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미스터 바디!





아침엔산책을한시간넘게했습니다.
새벽부터줄기차게비가내려서말이지요.
뽄새없는도시에살다보면말할수없이자연이그리워지는것,
더군다나나같은촌사람에겐너무나당연한일이지요.
그럴때마다자연비스무리한공원이라도슬쩍나갔다가
되돌아오기일쑤입니다.
무시무시한천가면(?)을두른사람들,양팔을하늘에삿대질이라도하듯,
땅에곤죽이라도치듯움직이며걷는사람들,
나처럼느릿하고호젓하게걸어서는
마치누군가에게종주먹이라도당할것같은생각에,
무엇보다사람에치일까봐지레짓눌려서말이지요.
그래서나의산책날과시간은정해져있지요.
비오는날과비오는시간,
신기할정도로비내리는공원은늘상텅비어있곤하지요.

미스터바디,
나도당신처럼빈의자에가만히앉아서
당신이그토록원하던죽음의자리에들어누운채
맞았을빗방울을생각해보았지요.
차가웠겠지요.어쩌면그생경할정도의차가움이어떤고전적진리의
언어보다더삶을명징하게의식하게해주지않았을까짐작해봅니다.

“미스터바디,미스터바디.두번불러서대답이없으면
열번정도흙을떠몸에덮어주라“는
영화속에서
시작부터끝까지
죽음을향해서거의맹목적일정도로달려가는당신의행보는
당신의죽은몸위에덮혀질약간의흙으로
오히려죽음이란푯대가변환되는아이러니도담고있습니다.
당신은당신의죽음을누군가가확인해주길염원하고있는겁니다.
물론사람마다다르니아마미스터바디당신은생명이떠나버린당신의몸을
아무에게도보이고싶지않은수줍음일수도있겠지요.
그러나미스터바디우리이정도살아오면알수있잖아요.
죽음뒤의모든것들은산자의것이라는것,
그러니당신의몸역시당신이참견할종류가아니란것두요.
그럼에도불구하고당신이그렇게열망하는
당신의죽은몸위에덮어질약간의흙은.
그래서결국삶에의강렬한희망일수도있다고여겨지더군요.

사실십년전에미스터바디당신과처음만났을때는
단순하면서도사람을흡입해드리는속깊은스토리에가려
오히려당신,잘보이지않았어요.
왜무엇때문에죽으려하지?
즉‘왜’와‘무엇’이영화속에는늪처럼포진하고있어
다른어떤것에도한눈팔수가없었던거지요.
그런데도당신은끝까지당신이자살해야하는이유를말해주지않더군요.
타인의고통을알수는있지만느낄수는없다고,
당신은당신의자살에대한갈망이삶의어떤사소한것들로치환되어버릴까,
두려워하고있었는지도모르겠어요,
아니면이방인뫼르소오처럼태양빛에의한살인이라는
알레고리가연결되지않는삶의근원적고독을말하고싶었을지도모르겠구요.
아,그러고보니미스터바디당신,
십년만에다시만난당신의얼굴은
정말중년의고독을너무나적나라하게보여주던걸요.

깊고젖어있으면서도삶을견디며살아온자만이지닐수있는적막한눈빛,
십년전에는보이지않던그눈빛,
당신이서있는황량한땅도당신의삶자체를나타내주고있더군요.
거칠고굵은돌들이섞여있는찰기없는흙들.
그흙에서파생되는수많은먼지들,
농부의굵은주름살같은누우런갈림길들.
죽음을앞두고있는당신의적막한마음탓일까요쓸쓸한눈빛탓일까요.
세상의모든존재들,사소한언어들조차의미있게다가오는경험을
저절로하게되는것은나도당신처럼나이가들어간다는징후인지도모르겠어요.

당신이만난바게라노인이당신에게새로운길을알려주지요.
미스터바디당신이모르는길이라고하자바게라는자신은잘안다며왼쪽으로!
권하잖아요.
아,바게라그이는체리가아닌뽕나무이야기를했어요.
자신의목을졸라맬끈을가지고커다란오디나무에자꾸만걸려고하는데
걸리지않더라는,
ㅡ그광경을연상해보면미스터바디,당신이맞았던빗방울과비슷하지않나요?ㅡ
그러다가해가두둥실떠오르고그장엄한모습과
혀에와부딪히는달콤한오디의맛이
그를다시생으로이끌어냈구요.
그러니체리가아닌오디이고그래서‘오디의맛’이원제라는데
‘맛’이지닌탐미적색채보다는
‘향기’라는잡을수없는아우라가
미스터바디당신의눈빛에더어울리더라는,

그나저나오늘신문에보니
우리나라정치를하는어르신들께서화려ㅡ어쩜,화려하기도하지,
“범정부차원의자살예방종합대책”을
‘자살예방의날’인10일전후해발표하신다고하는데
친애하는미스터바디.
이런법안이당신나라에혹십년전에있었다면
당신을만나지못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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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체리향기’시놉시스>
한남자가자동차를몰고황량한벌판을달려간다.
그는지나치는사람들을눈여겨보며자신의차에동승할사람을찾는다.
그가찾고있는사람은수면제를먹고누운자신이위로흙을덮어줄사람,
돈은얼마든지주겠다는그의간절한부탁에도사람들은고개를젓는다.
앳된얼굴의군인도,온화한미소의신학도도
‘죽음’이란단어앞에선단호하게외면할뿐.
드디어한노인이그의제안을수락한다.
박물관에서새의박제를만드는노인은주인공바디에게
자신의살아온이야기를해주며
작지만소중한,삶의기쁨들을하나씩펼쳐놓는다.
‘누구의삶이나문제가있기마련이지.하지만생각해봐요.삶의즐거움을,
노인의이야기를들으며불현듯삶에대해강한애착을느끼는바디.
운동장을뛰어노는아이들의재잘거림,
도시의하늘너머펼쳐지는저녁노을의눈부신빛깔...
밤이오고바디는수면제를먹고자신이파놓은구덩이안에눕는다.
조금은긴장된그의얼굴위로푸른달빛이서리고...
때맞춰내리는비.사방은온통어둠뿐.
가끔씩치는번개의빛에그의얼굴이잠깐보였다간사라지는데,
아침이오면그는그토록바라던죽음을얻게될까?아니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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