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할께

너의관한짧은기사를본것은아주늦은밤이었다.

점심때부터저녁까지사람들을만나

먹고마시고쉼없이이야기한날이었다.

더위가너무심해돌아다니기에도무서운날씨였다.

나이가비슷비슷해선지더위가무섭다는말에모두들동감을했다.

겨우더위가말이다.

쾌적한식당과커피향기가은은하던카페에서의시간이었다.

삶의고민이라고는눈곱만큼도없는시간이었다.

주제가썩명랑한것은아니었지.

우리도이젠늙어간다는것과건강에대하여걱정을했으며

그리고노년의사회,은퇴후의삶에대한이야기들이었니,

그러는사이여러번

그에대한이야기를하고싶었으나너무무거운듯해

혼자머릿속으로만

만지작거리다결국은하지못했다.

기실나는매우낙천적인사람이라고자신을생각하며살아가는사람이다.

그렇다고삶에서다가오는슬픔에무관심하다는이야기는절대아니다.

그보다는오히려말세론자에가깝다고나할까,

아마도균형을지향하는나의어떤부분이

슬픔이나종말혹은끝에대한감각을

견지하고있는탓일지도모르겠다.

혹시나이가가져다준선물이거나오랜신앙생활의습득물인지도몰라.

낙천은

소유하지못한것들에대한갈망이적은상태를말하기도하지.

혹은이루어내지못한삶의목표에천착하기보다는

그것들을버리던가,

저만큼밀어내버리면훨씬더편안해진다는것을아는것일지도,

지금서있는자리가너무힘들면,

몇발자국더걸어가기도해.

하여그곳에서죽음을본다던가,

어느한사람의전우주일지도모르는사람이세상을떠나도

눈한번깜박하지않는,

경이로울정도로차가운세상을주시한다던가,

저혼자정말열심히존재해가는

식물의우아한존재법을생각한다던가,

아,이즈음눈부시게회화나무꽃피어오르고……

진초록섬세한잎들사이에서유록빛은은한

꽃이피어나서몽글거리면

거친손길에한산모시슬쩍미어지듯

내마음결은언제나미어지곤해,

당연히갈망이나소원이빠져나간자리에

휑뎅그레한공간이생겨나고

그공간을그런것들로대신채운다는것이지.

죽음으로끝난타인의삶을내삶의궤적으로삼는것,

극도로이기적인일이겠지.

미안하면서도

나는내가만난사람들과

그에대한이야기를하고싶었어.

그도너처럼며칠전에세상을떠났어..

그는너와는달리자신의아파트에서날았는데…..

그는틀림없이부모의화려한면류관이었을거야.

왜냐면그는

좋은대학에좋은위치에,

그래,너와비교한다면,

감히비교할수도없이모든사람이부러워할만한

희망찬위치의사람이었지.

그러나그에게도우리모두처럼여러가지인생의시련이다가왔고

그는힘겨운현실에서우울증이라는복잡한병을앓게되었더구나.

그누구의삶이던미세하게들여다보면

고무신을신은맨발에아주작은자갈돌하나가들어있어.

처음에는그럭저럭견디지만,

결국그작은자갈을처리해내지못하면

점점그작은알갱이는

촛불에어른거리는도깨비처럼커다랗게변해서

나중엔무서운존재로변해있곤하지.

그는세상을조금떠나있었고

홀로떠난산에서엄청나게울기도하고

결국다시돌아와서병원치료도받고

복직을해서

‘정신병’환자라는타인의시선을충분히감지하면서도

그는

‘고백록’을아주길게적어많은사람들이읽게했어.

아마그는그무엇보다자신에게이야기하고싶었을거야.

‘이제나너를이겼다,다신너에게지지않아,너에게휘둘리지않겠어’

틀림없이그런선언문이었을거야.

그러던그가결국은세상을떠났다는거지,

혼자그렇게먼길을떠나는사람을보면그가누구이던가엾어,

얼마나고독했을까……..,

너도그랬을거야.

힘들고외롭고고달프고그

리고정말고독했겠지.

내가볼때는,

너는잘모르겠지만,

너의나이는정말꽃보다도더어여쁜열아홉인데…..

그런네가장맛철기운으로봄보다

훨씬더불어난그거대한한강물을앞에두고

서있을때얼마나많은생각이들었을까,

무서운한강물보다

세상살이가더무서웠겠지,

저무선운힘의깊은물보다

더센세상줄기가널떼밀었겠지.

기자는88만원세대에초점을맞추더라만,

88만원을벌더라도

네곁에누군가가널따뜻하게지켜봐주고

널사랑해주었다면세상살이가덜무서웠겠지.

부모님의이혼으로조부모와함께살던자매

화려한패밀리레스토랑에서

네가알바비로한달내내번돈은80여만원,

27만원고시원방값을지불하고먹고

동생까지돌보던네가떠난자리에는

배터리가소진된휴대폰과손지갑이든가방이있었다고했다.

이미세상을떠난네게이세상의그무엇이위로가될까,

알면서도이글을쓰는것은

네가너무가엾어서,

그래서너를기억하겠다는,

아,기억이또무슨소용이랴…….

생각이들기도하지만

어떤사람들은기억을불멸로생각하기도하더라.

네가새롭게가는곳이평안하길기도해.

(이글은일년전이무렵한강에서죽은아이를기억하며적은글이다)

2 Comments

  1. 나무와 달

    2011년 8월 16일 at 7:09 오전

    저도…10년도넘게지나간시간이지만,그럴뻔했던적이있었습니다.

    저희형님께서저를발견하고0.1t가까운저를등에업고내달리지않았더라면요…
    그순간만은,다놓아버리고싶더라구요..편안하게…

    이젠…그때보다는철이쬐끔들었나봅니다…+_+   

  2. 푸나무

    2011년 8월 16일 at 1:15 오후

    에궁,이기무슨소리라요.
    세상에…..
    깜닥잘못했으면친구하나없어질뻔했군요.^^*


    참,
    다행이어요
    철이드셨다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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