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아세요?

문성식의연필드로잉’숲과아이’

우리나라규방가사중에석별가가있습니다.
친가에와서묵다가진짜시집살이를하러
떠나는친구에게하는이야기들입니다.

그대목중하나에
깃은반달채로달고
도련은간중하니
한일을보면열일을알아
깃도련이저만하면다른것사가트리라.는귀절이있습니다.

깃도련바느질품새가단아하니
다른일도그리할것이라는추론이지요.
맞는것같기도하고
그렇다고또완벽한게맞는이야기는아닐듯도합니다.

전자도서관에서<연필>이란책을읽었습니다.
연필이란존재를통하여
사람도보고
사회도보고
관계도보고문화도보고역사도보는그런책입니다.

한일을보면열일을아듯이
연필하나를자세히들여다보면
거기무수하게많이비치는사람과역사가숨어있다는거지요.
가만그책을읽으면서
나무심하게연필이라는연필을’존재’로표기했지만
사실연필도탄생과소멸
그리고생로병사조차그연필에게무수히적용되어지는구나
뿐아니라그연필로인해파생되어지는수많은사유와사건들
그리고전쟁까지….

처음엔그저무심코쓰윽슥읽다가


사실책을읽을때처럼불공평이라는단어를
첨예하게의식하게되는대도드물지싶습니다.
지은이는그책을한권쓰기위하여
깊은생각과끝없는연구
그뒤에창조적인연결창조적인표현,
그모든것들을아우르는무수한수작업등
근데우리는편안하게그냥스윽쓱읽고말지요

점점빨려들어갑니다.
그작은연필속에숨어져있는놀라운세상이
꼭색다른,느낌다른,창조가아니더래도말이지요.
어쩌면이다지도풍부한지…..

월든을쓴소로우가문도연필업자였더군요.
소로우가그숲에들거가기전
공학도였다고하는데요.
그래서그는산의높이나강의깊이를
계산하길즐겨했답니다.

수많은세월이흐른뒤에서야
연필뒤에
지우개가붙게되고어느날인가는"늘뾰족한"샤프가등장하게됩니다.
헤밍웨이는연필두자루정도는닳아야그날일을했다라는데
그러면서도연필에대한글은없다며
헨리페트로스키는입맛을다시는군요.
스타인백은세가지종류의연필을두고글을섯는데
아주부드러운연필은자신의감정이장미처럼
화사하게피어날때사용을했다는군요.

연필을만드는흑연도언제나불순물이섞여있어
대개여섯번의정제과정을거친다는군요.
뜨거운물속에가라앉혀서
점점그물코를가느다랗게해서섬세한흑연침전물을만들고
이흑연과함께쓰이는점토역시체코스로바키아점토를사용하는데
참으로정밀한정제과정을거쳐서….

그단순한연필속에
이런창대한세계가숨어있다니
놀랍지않습니까?

세월이흐르니
연필은우리곁에서사라져가고있습니다.
멀리갈것도없이
아이들필통에는
현란한빛깔의필기구가가득히있지만
거기연필은없습니다.
아니우리아이들에게는연필에대한추억조차없습니다.

가만생각해보면추억은

거의어색하고쌩뚱맞으며불편한것들입니다.
추억은가난할수록초라할수록빛이더해지는
아주미묘한생물이지요.

세련되고화려한것들.
그러나찬찬히,더깊게들여다보면거기숨어있는

천박한문화!
자연이아닌플리스틱문명에는추억이없을것같아,
규서담휘의늙음을생각해보니
무엇으로그들이

추억이란즐거운벗과동행할것인가
우려가됩니다.

헨리페트로스키라는이냥반이쓴또다른책
"서가에꽃힌책"이란책은
책에대한이야기인데
그렇죠역시연필로인생사보듯이
책으로인생을보는책이지요.

책등이밖으로보이게하는데1200년이걸렸고
책장이벽이라는공간으로가는데무려천년이걸렸다고하는군요.

연필앞에서겸손하라!
책앞에서겸손하라.

하물며사람앞에서는

하물며세상만물을창조하신높으신분앞에서는……

언제나글은우리에게겸손을가르치지요.

2 Comments

  1. 흙둔지

    2011년 3월 9일 at 1:44 오전

    연필을아냐구요?
    네~물론잘알지요…
    연필이사라지고있다구요?
    천만에요…사라지다니요…

    김훈씨같은작가들출간기념싸인회에가보면
    한국아줌씨들이을매나연필을사재기하는데요…
    에르메스나파버카스텔같은고가의비싼연필을
    정성스레깍아시주하듯이공손하게갖다받치는
    꼬락서니를볼라치면울화가치밀어오르걸랑요~

    그러나저러나올만에글자로만나보는규서와담휘!
    많이컸지요?
    그만큼우린늙은셈이고…ㅠㅠ

    [연필/권오삼]

    연필은언제나
    뼈로글씨를쓴다
    볼펜처럼
    머리로잉크똥흘리며
    미끄럽게술술쓸수없어
    뼈로글씨를쓴다
    닳으면닳는대로
    부러지면부러지는대로
    다시뼈끝이뾰족해질때까지
    정신이뾰족해질때까지
    칼날에사정없이깎이는
    아픔을견디면서언제나
    뼈로글씨를쓴다
    그것이마치
    자기의할일인양
    보람인양

    *
    아마얼마동안못뵐것같네요.건필하시기를…
       

  2. 푸나무

    2011년 3월 10일 at 3:20 오전

    어디가세요?

    잘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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