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달

어느날나는/달이/밤하늘에뚫린작은벌레구멍이라고생각했다
그구멍으로/몸잃은영혼들이빛을보고몰려드는날벌레처럼날아가/
이세상을빠져나가는것이라고
달이둥그러지는동안/영혼은쉽게지상을떠나지만/
보름에서그믐까지벌레구멍은/점차닫혀진다비좁은그틈을지나/
광막한저세상으로날아간영혼은/무엇을보게될까
깊은밤귀기울이면/사각사각/달벌레들이밤하늘의구멍을갉아먹는소리가들린다(남진우)

*****

팔월이가고있어요.

아침에이시를읽고나니갑자기달이야기가하고싶어요.

오늘,

아니이즈음새벽달보셨어요.
밤달은아직도여름달느낌이좀있지만

새벽달은훨씬더높고서늘해요.

그것도하현달이죠.

갸름하기이를데없는,

초가을느낌이물씬한,

섬세하기이를데없는,

여름이라면환해질시간이기도하지만

이제여름,

아니잖아요.
달은현관문앞에바로,

느티나무위에바로,
아파트옆동옆에바로,

거기있어요.

며칠있으면금방살이오를거예요.

둥그스럼하게……

살이오른달은
약간식은찐빵같아요.

막쪄낸찐빵보다약간식은찐빵이더부드러운것을나는알아요.
예전에우리외숙이찐빵가게를하셨었거든요.

아그분재작년봄에

누나보고싶다고한다고외숙모전화하셔서
울엄마교회가시려던바쁜발걸음으로잠깐들리셨대요.
왜내가갑자기보고싶었는가?나교회갔다가오꺼싱께쪼깐만기다리소,
찐빵외숙은울엄마예배드리는

그쪼깐을못기다리고훌훌이떠나셨드래요.

외숙은찐빵장사를하기전복숭아과수원을하셨는데

아그복숭아맛은정말환상이었지요,
벌레먹지않는좋은과일은팔아야하니

당연히우리가먹는복숭아는벌레먹은복숭아였지요.
벌레먹은데를한귀퉁이잘라내고먹곤했어요.

근데말이죠.

그벌레란놈이진짜맛있는복숭아를기가막히게알아챈다는거죠.
그러니벌레먹은복숭아라고무시했다가는복숭아먹으면서후회하게될거예요.

아,꿀물이줄줄흘러내리던그복숭아,

아주작은이야기지만많은상상을주는대목이지요.

어느부분

벌레만도못한사람부터…

과연눈에성한것이…..?

사실이두문장사이에는무수한스토리들이포진되어있어요.

잘만하면그안에고여있는겸손이란대어를낚을수도있을거구요.

하지만낚는다해도

내것이되지는않지요.

돈받고고기팔듯이

그럼요.

우리안에좋은것들을

나헐값으로떨이를얼마나잘하는데요.

남대문시장떨이장삿군은차라리정직하고건강한사람이지요.

어두운거래…..

과수원옆에는꽤나큰냇물이흘러가고있었어요.

그냇물아랫쪽에는회오리물도는데가있었어요.

깊기도해서거기에서사람도죽었다고작은소리로외숙모가말씀하셨지요.
죽은사람이야기할때는왜소리가작아지는거지요?

왜작은목소리는더무서운걸가요.

회오리치는물줄기를바라보면듣는죽음의이야기는

상기도선연해요.

울엄마의,

그러니깐,누나의,그’쪼깐’을못기다린채외숙은
날벌레처럼가볍게달의구멍으로빠져갔을까요?
혹시외숙떠나신날초생달이었을까요?

아.,낮이었군요.

혹시낮이라달을못찾지않았을까요.
낮에도벌레가날아다니나요?

아하루살이만벌레가아니겠지요.

맑은날새벽의하늘빛을나는무어라표현할줄몰라요.
푸르기도,

그푸름은짙어요.

어둡기도,

그어둠은엥간,밝어요.

푸르기만한것도아니고파랗기도해요.

어두운녹빛이라고해도될거예요.

더불어달은

요염한실루엣처럼

구름두어장엷게여미듯저미듯스미듯거느리고있어요.
달이구름을가리는지,

구름이달을가리는지,

아주열심히보았어요.

한켠에서있던제가묻더라구요.

그게그렇게진지하게바라볼일이니?

오십넘은그아지매서슴없이대답하더군요.

응,
말하는나보다

달을바라보는내가더센가봐요.
아주거침없이당당하게대답했거든요.

응이라는대답을하고보니

‘응’이란제하의시가떠오르데요.
햇살가득한대낮/지금나하고하고싶어/네가물었을때

/꽃처럼피어난/나의문자/"응"
동그란해로너내위에떠있고/동그란달로나네아래떠있는

/이눈부신언어의체위(하략/문정희)

내가한참을그렇게그윽하게바라보니

세상에,달도나를바라다봐요.

정말이예요.

다정히바라보더라니깐요.

아마도달을바라보는사람이적어서인지도몰라요
그렇지않다면우리가이렇게마주치겠어요.
왜냐면어디선가달은공평하다고들었거든요.

공평한그가공평하지않은행위를할리가없잖아요.
바라볼뿐아니라

삼십대초반모시옷입은자태가이쁘다며명함을주던,
(아그것마저까마득한시간의전전이네요이제는마치전설같아요)

어느남성처럼글쎄내뒤를밟아요.
그남자처럼

혹달이내게길을물을지도모르겠어요.

달이만약길을묻는다면

달의길을알수있을까요?
그냥계절이지나가는중이라고대답을해야할지도모르겠어요.

소슬한바람이불어와요.

바람이불어오니마치바람이벌레들의니드라도되듯
풀벌레소리가더커져요.

달이제뒤를밟으니풀벌레도따라서제뒤를밟는지도모르겠어요.

우리딸아이처럼아주잠시서서

벌레소리의키를짐작해봐요.
사실짐작도전혀되지않는데

그저짐작을한번해보고싶은거지요.
세상엔그런일이참많아요.

하고싶은데전혀되지않는일들이
하는것처럼하고있지만

아무것도하지않는것처럼보이는일들도요.
제가사진을찍는일도아무것도아닌일이지요.

그렇게좋아하면잘해야될텐데아니잖아요.
사진을찍을때도절망하지만

찍고나서는더그렇지요.

마음은저만큼가있는데,

마음은참가벼운지도몰라요.

언제나앞장서있거든요.

마음처럼몸도가볍다면세상살기가조금더수월할까요?

그나저나말이지요.
시인에게는

사각사각소리를내며달벌레들이밤하늘의구멍을갉아먹는소리가들린다는데
그렇다면

달벌레는달을갉아먹는건가요.

하늘을갉아먹는건가요,
아니면하늘이달이고달이하늘일까요?
귀가얼마나밝아야달벌레들의하늘갉아먹는소리가들려올까요.

소슬한바람불어오는초가을새벽은기이하기도해요.
벌레라니요.

죽음이라니요,

아,정말눈부신언어의체위라고만하기에는

초가을달…….

가슴으로

너무많이

깊게

스며들어서말이지요.

달,밤하늘사진은너무어려워요.대신그들의사촌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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