월은우리의의사(意思)와는아무상관없이흘러가버린다.세월이흘러우리가예기치못한죽음앞에섰을때,그렇게지나간세월의영욕(榮辱)이우리에게무슨의미가있겠는가.그러므로산다는것은시간의흐름이라는자연현상에나자신을포함시킨것에불과하다.인생일백년을살아도45억년지구역사에비하면눈깜짝할사이의일순간에불과한것….우주의시간에비하면더말해무엇하랴.그야말로아무것도아닌것이다.그럼에도우리는작은일,하찮은사건에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오늘을산다.기쁨과즐거움은순간이고슬픔과괴로움은두고두고곱씹으며고통속에서살아간다.

경전에이르기를사람은누구나네가지괴로움속에서살아간다고한다.이를사고(四苦)라고하는데그첫번째가보고싶은사람을보지못하는괴로움이다.사랑하는사람,보고싶은사람을잊지못해불면(不眠)의밤을보내는사람들의고통을말한다.겪어보지못한사람은말할것도없고겪어본사람일지라도그고통의깊이를어찌필설(筆舌)로표현할수있으랴.살아있다면다시만날희망이라도있겠지만이미생사의경계를넘은사람과의이별은슬픔보다더아픈고통이다.이러한사람들의마음을위로하기위하여성인(聖人)은‘회자(會者)는정리(定離)하고생자(生者)는필멸(必滅)’이라고했다.만나면헤어지고살아있는것은반드시죽는다는가르침이다.지금이순간에도보고싶은사람을보지못해고통의바다를허우적거리는사람들이얼마나많은가.

두번째는보기싫은사람을봐야하는괴로움이다.인생에아무런도움이되지못하고결정적인순간마다치명타를날리는사람과계속해서만나야할때우리는절망한다.다음에는또어떤펀치를날릴지두렵고,그로부터도망치지못하는자신의무능함이가슴을찢는다.

선거에낙선하고공식적인자리에서당선자와만난적이몇번있었다.억지미소로안부묻고악수하고그러고는행사가진행되는내내마음이편치않았다.그의빛나는승리를인정해주고내패배를깨끗이받아들여야하는데그게말처럼쉽지않았다.무엇보다도선거기간내내나를음해하고,없는사실을만들어내어교묘하게퍼뜨리는그의야비한술책을용서할수가없었기때문이다.그렇더라도그의오만함이돋보이도록배를깔고납작엎드리면되는데그렇게비굴하게살기는더더욱싫었다.자연히그를피하게되고그가있는자리로부터멀어지려고애썼다.그렇게4년세월이흘렀다.마침내그의임기가끝난것이다.더는공식적인자리에서그를볼일이없게되었으니내고통도이제는끝난것인가?

세번째는하고싶은일을못하는괴로움이다.초등학교때의내꿈은학교선생님이되는것이었다.나는용케여러길을둘러서마침내대학교선생님이되었다.코흘리개어린애의꿈이실현된것이다.대학교단에서30여년을보내면서나는이직업을천직이라고생각하고있다.진정으로내가하고싶은일을하며한평생을보낸셈이니복받은사람이다.

그러나나이들어한때대학행정을맡아일하면서새로운목표가생겼다.CEO로서우리대학을한번경영해보고싶었던것이다.지나고보면그게과욕이라는것을알게되는데그때는왜몰랐을까.치열한선거전을치르고낙선의고배를들고나서야비로소내능력의한계를실감하였다.그러나세월이흐른지금도그일은내가적임자이고내가맡았으면훨씬더잘했을것이라는믿음을버린적이없다.정말하고싶었던일이었는데,그일을못하는괴로움속에서4년이라는세월을보냈으니기가찰일이다.

네번째는하기싫은일을억지로하는괴로움이다.지금하고있는일에대해서힘들어하고괴로워하면서도어쩔수없이해야하는일이있다.내경우는3년동안의군대생활이여기에해당된다.신병훈련소에서는총검술훈련을시킬때총구에끼운칼이적의인후부(咽喉部)를지향(指向)하라고가르친다.단숨에적의목을찌르라는것이다.살을파고든칼을재빨리뽑아내는기술도가르친다.전쟁터에서백병전(白兵戰)을치를때를대비하여훈련을시켜두는것이다.총검술16개동작을익히는연병장에서도10분간휴식시간은있었다.그때마다나는땅바닥에누워하늘을처다보며힘들어했다.지금내가배우고있는것은영락없는살인의기술이아닌가?어디그뿐인가.3년동안의군대생활거의전부가하기싫은일억지로하며채우는것이었다.

그러나자신과가족의안전을보장받기위해서는적의침략으로부터이나라를지켜내야하고이를위하여잘훈련된군인이있어야한다.내자신이전쟁터에서살아남고싸움에이기기위해서는그런기술을잘익혀두지않으면안된다.훈련과정에서땀을많이흘릴수록전쟁터에서피를덜흘린다고했다.그러므로그누구를원망할수도없고,군입대를후회할수는더더욱없었다.이땅에남자로태어나반듯하게살려면반드시거쳐야하는관문인것임을잘알기때문이다.그러나세월이지나고보니그때의힘들고어려웠던일들은내인생에서참을성과자신감을심어준참으로소중한경험이었다.어찌군대생활뿐이랴.사람마다정도의차이는있겠지만살아온세월대부분을하기싫은일억지로하며살아가고있지않은가.

누구에게나고통없는삶은없다.산다는것은그자체가고통이기때문이다.보고싶은사람보지못해서괴롭고,보기싫은사람보지않을수없어괴롭고,하고싶은일할수없어괴롭고,하기싫은일하지않을수없어서괴롭다.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했던가?이고통을벗어나서진정즐거움을누릴수있는길은없는것일까?

세월이흘렀다.흘러간시간만큼아깝고소중한것은없다.그러나사람이고통을이겨내고마침내삶의즐거움을누리기위해서는시간이필요하다.흘러가는시간의강물위에육신의모든고통을내려놓으면마침내망각의피안에도달할수있을것이다.그러므로시간만이모든것을해결해준다는옛말은언제나옳다.여기에종교적신념을더하면금상첨화가따로없을것이다.지난세월,그유유한강물위로네가지고통의파편들을띄워보내며내가얻은교훈은황폐해진몸과마음의안식처가오직깨달음을구하는자리에있다는믿음이다.모든것은무상하고(諸行無常),모든것은내가아니며(諸法無我),깨달음은고요하다(涅槃寂靜)는성인의가르침이다.(2008.8.)

잊혀진여인

황원준

<문학예술>추천완료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문학사편찬위원

부산문인협회사무국장역임

현.부산광역시문화원연합회사무처장

몇년만이었을까?온난하고바람이많은기후탓인지좀처럼눈구경을하기가어려웠는데참으로오랜만에눈이내린다.

어쩌다눈발이비칠때마다들뜬마음이채가라앉기도전에눈은그쳐버리기를반복해왔으므로이토록많은눈이오리라고는아예기대조차하지않았다.하지만시간이지날수록눈발이거세어지고주위가온통무채색으로아득해지자채비를서둘러길을나섰다.

조그만저수지에이르렀다.차갑게만보이는눈도그속에는식히지않으면안될화염이있나보다.눈은불빛을찾아휘몰리는하루살이처럼바람을타고물속으로뛰어든다.조금의머뭇거림도없이제몸을던져녹아내리는그모습이허망하고애처롭다.불속으로몸을던져격정을사르는하루살이나물속으로뛰어들어열정을식히는눈이나속절없기는마찬가지다.

논배미를따라솔밭으로접어드니숨어있던바람이눈을한움큼쓸어던진다.머리위로떨어진눈이목덜미를섬뜩하게하지만바람의장난이싫지는않다.달아나는바람의뒤통수를겨냥하여서둘러눈한덩이를뭉쳐던져보지만재빨리숨어버리는바람에애먼나무가날벼락을맞는다.

눈을뒤집어쓴시누대밭은잠복을하고있는병정들처럼푸른눈을반짝이며숲을지키고,빗자루같은미루나무는하늘마당을쓸어내다지쳤는지안타까운입김만내뿜고있다.

그런저런모든것들이제각기다른모습과다른생각으로애면글면,아우성치는지상의모든것들이측은해보였는지눈이모조리감싸덮는다.모든것이평등한눈의품안에서눈을감고행복해한다.아~참평화롭다.

순백으로덮인눈길을걷는기분은신기하고황홀하다.나부끼는눈발은춤추는무희의몸짓처럼현란하고부드럽다.하지만그차가운성정은요부의눈빛처럼예리하다.신비롭고청순한한편,무척이나육감적이다.깨끗하고여린만큼이나민감하여서밟힐때마다발아래에서형언할수없는소리를내며교태를부리는바람에발목이시고오금이저리도록온종일눈을밟고다녔다.

지금은깊은밤.구름을밟고다닌듯한,한낮의외출에서이어지는여운에아직껏놓여나지못하고있다.온종일눈밭을헤매어몸은젖은솜처럼무겁기만한데왜이리잠을이루지못하는것일까?창밖은아직도긏지않는눈발을따라가로등의불빛이산란하여환하다.몽롱하게명멸하는불빛.온통안개처럼뿌옇게흐린공간위에환영처럼푸르고붉은빛이스쳐지나며그림한폭을끌어낸다.

무채색을바탕으로담홍과담청그리고담녹색등을유려하게배합하여환상적이면서도애잔한슬픔이흐르는신비로운그림.꿈을꾸듯크고검은눈,감정이라고는담기지않은냉랭하고창백한얼굴,하지만그소녀의스카프나의상이파스텔톤으로절묘하게묘사되어부드러운여성들의움직임이살아나는,전체적으로한꺼풀얇은베일에감싸인듯아련하고몽환적인분위기를자아내는그림이다.오래토록잊고있었던,마리로랑생의그림.

프랑스의여류화가마리로랑생.그녀는기욤아폴리네르의연인이기도했다.그러나그녀는사랑하는사람과자신의예술혼에더이상장애가되지않기위해이별을선택했다.그리하여아폴리네르로하여금‘미라보다리아래세느강은흐르고/우리들의사랑도흘러간다/날이가고세월이가면사랑은돌아오지않고/미라보다리아래세느강만흐른다.’라는불후의명시를낳게하였다.

그녀가사랑보다도예술을택했던것은사랑이끝나기도전에사랑의유한함을미리알아버린차가운이성을지닌여자이기때문이아니었을까.그러나갑갑한여인보다,쓸쓸한여인보다,병든여인보다,버림받은여인보다,죽은여인보다도더불쌍한여인은‘잊혀진여인’이라며사랑하는사람으로부터잊혀지지않기를바라던섬세한감정을지닌여인이기도하였다.

도무지잠을이룰수없었던것은기억저편에서누군가떠오를듯한느낌때문이었나보다.명멸하는불빛을장단삼아난무하는눈발속에서청순하면서도열정적인눈처럼,차가운이성과섬세한감성의소유자였던그녀가떠오르자갑자기졸음이밀려왔다.저멀리솔숲도몸을뒤척대며하얀이불을머리끝까지당겨덮는것을보아하니이제야본격적으로잠이들모양이다.

퇴근길

정철규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문창동인

돌아보니아무도없다.오늘은내가제일마지막인모양이다.전등을끄고나니갑자기사무실이어둠속에잠겼다.세상이깜깜해졌다.나머지공부하는지진아느낌이다.문을잠그고조심조심복도로나서니오늘은달이없다.저녁무렵옥상에서바라본석양이라도좀남겨둘걸그랬나싶다.

계단까지가기위해서는다시불을켜야하지만계단초입의비상구표시등에의지하기로했다.가만히복도의벽과평행하게살금살금걸음을옮겼다.너무고요해서내발걸음소리가생경스럽게들린다.불의끔과사방의조용함이어울려하루의마감을알리는것같다.

잠깐의휴식을위해퇴근을한다.어차피아침에다시올사무실이지만그도휴식이필요하리라.보이는사물들과의헤어짐이곧불을끄는행위이다.하지만,사물은그자리에가만히있다.내일아침이되면다시만나게될공간에서시간을기다리고있을것이다.

걸음앞에는깜깜한계단이기다리고있다.더듬어조심스럽게발을내딛는다.휴대폰의희미한빛이전등을대신한다.아무쓸모없이여겨지던휴대폰의조명이이럴땐전등역할을한다.

종일사람들이드나들던문과복도에그들의흔적이어려있다.그들의땀과목소리들이떠다닌다.하지만,낮의붐빔보다더아스라이다가오는건동료의체취다.그들의정(情)이복도에,이계단에남아있으리라생각하니발걸음이더조심스러워진다.밖으로나오니건물사이의외등이날반긴다.

건너편건물3층에전등하나가켜져있다.나처럼늦게퇴근하던어느직원이불을끄지않은모양이다.저불이눈뜬채로밤을지새우고아침햇살을그대로받을거라는생각에더듬더듬다시계단을올라가누군가를대신하여불을끈다.불의켜고끔은세상일의처음과끝을암시하기도한다.일어나기위해눈을뜨면세상이열려있고잠들땐눈을감는다.그리고빛이있어,세상으로향하는시선을환하게밝혀준다.그래서눈을뻔히뜨고있어도빛이없으면세상은보이지않는다.

다시건물밖으로나왔다.아무도없다.고양이한마리가바람을일으키면서내앞을지나간다.그의경계하는눈빛이까만밤을가로질러내게로달려든다.하지만,난밤거리를끝없이방황할수밖에없는그를측은지심으로바라본다.마음한켠이시리다.

곧게뻗은주차장으로향하는길이보인다.길이어두우니눈을감고걸어도될것같다.갈방향을일별하고는눈을감고한참을걸었다.신발로부터전해져오는감촉이일정하고귓가로흐르는바람도변하지않고있어제법많이움직인줄알았다.하지만,실눈을뜨니얼마나아가지못했다.나아갈방향을확인하고는다시눈을감았다.걸음수를헤아리며천천히걸었다.선뜻떨어지지않는걸음을앞으로밀어보지만제자리걸음이다.결국은다시눈을뜨고말았다.깜깜해도눈을감고는성큼성큼나아가지못하는나다.옆건물의외등이날내려다보며조롱하는듯했다.아무리몸부림쳐도제자리만을맴도는나의일상인듯해서혼자웃었다.

눈을감으면온종일의일이쉽게그려진다.깜깜한복도를더듬어나와야하고계단을내려서며앞으로넘어지지않도록난간을붙잡아야하며아무도없는주차장까지걸어야한다.하루의마침이모두를끄는일이다.그리고눈을감는일이다.하지만,눈을감고는길을걸을수가없었다.퇴근은아침의출근을위한휴식이지만길을걸어가는일은세상을살아가는일이다.새삼주차장으로향하는이걸음의소중함을헤아린다.

시동을건다.주차장에서종일나를기다린녀석을쓰다듬는다.차내에는출발을알리는쥬페의‘경기병서곡’이흐른다.

가끔이런혼자만의퇴근길이좋다.

여백의문학과인생

정인조

<예술계>추천완료

부산문인협회회장역임

수필집<멀지않아어느날>,<약창에비친잔물결>,<정오의사색>

“즐거워서문학을하는거지그게뭐삶이어떻고,큰사명감을가지고문학한다는사람,저별로믿지않습니다.”이어령씨가한말이다.

드디어처서가지났다.처서를고비로이제한더위는한풀꺾인듯싶다.한계점까지다다랐던내심장도조금풀어놓을만하다.해마다겪게되는여름이지만겪을때마다그해여름이가장힘에겨웠다싶은생각이든다.푹푹찌는가마솥더위가계속되던날금정산꼭대기에서보냈다.온몸을쥐어짜던햇살이거기서는솜이불처럼보송보송한볕뉘로떡갈나무잎새에걸린다.산등성이몇개를넘은바람이거기스치면시원하기가가지산계곡못지않다.떡갈나무잎에오물거리는볕뉘는여름에서가을로가는여백이다.

화두하나를끼고공부하기딱좋은계절,가을이오고있다.가을의여백은뭐니뭐니해도고독이다.코스모스,낙엽,파란하늘,귀뚜라미소리,이런것들은모두허세다.혼자있음을다스릴줄알아야세상살이를극복할수있을것같다.마누라의여백은아마눈흘김일것같다.정신없이떠벌일때,기고만장할때,눈흘김을당한다.눈흘김마저잦아들면애정은식고만다.요즘세태가나이들수록자꾸만남자에게불리하게돌아가고있다.그래서더욱혼자있음의지혜를터득해야한다.

운보김기창화백은평생바보산수만그렸다고한다.바보란,덜된것,예술이어찌완성품이있을까.사람사는것도이와다르지않을것이다.너무빽빽거리며살아온날이후회스럽다.뗏목을버려라.언덕에올라온나이가되면뗏목을버릴줄알아야되는데그것이쉽지않다.조촘조촘한일상을좀무디게허위허위헤쳐갈수는없는걸까.

인생의여백은애면글면사는것보다좀굼뜨게사는데서생기는게아닐까.사람끼리대화도남에게말할여유를주지않고혼자만지껄이는사람보다묵묵히남의이야기를듣는사람에게호감이간다.과묵한사람에게는상대방을담을여백이있어매력을느낀다.

그림이나음악에도여백인공간이있어야예술성이살아난다.특히동양화는화면이꽉찬서양화에비하면넓은공간이있어그여백의조화가그림의생명이된다.

문학에있어서는수필이여백의문학에속한다.꽉짜인발상과구성의소설이나화두,상상,메시지,운율등고도로생략된시보다수필은조용히인생의여운을마음의여백으로쓰는문학이다.

주역에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말이나온다.맛있는과일을한꺼번에다먹지않고좀남긴다는뜻이다.맛도그여운이길게여백으로남겨둔다는말이다.

피천득은‘수필은비둘기빛이요,맛은차(茶)맛이다.중년을넘어쓴글이며인생의향취와여운이담겨있는글이다.’라고했다.

앞에서문학을재미로한다고했다.그래서문학은삶의여백이요,인생의여백이다.

부산문협역사의행간읽기

정인조

국가에만역사가있는건아니다.가족이나종중은물론이런저런기관,단체에도역사가있기는마찬가지다.

역사학자신봉승선생은‘역사란무엇인가?’에서‘당신이곧역사다’라는말을했다.즉수십억세계사람들모두가역사의개체로흐르고있다는것이다.

그는<조선왕조실록>등역사기록에등재된사람들의이야기를살펴보면두가지부류로나누어진다고했다.첫째는양식이행동으로옮겨지면서자신에게는불운이되더라도국가나사회에공헌한사람들이다.이들의행동에의해역사가발전한것은두말할나위가없다.둘째는자신의실익만을챙기다가공익을해친부류들의참담한결과를들수있다.이로인해역사는침체되고결과적으로후대자손들의불행까지자초하게된다.

태종이방원은영광된다음세대를열어가기위해네사람의친처남에게사약을내렸고사돈이자세종의장인인심온(沈溫)까지자진하게했으며자신과절친했던어렸을때의친구이숙번까지귀양보내고나서야아들세종에게양위하고상왕으로물러났다.당시태종의나이50세.“천하의모든악명은이아비가짊어지고갈것이니주상은만세에성군의이름을남기도록하라.”

기관이나단체의역사도마찬가지다.국가는물론이고기관,단체의리더도임기동안소속단체를한계단발전시키는리더,그저현상유지에머무는부류,아예자기와자기주위사람들의이익만챙기고소속단체에는흠을내는리더,이렇게세부류로나눌수있다.

부산문협역사를쓰면서이런생각을많이했다.14대회장까지이르면서문협을한단계업그레이드시킨집행부가있는반면문학상을구미에맞는사람에게나누어주고,무절제한회원입회등으로회의권위를실추시키고개인의이익에만급급한집행부도있었다.

나는부산문협회장을하면서공약한대로신입회원가입을엄격히규제하였다.각종문학상은절대로회장마음대로주지않고수상자선정을객관적,민주적으로하였다.부산문학관건립을기필코성취시키겠다는집념으로일했다.

문학관을가진다는건단순한문인들의공간이아니라문인개개인에게고유문학관칸을만들어준다는데큰의미가있다.말하자면합동문학관이다.천년만년문인개개인의영원한쉼터인것이다.부산시허남식시장에게부지제공약속도받았지만,그보다금강공원에있는해양박물관이새로지어다른곳으로이사하면그건물을문학관으로제공받기로지역국회의원과거의약속이되어있었다.자체기금도1억이상을모금했다.지난선거기간내내문학관을관철시키겠다고공약으로호소했고후임회장후보도문학관을반드시짓도록하겠다는공약을했었다.그런데후임회장께서얼마전고문단회의에서한발물러선듯한발언을해서적이섭섭하다.그는이렇게말했다.“사실선거기간중일부회원들은문학관이뭐그리급하냐.”하는말을많이했다고.이런마음가짐으로는문학관건립이어렵다.회장이혼신의힘으로온몸을던지지않으면문학관은이루어지지않는다.회장이바뀌면새로시작해야되고3년어영부영하다가는그냥지나가버린다.부산에는미술회관도있고국악원도있고예술회관,오페라하우스도짓고있다.예술의근본이되는문학관이없다는건문인에게는수치스런일이다.그동안왜문학관이여태없었느냐?이유는하나다.역대회장중아무도몸을던져문학관을가지려고노력한이가없었기때문이다.그냥편하게집행부임기채우려면문학관은또물건너가고만다.

각종문학상수상자선정문제도이런저런장치를마련해놓아도결국회장이최종결정하면그장치는들러리에불과하다.내가할때는이사60여명이자유추천했고,또임원15명이추천된후보중무기명비밀투표를하여완전히민주적으로선정하였다.신입회원입회도한계간지에1년에5명이하로제한하고등단1년이상이어야자격을주도록회칙을고쳐철저히지켰다.신입회원입회제한은현집행부도지킬의지가있는것같아다행이다.

신선한선비사회인문협에도고질병은있다.첫번째가선거꾼이다.각종선거때만되면꾼으로나서서설치며사후에간부나문학상등을노리는파렴치가존재한다는사실이다.이들은상대방을폄훼하고황당한거짓말을하고다니며문단을어지럽히는독버섯이다.또한선거때마다양쪽에양발을걸쳐양쪽에보험을드는아부꾼들이다.이런부류의악명을가진이들은거의모든문인들이누군지다알고있다는사실을저들만모른다는것도놀랍다.이런일도있다.예총지원금5백만원이자기가탄문학상상금등으로나간돈인줄뻔히알면서회장이횡령했다고투표직전에감사보고하는기막힌일,회장이자리에없는틈을타반박할기회를가지지못하게하는,투표직전에허위사실을말해유권자들의판단을흐리게한짓,참비열한짓이다.내가선거에진것은억울하지않으나기금을5천만원이나희사하고총회시수백만원씩또개인돈이들어갔는데도이런일을당해정말잊어버리기힘들었다.잊어버리려고애쓰는일도이토록힘들고슬픈가?나개인이낸기금5천만원은본래임기중쓰려고내놓았으나써버리기엔너무아깝다는여론에따라한푼도쓰지않고문학관기금에넣었고,매년나가는부산문학상상금8백만원은일반회계에서는나갈돈이없어회장이매년개인조달하였다.이사실은집행부모두가잘알고있는사항이다.

부산문협50년역사를쓰면서문협의기틀을마련한두분의역대회장을들라면유치환회장과김상훈회장을들수있다.청마는초창기에각종백일장실시등문협의위상과틀을마련했고,민립김상훈회장은당시부산일보상무,사장을하면서해양문학상제정,문학도시발행등지금부산문협사업의토대를만드셨다.이두분은부산문협역사를발전시킨분으로기록될것이다.

채전밭사리울타리에하얀사리꽃이피었네.

경주동리목월문예대학에가는일과연파서실에나가는일이요즘내문학의또다른행간이다.

노란국화꽃앞에서

김훈

<문예한국>수필추천완료

<새시대문학>시추천완료

부산대학교행정대학원(총동문회회장)

부산문인회,한국수필,영호남수필등동인

수필집<노란손수건>,<판문점세관>등3권

해마다가을이오면나는유엔기념공원을찾아간다.거기에는60년전625전쟁이일어나조국이풍전등화에놓였을때나라를지키다산화한국군장병과유엔군의유해가묻혀있기때문이다.

올가을에도나는유엔기념공원을찾았는데잘정리된묘지어느묘비앞에놓인노란국화꽃한묶음이눈길을끌었다.누가갖다놓았을까.사랑하던사람이었을까.아니면그분의손자였을까.아니,공원부근에사는어느마음씨고운소녀인지도모른다.

일제식민지에서해방된조국은남과북으로갈라지는가하더니1950년6월25일새벽에전차로중무장한북한인민군이38선전역을침공해왔다.그러자양구,동두천,포천,의정부를잇는38선은순식간에무너져버리고아군의결사항전에도남침3일만에수도서울이함락되고말았다.

당시이승만정부는서울시민들을버려둔채대전으로옮겨가면서한강철교를폭파해버렸다.그러자피난길에나섰던수많은사람들이갈길을잃고우왕좌왕했으며서울은생지옥이되어버렸는데도KBS라디오뉴스는곧수도서울을수복할것이니안심하라는방송만되풀이했다.

한편유엔의결의로일본에주둔하고있던미육군제24군소속인스미스부대가신속하게참전하여오산부근에서북한군을맞아첫전투를했으나패퇴하여임시정부는다시대구로부산으로후퇴를하게되었다.

밀리고밀리기를거듭하던전선은낙동강에다최후의방어선을구축하게되었고전국토를유린당한우리정부는겨우부산부근만지키고있었다.그래서북한군은낙동강만도하하면승리는시간문제라고장담하고있었다.그당시상황이오죽했으면미군은우리정부를제주도로옮겨갈생각까지했을까.그러나이승만대통령이낙동강전선사수를고집하고있어서전선은날마다혈전에혈전을거듭하고있었다.

그당시낙동강전투는참으로치열했다.뿐만아니라포항전투도치열했는데그중에서도가장치열했던1950년9월18~23일간에전사한장병들이이유엔기념공원에많이안치되어있다.

625전쟁의영웅인맥아더UN군사령관은폭격기로낙동강전선왜관지구에다융단폭격을실시했다.그리하여인민군주력부대3만여명을일시에폭사시켜무력화했다.

한편유엔군은군산항에대규모함포사격을실시하여인민군의시선을군산으로집중시켜놓고다음날새벽에인천항에상륙작전을감행함으로써인민군의허를찔러1950년9월28일,3개월만에다시중앙청에태극기를휘날리며역사적인서울수복을했다.

그리고는북진에북진을거듭하여압록강까지진군하여조국이통일되는가했더니중공군의개입으로다시후퇴를하고,중부전선에서혈전을벌이다가우리민족이원치않던휴전을하고말았다.

그런데휴전이이루어진지도벌써60년이나흘렀는가.625전쟁때실종된미군병사의유해가60년만에발굴되어그의가족의품으로돌아가게되었다는기사가가슴을저미게한다.

당시미24사단5연대소속이었던푸랭크스미스상병(23)의유해가강원도철원군마현리735고지참호에서인식표와함께발굴되어미국의가족에게전달된것이다.1951년7월실종된그의유해는미국뉴욕시시러쿠스그의모친의묘소곁에안장되었다고한다.

그리고로버트랑웰(R.Langwell)해군소위도1950년동해바다에서함정이북한군어뢰공격으로침몰하는바람에실종되었다가이번에발굴되어고향으로돌아갔다.그의유해가여섯마리의백마가이끄는마차를타고고향에도착하자.30여명의의장대원과유족,한미양국군관계자들이그를맞이하여장례를치렀다.이처럼한사람의유해라도끝까지찾으려고하는미국의의지가미군을세계최강의군대로만든것이다.

그런데한없이늦기는했지만우리나라도몇년전부터625전쟁중에전사했거나실종되어어느산골에파묻혀있을지모르는국군장병들의유해를찾고있으니참으로다행한일이다.조국을지키다산화한그들에게올바른예우를해주어야후손들도조국을위해헌신할것이아닌가.

올해도벌써가을이다.유엔기념공원에는그들의영혼을위로하려는듯노란국화꽃이피었다.아들을잃은어버이의심정을그려보면서그들의무덤을하나하나살펴본다.20세전후의젊은이들이다.멀고먼나라에서산설고물선이나라를지키기위해목숨을바쳤으니얼마나고마운분들인가.

그들의희생이있었기에오늘의우리조국이살아날수있었으니,이나라를위해몸을바친유엔군과국군장병들에게다시한번감사드리면서그들의명복을빈다.무덤앞에놓여있는노란국화꽃이오늘따라더욱곱게보인다.

사랑의매

황선영

<문예운동>추천완료

국제펜클럽회원

동의대학교사학과명예교수

수필집<산바다그리고친구>,<먼뫼산책>

아마도인류사회의진화과정에서‘당근과채찍(carrotandstick)’만큼기여도가큰요소는없을것이다.바꾸어말해서,‘보상과처벌’또는‘회유와위협’을통해우리사회가이만큼성장했다해도지나치지않을것같다.

물론이방법은오늘날까지도강자가약자를길들이는기본이라하겠다.잘하면상주고잘못하면벌주고,어느시대를가릴것없이,인간이든동물이든이범주로부터벗어나지못한가운데서우리는길들여져왔고또길들이고있는것이다.

이러한당근과채찍정책이가장잘활용되는곳은교육의현장이리라.특히교육이니훈육이니하는과정에서채찍은당근보다더효과적으로운용되어왔다.이는바로매의효과가절대적이었다는말이다.

그래서가르침이라면곧매가수반되었으니,동서고금을무론하고위로는군주로부터최하층의노예에이르기까지누구도예외일수가없었다.그러니까교육과매는불가분의동반자라해도좋을것같다.가르침이빛이라면매는그그림자였다고나할까.

고려(高麗)말기의충렬왕(忠烈王)은일연선사(一然禪師)를궁중에불러,스승으로모신다는뜻으로구의례(摳衣禮)를행했다한다.즉,곤룡포뒷자락을들어올려종아리를내보이는의식을치렀다는것이다.바로매를때려달라는의미그자체라하겠다.

조선시대후기에단원김홍도가그린풍속화가운데서당도(書堂圖)에는훈장에게매를맞고훌쩍이는아이의모습이익살스레그려져있어,이를통해당시양반사회교육의엄격한실상을엿볼수가있다.

한편영국의작가시드플라이슈만의동화집<왕자대신매맞는아이>에는,영국궁중에서19세기에이르기까지잘못을저지른왕자를차마벌주지못하고,그벌을대신받게하는아이를두어왕자교육의상징적의미로삼고있었음을그려내고있다.

물론오늘을사는우리도매를맞으면서자랐다.아마도우리연배의대부분은가정에서젖떨어지기무섭게매맛을알고자랐지싶다.그런가운데서세상을배우기시작했던것이다.코흘리게개구쟁이로초등학교에들어간다음고등학교를졸업하기까지12년간의세월은그야말로매풍년이들었던시절이었다.많은선생님들은교편(敎鞭)이란말그대로,아예회초리를갖고다녔고특히교관이나훈육주임에게걸렸을때는폭력에가까운매를각오해야만했다.

그래도우리는그가혹한체벌조차달게받았다.게다가당시학부모들도자식들이학교에서매맞고오는것을당연시했고,심지어는가정방문오신선생님께제자식을더많이때려달라고부탁하는경우도적지않았다.

우리는그렇게자라서어른이된다음에는이제어린자식들에게또매를들었고,아이들은우리가그랬던것처럼성장해가는동안학교에서매를맞으면서지식을넓히고이치를깨달았다.

하기야서양의속담에도,‘매를아끼면아이를버린다.’는말이있는것으로보아,그쪽도교육상의매질에대해서는무척관대한사회적인식이깔려있어보인다.즉,올바른인간으로훈육시키기위한매는결코폭력일수없으며,역설적으로‘사랑의매’란것이다.

비단성장기만이아니라,일상생활속에서도사회기강을바로잡아나가자면처벌이필수적이고,그가운데서가장손쉽고효과적인것이체벌일성싶다.조선시대곳곳의마을에세워진금표(禁標)에따르면,길거리에재나분뇨를버릴경우,또는가축을방목하는등경미한위반에도곤장형(棍杖刑)이가해졌다.

지금도자신을소개하는자리거나남에게전하는인사말에,‘지도(指導)와편달(鞭撻)을바란다.’는구절이거의빠짐없이등장하는데,여기에서‘편달’이란바로‘매를때려달라!’는말그자체인것이다.그렇다고당장매를들고달려들사람이야없겠지만,인간은항상매가딸린훈육이필수적임을암시하고있는말이란것은쉬짐작할수있겠다.

다만현대에들어인권의향상과함께,교육상의매조차폭력과마찬가지로야만시하는인식이서구를중심으로점차확산되는추세에있는것으로보인다.스위스의교육심리학자엘리스밀러는저서<사랑의매는없다>를통하여,어느누구건매맞은사람은때린사람을결코진심으로존경하지못한다는주장을펼쳐큰충격을주었다.

이러한충격의파장이마침내우리나라에까지미쳤다고나해야할지,지난번선거에서서울특별시의교육감에당선된분이,시내전학교에체벌금지령을내렸단다.얼마전어느학교에서어떤선생님이학생에게가한폭력이사회적으로문제가되자바로이런결정을내리게되었다한다.

하지만그것이과연옳은조치일까에대해서,나로서는회의적인입장에서있다.‘인기를염두에둔무책임한발언’이란어느평자의견해에동의하고싶다.매없는교육의효과를과연기대할수있을까?이문제에대한여론조사의결과또한,대다수의선생님들과교육전문가들이부정적견해를보이고있는듯하다.

나아가,사실나는우리사회의허물어져가는기강을바로세우기위해,체벌이더확대될필요를느끼는사람중의하나다.선진국일수록폭력이배격되고사회에서격리되어마땅할것임은두말할여지가없겠지만,자유가지나쳐방종(放縱)이만연해가는이사회를바로잡기위해당장공권력부터보다강력한체벌의의지를가질필요가있다고본다.솔직히말해서,함부로행동하거나지껄이는자들을볼때,그냥달려가서한대패주고싶기도하거니와,‘이래도그냥내버려두어야하나?’하고분개한적이한두번이아니었다.

경찰과군인이폭도들에게얻어맞고쩔쩔매는모습에분통이터지는판에,이제매맞을걱정없는학생들에게조롱(?)당할선생님,아니교육을생각하면태산같은걱정이앞서지않을수없다.

체벌은과연야만적인가?지금선진화를자랑하는싱가포르가사회기강의확립차원에서,태형(笞刑)을아직도유지함은무엇으로설명할것인가?날이갈수록부모님,그리고스승님으로부터받았던그시절사랑의매가한없이그리워진다.

가을이저만치가고

오기환

수필가,시조시인

부산수필문인협회,수필부산문학회,부산불교문인협회,부산시조시인협회,부산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회원

전연산중학교장

정보처리기능사필기시험합격자발표가그해10월23일에있었다.8월20일에이기능사시험에대한공고를읽고여기에도전한다면서필기시험을대비했고9월25일응시한시험의결과가근달포만에발표된것이다.합격이었다.하지만필기시험합격의기쁨은잠시이고실기시험이기다리고있었다.이제실기준비에나서야한다.

이날부터11월26일실기시험까지33일이남았다.길다고생각한여정이었다.그런데그시련이드디어끝이난것이다.그한달기간은불안과초조감,그리고긴장의연속이었다.11월26일거양직업학교에서정보처리기능사실기시험을마쳤다.

정답을정확하게풀어냈을때의심정은무어라해야좋을까.정보처리기능사실기응시자중에서나이가제일많은내가이시험에도전한것이의의가있다.그리고정답을무난히해결한점에서보람을찾았다.

필기시험에서실기시험까지3개월은숨막히는전투였던셈이다.필기시험에합격하고나서실기시험을대비하여컴퓨터학원에문의했더니학원원장님이일단면담을하자는것이다.면담이끝나자다음날부터공부를시작하자고했다.

지금까지들어보지못한,처음으로비주얼베이직이란용어를접하게되었다.그리고그프로그램을설치하여기본부터시작했다.속말로맨땅에헤딩이었다.방과후에학원으로곧장가서개별지도를받아야했다.강사가특별히개인지도를해주겠다고했기때문이다.시험기간은33일이남았다.

학원에나가는첫날이었다.영문자판을더듬거리자아들나이의젊은강사는난감한표정을짓는다.그표정을지우기위해집에돌아와서영문자판을모두외웠다.

다음날학원에서영어자판을무난하게쳤더니강사는의외라면서안도하는표정을지었다.책뒤편에있는정답을보지않기로강사와약속을했다.그리고혼자서터득할때까지궁리를하면서긴문장으로된문제를개조식수식으로전개하고답을풀어갔던것이다.정어려운문제는강사와함께해결하는방법도있었다.

25일째가되었을무렵,책에나온모든문제를스스로해결할수있었다.그래도미심쩍어좀난해한문제는여러차례풀어보면서외울정도로숙달시켰다.이렇게외워도문제의난이도에따라시험을어떻게볼지몰라두려움은가시지않은것이었다.

드디어시험전날학원에갔더니시험치는요령과주의사항을일러주었는데큰도움이되었다.다음날막상시험장소에들어서자내좌석왼편과오른편에는젊은미모의여성이앉았다.다들점수를구하거나승진의조건을위한과정이라여겼다.컴퓨터학원에다니면서도초등학생과중학생에게부끄럽다든지슬프다는마음은전혀들지않았던지난한달이었다.

시험이시작되고문제를받아보니너무어렵게느껴졌다.눈앞이캄캄했다.정신을가다듬고차근히읽어가는데식을세우는일이순조롭게진행되었다.초안을잡아놓고곧장비주얼베이직으로수식을전개해나아갔다.이제엔터를치면주어진5명의데이터가오름차순이되어나타나야한다.

그런데이상했다.소트가꼼짝을하지않는것이다.순간적으로이번시험은망쳤다는생각이떠올랐다.눈앞이캄캄했다.이렇게허망하게끝나는구나.그동안고생한것이분하기도하고억울하기도했다.포기해서는안된다.겨우마음을수습하여다시프로그램을점검해보기로했다.

처음부터문제풀이를차근차근히점검해가는데별이상이없었다.이상했다.무엇이잘못된것일까.정신을집중하여글자하나하나를꼼꼼히읽어갔다.풀이하여전개한식을읽어가는데중간을넘어갔는데도이상이없었다.

그때다.cnt를타이핑해야하는데nct를친것이눈에들어오는것이다.이것이구나!휴-안도의한숨이나왔다.이오자(誤字)를고치고나서다시엔터를치는순간,주어진데이터가오름차순으로스르르바뀌는것이아닌가.순간,소리없는탄성이터졌다.그환희를무엇에비교할것인가.이제이시험은만점으로합격이나마찬가지이다.내가바라던3개월이마무리되는순간이다.

디스켓에데이터를저장하고다시확인작업까지마쳤다.그때부터좌우에앉아열심히문제를푸는두명의젊은여성들이눈에들어왔다.그런데내가배운방식과전혀다르게수식을전개하고있는것이다.“먼저실례합니다.”라고하면서조용히자리를벗어났다.아직도시간이10여분이나남았지만더이상앉아있을이유가없었다.

저장된디스켓을들고고사본부에제출했다.담당자는탁자에놓인컴퓨터에서정답을출력하고는나에게수고했다고한다.내가제일먼저답안을제출한모양이었다.

다음날부터가을이저만치가고있는것이눈에들어왔다.그동안계절의변화조차망각한시간들이었다.이제나의가을을맞이하게되었고가을의정취가눈에들어오기시작하였다.교정의은행잎이저렇게곱고선명하게물들어가는것이눈에들어왔다.교문을들어서면시야를채우는것은모두가을색이다.

오늘밤에도별은초롱같고산뜻한초사흘달이서쪽하늘에걸려있다.저달이생긴뒤로수많은시인묵객들이달에게하소연하였을것이다.아니달을희롱하며청춘을불태웠을것이다.연인에게친구에게그리고부모형제에게도달은그의미를진하게부여하고있을것이다.가을이저만치익어가고있었다.

(2000.12.1.)

아!대한민국

오기환

6월11일부터남아공에서전세계인의축제인월드컵이시작되었다.8년전인2002년일월드컵은한국과일본에서나누어개최하였다.그때우리는4강의신화를이루었다.그래서‘꿈은이루어진다.’는유행어가회자되어가슴부푼한때를보냈었다.그러나그다음월드컵에서는본선에진출하는것(32강)으로만족해야했다.

이번남아공월드컵에서우리는16강의위업을이루어냈다.지금까지축구선배들이못이룬쾌거였다.특히축구역사상원정시합에서이룬성과라5천만국민이열광하게되었던것이다.

이에앞서서예선리그전을세번이나치렀다.첫시합에서우리는유럽의강호인그리스를2대0으로격파했다.우리민족은한덩어리가되어응원의기(氣)를한데모으는데힘썼다.우리나라방방곡곡에서붉은옷을입은응원객들이종교,이념,남녀노소를초월하여응원했다.참으로아름답고뿌듯한느낌이었다.아르헨티나와경기에서4대1로패배했을때에도응원은그열기를더해갔다.그런데나이지리아와마지막경기에서우리팀이앞서가다가실수로비기는상황에처하게되었다.이때부터마음이뜨겁고땀이흘러숨막히는순간이었다.불안한심정에있었는데동시에치러진시합에서아르헨티나가그리스를2대0으로이기면서우리가16강으로올라가는행운을얻은것이었다.이날의감격과흥분은말할수없었다.우리나라축구역사를새로써야할대형사건이었기때문이다.

우리나라의축구실력이세계16강에오른것은축하할일이다.그런데문제는그다음이었다.축구의16강만큼우리시민의식은그수준이되지못하여나의마음을안타깝게했다.이번응원주체는젊은층이대부분이었다.그들의패기와자발적인응원의힘은어디에비교해도손색이없었지만응원에서질서는찾아보기힘들었다고한다.게다가시민의식도실종되어아쉬움은더컸다.

부산의경우,해운대백사장에는응원을마치고떠난뒤에그들이버린쓰레기가무려10톤이넘었고그것을치우는데구청담당자들이모두동원되어무려3시간이걸렸다고한다.백사장에는응원도구,돗자리,먹다남은음식쓰레기등이뒤덮인채거대한쓰레기장으로변했다고한다.누구한사람자신의쓰레기를되가져가는사람이없었다는말이다.

또해운대백사장은금연구역이다.법으로규정되어있는데도담배꽁초가백사장에수북하였다고한다.청소년인학생들이담배를피우고술을마신때문이라는것이다.이런점은질서있는응원문화라고보기는어렵다.

우리는녹색성장을외치면서환경의중요성을강조하는시대에살아가고있다.미래를바라보며강을살리고청정한바다환경의중요성을입버릇처럼말하는시대에살고있다.특히녹색성장은환경론자가아니라도소홀히다룰일이아닌것만은사실이다.그런사실을젊은세대들이모를리가없을것이다.

체육진흥공단에서자치구내에만든농구장이나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도마찬가지이다.그들이운동하고간자리에는어김없이담배꽁초와페트병,과자봉지,맥주병,막걸리병이뒹굴고있다.

먹고마시고즐기는것은자유이다.그러나그때생긴쓰레기를되가져가는질서의식과환경중시의행동은몸에배어있어야한다.그래야선진국문화시민의자격이있는것이다.

그쓰레기들은강으로흘러가고바다로가서썩게된다.그것은결국강이나바다를오염시키게마련이다.그오염된물을프랭크톤이먹고작은물고기가먹고큰물고기가먹이사슬로잡아먹으면서오염은더욱확대된다.그들이버리는것이결국자기입이나자기후손의입으로되돌아가는부메랑이된다는것을모른단말인가.

어느해가을,사직야구장에가서지역의연고팀을응원하고가져간음식도먹으면서시간을즐겼다.그런데응원을마치고났을때숱한신문지와음식쓰레기그리고페트병,도시락등등헤아릴수없는쓰레기더미를보면서참으로한심하다는생각이들었다.자기가앉았던자리만이라도쓰레기를비닐봉지에넣었다가관람을마치고나갈때한곳에버린다면얼마나좋을까.쓰레기도그양을더줄이는지혜도보여주어야할때이다.

유럽의선진국들이지금의경제를이룬기간이무려200년이걸렸다고한다.그런데한국은60년만에오늘의경제성장을이룬민족이다.세계사람들이놀랄정도로기적에가까운성과를올린것이다.그야말로한강의기적을이룬것이다.

그것은결코뼈아픈노력과피땀방울없이는절대로불가능한일이었다.그런관점에서볼때우리민족의가능성은무한하다고볼수있다.

월드컵에서우리가비록16강이되었지만,그리고경제적으로우리가세계의11위가되었지만,우리들의국민의식은아직도그대로이다.그러고보면한국팀이비록16강이되었지만응원은32강에도들어갈수없는수준에서머물고있는것이아닌가.

아!대한민국.

(2010.6.25.)

한국의혼

남기욱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수필문학작가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하동문학작가회회원

따가운한여름의뙤약볕이내리쬐던날수영구수영동소재수영민속예술관놀이마당에서제39회수영전통예술축제가열렸다.수영고적민속예술보존협회주최로중요무형문화재제43호수영야류와제62호좌수영어방놀이,그리고부산시지정무형문화재제2호수영농청놀이의그동안갈고닦은발표회가있는날이다.

수영사적공원에는수영민속예술관,놀이마당도있지만유형문화재로는좌수영성지,수영성남문,임진왜란때왜구와맞서싸우다순절한25명의의용을모신의용단이있으며천연기념물로는곰솔,푸조나무.비지정문화재로는안용복장군충혼탑,할매당,비석군등이있다.알고보니수영은역사의고장이며전통예술의혼이담겨져있는곳이었다.

오늘같이무덥고햇볕따가운날관객이얼마쯤모일까하고걱정했었다.시작시간이다가오니한두사람씩서서히자리잡기시작했다.수영구에거주하는주민들만오는것이아니라멀리김해에서까지먼길마다하지않고찾아오고있었다.

전통예술의풍물놀이는신명나고흥겹지만좀처럼가까이대하기가어렵다.대부분야외에서행해지며입장료를받는것도아닌데관심을끌지못하는것은이름있는배우들이출연하는유명한공연문화와차별이되는데서오는현상인듯하다.

나는다행히도수영사적공원에서가까운곳에거주하고있기에민속예술관을자주방문하지만,이날은풍물굿인구례우도농악보존회와동래학춤,풍류가화도펼쳐진다고하여그동안보지못했던예술의참모습을보기위한호기심으로며칠동안을기다렸었다.

어느덧내빈들이단상에앉으니개막을알리는개회선언이우렁차게울려퍼졌다.언제나행사때마다빠지면큰일나는지내빈소개와개회사,격려사,축사의지루한순서를거친후에야본행사가시작되었다.그런데행사가시작되자마자조금전까지만해도단상에자리잡았던높으신양반(?)들은어느틈에어디로가버렸는지자취를감추어버리고없다.남아있는구경꾼들이라고는딱딱한야외특설무대돌의자에드문드문앉아있는아주머니들과늙수그레한영감님들이다.

전통예술이대부분서민들의삶의애환이어려있는민속예술이지만얼굴만비치고가버리는높으신분들덕에오늘도서민들만관심있게지켜보는놀이마당이되어버렸다.텅빈내빈석을바라보고있으니내자신이초라해지는기분마저들었다.이런훌륭한문화를다음세대로계승,발전시키고대중화하기위해서는그들이아무리바쁘더라도잠시나마우리서민들과함께즐기고관심을가져주길바랬지만그것은내욕심이었다.

그들은상석에앉아인사로생색만내고자리를뜨고말았다.역시전통예술에관심을보이고지켜나가는것은우리평범한서민들의몫이아닐까하는생각까지들었다.이런저런생각을하는동안공연은무르익어옛날조상들이농업과어업의풍요를빌고부락민들의안녕을소원하는지신밟기를시작으로한여름의뜨거운열기조차녹일듯전통예술의한마당잔치를보여주고있었다.탈을쓴채흘리는땀방울이온몸을적셔도그동안갈고닦았던재능을유감없이보여주려고열정을다하는모습에서저렇게노력하는사람들로인해우리문화가계승발전되는것이라고믿으니행복해졌다.

우리나라의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제1호는세조10년(1464년)에지정된종묘에봉안된조선시대역대임금의제사를지낼때아뢰던음악인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인데불행하게도예능보유자가없다고한다.우리나라에는중요무형문화재는70여종이있으며,지방문화재는400여종이있다는데전수자로입문후약40여년이지나야예능보유자를바라볼수있다고하니평생외길을걸어야할가시밭같은험난한길이다.

그험난한나날을견뎌가며훌륭한공연을보여주는그들에게다들뜨거운박수를아끼지않았다.시간이흐를수록관객이점점늘어났다.교복차림의어린학생들도자리를채우고있다.다행히전수학교도몇곳지정되어있고,전통문화학교도개설되어있다고한다.아무래도다음세대를이어나갈어린재목들이찾아오니,조금전까지우울했던기분이사라지는것같다.그리고공연을펼치는연희자들은국내는물론해외초청공연도수없이다녀왔다고했다.독일,헝가리,프랑스,태국,일본등.그수를헤아릴수없을만큼활동영역을넓혀가고있다고한다.이것은한국을알리는국위선양이며우리가자랑스럽게생각하고있는살아있는뿌리의근본인것이다.역시가장한국적인것이가장세계적인것이란말이맞나보다.

열정에넘치는공연은훌륭했지만한가지아쉬웠던점이있다면연희자들이주고받는대사가실내공연장이아니다보니무슨내용인지잘알아들을수없다는점이다.관객과연희자가한덩어리되어호흡을같이하려면다들알수있도록대사를정확하게전달해야하는데그러한점이부족해내용의희로애락을함께느끼지못하고짐작만하고지나가야했다.그러다보니반복되는비슷한동작들이지루해지기까지도했다.실내공연을하든지아니면음향기기의세밀한부분까지검토해전달하고자하는뜻을세심하게배려했다면더좋았을텐데하는아쉬움이남았다.

뮤지컬배우나가수들도관객에게대화내용이나노랫말을정확하게전달하는것이중요하다.우물쭈물입안에서맴도는대사전달은아무리목소리가청아하고외모가뛰어나다해도큰호응을얻지못한다.이와마찬가지로이제는연희자만이알수있는대사로는안된다.늦었지만또다른내일에는요즈음의뮤지컬이나대중가요만큼우리의민속축제와전통문화도한발자국더친숙하게다가설날이빨리찾아와주기만을기대하고싶다.

돌담에피어나는가을햇살

최헌

<수필>추천완료

부산경제진흥원원스톱지원센터장

나는늦가을해바라기핀돌담에아른대는햇살을좋아한다.

가을날휴일이면거실에앉아아파트베란다창을통해들어오는화사한아침햇살에반사된어느철학자의명상록을읽으며차한잔의여유를만끽한다.

장롱깊숙이간직해온두터운외투를손질해찬바람부는가을거리를나설때에도노오란국화온기를머금게하는가을햇살이있기에그길이외롭지않다.

가을은자연이주는성찬으로그득하지만이별과인고의계절을앞두고운명에고개숙여야할때이다.

화창했던봄날은꿈결처럼지나고,태양의열정을쫓아다녔던여름을추억할때쯤수채화처럼투명한가을햇살은서리내린감나무가지끝에매달려푸르렀던시간들을기억하게한다.

한해의추수가끝난시골들판,어느농가의양지바른담벼락에옹기종기모여앉은아이들머리위로아롱지는가을햇살은나그네에게애잔한그리움에젖게한다.그리움이들판에여울지면아름다운날들을가슴에담아푸르른햇살처럼피어오를것이다.

남편없이자식들의생계를꾸리느라억척스런삶을사셨던할머니는10년전가을날새벽에내린서리를밟고우리들곁을떠나셨다.

한줌의재로남은할머니를가슴에안고경주인근기림사로접어드는고개길을지날때,하늘가득눈부신가을햇살이피어나는것을보시던아버지는‘어머니가부처님계신곳으로가시는구나.’하시며눈물을떨구셨다.

그로부터4년뒤건강하셨던아버지가갑자기가족들곁을떠나신것도찬바람돌던가을날이었다.

공원묘지한편에아버지를누이고돌아서시던소복(素服)차림의어머니는맞은편산너머에서비치는가을햇살에‘이렇게화창한날에홀로남겨두고어찌살라고….’하며끝내참았던눈물을쏟아내셨다.

어머니는이가을,이른새벽녘창밖으로얼어붙은초승달이희미해질무렵나를낳으셨다고한다.

설운신세라온기없는냉방에서핏덩어리울음을들으셨지만마루를넘어온가을햇살에배냇짓하던어린내모습을보시곤힘을내어방문밖을나섰다고한다.

어머니는평소“너는신축년소띠생이라,가을걷이를끝낸소가찬새벽김이피어오르는따뜻한여물을먹을때태어났으니고생않고편안히살것이다.”고입버릇처럼말씀하셨다.

햇살비취는가을날,외양간에누워졸음이묻어나는둥그런눈망울을굴리는소를볼때면어머니의기도가그리워진다.

살면서헛된욕심에분주할때에도거리에우두커니앉아슬픔대신까닭없는그리움을되새기는호사(豪奢)를누려왔다.

바람부는날보다따스한날들에대한기억이많은것도,어둔공망(空亡)에내몰린비탈진벼랑위에서도뜬금없이뜨거운눈물이흐르고,낯선산길을오르다환하게떠오르는누군가를기다릴수있었던것도’담벼락에핀가을햇살’같은내평생사주(四柱)덕일지모른다.

지천명의나이에접어들면서검은머리사이로내린하얀서리가가로수사이로여린목을내민연분홍코스모스처럼연민을자아내지만출근길을마중하는화사한가을햇살속에세상은여전히아름답기만하다.

인연의업(業)으로세상살이에함께덜컹대던벗들도바람부는주막에둘러앉아종착역을앞둔서로의빈짐을챙기고있다.

이가을나는홀로햇살가득한풀밭에두눈을감고기러기떼처럼줄지어허공을나는꿈을꾼다.

‘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야할길’이지만여린손끝뻗어슬픔에잠긴그리운이들을붙들고싶다.

애정에머물지않고바람처럼떠돌다,잠깬그대곁에가을햇살처럼살며시내려앉고싶다.

골고루,때묻지않게그리운이세상어디에도눈물없이피어나는가을햇살이만발한이계절.그대와함께찬란한황금빛햇살번지는강가를소곤소곤거닐고싶다.

나르키소스의봄

최헌

큰아이가고3이다.

이시대대한민국에서고3자식을둔부모라면누구나마찬가지겠지만일생일대의순간을앞두고밤늦도록공부하느라애쓰는자식의모습을지켜보면안쓰럽기그지없다.

대학진학을앞두고내자식만은‘남들처럼’이아니라‘남들보다뛰어나야한다.’는기대와욕심이지켜보는부모심정을더욱애타게한다.

그러나이같은부모의현실적욕망이꿈틀거릴때마다자신의꿈을위해고군분투하는자식보기가부끄럽다.

자신의실력에아랑곳없이요즘유행어로무조건인-서울(in-seoul)하겠다는아들녀석의불타는(?)출세의지에맞서고향을지키는큰바위얼굴이나더불어사는삶같은케케묵은고전강의는허허롭기만하다.

지방대출신이란열등감에오랜기간허우적대온모자란아버지의넋두리로들릴지몰라괜히아들눈치만보인다.

되돌아보면승부는냉정했고,사회는여전히치열하다.

생존경쟁에서한발물러선지천명의나이에접어들어서도무서우리만치가혹한현실에전율을느낄때가많다.

이런탓일까.어린나이에도세상을욕망과경쟁이판치는정글로간주하고살아남기위해발버둥치는아들의현실논리앞에아버지는자주말을더듬거리게된다.

자본의논리가인간의가치를물질과마찬가지로도구와소비의대상으로취급하는시대에스스로최상의상품이되기위해서는평생브랜드가될대학의선택에집착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

어떤사람인지,어떤생각과가치관을지니고,어떤인격과자기수양을거친사람인지보다어느대학을나왔는지가모든것을대변하는브랜드가돼버린이시대를만든기성세대의한사람으로서할말을잃게된다.

그리고마음속으로자위하고타협한다.

아직은아니지만언젠가는삶의진정한의미를깨닫겠지,스스로찾을때까지정글도필요할거야,오아시스도사막에있기때문에의미가있는것처….

사회학자라쉬는성공을위해질주하는현대인에대해사람들의경탄과선망이성공의지표가될때최선을다하면서도늘불안감을떨쳐버릴수없게된다고했다.

본질을상실한현대인의소외와고독그리고방향을잃어버린불안은어떤육체적질병보다무서운불치병이다.

자신뿐아니라주위모든것들을불태워버릴욕망의사다리는끝이없다.

그리스신화에등장하는강의요정레이리오페의아들나르키소스가연못에비친자신의모습에반해자멸하듯이많은현대인들이자신의영혼을깨닫지못하고겉모습에취해생을허비하고만다.

고통받고있는이웃에대해서는눈길조차주지않으면서도자신의소유물인명품이나심지어애완견을위해서는돈을아끼지않는현대의나르키소스들이만들어나갈우리의미래가두렵기만하다.

정신적,물질적허영과이기주의는공동체의양극화를자초할수밖에없다.

내자식들이살아가야할시대가지금보다과학과기술이발달된사회일지는몰라도과연진정한행복을느끼며살수있는세상일까.

해마다가을이면이땅의숱한청소년들이대학입시란전쟁에희생양이돼채피어나지도못한채실의와좌절의기나긴겨울을맞고있다.

살아남은소수의차가운권력과오만에전율하며,성공의사다리에가려진바위틈그늘에서남모를울음을삼켜야할지모르는우리의자식들을위해우리는무엇을할수있을까.

스피노자의사과한그루를심는심정으로쉽게오지않을봄을재촉한다.

사람과삶을사랑하는,더불어아름다운세상을꿈꿀줄아는나르키소스의아름다운영혼을위….

내가겪은625

배기형

부산시교육위원회재무과

전부산구치소근무

수필부산문학회회원

해마다6월이되면나는그비참했던동족상잔의625전쟁이생각난다.일제치하에서해방된조국은남과북으로나누어져서서로총부리를맞대고3년동안싸운전쟁에수백만명의군인과민간인들이죽어갔고천만명이상의이산가족들이생겼으며골육상쟁의비극은우리민족에게큰시련을안겨주었기때문이다.

625전쟁이일어났을때,경남의령에서살고있던나는초등학교5학년이었다.우리아버지가군청에근무하는공무원이었으니그당시로보면우리집은비교적괜찮은집안이었다.

그런데1950년6월말에전쟁이일어났다는소문이들리더니7월하순에의령읍에미군과국군이주둔했고그들이떠나버린어느날의령과함안을잇는정암교가폭파되었다.

그러자피난길을나섰던사람들은갈곳을잃고우왕좌왕했으며민심은걷잡을수없을만치혼란해져서사람들은초조와불안속에나날을보내야했다.

공산군은정암에다임시교량을만들기위해농협창고에쌓여있는가마니를징발했다.그리고는강제로민간인들을동원하여임시교량을만들게했다.그러나비만오면강둔치에쌓아둔흙을넣은가마니들은떠내려가버리고그러면다시쌓는작업이반복되었다.

공산군치하에서는날마다갖가지루머들이떠돌았고빨지산분자들은인민위원장이되어서그들의증오의대상이었던지주들과경찰가족들을인민재판이라는이름으로무모한살생과갖은만행을자행했다.

의령국민학교옆에있던우리집은‘쌕쌕이’라고부르던호주비행기에서투하하는소이탄세례를받아서불타버렸고,학교운동장에도커다란웅덩이가파였다.

전선은밀고밀리기를반복하면서교착상태에빠졌다.밤마다수많은인민군과의용군이낙동강전선으로들어갔지만나오는사람은한사람도없었다.

그러다가하늘에전투기라도뜨는날이면우리가족들은공포에떨면서마당가에서있는감나무아래숨어서비행기가어서가기만을고대하고있었다.

식사때가되면보리쌀에호박을넣어서찐호박보리밥이나무밥뿐이었고그것마저식량을아끼려고밥을죽처럼만들어먹었으니지금생각하면꿈만같다.

전쟁이얼마쯤계속되자우리집에는비상식량마저떨어져버렸다.할머니를비롯한우리집일곱식구는그때부터굶기를밥먹듯하면서많은고생을했고한사람의입이라도줄이면서하루하루를살아야하는상황이었다.

그래서나는군청어느과장집에가서가사도우미처럼심부름도하고일을거들면서생활을해야했으니,그때의심정을어찌다말할수있겠는가.그러다가밤이되면불에타버린우리집을찾아와뜰에서이불을덮고하늘을지붕삼아잠을자야했다.

그러다가어느날읍에서이십리쯤떨어진절을찾아가서친척인주지의도움으로얼마쯤의식량을구할수가있었던것은얼마나다행한일인가.

어렵게얻은쌀두말은아버지가멜빵을해서지고보리쌀한말은내가지고산을넘고내를건너서집으로돌아오는길이었다.

그런데낙동강건너편에서발사하는아군의포탄이머리위로날아와서여기저기에떨어지는것이었으니참으로위험천만이었고불안했다.

산에는어린소나무와오리목들이듬성듬성서있는데능선에포진하고있는공산군의눈에띄면사살될는지모른다는생각이들어서겁이났다.그래서조심조심걸어가는데아버지와나는어깨를짓누르는식량의무게때문에중압감이들었고나중에는인민군에대한공포감마저도사라져버렸다.

인민군병사들은능선을따라서길게포진을하고누워있었고피곤해서인지옆으로다가가도죽은듯이아무런반응이없었다.그곳은집으로돌아가는길목이어서통과하지않을수없었다.우리가죽을힘을다해서전선을뛰어넘어무사히집으로돌아올수있었던것은하느님의도움이었으리라.

9월초추석을전후하여더이상물러설수없는유엔군의낙동강방어선사수와,부산침공을눈앞에두고있다고호언장담하는인민군의총공세가맞물려한치앞을가늠할수없는전투는연일계속되었고따라서피아간의병력손실도그만큼많아서수많은시신들이낙동강을피로물들였다.

그무렵맥아더장군의인천상륙작전성공으로평양을거쳐서압록강까지북진은계속되었다.사활이걸렸던낙동강전투에서전황은아군의승리로역전되었다.특히다부동전투는치열했던혈전으로우리전사에길이빛날것이다.

그해10월,수복후경찰이피난가지않았던읍민들을강둔치에서조사하여흑백을가리면서행사한물리력으로상처를남긴것은전쟁의후유증이다.

625전쟁을다른시각에서보면,이데올로기의대결이고이즘의각축전이었다.전쟁이전에도공산세력들은지하에서암약하고있었고지금도155마일휴전선에는남북한의군사들이대치하고있다.

하지만언젠가는남북한이통일되고우리민족의동질성은회복되어야한다.그래서우리백의민족들은통일된나라에서평화롭게살아가야한다.

그러려면북한의위정자들은적화야욕의환상을버려야한다.그리고비핵화의지와6자회담에복귀하는것만이남북간의냉전구도를바꿀수있을것이다.독일의통일과정처럼우리민족도관념의틀을한곳에집약시킨다면조국통일의날도요원한것만은아닐것이다.

가수최백호

배병채

<문학과의식>추천완료

부산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불교문인협회회원

그의노래가가슴에찡하게박힌다.오랫동안닫혀있던문이세상을향해열리는것같고막혀있던체증이내려간듯시원하다.그는적당한노력과처세로달콤한열매를기다리는따위를단호히거부하는듯하고마치유화의거친붓놀림처럼거칠지만막힘이없는노래를부르고있다.

일요일늦은저녁,잠자리에들기에는좀이르고그렇다고부산스럽게다른일을하기에는이웃을생각해야하는시간이었다.이미가족들이함께볼수있는프로그램을기대하긴어려운시간이어서채널을돌리다보니마침7080이라는프로그램이방송되고있었다.최백호라는가수가나와서노래를부르기시작했다.

노래가시작되기도전에박수가쏟아졌다.굉장히열정적인박수였다.대중가수라는사람들이누리는열매인관중들의환호도약간의과장이라는거품이있기마련이므로그런것이려니했다.그게아니면무대에올라간가수에대한예우적인측면일수도있었다.

그런데그의노래가끝나자내가생각했던이상의굉장한박수가쏟아졌다.내심아줌마나아저씨들이생전처음으로구경온것도아닐텐데왜저럴까하고의아해하는사이그의기타에서는이미다음곡이튕겨져나오고있었다.

사실최백호라는가수는오래전부터알고있었지만나에게가수로서매력적인사람은아니었다.‘입영열차’라는노래는내가훈련소가던때와는시차가있어서별로가슴에와닿지못했다.‘영일만친구’나‘낭만에대하여’란곡은중년의정서와맞아떨어지는편이어서호감을가지긴했으나썩좋아하는가수는아니었다.

그런데그날‘영일만친구’를부르는그의소리는전율을느끼게했다.그러나맹목을거부하듯가끔우리가느끼는우연이아닐까의심해보았다.같은음악을들어도비오는날이나이별뒤에듣는노래의맛이틀리듯오랜만에듣는노래여서그렇지않을까의심을해보았다.

맛나지않은음식도배가고팠거나특별한장소에서좋은사람과먹으면아주잊을수없는특별한맛으로기억될수있는것처럼그런것이아닐까하는의구심이었다.

나의부정적인생각에도불구하고그가수는저아득한땅밑에서힘들게끌어올리는소리처럼마음을흔들었다.노래를하는내내그의몸짓은소리에마음을담고마음은노래와하나가되려는듯조용한몸짓이었다.그것은요즘가수들에비하여터무니없이빈약한움직임이었다.그러나아주미세한떨림같은움직임만있었지만그동작의촉각은멋진소리를뽑아내기위한동작이었다.무표정한얼굴은희로애락의어떤표정도읽을수없었다.있다면다소수줍은듯담담한촌부의모습이었다.

수건질끈동여매고논밭에서일하다온사람처럼순박하고꾸미지않은몸짓과표정그리고그것을대변하는듯이마에밭이랑같이깊게파인굵은주름.그의몸짓은소리의울림통이었으며떨림이었고울림통은그의몸이었다.

그는노래를쉽게부르지못한다.그렇다고피를토하듯절규하듯한이서린목소리로뽑아내는장사익의목소리와도같지않다.같은점이라면가슴을시원하게만들고온몸을던져감동을만들어낸다는것이다.

그는조금의망설임도가식도없이최선의소리를위해자기를던질줄아는사람인것같았다.그순간을위해모든에너지가폭발하고소진하여드디어스스로는빈몸이되고관객은오래묵은체중이내려가듯시원함과감동을받는다.마치활화산같은열정과가슴심해저밑에서끌어올리는목소리로,끝내는폭포수쏟아내리듯시원하게쏟아내는것이다.

나는노래를좋아하기는하지만요즘의노래를즐기지는않는다.주로6~70년대의노래를즐겨부르고듣는것인데,거기엔그시대특유의서정적인가사와멜로디가있기때문이다.다소우울하거나슬픈노래도많지만그시대나름의때묻지않은맑음이있어서다.

무대위에서는노래를부르는자의특권이있다면듣는사람에게도선택의권리라는게있다.청취자는좋은노래와자기가좋아하는노래를즐길권리를지님과동시에선택할수있는데,그런의미에서본다면최백호란가수는대단히호감이가는소리꾼이다.

세상을향해무던한눈빛을던질줄아는가수,그는꾸미지않고도빛날수있고몸을쥐어짜듯힘들게부르는그의노래는듣는이들로하여금열락의카타르시스를느끼게한다.폐부를찌르듯날카로운사람이기보다는눈을감고묵상하듯속으로삭히는열정을가진최백호,그의열정이마침내는용암이분출하듯토해내는소리로듣는사람의가슴을서늘하게하고닫혔던마음의문을열게하기에손색이없다.최백호,나는평상시그가무슨생각을하고어디사는지모른다.알려고도하지않을뿐아니라알필요도없다.그러나무대에서최선을다해몰입하고자기노래를불사를줄아는그가좋고그의노래가참좋다.

담배

배병채

새해가되면술을줄이고담배를끊겠다는사람들이넘쳐난다.작심도어렵지만끊기가쉬운것이아니어서비장한마음먹고도전하지만열에예닐곱은실패하여다시원점으로돌아간다.그러다보니‘담배를끊은사람은아주독한사람이니상종을말라’는우스갯소리를하기도한다.

경주의어느산골마을에서자란내가처음으로담배를접한것은작은할아버지댁에서였다.명절이나혹은깊은밤할머니나할아버지가주무시는틈을타서담배로놀이를했다.어렸을때였으니담배가좋아서그랬던것이아니라늦은밤,방안에서놀이하기는담배연기만큼신나는놀이도없었기때문이다.

곰방대를문지방이나벽에두들겨탁탁소리나게털고는봉초혹은풍년초라부르던잎담배를곰방대대통에꾹꾹눌러넣었다.할아버지가하시던것처럼엄지손가락으로꾹꾹눌러호롱불에대고뻐끔뻐끔불을붙였다.메케한연기는정신없이기침을나게만들고머리를어지럽게만들었다.

그러나연신기침을해대면서도번갈아가며계란만들기놀이를하고,담배연기를머금고방바닥에입을대고침으로방울을만들었다.방울속에담배연기가신기하게돌다가몇초후터지면서연기가피어올랐다.명절이나제사가있던날,아이들여럿이모이면어른들몰래숨어서의레하던놀이였다.호기심과재미로하던것도흥미를잃으면언제그렇게재미있었냐는듯이잊어버리게된다.방바닥에연기로계란을만들던놀이는언제인지도모르게그만두게되었다.

그러다초등학교4학년무렵택근이가재너머읍내에서윗마을로이사를오면서담배라는것에대한새로운인식을하게되었다.그때까지담배는어른들의놀음이라추호의의심없이믿었던것인데조금은생각을달리하게되었던계기가되었던사건이었다.

아마학교에서체육시간에달리기를했던날이었을것이다.학교를마치고택근이를따라윗마을그의집으로놀러가게되었다.마침그집은식사시간이었고식사를하고난후그의형제들은뒤안으로나가더니너무나도익숙한솜씨로마른활엽수이파리를훑어손바닥으로비비기시작했다.그러더니공책종이를찢어거기에싸서돌돌말고서는어른들이하던모양대로침을발라붙이고는입에물었다.이윽고불을붙이고는맛나게담배를피우기시작했다.

행동이민첩하고솜씨가대단했으며자연스럽게몸에익은그모습을보고금지된장난을친것보다더혼란스러웠다.그런데그것보다도더충격적인것은그아이들의담배피우는모습이었다.담배를얼마나맛나게피우던지사십년이지난지금도어제일처럼생생히기억나고또어쩌다담배를아주맛나게피우는사람을보면택근이가기억이난다.

나는담배를비교적늦게25살무렵에피우게되었다.처음에는반갑정도에그치다가외국으로나가면서많게는하루에두갑반정도까지피우게되었다.그러다어느순간부터가래가생기면서도락을끝내야겠다고생각을하던중이었다.

사람들에게는저마다의기벽이랄까어떤것에대하여는관대하고어떤것에대해서는냉정하고박한게있다.나는수입에비해과분하게도책사는것과택시타는것은아끼지않았지만의복이라든가먹는것에는관심이덜한편이었다.그런데택시비와담배값이인상되고얼마지나지않아또다시오른다는소식을듣고는혈압이올랐다.그리고금연을실행에옮기기로했는데공교롭게도그해마지막날이었다.

“나치사하고더럽고아니꼬워서내일부터담배안피운다.”라는말을하고는유행하던지포라이터를비롯하여열개남짓의라이터를모두나누어주며호기를부렸다.내생애마지막이될지모르는담배를해가뜰때까지줄기차게피워댔음은물론이다.

여기까지는좋았는데문제는그다음날부터였다.초조불안은둘째치고밤에잠을자다깜짝놀라일어나기일쑤였는데,담배를피우는꿈을꾸었기때문이다.꿈속에서언제나나는담배를피우고있는것이었다.그리고그사실을인지한순간스스로에게다짐한약속을지키지못한것에대한자책을하다가꿈에서깨어나곤했다.

꿈을꾸고일어나는금단증상은그후로도오래계속되었는데대략6개월정도가지나자밤에놀라서깨는일은없어졌다.이후담배의유혹이없었던것은아니었지만잘견뎌내어서금연한지가대략20년남짓은된것같다.6개월간의금단증상기간을잘보냈기에지금은담배생각이전혀없다.주위에서담배를피우면“어,담배피네.”하며나와는무관한것으로생각하고덤덤해한다.

가끔이런생각을해본다.누군가가나에게담배를피우지말라고강요했다면어찌되었을까말이다.만약그렇게되었다면금연시도도하지못하였을것이고설령시도했다하더라도실패하지않았을까싶다.자의가아닌타의에의한강제였으니나라에서금연을법으로정하지않은이상힘들었을것이라생각된다.

솔직하게말하면내가금연에성공할수있었던것은자존심때문이아니었을까싶다.대체로손해를보는쪽으로대인관계를하는나이지만자존심을건드리면못견뎌하는편이다.누가시키거나강요하지도않았으니온전히자의에의한결정이었다.스스로의결심이므로알량한나의자존심은한치의빈틈도허용하지않았다.비록꿈이었다하더라도자신에게한약속을스스로지키지못한것에대한부끄러움이금연을하게만들었던원동력이었던셈이다.

늦은밤할머니몰래곰방대를훔쳐방바닥에연기로계란을곧잘만들던고향양지마을택근이형제의담배질도아득히먼이야기가되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성종화

<시와수필>추천완료

개천예술제시장원

전국학도호국단문예작품현상모집수필장원

시집<잃어버린나>,<고라니맑은눈은>

수필집<늦깎이가주운이삭들>

역지사지를사전적의미로는처지를바꾸어생각함,상대편의처지에서생각함으로정의되고있다.

나는이사자성어(四字成語)를비교적자주쓰고있는편이다.이세상은혼자서살아갈수는없다.싫던좋던간에다른사람과관계가있게되고그관계를유지하면서살아갈수밖에없는것이이세상살이다.

이관계설정은상대편이라는존재에대하여일대일의관계로서만이아니고일대다수,다수대다수의관계가되는경우도있을수있다.그러나비록외형상복합적으로보이는어떤경우라하더라도근본적인근간이될상대편이라는존재의정의에는이론의여지가없다.

그런데서로가입장을바꾸어서생각을할때에그기준을어디에두느냐에대한것이문제다.가령내생각으로내가만약당신의입장이라면지금당신처럼그렇게사고하고행동하지않는다.어떻게당신이그렇게할수가있느냐.그렇게하여서는안된다.이렇게나온다고가정하면여기에는사고의주체가자기가된다.결코상대편의입장에서상대편의기준에서생각하는역지사지가아니다.즉역지사지의참의미의처지를바꾸어서생각한것이아니라하겠다.

상대편을대할때에내기준에서가아니고상대편의기준에서생각하여야만역지사지의바른입장이정립된다.거기에는상대편의모든여건,예를들면그사람의성격,사상,철학,지식,성장과정의환경,그리고중요한인품등모든면에서의상대편의전부를이해하고상대편의입장이되었을때에비로소진정한의미의역지사지의입장이라할수있다고생각한다.그런상황에까지이르지못하였다면바른역지사지의입장이라고할수가없을것이다.

나는얼마전에어떤모임에서이역지사지를내기준에서상대편을생각한경우가있었다.상대편이전년도의회(會)의책임자로서운영상문제점이지적되었다.그런사정하에서신임회장이선출되어앞으로회의운영을개선하기위하여개최한회의석상에서다.나는그때전임자로서는그장소에참석한다른사람들과는또다른입장이되어야한다고생각했다.

내생각으로는상대편이이런회의석상에서는어디까지나자숙하고반성하는입장이되기를기대하였다.내가상대편이라면마땅히그렇게하였을것이다.그런데그렇지못한사정을보아야했다.물론그전임자가전년도에자신이회운영을하면서지금문제된부분에대하여자기입장에서는대단치않은일이라고생각했었는지는모른다.

위에서말한바같이그사람의인격으로는자기의지난해회의책임자로서한행위에대하여전혀가책을받을만한사안이없는것으로확신을가지고있었다면이는어쩔수없는일이다.

살아가다보면우리는평균치의보통사람이사고하고행동하는범주를일탈한사고와행동을하는사람을만나는경우가더러있다.같은조건의상황에서도전혀다른사고와행동을하고있는사람의경우를두고하는말이되겠다.

이러한경우우리는나의입장에서의기준은말할것도없고,일반적인기준의잣대로도그사람을평가하여서그사람으로부터그에상응하는처신을기대해서는안된다고하겠다.위에서말한바같이그사람의제반조건을이해한현재의그사람의입장에서사고를하고평가를하는것이옳았다.그것이바로진정한의미의역지사지의사고라하겠다.

그렇게하였더라면사전에조율이되어작은마찰도일어나지않았을것이라는생각을해본다.그런것이바로세상을살아가는지혜라고도하겠다.

젓가락(箸)

정은영

<문학과의식>추천완료

<전남도민일보>신춘문예소설당선

<실상문학>,<문학도시>편집장지냄

수필집<어린도적>외1권

밥을폭폭맛나게먹지않고밥알을또세고있네.구시렁대던여자가김치보시기에담고있던젓가락을내눈을향해느닷없이겨누었다.

“밥을먹는것처럼제대로좀먹어.먹는꼴하고….”

여자의독설에놀란나는순간뒤로주춤물러나앉으며멍한얼굴이었다가여자의젓가락끝이내눈동자의정면을향하고있다는사실에진저리가났다.고춧가루가군데군데묻어있는젓가락에서김치물이바닥에떨어지는걸뒤늦게느꼈는지여자는내젓가락을거칠게빼앗아버리고공기에밥을다식어버린시래기국물에홀랑부었다.그런다음숟가락을국그릇에아무렇게나담그며말했다.

“푹,푹,한숟가락씩떠서얼른먹고나가.난지금공장에새참가지고가야된단말이다.”

여자는저할일이나때문에늦어진다고짜증을내고있었다.나는눈물이쏙빠지도록서러운걸참고앉았다가손바닥에쥐었던숟가락을두고일어나버렸다.여자가나를보고‘넌도대체나한테도움이안돼.’라고소리쳤다.

그소리를듣고부엌을나오려니내손에서빠져나간젓가락과식어버린국과,불어터진밥알과찬바람조차휑~하니나를무시하고지나가는것만같았다.

아카시아향과찔레향이왈칵왈칵바람에묻어오던한낮,동생과나란히마루에앉아감자를송송썰어넣은수제비그릇에서수제비를젓가락에찔러건져먹다가그릇바닥에퍼져불어가고있는수제비를젓가락에꽂아‘자,이거너먹어.’아무런생각없이수제비를동생을향해쑥내밀었다.마침동생은자신의수제비그릇속에고개를박던순간이라내젓가락은동생의눈언저리를찌르고말았다.

“아~야!”

엄살이심하고겁이많았던동생은소리를지르며눈을감싸쥐었다.마침부엌에서나오시던엄마가동생의얼굴을살펴보시더니다행히젓가락은눈바로옆을지나살을찔렀다고가슴을쓸어내리셨다.

“큰일날뻔했다.앞으로는젓가락이나막대기그무엇으로건행여사람의얼굴이나특히눈은겨누지말거라.겨누는게반이다.결과가나빠서좋지않은일이생겼을땐겨눈것만으로도찌른것과꼭같은벌을받는거란다.행여이후어떤일에서건사람의몸의어느부분이나마음그어디라도꼭찔러선좋은게아니란걸명심해야한다.”

나직하고조근조근한엄마의말씀을들으며며칠전나에게젓가락을눈동자앞까지들이밀던여자가생각났다.저녁,동생이장난으로깍두기하나를집어내입에넣어줄때낮에엄마가나에게했던이야기를동생에게일부러했다.그러면서슬쩍여자의옆얼굴을훔쳐보았는데멸치조림을젓가락으로접시에옮겨담는여자는무표정이었다.여자가내말을들으며무슨생각을하는지아무것도알아낼수없었다.

이후나는젓가락을쥐면늘긴장하는버릇이생겼고반찬을집으려고하면젓가락이향하는방향에자꾸만신경이쓰여가능하면젓가락을쓰지않고숟가락으로밥과반찬을집어먹었다.

이러저러한일들로늦은저녁상을받은식구들이밥을다먹고일어서는데도눈치없는나는밥상앞에서만화책을펴들고에지랑대고있었다.부엌에서설거지를하던여자가갑자기신경질적으로‘너,밥안먹고또뭐하는거야,’소리를꽥질렀다.놀라서멀뚱히쳐다보던내가못마땅했던지내손에서숟가락을휙채가다가돌아서더니숟가락으로내이마언저리를딱!소리가나도록때렸다.

눈물이쏙빠지도록아팠지만분하고화가나는마음을어쩌지도못하고방으로들어가버렸다.아침에일어나니눈주위는푸른멍과붉은핏발로부어올라있었다.여자는나에게공장엄마사무실에들르지말고학교로바로가라며과자사먹으라며몇푼인가를쥐어주었지만충혈된눈동자가불편한나는과자고뭐고다귀찮아방으로들어와다시잠이들어버렸다.

얼마나잤을까.학교에안가고아이가어딜간거냐는엄마의다급한목소리에잠이깨마루로나오는데눈앞이흐릿해나도몰래비칠거렸다.그때엄마가‘너눈이왜그래,’라며기겁을하셨다.

거울을보니내눈은부풀대로부풀어올랐고왼쪽이마를중심으로푸른멍이퍼져있었다.뒤늦게달려온아버지가눈을어쩌다가그랬느냐고물었다.나는얼른대답을못하고여자의눈치를살피다가어서말못하겠느냐는아버지의호통에여자가어제밤,숟가락으로때렸다고말했다.

“뭐라고!”

화가머리끝까지솟아오른아버지는여자를찾았지만여자는집안어디에도없었다.여자만없어진게아니라는걸아는데그리오랜시간이걸리지않았다.여자는엄마가아끼던은수저와엄마의보물밍크코트와얼마의현금까지챙겨서이미멀리달아나버린후였다.

이후,우리집에선쇠젓가락을쓰지않고장미나무로깎은나무젓가락을썼다.나무젓가락은가볍기도하거니와예쁜그림이새겨져있어우리형제들은무척좋아했었다.한가지단점이라면다른집을방문했을때우리들은쇠젓가락의무게때문에젓가락질이서툴렀다는것이문제였다.

혼자앉은식탁에서식사를하려다가무심코젓가락을들여다보니생각이많아진다.뭐어디가딱히뛰어나게예쁜것도아니고,대단한공을들여만든것같지도않고,야외에서급하면누구라도긴나무막대하나면어떻게든만들수도있는젓가락두짝은꼭필요한다른짝을고리로묶어두지도않고구속도하지않는다.수저통이든어느접시위든얹어지거나꽂힌채로따로잘있다가필요한순간이면때맞추어둘이결합하여자신의일을완벽하게해내면그만인것이다.그러고는둘이하는공동의일을무사히끝낸다음엔또제각기흩어져존재하면그뿐이다.게다가이두짝사이에는무한한공간도있다.어느순간한쪽이사라지면다른한쪽과다시파트너가되어제할일을해낼수도있으니젓가락은신발처럼짝이맞지않아버려지는일도드물다.마치오랜부부처럼말이다.

눈물머금은호수

권춘애

<문학예술>추천완료

<아동문예>동화부문등단

한국문인협회,부산문인협회,부산아동문학인협회회원

봄비가살랑살랑내리는아침에길을나섰다.

달리는차안에서바라보는시골의들판은내눈동자를초록으로물들인다.연두와초록으로그림을그린산과들은살아숨을쉬는생명의기(氣)를나에게불어넣어준다.

천천히달리는차안에서따뜻한커피한잔을마시며바라보는연초록의세상은꽃보다아름답고싱그럽다.며칠전만해도난꽃이아름다워걸음을멈추고넋을잃고꽃을바라보곤했었다.내가처음부터줏대가없었던건지세상이나를간사하게만드는것인지모르겠다.지금은꽃보다산과들의푸름이마냥좋다.

차창에부딪히는빗방울들이방울방울뭉쳐서사선을그으며흩어졌다가또모이곤한다.톡톡부딪혀오는빗방울들은서로엉켜한곳을향해끊임없이나아간다.난차창에부딪히는빗방울들이무언가를향해끊임없이노력하고나아가려는사람들의움직임과같다는생각을했다.

조금씩줄어드는빗방울이소리없이사라지고있다.어느새비가그치고태양이얼굴을내밀기시작했다.늦봄의햇볕이무척따스하다.

코끝에는스며드는싱싱한풀내음이눈앞엔살아움직이는푸름의하늘거림이펼쳐지고있다.살아움직이는세상의모든아름다움을느껴보고,마음깊이새겨두기위해국도를택해목적지인운문호에도착했다.

비갠호수는잔잔하다.햇살에물이은빛으로반짝인다.잔잔한호수위에물안개가피어오르고있다.신비하고도아름다운모습이바로저모습이아닐까하는생각이들었다.잠시도눈을뗄수가없었다.

작년가을날의운문호가생각난다.문우들과함께왔던가을날의운문호는한폭의수채화를보는것같았었다.도화지위에단풍으로물든산과잔잔한호수위에둥둥떠가는단풍잎이그려져있었다.그때나는황홀한경치에취하여다른건아무것도가슴에담질않았었다.

지금내가바라다보는호수속에그날의문우들이활짝웃고있다.경쾌하게웃던그들의웃음소리가내귀에들려온다.

운문호는양질의생활용수를공급하기위해국내최대규모의상수원전용댐이다.높이55미터,길이4~7미터,만수면적이7,834제곱미터에달한다.이렇게거대한댐을만들기위해많은사람이고향을등지고떠나야했다고한다.마을들이수몰된것이다.

오늘내가바라보는운문호엔문우들과웃으며바라보았던그날의황홀함과아름다움이없다.

잔잔한호수속에보이는건호수가되기전의옛모습들이다.학교가있고,집들이옹기종기모여있다.동사무소가있고,천진하게뛰노는아이들과큰나무아래에서이야기를나누고있는순박한사람들의모습이보인다.내눈에비치는호수속에서그모든것들이웃다가사라진다.아니,또다시갑자기나타난그들은울고있다.고향을잃어버린그들의울음소리가내귀를통해가슴까지아리게한다.

멀리서바라다보이는정자위에고독한모습의한남자가하염없이호수를내려다보고있다.그도고향을잃어버린사람일것같다.

고향은마음의안식처이다.언제나생각만으로도행복해지고가슴을벅차게만든다.누구에게나고향이있고,누구나고향을그리워하며살고있다.

큰감나무가있고정겨운사립문이나를반겨주던내고향집이생각난다.대청마루에걸터앉아바라보던연초록들판이생각나고,옹기종기놓인장독대가있던우물이생각난다.시원한우물안두레박에서수박한덩이와할아버지께서즐겨드시던막걸리한되가올라오고있다.우물냉장고가있어아무리더운여름날씨가와도등멱한번으로여름은시원하기만했었다.지금은고속도로가지나가는황량한내고향마을이나를슬프게한다.어쩌면나역시기억속의정겨운내고향집을잃어버린서러움에오늘또다시운문호를찾아왔는지도모르겠다.

세상속에어울려살아가는우리는대(大)를위해소(小)를희생하며살아간다.정겨운고향역시많은사람의이익을위해우리는포기한것이다.눈으로볼수있는고향을포기하는대신언제나마음으로볼수있는고향을우리는가지게되었다.정자위에선고독한사람도눈을감고마음의고향을보고있는지도모르겠다.지금내가보고있는마음속의내고향집.눈을감고내려다보는호수속에정겨운내고향집사립문이보인다.활짝웃으시며나를반기는할머니와할아버지가보인다.마음의고향집은언제나옛날그모습그대로이다.

비그친호숫가의나뭇잎들이몸에묻은물기를털어내고있다.점점이피어오르는물안개가슬픔을묻어버리고있다.호수는묵묵히물기를받아줄뿐말이없다.하늘은구름한점없이맑다.언제비가왔었는지알수없을정도다.연녹색의나뭇가지에서물방울하나가툭하고내얼굴에떨어진다.

고향을잃어버린이들의눈물이모여호수를이루고있다.눈물방울들이햇살에반짝인다.아름다운세상을만들고있다.

문경희

<문학도시>추천완료

제12회동양일보신춘문예수필부문당선

우선,물때를알아야한다.무작정의욕만으로나섰다가는허탕치기십상인까닭이다.먼바다어디쯤수문을열어젖힌듯맥없이갯물이빠지기시작하더라도성급하게달려들일은결코아니다.한여름식곤증에못이겨있는대로배꼽을드러낸채오수에빠진장정의불뚝배처럼,갯벌이경계심을풀고완전히무장해제를할때까지기다리는여유또한필히챙겨야할일이다.

물기가가신개펄로들어선다.삽이나호미로살짝개흙을걷어내면비로소수인사처럼방긋이자그마한대문이열린다.마당이꽤나넓은집인지객을마중하려는주인장의기척은좀처럼건너오지않는다.초면에소란으로부를수없어점잖게소금한줌으로통기를넣으면손가락만한타원의구멍으로순식간에쏙쏙머리를내밀며탐색전을펼치는그.바로맛이다.

세상무엇이나그러하듯그를생포하는일에도절차가있다.그저반가운마음하나로덥석손잡아끌자면낯가림이심한그는미꾸라지처럼손가락사이를빠져나가더깊은곳으로숨어든다.그것이여의치않으면도마뱀처럼느닷없이제몸통을뚝끊고줄행랑을놓아버리니십년공부나무아미타불,닭쫓던개지붕쳐다보는격이되고마는것이다.다만갓난아이다루듯좌우로살살흔들다가잽싸게뽑아올려야한다.어르고뺨치는수법이바로그것이다.

맛을맛보는사람들이하나같이엄지손가락을곧추세우며최고를외친다.TV앞에앉은이들로하여금당장이라도일상을내팽개치고사각의모니터를건너서해의드넓은갯벌로몰려들도록최면을거는듯하다.만에하나그맛에토를달다가는영락없이이단으로몰려응분의대가를톡톡히치르게될것만같은태세다.사람의입맛이라는것이백인백색일진데저렇듯이구동성으로입을모으는것을보면정말맛의맛이‘끝내주는’것일까.

한동안시청률을독점하던‘대장금’이라는연속극이있었다.임금의음식수발을드는수라간나인인여주인공이미각을잃자상궁이이르기를맛을그려보라한다.남몰래침을맞기도하고치유를위해온갖민간요법을동원하는그녀를보며,자꾸만억지로미각을찾으려하면이전의섬세했던감각마저잃어버릴수있기에애써맛을보려하지말고머릿속으로그려보라는것이다.맛을그리다.한동안유행어가되어세간의입질에오르내리기에손색이없을만치멋들어진표현이아닌가.

나도미감이꽤나둔한편이다.가끔밖에서식사를하다보면유난히혀끝이여문사람이있다.조미료가얼마만큼들어갔다느니,풋내나비린내가난다느니,어떤류의향신료를썼다느니보지않고도핀셋처럼척척집어내는사람이그러하다.그네들은축복받은미각을지녔으니요리도무척맛깔스럽게할것만같다.나의경우짜거나싱겁지만않으면음식의맛이란대개거기서거기같아서멋모르고먹어치우는편이다.맛에관한한단순무식의경지를고수하고있다해도과언이아니다.그런형편이니주부이십년차인나의손을거쳐차려지는음식에이미길들여진가족들역시뛰어난미각의소유자와는거리가멀지싶다.소믈리에처럼하나에서열까지미세한감각의촉수에의지해야하는직업은,그야말로맛을그려내는재주를부리지않는한은꿈도못꿀일이다.

누구나맛을추구한다.굳이대단한미식가가아니더라도맛을찾아상당한시간과돈을투자한다.어느정도의거리쯤은감수하고달려갈용의도있다.혀끝으로느끼지못하는것을머리로그려낼정도의심오한경지에는이르지못할지라도,맛에대한주관이란나름으로뚜렷하기마련이라즐겨먹는음식도제각각독특한편이다.

먹는일은거부할수없는일차적인욕구다.이왕이면입이즐거울맛으로호사를누려보겠다는의지는가장기본적인욕구충족의한방편인셈이니,혀를만족시키는일이야말로맛있는삶을위한전제조건중의하나가분명하다.

그런들입으로느끼는맛이전부랴.

산을타는사람은정상에서느끼는짜릿한성취감을맛보는재미로지극히고독하고험난한혼자만의여정을불사한다.강태공들은한가닥머리카락같은낚싯줄을타고전해오는황홀한손맛을잊지못해틈만나면장비를챙긴다고한다.한바탕소낙비같은땀을쏟아낸후찾아오는희열은운동을하는사람들이즐기는맛이요,청중들의우레와같은박수갈채는무대에선이들에게둘도없는달콤한맛일터이다.하다못해,심심하면고무줄을끊고달아나던유년의코흘리개악동들도또래계집애들이떼거리로난사하는지청구를듣는맛으로악의없는해코지를하지는않았을까.

맛이란재미요,이유라는말과나란하게놓아본다.제법그럴듯하다.달게먹는재미요,그것을다시찾게되는이유.어떤일을하는재미요,그일을그만두지못하는이유.게다가때로는맛자체가궁극적인목적이되기도하니,애당초몇가닥말초신경을자극하여생겨나는오감의발로에불과하다하여가벼이치부되어도좋다고는결코말하지못하리라.누군들무미한삶에젓가락질을하고싶을것인가.

한편의수필에는세가지맛이있어야한다는어느평자의글을본적이있다.이름하여글맛,손맛,눈맛이다.글맛이라함은소위예술이라이르는장르중문학만이가지는독특한운치를말함이겠고,손맛이란자신만의문체나스타일로글밭을일구어내는작가의솜씨일터이다.눈맛이란말할필요도없이읽는재미를지칭한다할것이다.이세가지맛을자기만의배합으로적절히버무리면비로소세상에유일한‘아무개표’작품세계가탄생하는것이리라.

맛을제대로볼줄알아야낼줄도안다고한다.그런의미에서글에있어서도나는여전한맛맹이다.글맛도,손맛도,눈맛도아직은이렇다하게알지못한다.맛을음미하기보다민생고해결차원에서음식을먹은적이더많듯이글또한대개는그저겉핥기로읽어넘긴다.이렇듯남의작품을두고도제대로맛을감별해내지못하는처지니내글에무슨맛이날까싶어섣부르게지면(紙面)을탐하던마음에슬며시제동을걸게된다.다만,혼신으로여백을채워가는습작의맛은모르지않기에여태글앞을서성이고있는것이다.

입안이깔끄럽다.땅맛을알아나날이무성해지는이즈음의초록들처럼오랜무미(無味)를떨쳐낼맛하나승전보처럼내안으로펄럭이고싶다.

젊은날의초상

우아지

<현대시조>추천완료(시조)

<문학도시>추천완료(수필)

인제대학교대학원석사졸업

제12회실상문학상수상

시조집<히포크라테스선서>,<꿈꾸는유목민>

책은정서적위안과활력을주고유혹으로부터나를구해주었다.지금도읽지않은책은봉인된경이와신비와호기심이다.새로운책앞에서는가슴이떨린다.책은나의정인(情人)이다.나자신이미처몰랐던,혹은깨닫지못한인간과사물과세계와역사와만나는즐거움이며동시에,그것에게눈뜨는기쁨이다.또한삶을신나게만드는일이다.사실책은엔간한친구보다낫다.

젊은날많은것으로부터자유롭지못한475세대인내가책을읽는것은상상력의첫걸음과더나은삶에대한열망이었는지모른다.첫사랑그대처럼책을읽다가잠들었다깨면가슴에책을꼭안은그자세그대로였다.문학은순수하고위대하며현실의잡다함과결별하며외골수로미쳐야한다고생각했다.작가가되기만하면그문학이인생을전부해결해줄것으로믿었다.

한권의책이젊은시절에크나큰영향을미쳐삶의방향을바꿨다면,나에게그런책은빅터프랭클(ViktorE.Frankl)의‘인간(人間)의의미(意味)탐구(探究)’라는부제가붙은<죽음의수용소(收容所)>(제일출판사,정태시역)다.책은그것을만나는순간그상황과관련되어의미가있다.지금껏마음을흔드는의미를많이만났지만,삶의방향을바꾸게만든큰힘을발휘한것이위의책이다.

그책을만난당시에는나랏일,집안일,심지어개인적인일도내의지와상관없이이뤄지고있었다.마음약한나는큰소리한번못하고그일로부터도망쳤다.그유일한도피처가도서관이고책이었다.하루에몇권씩읽을정도로머리와가슴속에그저쏟아부었다.남독(濫讀)과잡독(雜讀)의수준이었다.그때읽은책은숨결이되고삶의궤적이되고나의운명을만드는데기여했다고믿는다.

학창시절에만난<죽음의수용소>는내삶의방향을아주조금씩바꾸기시작하여지금에이르게했다.문학은신성(神性)이므로,작가가된다는생각은꿈에도하지못한시절나에게희망의불씨가되었기때문이다.끊임없이책을읽으면서‘책을왜읽는가’라는의문에빠졌다.독서가종래에는동양사상에서말하는‘무(無),허(虛),공(空)의세계에도달할것이라는불길한예감이들었다.인간의지식이나지식체계가방대하고심오한것같지만,그어떤초월적인것에비하면부스러기에불과할수있다는생각때문이었다.

이런와중에만난빅터프랭클이삶의의지를주었기때문에잊지못한다.유대인정신과의사인그가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에서삶의의미를찾은의지에초점을두면서체험을바탕으로쓴책이다.

위의책은‘나는어떻게사는가’라는질문을던지며스스로를되돌아보게했다.삶의의미는결국은자신의판단과선택에따라행동을요구하고실천하는것이었다.나의행동과사고에대한의미를깨닫게했다.인간이갖고있는신체,마음,영혼은어떤환경에서도고유한의미를지니고있으며그의미를찾는동안에는어려움도극복할수있다는것을느꼈다.어렵고힘든현실을살아가는우리에게작가는자신의삶에대하여얼마나의미를부여하고있으며,반대로의미를잊고살아가고있지는않은지에대한화두를던져주었다.어쩜이런답을찾기위해도서관을헤매고다녔고,그결과내인생에대한해석을찾았는지모른다.

여고시절수학과목을못한나는세칭일류대학에원서를넣어보지못하고마음에도없는학과에진학하게되었다.재수하면연년생인남동생과동급생이된다는사실과후일시집갈때도움이될거라는이유와그중압권은집에서걸어서학교까지20분이면간다는지리적요건이었다.그때는억울한생각이없진않았으나,지나고보니괜찮은선택이었다.

잘하는다른일이없어그냥책읽기를했을뿐인데,그렇게좋으면같이살아보라고귓속말로가슴에불을지핀것또한빅터프랭클이다.더구나자신감없는나에게용기를백배천배불러일으키고드디어책읽기만은그만두지않는고집통으로만든것또한그다.체코슬로바키아의테레지엔슈타트(Theresienstadt),폴란드의아우슈비츠(Auschwitz),독일의카우페링(Kaufering)과튀르크하임(Turckheim)등죽음의수용소를네군데나거치고도그가살수있었던이유는살아야할의미를잊지않고견뎠기때문이다.그것이설득력있었다.

어머니가월부로사준빨간표지에당초무늬가금박으로그려진‘ㄱ’출판사50권짜리세계문학전집과,같은출판사에서나온은색표지의50권짜리세계위인전집을읽던초등학교시절그사이사이만화방에서빌려온만화책을숨어읽던기억이난다.만일‘남아수독오거서’라는말에만화책이포함된다면초등학교졸업하기전에이미다섯수레그이상의책을읽었다.

그후남동생이읽던무협소설을만났다.특히,와룡생의무협지는순식간에넘어갔다.그신비하고황당한무협의세계는탐닉의수준이었다.일로삼고보다가엄한아버지에게들켜남동생과단체로야단듣고마감했지만,만약계속읽었다면무협지작가를꿈꾸지않았을까생각한다.

사춘기시절사람이왜사는지궁금했고,사람이낯설어고독했고,사는일이허무하기시작했다.다분히철학적인문제에속시원히답변해줄만한스승이없었다.이런문제에답해줄수있는유일한스승이‘책속에길이있다.’라는구절이라고믿었다.

사뮤엘베케트의<고도를기다리며>와카뮈의<시지프의신화(神話)>와칼릴지브란의<예언자>를내인생의스승이자,정인(情人)으로삼았다.젊은날나의열애대상은책이었다.대충훑어보다가그냥눕혀두기도했지만내마음을흔들고움직이게한일의근저에는대부분책이있었다.

<고도를기다리며>는그허구의세계가어떤사실보다더넓고깊어진실이라는감(感)과기(氣)로다가와단숨에나를사로잡았다.그토록강렬한느낌으로심장이두근거리고머릿속이하얗게비어가는것을처음으로느꼈고,그이후아직까지한번도그황홀함에사로잡히는느낌이없다.무엇이허구이고사실인지따지게하는헛된경계를지으며,존재그자체의심연으로이끌었던참으로감동적이고마력적인작품이었다.

카뮈는‘삶이란부조리한것’이라고말하고있고그건내생각과일치했다.특히,<시지프의신화>를읽을때는마치삶의정답을발견한것처럼눈앞이환해졌다.세상은부조리지만우리힘으론어쩔수없으니,그저자기앞에주어진삶을열심히살도리밖에없다는생각을카뮈의실존주의철학을통해확인했던것이다.

칼릴지브란의산문시<예언자>는삶의문제를제기하고그것에대한답을주었다.그가그린초상화를비롯한삽화는독창적이고신비주의적인경향을띠며경이로운일면을보여주어꽤오랫동안보았다.

결혼과동시에책읽기를그만두겠다고딱한번맹세했는데,자식을낳고나니마음이달라졌다.아들도낳았는데그무엇을못하랴싶었다.그이후책밖을나섰다.문학을선택한것을후회한적이없다.아직도책의힘을믿고있기때문이다.호기심과경이와열정이나를움직이게하는마음의동력이므로책읽으며공부할수있는작가가된것은무척다행스런일이다.이일에일등공신은<고도를기다리며>와<시지프의신화>그리고<예언자>다.그중최고는빅터프랭클의<죽음의수용소>라고말할수있다.

아직은아무도모르는일이기다리고있는‘책읽는인생’이즐겁다.좋은작품을쓰는일이빅터프랭클박사에게진빚을조금이나마갚는길이라고생각한다면,지금도내삶을조금씩바꾸고있는그책에대한너무작은보답일까.

내고향은함양

우아지

“고향이어디냐?”묻는사람을만나면고향의의미는무엇인가생각해본다.내고향은무엇이고어딜까.고향은자기가태어나서자란곳,또는어떤사사회적현상의근원일것이다.고향에대한나름대로의해석이다.

내가생각하는고향에대한위의두가지의미는경남함양군에서시작된다.지리산동남쪽덕유산아래고장이함양이다.<나의문화유산답사기>로우리것에대한사랑과진지함,그리고독서인의수준을끌어올리는데일조했다는유홍준의답사기2권첫번째답사지가함양이다.좌안동우함양이라는말이전하듯,함양은가문과전통을중히여기는유교의중심고장이며,산수의고장이며,정자의고장이며,재실의고장이다.

함양문화원에서2001년출간한1,400여페이지에이르는<함양의누정지(樓亭誌)>제1편에함양향교와안의향교2곳과,제2편에9개의서원과제3편에6개의누각과제4편에58개의정자와,제5편에167개의재실이소개되어있으니,반향의근본이라말할수있을것이다.

친정아버지는경남함양군백전면경백리321번지출생이고,어머니는같은함양군안의면당본리413번지출생이다.나또한경백리에서태어났으니내고향은함양이다.또한어떤사물,생각,사회적현상의근원이고향에대한또다른해석이라도나의고향또한함양이다.더좁혀이야기하면외가있는함양안의다.친가는오래전에부산으로터전을옮긴터라유년시절의추억이많이없지만,백세수를바라보다몇해전에돌아가신외할아버지와외할머니가살던외가있던안의는내마음의고향이다.

안의는특히삼동으로유명한곳이다.안의삼동은영남제일의동천(洞天)명승지로이름높다.화림동,심진동,원학동이그곳이다.화림동의정수는지금은불타없어진달을희롱한다는농월정이고,심진동은용추폭포로유명하다.원학동은계곡이깊고길어아직도옛모습이많이남아있다.수승대가이곳을대표한다.

백전국민학교를졸업하고먹고무신신고삼베바지적삼차림으로부산대신동모중학교시험에합격한아버지당신은지금도아버지모교가제일이라고믿고있다.아버지는그허술한차림으로먹고무신을양손에꼭쥐고달린100미터달리기체력시험에서체육선생님의눈에띌만큼달리기가출중하여육상선수로스카우트될뻔했다고한다.백전국민학교졸업식장에서는6년내내전교1등을하여학생대표로경남도지사상을받았다고한다.그당시6학년때전학온교장선생님의아들최모군과경쟁을하기도하였지만결국상은아버지에게로돌아갔다고한다.또한가을학교운동회때청백계주에서달리기마지막주자로여학생에게인기도많았다고한다.국민학교졸업이후아버지는고향을떠나와서전국에서객지생활을하다보니책을가까이하는삶이되지못했다고한다.그래서자식들에게는책읽기를은연중에권했다.아버지나름의자식사랑이었다.

키크고공부잘하고운동회의마지막을장식했던아버지와,외모가수려하고예술적기질이많았던외가식구를닮아서인지여러남동생은여러방면에뛰어났으나,나는해당사항이없었다.스스로달수를못채우고일곱달만에세상에태어난칠삭둥이라좀모자라지싶어자위하고살지만,가끔잘난사람이부럽기도하다.

내가모자란덕에좋은것은책읽기를좋아하는아이로자랐다는것이다.끝없는이야기를들려주신외할머니와안의향교전교출신이라성균관에출입하던외할아버지덕에나는‘좌안동우함양’이라는말이무색하지않게자랄수있었다고믿는다.그건집안분위기와친정어머니영향임을안다.지금도손에서책을놓지않는어머니를보고자란탓일거다.자식은부모등을보고자란다는말이헛말이아님을안다.안의면당본리에서유일하게사돈문안지를쓸수있는외할머니를보고자란친정어머니처럼,나또한어머니책읽는뒷모습을보고자랐기때문이다.

1952년청마유치환선생이안의중학교교장으로취임하여안의중학교설립자들중한분인외할아버지와교분으로청마선생의따님은‘자연’으로막내이모이름은‘미연’으로돌림자를쓰게되었다는사연도나의책읽기에한몫했다.

나는책이많은큰집을좋아했다.일본와세다대학출신인큰아버지도책을외할아버지만큼좋아했다.그래서두분은열살이나차이를두고사돈끼리지만친구로지냈는지모른다.

화주(化主)보살로평생을사셨던목소리가높은할머니가큰집에있어무서웠지만,방방이책이있고,특히마루를통해안방과할머니방을연결하는창문하나없던큰오빠가쓰던방은오고가는방문외에는전부천정꼭대기까지책과책상만있어참좋았다.오빠가서울로공부를하러갔기때문에그방은주인이없었고,그는후일박물관관장을하고책도내고했다.빛도들어오지않던그방은어두컴컴해서더좋았다.어두운방에서서랍달린책상앞의자에앉지도않고책상서랍에등을대고쪼그리고앉아할머니방으로가는방문을바라보며세운무릎에책을얹고글읽는재미는시간가는줄모르게했다.나는어릴적부터혼자서도잘노는아이였다.

중학교시절큰집과우리집근처에살림을냈던다섯째작은집에심부름을갔다가열쇠가달린책장을만났다.다갈색의커다란책장속에있는책들은양장본의두꺼운전집이었다.그속에서만난책에는작은아버지의장서인(藏書印)이파란스탬프로찍혀있었다.작은아버지이름이찍힌책이줄지어있는유리문달린책장이참부러웠다.그당시문학은나의신성(神性)이었기때문이다.지금도문학의언저리를맴돌고있지만행복한것은그때문이다.

윤리는뭘하라고가르치고,법은뭘하지말라고가르치지만,문학은강요하지않고서서히삶을가르치기에참좋다.딱한번글쓰기를그만두겠다고맹세한적은있으나,문학의길을선택한걸한번도후회한적이없다.아니문학의힘을믿고있다.사랑은아끼고늘곁에두고싶은마음일것이다.난아끼고늘곁에두고싶은것이책이다.그것의근원은함양내고향이다.

어떤탄생

강영린

공주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졸업

경성대학교교육대학원상담심리졸업

개림중학교교장,용문중학교교장,부산중앙고등학교교장,

신서정문학회회원

나는여느때처럼자동차로풀밭을들어서다나도모르는사이에브레이크페달을급하게밟았다.잡초사이에서1주일동안에쑥자란낯익은식물이고개를내밀고있었기때문이다.유난히흙만지기를좋아했던난만질흙을마련해보겠다고많은품을팔았고,또오랜시간많은곳을헤매었다.발품팔이는결코헛되지않았다.퇴로못이내려다보이는양지바른언덕배기에내마음의보금자리를마련할수있었기때문이다.

퇴로못에비친석양으로수놓아진금빛물결은어느새내어린시절의남한강변으로날옮겨놓고있었다.그후로난시간만나면달려가한겨울의추위를이기고,어느이의눈길도기대하지않은채청초한인내로질긴생명의실체를드러내는야생화들의삶의모습을바라보며나를다독이는것이버릇처럼되었다.물론땅한평을아까워하며거기에밤,복숭아,대추,매실,살구,배,앵두를심고,포도와등나무넝쿨을올렸다.단풍나무,소나무,대나무,벚나무도심었고,라일락,명자,불두화,옥매화,금송,골담초도심었다.어찌이뿐이랴!주렁주렁매어달린수세미가장관이고,조롱박이아름다워해마다거르지않고줄을올렸다.넓은잎과둥근얼굴의해맑은모습이아름다워난밭가장자리양지바른곳에해바라기를심었다.흙덩이를부수고퇴비를섞어땅을잘고른후정성을다해심었다.그렇게씨앗을옮겨가는과정에서씨앗하나가길목에떨어졌었나보다.그것이잡초속에서싹을틔웠고,길한가운데자릴잡고삶을시작한것이다.

다치고찢어진잎의모양새에서자동차가두어번쯤은지나간듯하다.씨앗이알알이박힌노란해바라기가떠올랐다.나는서둘러주위의잡초를뽑고적당히거름을섞어주었다.그리고지주를세워자랄수있는환경을만들어주었다.좋은터에잘심어진해바라기와비교하면서그동안자동차바퀴와내발에밟혀생을다하지않은것을고맙게생각했다.1,2주만에가보는마음이바쁘기만했다.가까스로삶을되찾은해바라기가궁금했던것또한사실이다.하루가다르게자라는것이한여름의작물의생태이지만,1,2주만에보는모습이란진정놀라움이었다.정성을정성으로받아들인해바라기는좋은터에의도적으로심어진해바라기를앞서자라고있었다.

이제잎은햇볕을가리고태풍을막아줄만큼자랐고드디어꽃봉오리가맺히기시작했다.잡초따위는이제문제될것이없었다.나는밑동의주변을넓게파고다시퇴비를뿌렸다.그리고는어떤바람에도견딜만큼큰지주를세워주고꽃핀후의결실을기원했다.척박하고굳은땅에의도되지않은채뿌리내린생명체이고,차바퀴와사람의발에채어생을마감할순간에발견된존재이지만,연민과정성으로키워진해바라기는길목에서밝은얼굴과윤기흐르는잎으로좋은땅에정성으로심어진해바라기를바라보면서그들을보호해주고싶은마음이있음을나는읽는다.그는뜨거운열기를잘도참아이겼고,천둥과먹구름속에서도자신을놓지않았으며,거센비바람도슬기로벗어날수있었다.

가꾼만큼거두리라고했던가?본의가그것만은아니지만내땀의가치를알아주는것이땅이고식물이기때문이다.소멸직전의10월의해바라기는자랑스러웠다.어떤해바라기보다탐스럽고풍성했다.식물은거짓스럽게살지아니하며,돌보아주는사람을배반하지아니한다.

그리고우리사람이란자신이신뢰롭지못하면남의신뢰로움을동경하는가?그렇다.어떤탄생도만들어지는환경과쏟는정성에의해흐르는눈물을멎게하고어둠을밝히는빛이되리라.이것이자연이내게준교훈이요,삶의철학이다.

성공과실패가오버랩되는가운데풀숲사이를헤집고밀려오는풀벌레의합창이나른한오후를달랜다.계곡을비집는전원교향곡이솔숲을휘감아흐른다.

우산씌워드릴라고얘

강영린

잔뜩찌푸린날씨.금방비라도퍼부을것같다.아니나다를까.지하철역을벗어나자마자추적거리는가을비는결국내발걸음을멈추게하고말았다.경성부경대역삼거리건물추녀밑에서택시를기다리고있었다.홍보전단신문쪼가리를머리에이고말이다.일념으로빈택시만을좇던내시선앞에,노란우산을쓰고지나가던갓스물을넘겼을청순한여대생이멈춰섰다.

“지하철역에가셔얘?”

“응?”

“아니.”

“왜?”

“우산씌워드릴라고얘.”

도회아침의출근길.자기의갈길만을재촉하며뛰고달려야하는시간에가던길을멈추고우산을씌워줄마음을어떻게낼수있었을까.마음의여유다.그런데어쩌면당연할지도모르는여대생의말한마디가이렇게내가슴을따뜻하게해주는이유는무얼까?삶에바쁜도회인,의미없는일상의반복속에서찾은아침햇살처럼해맑은아름다움때문이리라.

각박하기만하다는가을비내리는바쁜도회의아침에난참으로오랜만에보람과행복의아름다움을느껴볼수있었다.그러면서자문해보았다.

“넌남을위해무엇을배려해보았고또배려하려하는가?”난답을구할수없었다.부족한것을느끼지못하는풍요와편리속에서또다른편리를추구하면서도부족하다고외치며살아가는오늘의우리.우린소중한그무엇을잃어버리고살아가는것은아닌가?

“우산씌워드릴라고얘.”

여대생의따뜻한말한마디.무엇이그청순한여대생의마음을이렇게한겨울온돌방아랫목처럼따뜻하게덥혀줄수있었을까?내게건넨여대생의그한마디가그녀의처음이자마지막친절이었을까?아니다.그것은그녀의몸과마음에배어있는일상의삶의방식이며,그여대생의사람됨의모습이리라.

택시가멈춰섰다.

허연머리에떨어지는비를주체못하는나이드신이가서있어방향을바꾸었다는기사님의말이또한따뜻했다.그러나난천둥과함께퍼붓는계절에어울리지않는가을비속에서그청순한여대생에게고맙다는인사한마디못한날자책한다.

난자동차를타고오지않은걸고마워하며,비내리는날아침용소삼거리건물추녀밑에서기다리리라.노란우산쓴갓스물을넘긴청순한여대생을말이다.

성장을벗어버린채추위를인내하는나목을연민해야하는난노란우산속의청순한여대생이남긴말한마디를되뇌이며내마음의겨울을가리려한다.

“우산씌워드릴라고얘.”

수상소감

강영린

안개가퇴로못을덮는다.그리고호심을핥는바람이물결을일으킨다.나무들은어느새자기들에게만어울리는색깔로내년을기약한다.섭리다.인간은자신에게관대하다.자연을보면서배우고싶다.

이젠흙을일구는일이본업이되어버렸다.그것이어쩌면나를잊는방법이며영혼을맑혀주는일이기때문이다.고독을즐기는일이기도하다.하지만그것이어찌쉬울수있겠는가?

나는농사를지어보지않았다.농사를잘지어야하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땅을팠다가메우는일과같은것이다.

되지도않은글선해주신분들에게고마움을드린다.아마더정진하라는채찍이리라.일상이글감인데,바라보고생각하는것은그에미치지못한다.

글은억지로쓰는것이아니라자연스럽게써지는것이어야하는데,언제그렇게될지가의문이다.하지만노력하면될것이란확신을가져본다.그리하여선해주신분들이잘했다는미소를머금게할것이다.이것이나를위한길일뿐아니라,글쓰는사람들의마음이기를바라기때문이다.

담쟁이잎이곱게물들었고,알로카시아잎에이슬이내려앉아빛난다.

도돌이표없는인생

윤인숙

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이사벨고등학교교사

이사벨중학교교장퇴임

아름답고순수한생명의봄이혼자다녀가기싫은지유난히바람을거느리고떠나려는오월이다.

대지의나무들이초록빛으로물들어가는이때에중간고사가끝나서일까,운동장에서고함을지르며공을차고있는까까머리밤톨같은모습이오늘따라한층여유로워보인다.

교정에가득히핀자목련이아침햇살에이슬머금은얼굴로하늘을우러러볼틈도없이올해는봄비가잦았다.중앙현관앞에놓인커다란화분에앞다투어피어날화사한꽃잎을기대하며환경부장님과함께심은예쁜봄꽃이잘자라기를바라며준거름이독했던지안타깝게도대부분이녹아버렸다.

꽃이많은동네에는인심도좋다는어느누구의말이생각나서짠하던마음을떨쳐버리고비오는일요일오후두구동꽃마을에들러서붉은베고니아와마가렛다섯상자를사서화분에다다시심었다.꽃을보고좋아라고달려갈수있는사람만이사람에게더진솔하게다가갈수있다는말을떠올리며,하루에열두번도더중앙계단을오르내리는우리아이들이보며좋아하겠지하는기대감이컸다.

그런데하루하루꽃잎이피어나아름다움을더해가는어느날,출근길아침에와서보니누군가가피어나는마가렛꽃송이를싹둑싹둑다꺾어놓은게아닌가?가슴이아프다기보다충격적이었다.우리아이들이이렇게꽃을업신여기다니,이작은풀꽃에이런비겁하고잔인한짓을하다니.

꽃밭의꽃들이제각각다른모양과빛깔로자라나듯이자유롭게뛰노는저들의삶도각양각색이고저마다삶의향기를지니리라생각하며무얼하든예뻐만보인아이들이었는….

겨울날의햇볕과같이따뜻한사람,여름날의그늘처럼시원한쉼터같은사람들로성장하여비록작은몸이지만우주를품을수있는더넓은가슴을지니는사람으로성장하기를바라는마음뿐이었는….아이들이이꽃을보며잠시나마행복해하며가고싶은학교로남았으면하는마음을갖도록애쓴마음을그렇게외면해버리다….아무리어린아이들이라고는하지만이것은정말너무하다싶었다.

무엇이부족했나,무얼잘못가르쳤나,어디서부터다시가르쳐야하나,아침부터진이빠진채아팠던마음에참많은생각을했었다.

일찍이육당최남선님은‘심춘순례’에서‘나는우리국토의모든것에애니미즘을느낀다.내나라조국산천의풀한포기돌한덩이에도정령이깃들어있다.’라고하셨는데,하물며예쁜꽃들임에랴!

이제8월말이면교직생활을마감하고이곳을떠나게된다.

우리인생이음악의악보처럼도돌이표를그릴수있다면지금보다훨씬좋은선생님으로남을수있을텐데,꽃을꺾지말라고미리당부를할수있었을텐데,지금이순간문득그런생각이든다.

그러나나는분명히기억하고있다.‘우리가눈발이라면허공에서쭈뼛쭈뼛흩날리는진눈깨비가되지말고,우리가눈발이라면잠못드는이의창문가에서편지가되어그의깊고붉은상처위에돋는새살이되자.’라는안도현님의시를수업시간에눈을지그시감고외우던우리아이들의모습….

이제상처입은꽃들이다시피어나듯이,그날아침꽃송이를따버렸던그아이의마음도성숙해지기를간절한마음으로기도해본다.그리고그들에게가만히들려주고싶다.

얘야,꽃은가만히두어도그때그때피었다진단다.

영진이의항구

윤인숙

영진이가가족도주위의보호자도없이경찰의입회아래판사의판결로즉심에서바로청소년학교로보내졌다는연락을받았다.구름한점없는아침영진이가있는곳을찾아가는굽고굽은산길에는솔나물,개망초,비비추,범부채꽃들이흐드러지게피어있었다.

마른장마라는늦은6월의메마른산길,뙤약볕을피해마을로들어서자정자나무그늘에둘러앉아있는축처진표정의노인들이먼저눈에들어왔다.들고있던부채끝으로저리로돌아가라는그들의손짓에따라이리저리헤매며찾은,마을후미진끝자락에영진이가있다는청소년학교의팻말이보였다.

미항으로이름난이곳에마치어느작은유배지처럼온통사면이바다로둘러싼작은육지같은곳이있었다니믿기지않았다.

오래된폐교를손질하여아이들의활동장소로쓰고있는그곳에는고학년을초월한27명의크고작은아이들이머물고있었다.내리비치는불볕더위도아랑곳않고덩치큰몇아이들이공을차기위해현관앞에서신발을신다가꾸벅절을하고녀석이그림을그리고있는두번째교실로안내를해주었다.

왜매일지각을하느냐,수행평가물이라도제대로내라,공부를안하려거든교복이라도갖춰입어….채근하는선생님도없는곳,엄마아빠도차려논밥상도없이뿌연형광등이기다리는어두컴컴한방보다훨씬환한곳,일과가끝나면형누나각자알아서문제를일으키고들어오든말든서로상관하지않는집으로돌아가는길.들어오라고손짓하는PC방도없고,쉬는시간만되면시도때도없이매점을들락거리며군것질하며침흘리게하는친구들도없으며,최신형휴대폰도,MP3없어도전혀구애받지않는곳,그모든것과단절하며그동안마음을놓고지내서인지녀석은입성도깨끗한채살이오른흰꽃돼지가되어있었다.

두달전회의실에서붙잡아온경찰에게훔친수표를돌려주며손이닳도록사죄하며,제대로선도하지못한모든책임을질테니선처를부탁한다며용서를구하던내모습도기억에없는양,말썽부리지않고착하게살겠다고손가락걸며한약속도전부무효라는듯아무런머뭇거림도없이씩쳐다보며엉거주춤일어났다.

타들어가는태양의열기에입이바짝마른채로살이올라두터워진등을쓸어주며뺨을꼬집고악수를청해도이곳까지찾아오셨구나하는감동도미안한표정도없는몸짓에창밖의하늘을바라보는내눈이자꾸따가웠다.

가져간종이상자에서몇개의여름티셔츠며팬티며양말을꺼내놓고마치군대간아들을면회온어머니처럼땀냄새안나게잘씻어입으라는말에머쓱해하며,현관앞마루에몇개풀어놓은수박덩이를무심히바라보는척하더니딴생각않고1년이고2년이고이곳에서지내고싶다고단호하게말했다.

무슨숙명인지이녀석의형과누나세남매가나란히우리학교를5년동안거치면서끊임없이크고작은문제를일으켰지만,그래도선생님들이부여잡고끌어안아둘은졸업은시켰는….

입을연녀석에게왜그랬냐,앞으로어쩔셈이냐라고물었지만먹고싶고갖고싶은게있어남의것을훔치고,가슴이답답해서무작정눈에띄는남의오토바이를타고달렸다든지,좋아보이는외제차가얼마나성능이좋은지알고싶어남의차를마음대로몰았다든지,경찰조서에적혀있는일체의대답도변명도없이불쑥지문때문에잡혔다는상황설명조의짤막한답변만했다.

지도하시는선생님옆에서고개숙인녀석에게겨울이오기전늦가을에두꺼운점퍼와축구화와이불을챙겨서다시찾아오겠다고약속하고돌아서는데,빨갛게충혈된녀석의눈에맑고투명한눈물이고여있었다.그리고내뱉는한마디,“선생님,할머니께잘있다고전해주고검정고시준비할책을보내주세요.”

누가그랬던가,만고의진리처럼되어버린‘선생똥은개도안먹는다.’고.

문제많은이시대,사도가사라졌다고외치는이시대에애면글면하며애간장을태우는교사가어디있느냐라고누가감히그러는가.

영진이를남겨두고돌아오는길목에펼쳐진마산의쪽빛바다는그곳을떠나는날까지녀석에게매일아침말해줄것이다.

‘얘야,오늘하늘에구름이끼어도그속에는태양이있다.’라고.

수상소감

윤인숙

꿈을앞세우고모퉁이를돌면기회가기다리고있다는말처럼,제게있어글을쓴다는것은잊고있었던모퉁이를돌아가는길이었습니다.

공직생활을마감하며피터팬의신화로부터벗어나완행열차를타고땅에내려와야된다는생각이들수록,하루빨리하프타임을끝내고의미있는후반전을시작하고싶었습니다.

8월동래문화회관에서정기가곡회가있던날,우연한기회에<수필>을만나게되어한가족이되었으면하는마음이들었습니다.

그러나수필은한편만으로도그사람의전인생이무르녹아있는글이기에마음을누군가에게열어보이는것이쉽지않았습니다.

당선통보를받은날은마침목산회산행이있는날이라,문학회활동을하고있는전교장에게귀띔을했더니수필부산문학회의오랜전통과역사를알려주었습니다.

부끄러운글을눈여겨봐주심에감사를드립니다.

‘인생이란15분늦게들어간영화관같다.뭐가어떻게돌아가는지알수없는것,놓쳐버린15분줄거리를찾기위해매달린다.’는로맹롤랑의말처럼,그15분줄거리를이제부터수필의제목으로채워보려고합니다.감사합니다.

신인상작품심사평

강영린어떤탄생은마음의보금자리를마련하여온갖나무와화초를키우는재미를적은얘기다.

길에떨어져자란해바라기한포기에대한애정과그보람을쓴유연한솜씨다.단순한소재를재치있게썼다.

다만감동할만한계기가되지못하고,글의길이도좀짧다는느낌이다.결부시킬만한다른소재를끄집어와서구성했더라면싶다.

우산씌워드릴라고얘는비오는날아침의출근길,우산을씌워주려는아름다운여학생의마음씨에감동한바를적었다.

각박한세상에서맛보는삶의즐거움을간결하게쓴솜씨가뛰어나다.

흔히있을수있는얘긴데,긴박감을주지못해콩트식수필로서의호흡에만족을주지못하고있다.

문장력이뛰어나고정확한표현이다.

윤인숙도돌이표없는인생은아이들에게꽃을사랑하는마음을길러주지못한후회를능숙한솜씨로잘그려낸글이다.교육자로서되돌릴수없는인생을꽃을가꾸는마음으로담담히술회하였다.

풍성한글을만들려고하다보니만연체문장이너무많다.간결한문체로다듬어야한다.그리고문장하나하나마다줄을바꾸는것도삼가야한다.문단나누기의필요성을알아야겠다.

영진이의항구는말썽꾸러기제자가갇혀있는청소년학교를찾아간선생님의따뜻한마음씨를과장없이썼다.

‘검정고시준비’하겠다는얘기를듣고,하늘에는구름이끼어도그속에는태양이있다는글쓴이의기대를그린감동적인글이다.

역시만연체문장이많고말없음표(…)를너무자주쓴다는느낌이다.

-이원우,정약수,박홍길

우리모임소식

-제72호발간이후-

2009.12.12(토).전희준회원

제3수필집<퇴직후10년>을수필과비평사에서펴냈다.

2010.1.7(목).신년회개최

2010년도신년인사회를서면남대문집에서개최하여회원들이새해맞이축배를들면서덕담을나누었다.

2.10(수).수필부산문학회카페개설

그간추진해오던수필부산문학회카페를‘다음’카페에개설하였다.카페이름:수필부산문학회(cafe.daum.net/supilbusan)

3.9(화).2010년도전반기이사회개최

서면남대문집에서2010년도전반기이사회를개최하고수필제73,74호발간과회비문제,수필부산문학회카페운영,신입회원입회문제등을논의하였다.

4.20(화).정약수회원

두번째수필집<발자국을정리하다>를세종출판사에서펴냈다.

4.24(토).2010년정기총회개최

기장군철마면임기리낙원농장에서2010년정기총회를개최하고연회비10만원을12만원으로,신입회원입회비10만원을20만원으로인상했으며신입회원네분(성종화,문경희,정은영,권춘애)을입회동의했다.

5.31(일).성종화회원

시집<고라니맑은눈은>을도서출판문학사계에서펴냈다.

6.10(목).<수필>제73호원고교정모임

서면남대문집에서<수필>제73호원고교정모임을가졌다.출판비용절감을위해출판사를육일문화사로변경하였다.(5개출판사의견적을받아회장단에서결정하였다.)

6.30(수).<수필>제73호출간

고우암최선호회원특집으로,회원37명작품46편과기고4명작품8편으로총278페이지의<수필>73호를이기홍화백의표지화로육일문화사에서펴냈다.

7.1(목).박홍길회원

서울대학교병원에서직장암을수술하고이후항암치료를하고있다.

8.14(토).이원우회원

영광도서문화사랑방에서각계인사176명을모시고수필집2권<열아홉살과부가스물아홉살딸을데리고>,<천주교야노올자>출판을기념하는14번째콘서트를열었다.

9.7(목).하창식회원

1년동안,미국캘리포니아주에있는UCLA화학과로방문연구를수행하게되어출국하였다.

9.15(수).허정회원

세번째수필집<가꾸고싶은사회>를도서출판육일문화사에서펴냈다.

9.24(금).박송죽회원

부산시립박물관에서부산문인협회가주최하는‘한국,일본,중국문화교류시화전’에‘38선두고온산하’를출품했다.

9.30(목).이병수회원

수필선집<까치밥>이교음사에서발행하는한국현대수필작가대표작선집58로출판되었다.

9.30(목).정철규회원

첫번째수필집<퇴근길>을도서출판전망에서펴냈다.

10.1(금).2010년도후반기이사회개최

서면남대문집에서금년도후반기이사회를개최하여<수필>제74호발간과야유회를확정하고,신입회원으로우아지님을입회시켰으며,신인상심사위원을위촉했다.

10.5(화).성낙구회원

국제신문사24층크리스탈뷔페에서제8수필집<야생초>와<成氏宣敎郞派文集飜譯書>출판기념회를가졌다.

10.28(목).장광자회원

부산여자대학교다촌문화회관에서제12회설송문학상본상을수상했다.

10.30(토).이해주고문

2010년도부산문화재단학예진흥을위한회원활동지원사업비일부를지원받아제6수필집<문풍지의서정>을도서출판세화에서,제4시집<풀무>와시선집<사랑하는것을위하여>를도서출판전망에서펴냈다.

11.6(토).야유회및교정회개최

부산탑에서<수필>제74호원고교정회를가진후용두산공원과부산근세사박물관,피파광장,성박물관,고김병규회원문학비를돌아보았다.

11.17(수).성낙구,문경희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가주관하는제1회수필문학상시상식에서성낙구회원은대상을,문경희회원은올해의작품상을수상했다.

11.22(월).이병수,오기환회원

부산일보사10층대강당에서열린<문예시대>창간제17주년기념식에서이병수회원은제2회문예시대아카데미문학상을,오기환회원은제12회문예시대작가상을수상했다.

수필부산문학회회칙

제1장총칙

제1조본회의이름을수필부산문학회(이하‘본회’라함.)라하고,부산에사무실을둔다.

제2조본회는수필을좋아하는사람들서로의친목을다지고,수필문학창작과연구및그발전에이바지함을목적으로한다.

제2장사업

제3조본회는다음과같은일을한다.

(1)회지발간(해마다2권이상)

(2)수필창작과연구에관한일

(3)수필문학신인을찾아내고격려하는일.단이일을위하여는‘수필부산문학회신인상’을제정하고,그규약을따로정한다.

(4)회원서로의친목을다지고축조의를나타내는일

(5)그밖의필요한일

제3장회원

제4조본회회원은회의목적과사업에찬동하는수필인들로구성한다.

제5조본회에가입코자하는사람은회원두사람이상이추천하고,이사회의결의와총회의동의를얻어가입할수있다.단,본회신인상을받은사람은본인이희망할경우자연입회된다.

제6조회원으로서,회지발간시특별한사유없이계속3회이상원고를제출치않거나,2년간회비를납부치않으면자연탈퇴된다.

제4장임원

제7조본회의운영을위하여다음의임원을둔다.

(1)회장1명(2)부회장3명(3)이사6명(4)사무국장1명,사무차장1명(5)간사약간명(6)감사1명(7)고문약간명

제8조임원의임기는2년으로하고,회장유고시는부회장(연장자)이대리한다.

제9조회장,부회장,이사,감사는총회에서선출하고,사무국장사무차장과간사는회장이임명한다.

제10조회장,부회장,이사,감사,사무국장사무차장,간사들로써이사회를구성하며,이사회에서회원의가입,제명,회지발간,원고심사,그밖의주요업무를심의한다.

제11조회장은회를대표하며회무를총괄한다.사무국장은회장의명을받아회전반의운영과회계업무에관한일을맡으며,간사는출판및홍보,섭외등의일을맡는다.그밖의임무는통상관례대로한다.

제5장총회

제12조본회의정기총회는4월에가지는것을원칙으로하고회장이소집한다.

제13조교정,회지배부,야유회(매년1회),그밖에필요할때에는이사회의결의나회원5인이상의발의로써회장이임시총회를소집할수있다.

제14조본회의총회성립과기능,성격은통상관례에따른다.

제6장재정

제15조본회의재정은회비,입회비,찬조금및기타수입으로충당한다.회비는1년12만원,입회비는20만원으로하고,매년회장은50만원,부회장은20만원,이사는10만원을특별회비로내어야한다.그리고모임때의경비와출판비는회비의잔고로하되,부족액은임시회비를거두어충당한다.

제7장부칙

(1)이회칙의미비한사항은통상관례에따라시행하되,이사회의결의를거쳐야한다.

(2)이회칙은1977년4월29일부터시행한다.

(3)이회칙은1990년,1991년,1993년,1994년,2000년,2003년,2004년,2007년,2010년에각각일부수정하여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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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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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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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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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문화원연합회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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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7148

554-0159

010-8782-7148

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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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137-4127

이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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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6887

정인조

林山

60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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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1937

555-5011

019-552-1937

정약수

(감사)

솔내

607-123

동래구사직3동415-1(8/4).

부산대학교인문대학영문과명예교수

jnchung@pusan.ac.kr

505-6489

510-2033

010-5045-6489

김훈

虎巖

612-712

해운대구재송동1200.센텀파크(아)108-703

kimhoon36@hanmail.net

744-3727

554-4455

010-9514-3232

김혜자

612-752

해운대구좌1동.건영2차(아)112-1403

hye2457@hanmail.net

702-3357

011-865-3357

심득순

611-804

동구범일1동1354-7(4/4).

shimds56@naver.com

632-9827

010-8560-9827

황선영

먼뫼

614-012

부산진구가야2동.벽산(아)118-1204

동의대학교사학과명예교수

sy2986@hanmail.net

896-2986

010-3598-2986

오기환

若軒

607-825

동래구안락2동600-6.남흥(아)1-706

전연산중학교교장

fram99@paran.com

523-0153

010-8704-0153

남기욱

613-777

수영구망미1동693.더샵파크리치(아)

103-1802

dy8283@hanmail.net,동영산업(주)

754-8667

753-8283

011-854-8285

성명

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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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및근무지

집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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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

612-032

해운대구좌동.두산동국(아)112-902

kangjungii@hanmail.net

704-6216

010-2906-6217

이상금

609-711

금정구청룡동.경동(아)203-201

부산대학교사범대학독어교육과교수

sgli@pusan.ac.kr

512-9422

510-2627

010-7768-2627

최헌

613-766

수영구망미동777.삼성(아)7-1401

758-2876

016-872-7829

배기형

志岩

612-772

해운대구좌3동1284.해운대주공(아)2단지204-102

701-8861

016-9661-8891

배병채

608-810

남구대연3동405.대연맨션803

rember1984@hanmail.net

626-4317

621-2843

011-864-4317

성종화

水石

613-777

수영구망미동693-1.더샵파크리치(아)106-1405

대광법무사합동사무소

sjw6262@hanmail.net

761-2134

942-6262

010-5872-2134

정은영

611-072

연제구거제2동1292-2.아시아드힐(아)901

cor59@hanmail.net

503-6964

010-7999-3428

권춘애

609-805

금정구구서2동1032-1.푸른마을702

kslddd@hanmail.net

581-7170

010-4570-7170

문경희

608-777

남구대연3동245-23.삼익그린(아)104-1005

haidy92@hanmail.net

622-0221

010-2815-0812

우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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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서대신동3가19-9.유진대림(아)10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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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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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구모라동.모라벽산(아)104-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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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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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남산동265-7.외인주택A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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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5239

010-4613-5239

2010.겨울.통권제74호

인쇄:2010년11월25일

발행:2010년11월30일

발행처:수필부산문학회

발행인:姜中九

인쇄처:육일문화사

주소:부산시중구대청동1가26-1

전화:(051)441-5164

e-mail:book61@hanmail.net

값10,000원

※이책의발간에있어,2010년도부산문화재단의문예진흥기금을도움받았으므로,고마움의뜻을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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