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하코네(箱根)여정
이번일본여행에서가장인상깊었던곳을말하라고한다면나는’하코네여정’을들고싶다.본래에는하코네여행은계획에도없었다.짧은기간에최소의경비로하는일본여행이고보니값비싸고호화로운하코네여행은감히생각조차할수없었던것이다.
그런데여행도중에도쿄의일정을줄이고그대신일본의대표적인관광지한곳을돌아보기로하자는정군의제안에따라닛코(日光)와하코네(箱根)와벳푸(別府)를검토하게되었고결국은도쿄에서가깝다는이유로하코네를택하게된것이다.
그리고여행안내서에는하코네여행은등산열차,인크라인,케이블카,유람선,관광버스등각종교통수단을이용하지않으면불가능하기때문에’돈을깔고지나가는길’이라고소개하고있었다.그런데그해결방법으로’하코네의모든교통기관을4일동안마음대로이용할수있는하코네프리패스의가격이일금3,500엔인데그것을4명이하루씩하코네를관광하는것으로하고나누어서내면1인당875엔으로하코네프리패스를살수있게되어파격적인가격으로하코네를구경할수있다’는유혹이있었기때문이었다.
도쿄에서하코네입구인오다와라(小田原)역까지의신간센요금은3,570엔이나되었지만우리는JR패스덕분에아무런부담도없이히카리호를타고불과40분만에도착했다.
그런데문제는그다음에있었다.우리는안내서에쓰인대로4명이하코네프리패스1장을사가지고하루를여행하려고했지만그것은불가능하고단하루를여행해도1인당3,500엔짜리하코네프리패스한장씩을구입해야한다는것이다.그러면하코네에서교통비가하루에3,500엔인데이것은우리돈으로52,500원이니’돈을깔고지나가는길’이라는안내서의말이사실이었다.
단하루를구경할것인데도어쩔수없이4일간사용하는3,500엔짜리하코네프리패스를샀다.그리고는장난감같은등산열차를탔더니기차는급경사의산속으로난스위치백철로를타고지그재그로오른다.가다가는쉬고또가는열차가조고쿠노모리(彫刻の森)역에도착했을때우리는열차에서내렸다.하코네조고쿠노모리미술관(箱根彫刻の森美術館)을관람하기위해서다.
이미술관은2,000㎡의실내미술관과45,000㎡의야외전시장으로구분되어있는데로댕,피카소,보델리,무어등유명한화가들의조각과회화400여점을전시하고있다는하코네의대표적인미술관이다.
그런데길을따라걸어서미술관에도착해보니입장료가일금1,500엔[22,500원]이라는안내판이붙어있었으니놀랄수밖에없었다.우리는3,500엔에하코네프리패스만구입하면모든것이해결되는줄알았다.그런데그것은단지교통비일뿐이고관광지마다별도로요금을내어야한다니이게어디보통일인가.
그리고4일간에걸쳐서구경을한다는하코네를하루에구경을하면서여기서시간을얼마나보내야되는지알수가없어서미술관뜰앞에서빙글빙글돌아가는조각품하나만바라보고섰다가발길을돌리고말았다.
다시기차를타려고역으로가다가’여정(旅情)’이란이름표를달고있는찻집을보고는걸음을멈추었다.찻집이름이마음에들었기때문이다.하코네를찾는수많은길손들이피곤한심신을잠시쉬어가는그찻집에서나도잠시쉬어가고싶었지만친구들의성화에못이겨다시기차를타고가다가종점인고라(强羅)역에서내렸다.
여기서부터는인크라인을타야했다.말하자면바퀴가달린케이블카라고나할까.와이어로프가사람들이가득탄무거운기차를끌어올리고있는모습이신기하고비록짧은구간이나마이렇게다양한교통시설을해놓은것이마음에들었다.
인크라인의종점인소운산(早雲山)에서는케이블카를탄다.정원이13명인조그마한케이블카는구름속을뚫고하늘로오른다.흰구름사이로케이블카가앞서거니뒤서거니산위로올라가는모습이한장의그림만같고아득히내려다보이는계곡에는화산이하얀연기를내뿜고있었다.케이블카가높은산봉우리에멈춰섰을때우리들은케이블카에서내렸다.여기가해발1,044m지점인오와쿠다니(大涌谷)로하코네에서가장높은곳이다.
오와쿠다니(大涌谷)
오와쿠다니에는곳곳에하얀수증기가솟아나고유황냄새가코를찔렀다.어떤곳은더운물이솟아오르는가하면진흙이부글부글끓어오르는곳도있어서살아있는화산을그대로볼수있었다.
거기에다계란을삶아서팔고있는아가씨가있었다.얼굴이달걀처럼둥근그녀는껍질이새까맣게변해버린계란한개를먹으면7년을더산다고했지만그래서나는친구들보다한개를더먹은것이아니라사실은배가너무고파서였다.거기에는화산에관한자료를전시해놓은오와쿠다니자연과학박물관이있었지만우리는입장료와시간때문에관람을포기하고말았다.
다시케이블카를타고종점인토겐다아(桃原臺)로가는데맑은날이면여기서보인다던후지산은그름때문에보이지않고파아란아시노코(蘆の湖)만저만치내려다보였다.
토겐다아는케이블카의종점이자아시노코의선착장으로오와쿠다니와더불어하코네관광의중심지였다.아시노코는화산활동으로형성된칼데라호로해발723m지점에위치하고있으며둘레가무려17,5Km나되었다.
여기서점심을먹고’환상의나라해적선’이라고하는관광선을탄다.푸른호수에조용히떠나가는범선모양의유람선을탄사람들은모두들동심이되어동화속으로빨려들어가는데유람선은호수를가로질러옛날에검문소가있었던하코네마치(箱根町)에잠시들렀다가모도하코네(元箱根)에서걸음을멈추었다.
여기서부터는관광버스를타야했다.버스는급경사의산길을따라서계곡을헤매다가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에닿았다.드디어하코네의관광이끝난것이다.
온종일하코네를돌면서흘린땀과피로를씻으려고공동목욕탕을찾는다.하지만현지주민과의사소통이잘되지않아서노천온천에들고말았다.숲속바위틈에서솟아나는온천수에어릴때시내에서목욕을하듯이물장구를치면서목욕을하고나니온몸에쌓였던피로가한꺼번에가시는것같았다.
1년에무려2,000만명의관광객이찾아든다는일본제일의관광지하코네,4일간은구경을해야한다고하코네프리패스도4일을기준으로판매하고있는데도우리는그것을구입하고서도시간에쫓겨서겨우하루만에하코네관광을끝내고말았으니참으로아쉬웠다.그리고자연적으로내뿜고있는하코네화산과칼데라인아시노코를중심으로급경사의산지에다갖가지교통시설을설치해놓고미술관과박물관등을만들어놓은것이과연선진국관광지답다는생각이들고이곳에서는돈을쓰지않으면안되도록만들어놓은그들의상술이얄밉기까지했다.하지만어쨌든하코네여정은이번일본여행에서가장아름다운한토막추억으로내기억속에길이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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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훈 (고향을 어찌 잊으리)
김준영 (8, 도자기의 고향 아리타(有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