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世事如煙)




<고상함이란무엇인가,
사물을이해한뒤의초연함
선과악을차별하지않는마음
동정의눈으로세상을대하는태도는고상하다.
나는내가고상한작품을썼다고생각한다.>

물론이이야기는나의말이아니다.
60년생중국작가위화가<인생>의서문에서토로한말이다.

작가의서문을읽으면서
말과달리글은상당히긴시간을살아있는듯해도
글역시모든존재처럼작가에게서솟아나오는동시에
소멸의길을걷게된다는생각을하게된다.

고상함에대한시선뿐이랴,작품에대한감도,사물의이해,
선과악에대한감치,세상을바라보는단호한태도같은것은
자신에게다가온아주작은경험으로도얼마든지아주다른방향으로	
화할수있다는말이다.

가령참척을당한어미의쓰라린생채기가빚어낸삶을바라보는음울한시선은
겪어보지않는자는절대가질수없는것일뿐더러
그음울한시선속에서선과악에대한개념은더욱모호해질것이며
세상을대하는태도는초연하기보다는모질어질수도있다는것이다.
마찬가지로어느순간홀연히다가와
작은바람에분분히지는이른봄벚꽃처럼
날리듯사랑,사라져버린후라면고상함에대한새로운각도의이해가
필요할것아니겠는가생각해보는것이다.

위화의<인생>을읽은뒤그의다른책世事如煙ㅡ세상사는연기와같다는
중편소설집을읽었다.
그는아마도매우친절한사람인가,혹은대가약한사람인지도모르겠다.
2000년번역시한국어판서문을썼는데
2007년판새로운묶음책에출판사의요청에의해
다시한국어판독자를위한서문을쓰고있다.
똑같은책을위하여두번의서문을쓴것이다.
그는자신의작품에서낯선느낌을받는다고했다.
작가면서도동일한작품이라도읽을때마다다른느낌을받는다고도했다.
생활이변했고감정도변하기때문이라고했다.오호,

아마도틀림없이,
읽은것은<인생>이먼저였으나‘세상사연기와같다’가작가의먼저작품일것이다.
색다르고자하는실험정신은젊다.
예를들어世事如煙에서는주인공이름이숫자로기록된다.그리고그들이여기저기
사방데서사람끼리얽혀지면4가누구였지?가만4는6의할머니였으니.......
아하,하면서읽어야한다.
더불어지나칠정도로건조한문체는젊음이주는의도가분명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건조함속에서면면히흐르는서정이
사람의감정을터취할때면
잔인하고두렵고슬프다.
점쟁이가운전기사에게회색옷을입은여인칠것이라고꿈해석을해준다.
기사는회색옷여인을만난다.다행히여인을피한다.
기사는그녀의외투를많은돈을주고사서자신의차밑에깔고지나간다.
여인은바퀴자욱이선명한자신의외투를털어서다시입는다.
그날밤여인은홀로가만히회색외투를입은채죽는다.
이기묘한이야기가새벽예배가는데생각이나면서갑자기무서웠다는것이다.
가까이서귀신이날노려보고있는것같은섬뜩함이라고나할까,
참오랜만에경험해본생경한느낌이다.

작가는<인생>서문에서무엇을위한삶이아닌
그저사는것이<인생>이라고말한다.
그리고정말그인생속에서푸구이라는노인은
역사와운명속에서휘둘릴대로휘둘리며
자신에게다가온인생을견뎌간다.
산다는것은견딘다는것을극명하게보여주며.

늙은말은그빛깔이랑늙은모습이노인과매우흡사하다.
노인은늙은말푸구이에게소리지른다.
얼시유칭게으름피워선안돼.자전펑샤잘하는구나.쿠건너도잘한다.
말의이름이그렇게많으냐는질문에노인은아주작은소리로대답한다.
소두말이오,혼자하는것보다는여럿이같이한다고생각하면
더흥이날것아니겠소?
노인의얼굴에깊게팬주름사이로진흙이가득찬모양이
밭에난작은길처럼보인다.
소를사람처럼느끼는푸구이의삶의이야기가<인생>이다.

인민공사시절아들유칭이수혈을위해피를빼다가죽는다.
아내자전의기다림과헌신그리고죽음,
벙어리가된딸펑시와그남편얼시의사랑.
그러나그모든사람들이모두다푸구이에게회한과그리움만남긴채
역사의회오리나질병속에서죽어간다.단하나그의곁에있던손자조차......
푸구이곁에는말푸구이뿐이다.
그는말과살아가며자신을스쳐지나갔던사랑하는가족들을부르며그리워한다.

<인생>의원제‘살아간다는것(活着)’은매우힘이넘치는말로서
절규나공격이아닌인내,행복과고통뿐아니라
평범함과무료함을견디는힘이라고작가는말한다.
평범함이나무료함이고통보다더한고통일수도있다는것을
작가는이미아는것이다.

서문이나후기가특히문학서적에있어서삿된말로‘땡긴다’.는것은
나이들었다는징후이기도하다.
굳이비유를하자치면돌다리두들겨보고걷는심정이라고나할까,
사실맑고세찬물흘러가는데돌다리유유하게펼쳐있어보라.
나이든소심함으로도여기저기조심스러이주위를살피겠지만
아름답고고마워서도그이면을,물의속도를,돌에묻어있는물의이끼를,
세심히바라보지않겠는가.
이는돌다리를위해서도매우기분좋은일이고
(누군가에게경탄어린눈빛을받게된다는)
바라보는이에게도겸허한시간이기도하다.

그러면서도실제작품안에서교묘히(?)숨어있는작가자신이선명하게
들어나기도한다.글이사람을이야기하는것이라면작가역시사람이기에
작가를안다는것은글에대한감도를올려주는아주센스티브한기폭제이기도하니,

세상사는연기와같다.

벌써새로운해한달이연기처럼흘러가고있다.

인생저자위화출판사푸른숲(2007년06월28일)카테고리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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