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으로 시를 짓는

작은손들은어디서왔을까.손가락마디마디에서강물이열리고,
반달같은눈과입들이생기면서나는꽃의중심에앉아있다.
여기에선꽃의오랜과거와눈물나는한생이다보여,
그것들이내몸의구석어디라도흐르다가멈추면거기에서나의숨소리가들리곤했어.
아직은여기가좋아,자주바람이스치듯나의안부를묻거나,
늦은저녁이면늙은잎사귀들이긴손을뻗어내마음을읽고,
뿌리는잔물살로나를밀어올리려고하지만
아직은내방의은밀함만으로살아갈수있지.
내손바닥을흐르는저강물모두마르고,
저산들의푸름이조금씩단단함으로모이면그때는여기를나갈거야,
그모든단단함으로길을내면서번져갈거야.
그렇게목숨을하나씩풀어내는일이세상과화해하는것이라면,
이세상도하나의또다른씨앗으로영글어간다는것일게야.//이승희-식물기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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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겨울이니아까집에올때내목에두른스카프가바람에휘날렸으니춥네,추운것같애.혼자중얼거렸으니.그리하여내맘대로시나한번읽어볼까,내맘대로,내맘대로,내맘대로그래,정말내맘대로해본일이참없는것같기도하네.언제나언제나거의언제나내맘대로보다는내맘아닌것을먼저살피곤했지.그러니커피생각이나네.딸아이가선물받아온커피잔하나가뭉툭한것이꼭나같아서맘에드는.

그리고이제커피한잔앞에놓여있네.한줄띄어쓰기이지만그한줄에는물을따르고스위치를누르고물이커피를지나는동안이있지.동안내다본창밖의햇살이있고.햇살뿐이랴바람도흔들거림도…..단풍잎의슬픔도있네.날씨약간차가워져선지커피잔에서하늘로승천하는김이보이는군.음악을순간예술이라고하지만사실순간아닌것이어디있겠나.저커피김만해도존재하다가순간사라지는데음악은잔향이라도있지,김은잔향도없네.커피는또어떠한가?마시고나면그뿐….소주도그렇겠지.아,왜갑자기먹을줄도모르는소주가생각나는것일까?빈병,버지니아울프.술병에서별이떨어지고…..아그서사적인시때문이군.자아그런소멸에대한시각을가지고시를읽어볼까,글을그렇게좋아하면서도한번도시를써보겠다는생각은하지않았네.왤까,시적감흥이약해서?문제에대한답은언제나있는것일까?이승희ㅡ시인의이름치고는좀평범하군.그냥이웃집아줌마이름같애.시인의이름은강은교처럼혹은고은처럼..하다못해내이름이더시적이네.위영.ㅎ~…그럼에도불구하고식물기간이란제목은특이해.어느기간동안식물이된다는이야긴가?아니면식물의어느기간동안을내가바라본다는이야긴가?아니면그중간의어디쯤서시인이혹은식물이서로화자가되거나주인공이되거나지문이되겠지.우선작은손부터…..대개흔한비유이지,잎을손으로그것도아기어린손으로보는것,사랑스러움에가장적극적인표현그런데,그사랑스러운작은손마디마디에서에서갑자기강물이열리네.이작고큼의혹은넓고가녀림의혹은근원을알수없어더욱모호한느낌의강물.그러니그냥강물도도히흐르는그냥강물로치부해버릴까,그래도참아름답네.강물이라는열매가열리는작은이파리그시인의시선ㅡ이참으로아름다워.강물흐르는데반달같은눈과입들이생겨나는꽃이피어나네시인은그한가운데에앉아있네.오전지전능하신신이되셨네.시인께서그래도참인간적인시인이시네꽃의오랜과거와눈물나는한생이다보인다고하시니….그꽃으로환치된자신의인생일고?혹은어머니의인생이기도하겠지.그것들,꽃이,강물이,오랜과거가,눈물나는한생이몸안을흐르네.그렇지경험만이경험이겟나?그미칠듯한관념도경험못지않는것이니….당연히숨소리가들릴거야..살아숨쉬는그러니그게내숨인가?꽃의숨소리인가?한생의소리인가?분명하지않을수록좋아.안개옅게낀자리,시인들이좋아하는곳이거든,자주바람은자줏빛바람일까?자주부는바람일까?그단순함속에서일부러서성이는나의이중성이라니…..안부를묻는쓸쓸함을나도알고있다는표식이기도하지.서성임은.늦은저녁늙은잎사귀가활동을개시해.늦음과늙음은동의어야.젊음과아침처럼말이지.그러나아침아름답듯이늦은저녁도아름다워.아초저녁도괜찮아조금더이른늑대와개의시간도괜찮고,그때쯤이면소나무잎이청록으로변하거든.초록도아니고어둠도아닌아그미치고환장할빛,더군다나그빛의시간은아주짧아,아몸서리치게짧지.그래서아마이시인은왠지느긋한늦은시간을늙은잎사귀의시간으로여겼을거야.그리고편안하잖아.무엇보다나의깊은마음을들켜도절대자존심상하지않을늙은잎사귀.상식적인선택이지.암.들켜도상관없는대상에게마음을읽어주는데여전히시인의꿈은혹은시인의육체는제갈길을가려고해세상에저어린뿌리가뽑아올린그잔물살로떠나려고한다니까,아니내몬다니까,아직은내방의은밀함이이다지도그윽한데…..손바닥을흐르는강물이마르고언제?저산들의푸르름이단단함으로모일때영원?그때나간다고?식물속을?꽃속을?인생속을?세상이또하나의씨앗으로영글어간다면세상과화해하겟다고….아,그대는여전히세상과불화중이구나.나는용기없어그저세상뒤꽁무니참고참으며그저따라가는데….목숨을풀어내는일이무엇인지목숨을죽이는일이무엇인지열심히생각하지않으면서말이지…..시인은시를통하여깨어있으라고말하는구나마치그분이우리에게맨날깨어있으라고명령하신것처럼나는이렇게식물의작은잎사귀혹은꽃잎위에달랑올라앉아견디기힘든긴장된시간을보내는데어이,당신너무헐겁게사는거아냐?나사좀조여봐?그렇다면혹시詩는,나사조이는드라이버인가?울아부지는드라이버를도라이바라고하셨어.아아부지,울아부지참보고싶다.언제나나는늙은할아부지머리하얗고조금여위신듯한그리고윤곽또렷한깨끗한복장의할아부지만나면한참쳐다봐,울아부지같애서.

이제밤이되었네
남편이돌아왔네
아이들이엄마밥,하네.
나는아이들의밥이네.
밥은중요하네.그러니나는시인같은사람이네
비록시는못쓰드라도
명징한의식깨어있지못하더래도
시처럼밥도중요하다네.
가슴에가득한그리움남아있어그그리움시를향해긴그림자드리우고있다하더래도
나는밥을하러가야겠네
시를짓듯밥을짓고
시를감상하듯반찬을만들겠네.
시같은밥을먹고
시감상같은반찬을먹으니
내아이들도시를알리.
나는시로밥을짓는다네.
아니밥으로시를짓는지도모르겠네.
오늘.

3 Comments

  1. 雲丁

    2011년 11월 21일 at 4:06 오전

    시로밥을짓고밥으로시를짓고,,훌륭한시적표현입니다.
    고마종하시인과대화를나누다가"엄마밥줘"라는절실함이시라고하시던것생각나네요.이승희시인시집을읽으셨군요.푸나무님스탈의재미있는시읽기입니다.   

  2. 綠園

    2011년 11월 22일 at 12:29 오전

    우리가먹지못하면살수없는밥에대한시가제법많다는것을
    지난SNU시드니모임에서소개를받았습니다.
    시의제목맞추기로상품을나눠받았어요.

    "두사람이마주앉아
    밥을먹는다
    흔하디흔한것
    동시에
    최고의것
    가로되사랑이더라"의제목은무엇인가요?
    식으로요.

    푸나무님이지으신시에서
    "시는못쓰더라도"는빼시는것이더좋겠는데요.

    푸나무님의정성을다해지으신밥을먹을수있는가족은
    무지행복하신분들이세요.

    서울에갔을때책을빌리고싶으면푸나무님댁으로가는것이좋겠습니다.
    책을빌려주실려나모르지만요.ㅎㅎ
       

  3. 푸나무

    2011년 11월 22일 at 6:30 오전

    운정님녹원님
    두분글참좋아하신다.
    저잼없는글을
    거기다가길다랗게까지한글을읽으셨다니….

    거기다두분다핵심을잘짚어주시고….

    자카란다글씨라는단어를운정님글밑에
    녹원님이쓰셔서
    저두같이따라했는데
    갑자기사라져버리고아래에계시더군요.^^*

    책빌려드려야죠.
    요즈음은읽고난책은모으기귀찮아서남잘줘요.
    그리고왠만하면책안사고빌려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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