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오! 도쿄(東京)
14오!도쿄(東京)

나고야(名古屋)역에서신간센히카리호를타고도착한도쿄(東京)역은엄청나게복잡해서방향조차잡을수가없었다.묻고물으면서겨우JR선을갈아타고얼마쯤가다가결국은택시신세를지고서야예약된호텔을찾을수가있었다.

그런데도쿄의중심지치요다구(千代田區)에위치하고있는이름도좋은’사쿠라호텔’을찾아서체크인을하던나는깜짝놀랐다.예약된숙소가지하실이기때문이었다.1인당하루에7,000엔(70,000원)짜리호텔을예약했으니좋은호텔일것이라고는생각하지않았지만그게지하실일것이라고는꿈에도생각하지못했다.

돈을더지불할테니방을바꿔달라고했지만빈방이없단다.그대신상하이단침대에16명이숙박하도록되어있는커다란합숙소를,예약자가더없으니우리들일행4명만쓰라는것이다.일이이렇게되고보니잔뜩기대에부풀어찾아왔던도쿄에서의우리들의처지가비참하기까지했다.

그런데도한가지다행이었던것은이호텔에놀러왔던다나카(田中)라는일본젊은이를만난것이다.그는자기집이있는요코하마로돌아가는길에우리들을자기차에태워서도쿄의명소들을안내해주겠다고했다.

처음에는바가지를씌우려는불량배인줄알았다.하지만긴여정에몸은지칠대로지쳐있는데다가넓은도쿄를택시를타고돌아다닐수도없고지리도모르면서기차나버스를타고찾아다닐생각을하니기가찼다.그래서될대로되라는심정으로그의지프차를타고도쿄시가지구경을나선것이다.

그런데그는"이거리는메이지대학(明治大學)과니혼대학(日本大學)이있는대학로이고저것은고라쿠엔(後樂園)입니다.저건물은유명한도쿄대학(東京大學)이고붉은색저작은집이아까몬(赤門)이지요."라고서투른우리말을하는게아닌가.

나는깜짝놀랐다.여기는일본도쿄인데저사람은서툴지만한국어로설명을하고있지않는가.처음만난우리들에게접근하여아무런조건도없이자기차에태우고는도쿄의명소들을안내해주겠다는저의가과연무엇일까.그렇다면말로만듣던조총련인가.

소름이오싹끼친다.초조하고불안했다.이제는어떻게할것인가.결론은정면으로부딪쳐보는수밖에도리가없었다.그래서나는단도직입적으로재일동포냐고물었더니,아니란다.그러면어떻게한국말을아느냐고했더니그는웃으면서하는이야기는다음과같았다.

그는일본에서대학을졸업한후오스트레일리아에가서여행사의가이드로일하고있는데그곳에유학온한국인여학생과사랑을하고있다고한다.그래서그녀와사귀는동안에자연스럽게한국어를배우게되었고한국의풍속도제법알게되었으며그녀와는결혼할것이라고한다.그리고오늘우리들을안내해주는것도그의직업의식과함께애인이한국사람이기때문이라고한다.

그랬구나.그래서아무런관계도없는우리들을자기차에태워서친절하게도쿄의명승지를안내해주고있구나.

그의도쿄안내는계속되었다.비록차를타고하는구경이지만역사깊은우에노(上野)와전자제품으로유명한아키하바라(秋葉原),고급상가가밀집해있는긴자(銀座)를거쳐서우리들이구경하고싶다는도쿄타워에내려주고는구경잘하고가라는인사말을남기고그는돌아갔다.

참으로고마운젊은이다.생면부지의우리들을돈한푼받지않고자기차에태워서그넓은도쿄시내의명소들을구경시켜준다는것이어디보통일인가.그리고비록서툴기는하지만도쿄의명소들을우리말로하나하나친절히설명해주는바람에우리는어느곳보다도더알찬관광을할수있었으니얼마나고마운가.

그가일러준대로탑승표를사가지고도쿄타워에오른다.소와33년(1958년)에파리의에펠탑(320m)을모방하여만든이탑은높이가333m로150m지점에는전망대가있었다.

순식간에오른전망대에서사방을바라보니도쿄는높고낮은건물들이빽빽이늘어섰고끝없이펼쳐진시가지가아련히하늘과맞닿았다.여기서600엔을더지불하면250m지점에있는특별전망대에오를수있고,맑은날거기에오르면후지산도보인다고하지만가까이보이는것마저제대로알아볼수없는데600엔을더주고오르기가아까워그대로시가지를구경하고있으려니황혼이짙어지고어느덧어두운밤이되었다.

밤에보는도쿄는또다른모습이었다.크고작은건물들은저마다휘황찬란한네온의불을밝히고자신의모습을뽐내는가하면거리에는차량들의불꽃행렬이강물처럼흘러가고있었다.지상150m상공에서도쿄의야경을바라보고있으려니내가도쿄에관광을왔다는사실이꿈만같다.

무수한불빛이명멸하는밤의도쿄를하늘에서내려다보고있다가유라쿠초(有樂町)에서민생고를해결한다.거기는여러가지종류의음식점들이모여있어서식사를하기에알맞은곳이다.무엇을먹을까망설이다가가장일본적인식사를한다.초밥을먹는것이다.본고장인도쿄에서먹는초밥은또다른맛이있었다.시장했던지아니면맛이있어서였는지어쨌든우리들은오랜만에초밥으로포식을했다.

그리고는도쿄의중심부이자일본상업의최첨단기지인긴자(銀座)의밤거리를걸었다.사람들이오가는길가에는고층건물들이늘어섰는데거기에는도쿄의중심지답게찬란한네온사인이명멸하고있었다.

다시금택시를타고찾아간곳은도쿄의두얼굴이한곳에자리잡고있는신주쿠(新宿)다.신주쿠는긴좌다음으로유명한도쿄의번화가이다.신주쿠역동쪽에는쇼핑가와유흥가가자리하고있어서사람들을유혹하고있는가하면서쪽에는도쿄도청사를중심으로미쓰이,스미토모빌딩등이그웅자를자랑하고있었다.

그런데우리들의발걸음이닿은곳은히가시신주쿠(東新宿)중심가인환락의거리였다.원래이곳가부키조는신주쿠문화의중심지로조성할계획이었는데어쩌다가그만일본최대의환락의거리가되어버렸다.그래서길을가다보면건물마다달린간판과네온사인이말초신경을자극하는극단적인표현으로사람들을유혹하고있는가하면길거리에서나누어주는선전물또한벌거벗은여성들의사진뿐이었다.

그러나너무나이색적인곳이라차마들어가지는못하고거리를기웃거리다가갈증이나서시원한맥주나한잔마시려고어느맥주홀로들어서는데점원이앞을막는다.미성년자가아니라나이가많아서출입을금한단다.참으로어처구니가없었지만그러나들어갈수없다는것을어떻게할것인가,

택시를타고호텔로돌아온다.배낭에서소주를꺼낸다.세계최대의도시라는도쿄하고도그중심부인치요다구의사쿠라호텔지하실에서친구들과술잔을나누면서흘러간노래를부른다.도쿄의밤은깊어만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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