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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보톡스보다 효과적인 회춘법 - 김태훈 기자의 아침에 읽는 시
보톡스보다 효과적인 회춘법

‘첫 시조집을 출간했습니다. 한 권 보내드려야 하나 생각하다가 공해일 것 같아 망설이다가 감사한 마음만 전합니다.’ 휴대전화에 찍힌 문자입니다. 누가 시집 냈다는 소식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전하나 싶어 이름을 보니 ‘조민희’라고 찍혔습니다. 2010년 만 70세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해 화제가 된 할머니 신인(新人)입니다. 당시 당선 소감에서 “도전의 활 시위를 당기겠다”고 했던 약속을 3년 만에 지켰습니다. ‘보내주시면 잘 볼 건데요’라고 답장했더니 그 말 기다렸다는 듯 시집이 배달됐습니다. 시집 제목이 ‘은행잎 발라드'(책만드는 집)입니다. 생의 가을을 아름다운 은행잎 빛으로 물들이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연을 날리며 달리고 있는 어린이.

연을 날리며 달리고 있는 어린이.

수록 시 중 ‘새로 읽는 세시풍속-연날리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늘에 길을 내고 햇살 받아 되넘긴다/ 더 멀리 오르리라 바람의 맥을 짚던 손/ 애니팡 뿅 뿅 튕겨요, 누구 점수 더 높은가.’ 연싸움이 애니팡으로 바뀌기까지의 세상 변화와 그 사이 흘러간 시간을 재치있게 담아냈습니다. 이 작품을 포함해 108편이 시집에 실렸습니다.마음속으로 ‘108살까지 장수하며 계속 쓰시라’고 응원했습니다. 우연일까요. 그해 시조 부문을 심사해 조 시인을 당선시킨 한분순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도 며칠 전 저를 보자더니 시집을 건넸습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최근 묶어낸 ‘한국대표명시선 100’에 자신의 시집 ‘서정의 취사'(시인생각)가 포함됐다고 자랑합니다. 한 시인도 올해로 만 일흔 살이 됩니다. 시집 표지에 신문기자·문인으로 활동하던 20대 시절의 얼굴을 연필화로 그려넣었습니다. 시인의 마음이 그렇게 젊겠지요. 정신의 회춘(回春)을 위한 길이 시작(詩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대학 후배의 부친은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한 뒤 외손주 키운 사연을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란 제목의 책으로 내고 저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분도 올해 일흔입니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은 젊음을 찬양하면서도 ‘노년(老年)도 그에 못지않은 우아함과 힘과 매력을 지니고 찾아온다는 것 또한 아는가?’라고 했습니다. 이분들이 그 말의 산증인 같습니다. <2013.5.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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