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늙어야 아름답다




<외암리,산수유>


아주차가운날씨입니다.
올겨울들어서서가장춥다더군요.
이른아침서늘한거실에서매화이야기를읽습니다.

이해하기어려운슬픈일을만나거나,
계절이가장계절다울때,혹은마음골깊어질즈음,
적요함속에서적막한글을읽다보면
글이주는향기가실제느껴져올때가있습니다.
오늘이이른새벽이그렇군요.
매향만이지니고있다는暗香ㅡ사위가어둡고고요해질때만가만히나타나는ㅡ이
코끝에느껴져오니말입니다.
기실저처럼산만한사람이라면매화향기를기억하기어렵습니다.
물론그있는듯마는듯한아련함때문이지요.
설핏다가오는가하면사라져버리니말입니다.
그러니梅香을이름하는暗香도
난의향기를귀로듣는耳香으로여겨야할겝니다.

완자창위로매화나무가보이는집에서사는벗이저녁이나같이하자고청합니다.
매화가성개했다는말에10리나되는길을얼음빙판에코를찧어가며달려갑니다.
매화는암향暗香이라선지달과황혼과함께보아야맛이난다는데
해서늙을수록풍미가있다는데
그게매너리즘이지싶으면서도글쓴이는부러황혼에지인의집을찾아갑니다.
설핏매화향기날아오는듯하니
그매화향기는지인의책넘기는바람에묻어옵니다.
글쓴이는또말합니다.모든꽃이다정들면매화같지요.어찌매화만......
하면서도종국에는수많은꽃들중결국매화만이남더라는이야기를합니다.
김용준선생은글의말미에적습니다.
“빙설을누경屢徑하여지리하게피어난애련한매화를완상翫賞할여유조차없는,
이다지도냉회冷灰같이식어버린우리네의마음이리까?”

아,그러고보니퇴계의매화사랑도기억이나는군요.
그의고종기에의하면그가이질로고생할때
매형(퇴계는매화를현인,형으로여김)에게불결한모습을보이기싫다며
매분을다른곳으로옮기라고했다는군요.

며칠전
천안에일이있어가는길에새해목표인걷기를위하여아산외암마을에들렸습니다.
번성한마을이거의그러하듯외암마을도야트막한설화산을병풍처럼드리우고있습니다.
마을의격이랄지혹은차이를나타내주듯들머리에는작은시냇물이흐르고있었구요.





쌀쌀한날씨임에도불구하고연지를바른것처럼볼이발그레한아이들이
옅게언얼음을깨며놀고있더군요.
아이들의높은고음은겨울의쨍함보다승하구나,생각하며다리를건넙니다.
섶다리도있었는데탱자나무가시로막아놓았더군요.
마을들머리에는두쌍의장승들이있었는데혹부부장승과자녀장승이아닐까,
그런데그장승들이천하대장군이나지하여장군이란단어가무춤할정도로
코믹한표정으로호방한웃음을띄고있어서같이잠깐웃어주었습니다.
손이있었으면거침없이악수라도하고싶은그런얼굴이었지요.
그왜천성이명랑하여사소한일에도커다랗게웃는사람처럼말이지요.
장승이라고그런성향없을리없지요.
약간속없는부모곁에일찍철든명민한아이들처럼작은장승들은야무져보이구요.








외암마을은양반집인기와집도있고초가집도많습니다.
그집에는사람이살기도하고살지않기도합니다.
그러나제눈에가장띈것은고샅길을정취있게만들어가는돌각담이었지요.
높지도낮지도않은돌각담.
흙이들어가있지않은그저돌만으로쌓여진담을돌각담이라이릅니다.
집을지을때나밭을일굴때나오는돌들을저리자연스럽게
사용했다는거지.
더군다나그담의높이는정겹기이를데없어가만히지나가면안보이고
안부차담을건너말이다가오면집안을들여다볼수있는높이입니다.
그렇지요.꽉막힌네모진시멘트안에서바로옆집과도교류없이지내는
우리네인생의트임과는아주상이한구조이지요.
아무도들여다보지않는틀안에살면서도그래도불안하여끊임없이
익명을요구하는그이상한자유를원하는우리네삶이라니요.







산에불火자가들어가선지동네여기저기에는자그마한도랑이흐르고있습니다.
그도랑가에빨래터가있구요.
도랑은담아래를흐르다가슬며시집안으로들어서고그리고다시언제그랬냐는듯
고샅길곁을흘러갑니다.





그리고문.
문은사람과사람사이의소통을위한첫고리입니다.
그첫고리가느슨할대로느슨한사립문들은
대나무나싸리로혹은나뭇가지로만들어져모두반쯤열려있습니다.
그리하여그문을지나가는나그네마음조차왠지흥감하게합니다.








<개량된그러나이제는추억이된달팽이자물쇠>



<도나무가얼마나큰지,지붕은얼마나작은지>








마을중간쯤에는
아주커다란느티나무가있었습니다.
느티나무의이름은道였습니다.육백살이넘은도나무.
오래된나무들은혹은영험한나무들은아이들이장난을치다떨어져도절대
다치지않는다지요.
이마을사람들은이도나무에정월대보름이면제를지낸다는군요.
제사를지낼막걸리를누군가가먼저흠향(?)을하면
입이삐뚤어진다는이야기도전해져오구요..^^*
그냥느티나무에제사를지내기에는왠지조금자존심이상했을까요?
그래서道라는이름을붙여주었을까요?
그러나저러나거친세파를이겨낸불멸의장군처럼도나무
저를압도하고도남음이있었습니다.
한겨울에더욱푸르러보이는소나무는더말할나위없었구요.
아,그리고지난해의열매를아직매달고있는산수유나무는이제금방이라도
그입술을벌려봄~~~~~할듯이탱탱하게부풀어올라있더군요.

송나라주렴계는서리를이기는자세에서국화를은자로여겼고
추위를이기는기골을보며퇴계는매화를은자로여겼다는군요.
저리한겨울봄을기다리는산수유도은자아닐까요.
소나무는요.
아니면외암마을은요?
아,더불어나도그은자속으로들어가면어떨까요?
이한겨울에서늘한거실에서암향을그리워하니요.

더군다나이미늙어가니요.




3 Comments

  1. 2011년 1월 20일 at 10:30 오전

    유려한문장들잘읽었습니다.
    다도를배우면서퇴계선생님의매화시100수를배웠는데
    퇴계의매화사랑은정말놀라웠습니다.
    ‘더군다나이미늙어가니요’라는맺음말에많은공감이갑니다.   

  2. 푸나무

    2011년 1월 21일 at 4:06 오전

    100수나요?
    정말놀랍군요.

    매형이라하드라도……
    100수까지는,
       

  3. bbibbi

    2011년 4월 30일 at 9:05 오후

    크,하하하하..일단제목에서마니웃습니다.
    늙으면늙을수록좋은게워디매화뿐이라하더이까?
    장도그렇고,술도그렇고,
    우정은더더욱오래되어숙성이되어야참맛이나겠지요만..
    사람은..글쎄요…

    사위가어둡고고요해질때에만가만히나타난다는暗香이라고도하는梅香이…
    귀로듣는耳香이라는말씀이..정말멋집니다..
    오늘밤달빛서리는내작은뜨락에나가가만히귀기울여보겠습니다.
    내기억속의향이…진짜매향이맞는지함,느껴보겠습니다.

    멋진글과아름다운사진들즐감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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