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의 미소

어젠빛나는청춘인설흔일곱여인과식사를같이했다.

부부가오래살면닮는데요.라는내말에그젊은친구가그랬다.

얼굴근육이닮아져간다고하더군요.같이웃고같이슬퍼하니까,

나는성향이랄지감정정서이야기였는데

가만들어보니이친구는시간이야기이다.

오랜세월을같은환경속에서살아올때울고웃는시간,

푸른색이끼에덮이고,

세월의검은더께가가득낀,

어느돌틈사이에서는푸른풀이솟아나는,

그리고

이미무너졌고,

무너져가고,

무너질,

바이욘사원은

흘깃,아주잠시시간의정체를보여주는

시간이지닌비밀의단초,

비밀의옷자락으로감싸고있는듯여겨졌다.

수백년전의사람이염원한

그불멸이내앞에서아주작은필름이되었다고나할까,

돌은잘닳지않는물체라서처음부터그런미소를지었을까?

앙코르톰에서만난바이욘사원에새겨진부처의미소는

앙코르의미소라고불린다고했다.

거대한퍼줄이꿰맞춰진사원의탑은사실부처의얼굴이었다.

그러니탑은탑이아니라얼굴이고얼굴은또탑이되는것이다.

부처인듯보이지만사실그내심은바이욘사원을건축했던

자야바르만7세의모습이기도하고,

거대하고수많은돌들이빚어내는것은단순하게부처나자야바르만7세가아닌

불멸에대한흠모로보였다.

누군들그러하지않을까,

삶의유한성을알면서도무한처럼살고싶어하는것,

무한에대한인식을잊기위해불멸에눈을떼지못하는것,

불멸이란소설에서밀란쿤데라는모든사람들에게서불멸에대한

소망을잡아낸다.

그러나절대그리할수없으므로인해그의글속의인물들은

슬프고외로웠다.

가령괴테는젊은여인들에대한사랑으로불멸의한축을잡는것으로

집착했으나…….

아무런기계의도움이없던시절

저거대한퍼즐의돌들은

백리가넘는산에서순전히사람의힘만으로

캐고가져오고쌓아올린것이다.

한사람자야바르만7세를위해!

아니나라에대한충성심도있었겠다.

지금의민주주의에입각한시선으로보면인권유린은무수하게자행되었을것이며

사람의권리는아마눈씻고찾아보아도없었을것이며

개인의의견같은것은개진될여지가없는시간이었을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욕망의표상이기도한바이욘사원은아름다웠고

소멸해감으로더욱더아름다워져갈것이다.

수많은돌들은석회나진흙을발라서굳힌공법이아닌

크기가다른돌들을아주자연스레쌓아올렸다고한다.

그래서오히려긴세월을견고하게지나올수있었다고하니

불가사의한일이아닐수없다.

사원을빙둘러싸고있는화랑의부조는

단순하고질박하면서도풍부한유모어까지포함한특별한역사서였다.

전쟁의이야기,

앙코르왓트를건축한이야기

중국인과크메르인,그리고참파족등,

민족적성향이뚜렷해보이는인물들이생김새에걸맞은표정과일을가지고나타나있다.

탑은불상이지만

흰두교의여신들도있었고

여보여기이자라먹고힘내서이기세요.

이우산얼마예요?

우왓자,야자따러가자,

원숭이들의이야기도있었다.

정원에는비슷해보이는건물이다섯채정도있었다.

가이더말로는재판정비슷한곳인데

잘못한사람들을그저며칠이고아무것도주지않고가두어두었다고한다.

먼저아픈사람이생기면그가잘못한사람이고……

얼핏,아니그러면건강한사람이무조건선인?이란생각을했으나

설마,아마도그둘은아무도없는갇힌곳에서

서로에대한입장차이를알았을것이고아마도이해하게되었을것이다.

사노요코가쓴백만번산고양이라는책이있다.

백만번이나죽었다가살아난고양이이니깐매사시들하면서도날카롭고

세상사를같잖게여기는냉소주의자다.

마음에드는흰고양이를만났을때도

난백만번산고양이야,흰고양이대답,그러니?

너한번이라도죽어봤어?흰고양이대답,아니,

다시백만번이야기를꺼내려다가

네곁에있어도되겠니?묻는다.흰고양이으응,대답하고

관계가시작되고아이들을낳고늙고흰고양이죽어서백만번이상슬프게울다가

백만번산고양이가진짜로죽는다.

그는백만번과한번의삶속에서어느삶을원했을까,

3 Comments

  1. 보리

    2011년 6월 23일 at 2:29 오후

    어젯밤늦게지인의집에서담소를나누며
    새집을짓고있는지인의지인이야기를들었어요.
    지하실에서바깥으로바로나오는출입구에딸린
    열일곱개의돌계단을놓는어느동유럽출신의
    기술자이야기…돌하나놓고긴장담배한가치
    천천히피우며명상하고또돌하나가져다놓고…
    이주일이넘었는데아직열일곱개의돌계단은
    미완성이라고요.빨리빨리후다닥에익숙한한국사람
    눈에는불이날듯이갑갑한일이지요.ㅎㅎㅎ

    그이야기듣고온직후여서인지저거대한불상들이
    오로지사람눈의감각과손에의해쌓여졌다는사실에
    전율스럽네요.피라미드도신비롭지만
    보기에네모반듯하지못한돌들을정교하게
    맞추어쌓은기교가대단해보입니다.

    저바이욘사원은어찌보면불상의얼굴로남은
    자야바르난왕개인의염원이아니라
    그시대까지그문화가축적한모든기술과
    장인정신이축적되어불멸의작품으로
    승화된것은아닐까하는생각을잠시해봅니다.
    일종의시대정신이물질화되어역사와시간속에서
    살아남으려는몸부림같은것….

       

  2. 푸나무

    2011년 6월 24일 at 12:49 오전

    회랑의부조를보면서
    적어도절대적으로한사람은아니었을이름모를수많은예술가를생각했어요.
    어쩌면그부조를하면서성취감일지,행복했을지,
    꼭노동이아닌……
    그래서풍부한삶을살아갈수도있었겠다.
    설령지금우리의시각으로봐서는
    무자비한일이일어낫다손치더라도
    그들삶이었고
    즐겁지않았을까?,

    그래서
    마지막챕터의말은접수앤드공감합니다.^^*
       

  3. 2011년 8월 7일 at 1:26 오후

    어쩌면다보탑과석가탑을만들었다는
    백제의장인"아사달"의마음가짐과도같았던
    장인정신이아니었을까하는생각이얼핏머릿속을
    스쳐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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