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았네

모네의정원(퍼옴)

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양장) 저자 다니엘글라타우어(DanielGlattauer) 출판사 문학동네(2008년04월1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폭폭한삶속에놓인당신은모르겠지만

아마도당신의아이들은틀림없이귀신이야기를좋아할것이다.

어떤영화가보고싶냐고물어보면이구동성으로대답하겠지.

“무서운영화요”

만약당신의아이와친해지고싶다면그리고그들과대화하고싶다면

아주무시무시한

그러나,제법실감나는귀신이야기하나장만해가지고아이의방에들어가면

이전에느끼지못한놀라운친밀감이아지랑이처럼움터오는것을바라볼수있을것이다.

지금은밝고환한날예배를드리지만

나어렸을때는아주깊은밤제사를드렸다.

어둑한부엌에서음식장만을하시던엄마,

일렁거리는촛불과아버지의붓글씨가기억난다.

아마도어린나이여서잠이들어버렸는지절을한다던가,

차려져있는상에귀신의모습이어른거리던가….

라는으시시한기억은없지만

하여간자그마한흰종이에붓글씨를쓰는아버지모습은선명하다.

제삿날귀신이오면서그목이걸리지않게하기위하여

빨래줄을치운다는이야기를누구에게들었던가,

휘청거리는허깨비처럼마당으로들어서다가빨래줄에목이턱걸리는귀신?ㅡ

귀신을모신다하면서도귀신의맹목을슬쩍꽈는

살아있는자의유모어,

혹은정리정돈이라도애써하는일종의예의라는것을이제는안다.

일본에도여우에홀린사람들이야기가전해져온다.

아주예쁘게생긴,

귀족소녀속에들어간여우,

한번식사에세통의밥을유부몇조각만으로다먹어낸다.

귀신이간기를싫어한다는것은일본도마찬가지인듯하다.

며칠을쓰고도남을거대한통속의물을하룻밤에다마신소녀는

갑자기늙은남자처럼컬컬한목소리를내기도한다.

묶여있던어린소녀는자신을덮고있던이불을다먹어치우고

그래도부족해서자신의손목까지먹어치운다음결국사라져버린다.

매혹적이면서도비극적인귀신이야기다.

못갈곳이없는귀신의성향(?)대로귀신은인터넷을거점으로하기도한다.

현란하게움직이는화면과칼라플한색채,

요란한백뮤직을거느리고다닌다.

게임을하고있는아이들을본적이있는가,

그의움직이는손과반짝이는눈,

어디에도아이는없다.

아이는게임에惑해게임속으로들어가버리고모니터앞에있는것은아이의허깨비일뿐이다.

‘멜’이라는인터넷귀신에홀린연인의이야기를

오스트리아작가다니엘글라타우어가잘도그려내고있다.

작가뿐아니라대다수의사람들은사랑이야기라고하겠지만

나는이소설이귀신이야기라고생각한다.

‘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

제목도여우에홀린귀족소녀처럼참어여쁘다.

우연히잘못전해진메일탓에얼굴도모르는남녀가메일을교환하게된다.

그리고서로에게빠져들어간다.

망상의바다이다,

그러나실존하지않아서더깊이빠지게되는모순을안고있는무서운바다이다.

가벼운손가락터치한번으로멀리있는상대방에게

순식간에당도해사람의마음을잡아먹는귀신인멜,

결국여인의남편에게서멜이온다.

제발아내를만나주세요,당신때문에우리가정이흔들리고있습니다.

지혜로운남편은둘이얼굴을맞대는순간,

그렇다

그순간상대에대한사랑이환상이라는것을깨닫게될거라는것을알고있는것이다.

밤새내도깨비와생사를건싸움을했지만

아침에보니빗자루였다는이야기와흡사하질않는가.

어젯밤나도귀신을보았다.

아니보다더정확히말하자면귀신의손을보았다.

쇼팽의폴로네이즈53번영웅을78살의루빈스타인과82세의호로비츠가연주하는오래된영상물이었다.

가만히꼿꼿하게피아노앞에앉아있는루빈스타인,

그러다가움직이는손,

손가락들,

피아노건반위에서손이움직이기시작하는데…….

숨을헉들이켰다.

크고길고강인한힘이들어있는손가락들,

그손은적어도내겐사람의손이아니었다.

무엇인가에홀려있는손,

주인을떠나그홀로존재하는손,

아니주인의넋과에너지를다빼앗은뒤주인을잊어버린손,

그손은주인을휘어잡은것만으로도만족하지못하여

어느순간은주인의몸까지맘대로일으켜세우는위력을발휘했다.

주인은손의노예로서아주만족한듯

그의부름에감읍한듯황감하게반응하곤했다.

그손은피아노를잡아먹고야말겠다는결연한의지를푸르스름하게내뿜고있었다.

호로비츠손도예외는아니었다.

처음그의손은피아노건반을푹감싸안은듯아주정겹고다정해보였다.

그러더니서서히헨젤과그레텔을홀리는마귀할멈처럼변형되어갔다.

그의손가락사인한번에나는넉아웃되었다.

음악이란나라속으로

아무도거역하지못한채

무서운,

적어도내가느끼기에는아주무서운나라로우리는좌초되어갔다.

연주회영상을보는동안음악을듣는것이아니라

그음악을이루어내는손을바라보았다.

손이이루어내는격렬한힘의아우라,

것은사람의손이아니었다.

아름다운귀신의손이었다.

나는드문드문귀신과만난다.

<클로드모네의수련>

4 Comments

  1. 느티나무

    2011년 3월 4일 at 2:21 오전

    책제목도정말이쁩니다.
    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
    책에대하여서술한내용으로보아서는현대사람들의생활상이기도할듯…^^

    저도,
    드문드문귀신을만나러길을나서기도한답니다.
    자연속에서나를기다리는,그런….^^

       

  2. 푸나무

    2011년 3월 4일 at 10:30 오전

    아주읽기쉬운책이었습니다.
    멜로이어지는소설,

    자연도정기가있곤하지요.
    백두산천지를만날때
    그고요하고적막한호수가눈앞에탁떠오를때
    정말놀라울만한대단한정기를
    느꼈습니다.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했지요.   

  3. 순이

    2011년 3월 4일 at 10:58 오전

    백두산천지에올랐을때신비한느낌감동그런것요?

    화요일은안되고난토요일오후에갈까궁리중입니다.
    단비님이랑다녀오삼.
       

  4. 푸나무

    2011년 3월 5일 at 12:25 오전

    하긴그동네가면언니딸동네지요?
    토요일강남은넘멀어요.

    (근데이동네서언니라고하니좀낯이설어요님이라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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