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의 합창

시간을죽이는영화도있고시간을살리는영화도있다.

물론당연히나는시간을살리는쪽에손을든다.

영화까짓것별거있어요?보고즐기거나시간을잊고빠져들면되는거지요.

의외로상당히많은사람들이시간죽이는영화를선호한다..

이런이야기에영화를모독하는거냐고영화만드는사람들이분노해야하는데

그런사람들의성향에오히려기름을얹고불을붙이거나조장하는영화도많다.

나이탓이고보수꼴통이라고?해도괜찮다.

영화의존재이유는감동에있다고나는확신한다.

감동은기쁨의일종이고

정화의한단면이며

삶을이해하는수용력의보고이기도하다.

영화의감동은모든예술작품들이그러하듯우리삶을성찰하게한다.

보지못했던섬세한것들에눈을뜨게하며

스쳐지나가는것들을정시하게한다.

작고소소한것들에게깊이배어있는아름다움과의미를깨닫게하며

하품나고지루한일상에대해소스라치듯고마움을깨닫게하는것,

감동!이다.

당연히화려하거나어려운것은아니다.

짜임새가완벽하거나세련된영화라서깊은감동을주는것은더더욱아니다.

영화는시청자와의관계속에서형성되는예술이다.

마치수십억사람의얼굴들이제각각다른것처럼

감동과마주치는지점도방향도다를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언제나자극적이지않는우리의이웃을그리는소박한영화

그사람을자연스럽게과장되이그리지않고가만히들여다보는영화는

보는사람에게잔잔한감동을주기마련이다.

이란영화<참새들의합창>을보았다.

운동화를나눠신고학교를오가는남매를가슴뭉클하게그린

<천국의아이들>을만든마지드마지드감독이각본까지쓴영화이다.

타조를돌보며생활하는아부지…..

(나보다한참젊은나이지만왠지아부지라는호칭이어울리는사람

아빠는디지털,아부지는아날로그로구분해도괜찮겠다))

청각장애를지닌큰딸의보청기를잃어버린사건으로영화는시작된다.

맡아서기르던타조한마리가도망을가버리고아부지는실직을하게된다.

도시테헤란으로나간아부지는우연히오토바이택시(?업을하게되고

도시사람들과의만남속에서그는서서히변화되어간다.

그의성품을가장잘나타내주는대목은바로그가잃은타조를찾기위해

타조탈을쓴채여기저기를헤매던모습이다.

마치그자신이타조로그렇게변장하고있으면

잃어버린타조가그앞에나타날것처럼,

순박하고거짓을모르던그는

점점거짓말도천연덕스럽게하게되고

아내가이웃집에준푸른색문짝을

줄데가있다며

차를마시라는이웃집사람의미소띈얼굴도

사정없이묵살하며줘버린문짝을들고나온다.

감동!이야기를했지만

감동이라해서언제나아름답거나긍정적인상황만은아니다.

오히려이아부지는그반대로변화해간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의변화는나의가슴에뭉클거리며다가온다.

이해해,나라도,아마나라도그럴거야,

고개를주억거리게하는,

그런그가다치게되고그는가족들의보호를받으며

몸뿐아니라상처난마음조차서서히아물어가게된다.

그는침묵속에서새롭게가족들을깊게응시하게된다.

어린아들의굳은손바닥은

쓰레기가득한수조에물고기를키워돈을벌겠다는꿈의진행형이고

들리지않는소리지만

아부지를위로하기위해건전지를갈아끼웠더니들린다는큰딸의배려,

그리고남편을사랑하는아내의묵묵함……

물고기를사오며희망에가득찬아이들의표정과

새고부서진통을엎지르고난뒤고통과절망에찬아이들,

그들앞에서파닥거리는주황색금붕어들의조화는

인생의아이러니면서도

아름답기그지없었다.,

영화를보고나서비내리고있는밖을내다보며

식구들을위해저녁식사를준비하기시작했다.

아주먼데를여행하고돌아온기분이들었다.

내가속해있는작은공간이아늑했고

돌아올식구들의모습이그리워졌다.

도마는청결했고칼은잘들었다.

수돗물은시원했고

아직더위는짱짱했지만이미가을의길목에들어서있다…

이가을에는

카림처럼아프지는않더라도

그의침묵을기억하고싶다.

가족들에게찬찬히머물던그의눈길도닮아봐야지.

그래도여전히된장국을끓이기위해손질하는양파는맵다.

4 Comments

  1. 사슴의 정원

    2011년 8월 11일 at 10:55 오후

    몇년째영화를영화관이아닌태평양을횡단하는비행기안에서봅니다.

    왕복비행기에서보통7,8편을보는데가끔생각치않은감동적인영화를접하기도합니다.

    다음비행기여행에서이영화가포함되어있으면보도록하겠습니다.

    푸나무님여름더위에건강하시고건필하시기바랍니다   

  2. Elliot

    2011년 8월 12일 at 3:13 오후

    상업적으로성공하지못한…아니첨부터상업적이길거부하는영화중
    의외로감동적인것들이있지요.

    제생각엔영화제작자,감독,배우라면관객이어떤마음으로자기영화를봐주거나
    무조건고맙고감사한거아닌가요?피카소의그림이라도"뭐이따구가있어?"
    "나도이보단더잘그리겠다"하는감상객앞엔할말이없어야하듯관객은왕이니까요.
    (정확히말해서그리고좀세련된표현으론독립된인격이니까…^^)

       

  3. 조 사 무

    2011년 8월 17일 at 5:49 오후

    바버라브룩스월리스의<SparrowsintheScullery>라는동화가생각나는
    사진들입니다.
       

  4. 푸나무

    2011년 8월 18일 at 1:23 오전

    모르는동화라검색했더니
    우리동네도서관에
    대출가능이라고드는군요.
    한번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동화디게좋아하거든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