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무적의 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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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를타고길을가는어느순간,시인‘가도’에게
‘새는연못가나무에서자고중은달아래문을민다’라는멋진시구가떠오른다.
한참자신의시에빠져있던시인은미는것보다는두드리는것이어떨까,골똘히
생각하다너무깊은생각에젖어그만시장인한유韓愈의행차길을침범하였다.
한유앞으로끌려간가도가사실대로이야기하자한유는노여운기색없이
깊게생각하더니‘역시민다는퇴보다는두드린다는고가좋겠군’하며
가도와행차를나란히하였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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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라는아주짧은단어의시작점이야기인데여러가지삶의갈래가숨어있다.
우선문을밀다와문을두드리다의차이이다.
문을밀고들어서는것은익숙한집이거나익숙한사물과의조우일것이다.
그러나문을두드린후펼쳐진정경은아마도틀림없이익숙하지않는낯설음일것이다.
그러니시인가도나한유의고민은퇴와고라는단어의어울림보다는
익숙함과낯설음의선택에대한고민이아닐까,
그들은둘다깊게생각하다가두드리는고를선택한다.
익숙함보다는낯설음을선택한것이다.
하긴시의길이혹은인생의길이어찌익숙함에있으리오.

시인이바라보는중은달빛아래서있다.
달빛이라하면새초롬한초생달일까,아니면요염한그믐달빛?
그보다는보름달같기도하다.나무에서자는새를물끄러미바라볼정도이니.....
더군다나보름달빛은지독히맑으면서도아련한서정을깊게포함하고있질않는가.
그달빛아래삶을생각하려고삶을떠난,혹은이전과는전혀다른삶을선택한중이있다.
그러니시인이바라보는중은또다른시인일터.
시인하니인디언설화가하나떠오른다.
시듬과사라짐의운명을피할수없는이세상아름다운것들을
조물주도가여이여겼다고한다.
그래서커다란보자기에세상의덧없는아름다움들,
가령,파란하늘몇조각,아이들투명한그림자,하얀곡식가루,
색색의꽃빛을모았다.
보자기를펼치니거기온통나비였다.
어느젊은시인은그아름다운수많은나비중
매우불온한나비를바라보게된다.
그불온한나비는조물주하는일을엿보기까지한다.
뿐이랴,그조물주의하는일을새소리로알려주기까지하나,
불행히도세상에는새소리를알아듣는귀를가진이가많지않다.
어디새처럼우는불온한나비만시인이랴.
삶ㅡ조물주가엮어가는ㅡ을바라볼수있는자모두다시인이리.

낯설음은외로움과동행하는길이다.지난한길이다.
하여그길에는사람이적다.
사람이적은대신아마도만나는이는모두다벗이될것이다.
가도가한유를만나듯,
가도와한유가순간에오랜지기가되듯,

수많은사람들속의고독보다는홀로서성임이그윽한이유가그것이다.
가지않은길에대한그리움보다는
두려운선택을하는이유도혹거기에있을지.
퇴고推敲는그리하여
새롭게변형된진지함으로우리앞에서게된다.
진지함은언제나그러하듯약간의망서림과회한의빛어려있으나
돌이키면서깊게사유하게하는놀라운지혜를감추고있다.

아.나도내삶을퇴고하고싶다!

봄꽃이무섭게진군하고있다.
봄꽃은무적의군대이다.
길없는길에새로운길을만들면서진군해오는군대.
그들이쳐들어오기시작하면아무도말릴수없다.
봄꽃은절대퇴고를모른다.
오직전진만할뿐이다.
길가에서서하얀옷을입고흰깃발을흔들며
봄꽃에게항복하고싶다.
할수만있다면무릎이라도꿇고앉아장렬한그들을마지하고싶다.
내인생을퇴고하고싶은깊은열망과함께
퇴고할수없는절망때문에
혹시이해봄이라도
가도와한유처럼봄과나란히하고싶은것이다.

그러나언제나그렇듯이
봄꽃은오고있는데도대체그길은알수가없다.
그저이렇게서성이다가작년처럼어느순간봄꽃에갇혀버릴것이다.

봄꽃들은천재다.
퇴고를몰라도그들이지어내는시들은이미완벽하다.

그저봄꽃드문드문바라보며
시나읽어야할것인가.


2 Comments

  1. 벤조

    2011년 3월 17일 at 4:12 오후

    난어떻게할지몰라서…삶의퇴고…
    한유도못만나고…
    또올게요!

       

  2. 푸나무

    2011년 3월 18일 at 2:02 오전

    앗,조선불로거들중에서
    제눈에
    반짝띄시던벤조님께서왕림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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