蟲女 ㅡ 기억흔적(memory trace)

경험한내용의여운으로남아있는

기억흔적[記憶痕跡,memorytrace]이있다.

이친구는시간과함께희미해질뿐만아니라

내용이변하기도한다고한다.

가령,원경험(原經驗)의두드러진특징이강조되거나

균형이없던것이균형을잡게되는가하면,

처음에무엇과닮았다고생각하면서기억하면

그것과비슷해지기도하고

비슷한흔적끼리는서로간섭(干涉)하기도한다는것이다.

가만,

이친구,

마치살아숨쉬는물체같지않은가,

변하고소멸되며합체되는,

아버지와영화를보러다닌것은초등학교아니국민학교때였다.

일찍퇴근해들어오시는날이면

아버지는식사를하신후

영화보러가자며내손을잡으셨다.

어둑어둑한길을걸어

‘보성극장’아니면‘세일극장’에를가곤했다.

그때보성에는영화관이라고는그두개만있었다.

아니그조그마한읍내에두개나?

가맞을지도모르겠다.

사십여년이넘는시간의저편을바라다보면

아버지와손잡고걸어가는길에는

언제나심한더위도심한추위도없는

선선한바람과기분좋은저녁의상쾌함이가득하다.

밤기억이라하면

엄마와의밤예배도있다.

영화관은가까웠지만

예배당은멀었다.

엄마랑예배당오가는길에는더운여름과모기도많고

아주춥고바람불던혹독한눈길도있다.

무엇보다예배후집에돌아갈때

곤한잠에서깨어나야했던아주싫은기분이기억되어있는데반해

아버지와의외출에는그런경험이없으니

아마도매우열심히혹은즐기며영화를본듯하다.

그러던언젠가아버지와엄마의대화를우연히듣게된다.

“인자영이데리고극장에그만가사쓸랑갑네.”

“왜라,”

“머조금이상한대목이나오믄저것이좀다르드란말시.”

아부지가말씀하신이상한대목이라면

포옹이나키스…..

그러나내기억에그런대목은분명없는데도

아부지말씀에대한상상된경험인지탓일까,

여자와남자의이상한(?)대목이나오면

내가하품을하든지어색해했든지….등

아부지가알아채신

성에대한인식의포즈가기억속에있는듯하기도하다.

꼭성에대한개념은아니지만,

아니지,성에대한관심의빙증은될것같기도하다.

엄마와함께본여성국극단의한장면,

여성국극단은여성들이남장을하고창으로대화를하는지금식으로표현하다면

일종의뮤지컬이다.

무대는둘로나뉘어져있고

한쪽은엷은망사같은천으로둘러진방이만들어져있다.

장군비슷한남자가그방에서나오고여자는망사휘늘어진방에서흐느껴울고있다.

방을나오던남자가바지를추켜올리며입었다.

그때내생각,.

왜화장실도아닌데바지를저렇게벗었다가입는것일까,

그생각이아주오래갔던것이다.

아주서서히

아무도가르쳐주지않았지만

내스스로그해답을알아챌때까지.

알아챈뒤에도

사실지금도이상하게그기억은무지선명하다.

과장된화장과머리풀어헤친여인의흐느낌,

그리고그남자,

내게는그때그무렵

아버지와함께보았다고여긴

영화의한장면이아주또렷하게각인되어있다.

알록달록한사탕이화면에가득차넘치고

그색색의빛은아주길다랗게확장되어넘치면서화면을가득채운다.

아마도거꾸로된화면일수도있다.

여성의얼굴이색색의사탕빛속에서아득히보이고……

물론줄거리도모르고배우도모르는영화다.

그런데그영화제목이언제인지는모르지만

혹시<충녀>가아닐까라는생각이내기억속에함께있더라는이야기다.

분명히머릿속을헤집고들어가보면

영화의장면과

영화의제목은다른시간속에서연결되어있는것이틀림없는데,

마침코파에서김기영감독의영화를상영한다기에

가서확인을해야지.

했는데놓치고말았고

교육방송에서하는‘충녀’를보았다..

그리고충녀의후반부에서

나는내기억속의장면과조우하게된다.

기억흔적은확장되었는가,

길다랗고선명한색색의사탕빛과는조금달랐지만

그장면은분명히내가어릴때본

그리고나의뇌속세포단백질어느부분속에자리하고있던그장면이었다.

그런데문제는전혀다른곳에서파생되었다.

알고보니‘충녀’는1972년도에만들어진영화이다.

내가아버지와영화를보러다닌것은초등학교를다닌

1965년부터68혹은69년그사이이다.

1972년이면내가고등학교일학년때이다.

그리고<충녀>는

사십여년이흐른지금시점으로봐도19금으로손색이없는영화이다.

당연히고등학교일학년인내가

더군다나전혀까지지(?^^*)않았던내가볼수있는영화가아니었다는것이다.

그런데어떻게그영화를볼수있었던것일까,

그때는년소자입장불가라는단어를썼는데지금처럼

금지선이명확하지않아서친구들과몰래가서본것일까?

아니면,

몇번정도,

아부지를잘아는<기도아저씨>

영화관앞에서표검사를하는사람을그렇게불렀다.

그아저씨가그냥영화관으로슬쩍넣어주었는데

그때본영화일까,

충녀는

윤여정이열연한영화다.

잘생긴남궁원이나오고

본처인전게현은지금봐도굉장한미인인듯,

명자(윤여정)는어머니를비롯해

외할머니까지첩의신세였던집안에서태어난다.

오빠와남동생의학비와생계를위해호스티스가된명자는

마담(박정자)의주선으로김동식(남궁원)을소개받고,

순결을빼앗긴후첩이된다.

새집에서명자는이상한일들을계속겪게된다.

냉장고안에서갓난아기가나오는가하면,

이사첫날동식의딸(김주미)이선물한쥐가엄청나게번식해서나타나고,

아기가쥐를잡아먹거나하수구로들어가는기이한일이벌어지더니,

사실지금스토리라고보아도

굉장히특이하고괴이하다.

물론이줄거리는새로본영화에서알게된것이지

기억속에남아있던것은전혀아니다.

내기억속의장면과도많이다른

사탕을길게길게비추이던

색색의빛깔들,

당연히

내기억속의장면이더욱아름답다.

충녀는확실이내게기억흔적이다.

고이태석신부님이부르는’내님의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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