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번 밝히는 유황빛 등불

‘보는것이배우는것이다’

요즈음허만하시인의책세권을돌려가며읽고있다.

말테의수기를읽었음에도보이지않던

라이너마리아릴케의말들을

허시인을통하여다시보게된다.

본다.見者

이것무지중요하다.

릴케는젊을때시를쓰는일처럼무의미한일은없다고했단다.

왜냐,

시는감정이아니라

경험이기때문에,

잁천한경험으로언감생심무슨시를…..이야기렸다.

그는살로메에게쓴편지에서일본의유명한화가호쿠사이의말

(근데호쿠사이는누군가,)

“일흔세살에이르러겨우금수충어禽獸蟲魚의골격

초목의출생을깨달을수있었다.“

말을인용하면서,

보통사람보다훨씬각진날카로운겹눈으로사물을관찰하며그려온화가가

일흔세살에서야골격일지초목의출생을깨달았다고하니

우리같은범인이야어디초목의ㅊ이라도알겠는가,

싶어막막하기도하다.

하긴나도이십대무렵비슷한경험을한적이있다.

그때문학사상에

‘백년동안의고독’이처음번역되어연재될때였다.

그환상적인판타지,는

정말오로지상상속에서만존재하는

혹은창조되는것처럼여겨지는데

맨발의길죽한흑백사진이함께놓인자리에서

마르께스그냥반그렇게말했다.

<나는현실을떠나서는한발자욱도나갈수(생각할수)없다>

그때는그말이정말이해가안되고

마치그가어떤이념처럼

어떤거짓을말하는것이아닌가생각을할정도였다.

그러나이제나는그말을충분히이해하고도남는다.

우리집아짐이아들을잃었다.

근데어제울엄마랑이야기를하면서

우연히죽은아이이야기를하게되었다.

울엄마표현그대로다.

‘아야,그뺏가루를봉투에담아주는디

그것이겁나게뜨겁드란말이다.

꼭작은되하나정도나될까말까하드망,

돌아오다가강물에그것을뿌리는디,

그것이꼭밀가리같드라,

곱기가,.

바람이불어와서그가리들이즈그엄마한티로날리는거여,

그랑께느그아짐이그라드라,

오메살아서는어매싫다고맨날밖으로돌드만인자사그라고왜와쌓냐,…….’

이런기가막힌시가으디있을까,

며칠전까지보이지않더니오늘아침

세상에은행나무를바라다보니

은행알들이동글동글많이도열려있다.

초록나무잎새사이에서초록열매,

동질의이질.

그,우아함,

그런간극사이에스며들어있는삶의서정,

언제저렇게열렸다냐,

아,허만하시인은감나무이야기를하면서

일년에한번밝히는유황빛등불,

이란표현두했다.

이런감나무이야기는가을에해야되는데

지금하지않으면안된다.

사라져버릴테니,

하긴가을이되면

봄에대한그리움때문에

다시봄이야기를할지도모르다.

함께하지못한것들을

그리워하는것이삶이리……

시인의글에서

켜켜히드리워진삶의자락들

한켜들추어본다.

북한산성쪽이조금높아선지어제이른아침그곳에는쪽동백이머물고있었다.

이파리가어여쁘고풍성한식물이다.흰디흰꽃은청순하기그지없고

저렇게시들지않은모습으로무참하게져내려선지동백이란이름을달았나,

허만하시선집 저자 허만하 출판사 도서출판솔(2005년06월2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2 Comments

  1. 해맑음이

    2011년 6월 3일 at 6:43 오전

    그렇죠.
    함께하지못한것들을그리워하는것이삶이리라….
    봄이오면겨울의그뒷자락이아쉬워서생각이나고,
    여름을지나면오지않은가을을생각하고,
    가을은또다음의기약인듯봄과여름을생각하고….

    가까이함께걸어가고있는것에대한소중한마음들이
    항상뒤늦게후회로남아있을때가있더군요.
    이것도지나가고……또다시반복되고………
    삶이지요^^   

  2. 나무와 달

    2011년 6월 4일 at 1:01 오전

    저희외조부님의畵集에허만하님의글이올려져있었습니다….

    요즘,건강이어떠하신지문득,궁금해지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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