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닌가 그것도 초겨울 산

그녀정신없이설거지한다.

딸애가말한다.

엄마,제가빨래시켜놓을테니다되는’즉시’널어주세요.

아니그렇게는못해내가널고싶을때널어줄거야.

딸애는빨래를안시켜놓고갔다.다된자신의옷이바로널리지않고

세탁기에있다는것을참을수없는것이다.

물론그녀도예전에한가락했다.

지만깨끗하고남은전부더러운사람처럼여겨지던시절,

그래서학교에서같이아이들과밥도못먹었던창피한시절이있다.

심각한정신병이었는데

묘하게딸에게로승계,가족력이되었다.

분야는좀다르다.

적어도그녀는빨래가세탁기에오래넣어있다는것까지는아니었는데,

언제고단정한자세로앉아서심각한토론을거쳐승복시켜야할문제다.

그보다는세월이약이겠지만

그약은더디다는험이있다.

집안살림을대충해놓고그녀는배낭을챙긴다.

커피두잔정도내려보온병에담고물한병,단감한개

단감한개일곱개에오천원주고샀는데엄청크다.

씨도없고생긴것도매끈하게어여쁘기도하지.

저온창고에들어간겨울단감과는비교할수없다.

아삭거리는단맛이기분까지좋게한다.

그녀는포도와단감을좋아한다.

그래서가을이더좋은지도모른다.

그리고선그라스장갑손수건…….

차를몰고가며그녀생각한다

언젠가는버스타고지하철타고산엘가서아무데로나자유롭게내려오리라.

차를가지고가면꼭그자리로내려와야한다는단점이있다.

더군다나북한산처럼사통팔방인산에가서말이지.

이번주에는오늘까지하면세번갔으니

오늘은예전처럼언저리산행을하리라.

느긋하고천천히그리고유심히바라보고유심히생각해보리라.

밤골에주차를하고산을오르기시작한다.

열한시가넘어선지,

아니면마치눈올것처럼낮게가라앉아있는날씨라선지

사람없다.야호!!(설마?속소리다)

사람이없으니조금크게들어도상관없다.

전화기에다운받아논곡중에서

라흐마니노프의피아노콘체르토를일단무한반복시킨다.

그리고컴중독의일환으로습관적인멜확인을한다.

멜은누군가그녀를적어도기억한다는메시지다.

그러니멜은특별한경우를제외하고는

마음이부드러워지는,순해지는,따뜻해지는,스프와같다.

신기하고기특하고존경스러운상수……

더군다나산아닌가,

그것도초겨울산,

그녀는그래서오늘

봉우리라는목표를버린다.

그리고예전의그녀처럼아주천천히

그럴수없이천천히걷기시작한다.

겨울산과의밀회…….

그녀걸음의느림에서산이란이남자마음을열었는지

두런거리기시작한다.

겨울산이라고단풍낙엽만있으란법없다.

청미래덩굴이표표히솟아나있다.

철을몰랐던탓일수도있으나제법옹골차보인다.

그녀는긍휼한마음으로청미래넝쿨을요리조리찍어본다.

사람사는모습제각각다르듯

산속도그러하다..

노오랗던싸리나무단풍은옅은밤색이되어서아직도나무곁에매달려있다.

이파리가작아선지주접스러워보이지않고오히려사랑스럽다.

간혹이긴하지만귀여븐할머니들계신다..

사리나무를찍다

자기보다더큰여자는무조건여자가아니라는글도생각나고

외할머니생각도난다.

키가아주조그맣고몸도가냘프던,

그리고인사를아주잘하던,

귀여운할머니…..

그녀는싸리나무이파리를찍으면서

말했다.

이봐요귀여운할머니고개좀이렇게….

그때누군가그녀를보았더라면……..

그러니그녀는아무도없는산을좋아하는것이다.

그녀는구절초한송이와조우한다.

오메세상에,

이추운날…..

구절초는하도키가작아그녀아예퍼질러앉는다..

순간찔레나무가시가손에박혔다.

가시를빼고손을호호분다.

꽃을먹음긴했지만아마도피어나지못할것같은작은송이도본다.

구절초위에는작은벌한마리가죽은듯누워있다.

저벌

이산에아마도꼭한송이피어나있을구절초한송이

그곷위를

죽음의처소로삼은것일까,

서로안고있는지도모른다.

죽음을예감한두개체의마지막이별예식일지도,

먼뎃길한양길과거길가는선비들에게

거리를알려주었다던

오리나무……

까만열매가총명해보인다.

문득총명에서연상되어지는한장면이부질없음과오버랩된다.

오르막쉼터에서걸음을멈추고커피한잔마신다.

좋다.

적막함을더해주는바람소리

그리고

적어도비어있는

온산에

홀로앉아마시는

커피한잔의시간은

그녀에게거의완벽한존재의시간이다.

그때헬리굽터소리가들렸다.

여러겹의산그리메를아래에두고헬리굽터가날아왔다.

그녀는언제나비행기나헬리굽터가신기하다.

아니저무거운것이어떻게저렇게날아다니나……

그녀를발견한듯……그녀에게로……다가오더니

설마

먼뎃산으로사라져갔다.

산하나넘는데일초도안걸리는듯…..

와빠르다.

단순하기그지없는

그녀의문제는

가버린헬리굽터조차서운해하는……

그.바보스러움에있다.

6 Comments

  1. 雲丁

    2011년 11월 17일 at 1:24 오후

    초겨울산과정분날만합니다.
    변함없이맞아주고숲속가족들이대화상대까지되어주니
    심심치않으실터이요,달디단단감한입,향고운커피한잔에
    행복이슬몃스밀테고요.
    마지막잎새들의모습을잘담으셨네요.   

  2. 오드리

    2011년 11월 17일 at 3:41 오후

    사진이좋아요.프로이신듯………….   

  3. 푸나무

    2011년 11월 17일 at 9:41 오후

    사람과나는정분은복잡한데
    산과의정분은아주담박하죠.

    늙어가면서복잡한것이점점싫어지는가봐요.
    아닌가….   

  4. 푸나무

    2011년 11월 17일 at 9:47 오후

    오드리님
    리사님의ㅇ언니맞으시죠.
    언젠가리사님글밑에제이름이영이라
    ㅇ언니면난데….했는데

    그리고57이면나하고동갑인데요.
    그57인가요?
    난동갑이면디게반갑더라…요.

    선물…..
    천번째만빼고전부조았어요.
    말러구번은더욱.
    나도5번만좋아했는데
    폰에말러를주욱다운받아서들어볼까봐요.
    아그리고사진은….
    글보다더사진칭찬좋아한다는것어찌아셨어요.^^*
       

  5. 사슴의 정원

    2011년 11월 18일 at 12:30 오전

    낙엽이이미거의다지고있는산에오르면서인생의상념이들수있습니다.

    한국에있을때북한산의형제봉은집에서가까워자주올랐습니다.그곳에서보던정다운단풍생각이납니다.   

  6. Lisa♡

    2011년 11월 18일 at 1:37 오후

    마른나뭇잎

    사진넘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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