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북한산 의상봉에서

깊은밤인데커피한잔하고싶다.

커피를마시기에는너무늦은듯하여망설이다가

갈아놓은커피를아주조금만넣어

물이살짝만스쳐지나게해서

한잔내린다.

가볍고순하고연하다.

맘에든다.

작은것이좋네……

옅은커피를마시며

맨날하두해서지겨울만한

소소한것들에대한머릿속찬송을더듬는다.

삶에대해소심하기그지없는시선이엿보이는대목이다.

큰것을대담하게인식할수없는지적통찰력의결여때문이기도하다.

더불어앞도보이고뒤도보이는지점을통과중,

피치못할한계를여실히알기때문이다.

어차피가을의시작은오동일엽梧桐一葉

오동나무한잎너울거리며떨어지며시작되는것이고

추일사가지推一事可知

아니라면그무엇을얼마나경험하며만지며알아채겠는가?

그러니그저2012,누가뭐래도

작은것들에대한어여쁨과

소소한것들이주는정에취해살련다.

오후엔잠깐산엘갔다.

날씨가포근해서….

내일은또영하구도까지떨어진다고하니,

이렇게겨울산무서워하다가는

어르고달래서겨우정분난북한산내연인,

너누구니,

모른다며고개짓하며쳐다도안볼라…..

갑자기마음이급해졌다.

그연인만나기위하여준비해둔발열내의를입고

도톰한등산용셔츠에

거위털파커그리고바람막이까지입으니산에서굴러도되겠다.

털모자에안경에김서리지않는기능성마스크그리고장갑……

북한산초등학교주차장에주차를하고

둘레길조금걷다의상봉능선오르는길로들어섰다.

가늘고조그만길.

사람도없고바람소리조차숨을죽인듯…..

얼마큼그렇게산길을걸어갔을까,

소란하던마음이어느순간고요해진다.

울아부지아울아부지는당신의묘를친정집뒷산에미리지어놓으셨다.

그묘에는석관이들어있었다.

그래서사람들은아주조금만흙을파냈고석관의문을열었다.

긴장대두개를그석관안에담고아버지의관을그위에놓고밀었다.

다시석관의뚜껑을닫고흙을덮은뒤사람들은그흙을꼭꼭밟았다.

산의경계목이기도한탱자나무에는노오란탱자가가득달려있었다.

나는아부지관이묘속으로들어가기전부터노오란탱자만바라보고있었다.

사람들이마지막으로흙을밟으며다지는소리가들려올때도,

소란하던마음을

그렇게산이다져준다고나할까…..

조금걸으니아주가파른길이시작된다.

북한산은어디봉우리나산맛을조금보여주는맛배기길이있다.

아이울음소리가바로위에서들린다.

쇠창살이심어져있는곳을지나던아이가울고있다.

아이아버지와형이어르는소리가들리고….

바위위를오르는데기댈데가없어

두세발자국을팔힘으로만올라야해서힘이들었다.

내기운없는두팔이내몸을지탱하려하니……

약간이상한형태의바위위에서삼부자가쉬고있다.

형은거침없이그바위위에올라가는데

심통이나는지동생이흥!한다,

왜형처럼못해서?

(내가유일하게잘하는것이아이들에게말걸기다^^*)

아까저아래서도울고왔단말에요..

,너두그랬어?나도거기지나다가무서워서울음나오려고했어,

아이얼굴이활짝펴진다.

환한날은아니었는데

의외로가시거리가좋았다.

응달진산자락에는아침에내렸을눈이녹지않은채

여기저기쌓여있다.

가만히있어도멋진내연인을

깊고그윽한수묵화로만들면서

드문드문구름상에서나타나는햇살은

손에잡힐것같은

은총처럼보였다.

카메라에아주조금담았다.

산을오르기도쉽지않지만

내려오는길도여여하지못한경우가있다.

오늘유달리그랬다.

탄력좋은엷은바지하나입고산을걷는것과

내의에두꺼운바지입고걷는것은둔하기가굉장한차이다.

다리가퍽퍽했다.

문득임보시인의시귀절은기억나지않는데

영산홍이란시를쓰게된배경이야기가생각이났다.

어디절에선가영산홍나무에이시인완전홀렸다고했다.

너무아름다워서….취해내려오는데

절기와를팔고있는여자중을보는순간,그녀가얼마나아름다운지

꽃은비할바가아니어서꽃은마음속에서금방사라져버리고

하도마음에남아서기와라도사며말이나한번붙여볼까하고다시뒤돌아서가니

볼옆비스듬히칼자국인듯싶은큰흉터가있는끔직스러운여인이거기있었다는,

시인은이대목을아주잘해석했다.

아름다운꽃에흠뻑빠져정신을잃다가,

세상에는그꽃보다더아름다운것을보고

또한여인의아름다움뒤에있는진면목은흉칙한것이라는….

사실산을걷는다는것은

산이생각나게하는

생각의숲을거니는것일지도,

내가만난아이들,동생이흥!할때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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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교포아줌마

    2012년 1월 1일 at 6:07 오후

    참북한산도명산이지요.
    형제봉인가요?그아이들^^   

  2. 푸나무

    2012년 1월 2일 at 1:39 오전

    움직이는형제봉일수도있겠네요.^^*

    녜에북한산
    정말
    가까이있어서얼마나좋은지
    지루한인생길에
    어디저마마한벗있을라구요   

  3. 사슴의 정원

    2012년 1월 2일 at 1:50 오전

    새해첫날부터북한산에오르시고나셔서새로운기분으로한해를맞으시는것좋지요.

    예전에한국에살던북한산기슭의집이떠오릅니다.

    눈이많이오면형제봉부근이동양화같았는데   

  4. 綠園

    2012년 1월 2일 at 8:19 오전

    새해첫날에북한산에가셔서님도만나시고사진도멋지게찍으셨네요.
    구름과햇빛이어우러져만든모습마치하늘길같습니다.

    저는오늘골프하러가서외다리오리,그녀를만나지못해
    티박스에서1번과10번코스사진만찍었는데요.^^
    30도에청명한날이라서반바지를입었고요.

       

  5. Lisa♡

    2012년 1월 2일 at 8:48 오전

    아..나는조급해지네요..이거보니더..

    너무바빠산에가서워밍업할시간이없네요.
    며칠남지않았는데아들땜에무지바쁜거있잖아요.

    사진찍는거예사롭지않아요.
    선수맞아요~~   

  6. 푸나무

    2012년 1월 2일 at 10:20 오전

    네에북한산정말그래요.어젠눈이조금왔어도
    누구도흉내낼수없는
    수묵화더군요.   

  7. 푸나무

    2012년 1월 2일 at 10:22 오전

    친애하는녹원님
    새해는잘맞이하신거지요?

    난님을잘만나고왔는데
    외다리오리그
    녀와조우를못해서
    녹원님은바람을맞으신거다.^^*

    30도에반바지라….
    언제여름을지났나…..
    기억에도없습니다.^^*   

  8. 푸나무

    2012년 1월 2일 at 10:24 오전

    선수는절대아니고
    하늘과구름과태양이
    그순간아주조금
    옷을풀어헤치고
    숨바꼭질을하는듯했어요.
    타이밍이죠.

    아,트래킹하는리사님…..
    좋겠다.   

  9. 순이

    2012년 1월 2일 at 12:01 오후

    북한산전문가가다되셨습니다.
    구석구석다녀보고
    북한산에서의사유….이런책한권쓰셔요.
       

  10. 푸나무

    2012년 1월 3일 at 3:06 오전

    책은….
    나눠주는책은쓰레기죠.

    언니나그은혜책진행해보시죠.
    돈두벌릴것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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