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에서 쇼스타코비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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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는우리집에서출발하면30킬로가채안된다.

길도자유로만들어서면펑뚫려속도즐기기안성맞춤이다.

나라에기부하려고마음만먹는다면,

처음운전할때는속력도좋았고왠터프????할정도로운전을했는데

이즈음은적정속도에맞춰간다.

안정감이좋은나이가된것이다.

무엇보다자유로에들어서면하늘이좋다.

왼쪽은내내강물이흐르고북으로곧게뻗은그길에는하늘만가득차있다.

아직어둠이완연하게내리지못한시간,

드문드문떠있는흰구름은청색깃든회색빛으로변해가고.

푸르렀던하늘도어둠을담아회빛으로변해간다.

하루중가장정적인시간,

무상한변화의접점에서오히려고요한시간,

오고가는시간의길이보이는가…..마음이유심해지는시간,

어느순간가로등의불이슬쩍켜진다.

그리고순식간에나타나는허공에떠있는노오란등들.

등이지닌둥그럼탓인가,

직선의길이휘어지고완만해진다.

뭘더바라랴…….

혼자이고일몰이고

이미세상을떠난지오랜여인,

그러나여전히살아있는여인의목소리는

차안을가득차고도넘어나를푸욱잠기게하는데,

헤이리들어가는성동사거리입구에서부터차가막히기시작한다.

음악회일곱시시작,

널널하게도착해

커피한잔마시고

그집유자차도한잔마시고

머핀은열량이높으니빼고….

가지고간책뒤적거리며음악을기다리려는내계획은완전실패였다.

헤이리방향의식당가는먼데서보니

불꽃나라처럼보였다.

형형색색의네온사인들이온동네를환하게밝히고있었다.

외통수길에서사람들은전부그동네의식당가엘가려고

좌회전을기다리고있었고,

그래도너무심하지않는가,

18분엔가도착해서48분쯤난카메라타로전화를했다.

여기굉장히막히오…..

음악회시작하면입실금지라서요.

허참,

그래서카메라타에도착한시간이딱일곱시오분이었다.

그렇지않아도내눈에조금은딱딱해보이던그건물

완전칠흑처럼어둡기만하다.

입구에음악회시작되었다는종이쪽지하나,

전화를했더니얼른문을열어준다.

아직음악회가시작되지는않았고

쥔장인황인용씨가음악에대한설명을하고있었다.

외부와차단된느낌,

알맞은조명과크지도작지도않아서오히려고급스러운분위기

많지도작지도않는알맞은거리의청중들….

좋았다.

하지만

베토벤의피아노트리오대공은정말정신사나운가운데

음악속으로들어가지도못했다.

음악회가시작되었는데

그제서야핸폰을꺼놓지않은것을알게되고

내모든신경은음악이아니라전화에가있었다.

혹시라도울리면…..

아이고,

너무조용해서핸드백을뒤적거릴수도없었고.

겨우인터미션시간이되고

핸드폰끄고

커피

잔마신후

쇼스타코비치의피아노트리오2번과조우.

그리고토요일그밤부터시작해서

지금글을쓰는동안에도

나는내내쇼스타코비치의피아노트리오를듣고있다.

사악장을다해도채삼십분이안되는연주시간,

음악이허공속으로사라져버리는시간의예술이란말을한다.

그리고그말을나도대강그렇네,맞는말이지,

심상하게여기고받아들였다.

그러나카메라타에서쇼스타코비치의피아노트리오를듣는동안

음악이전혀새로운공간을만들어낼수도있다는것을

아니만들어내는것을나는목격했다.

일악장

알레그레토논트래포에서

첼로의가느다란소리가우리를아주낯선공간으로살며시데려갔다.

이어바이얼린이우리의불안감을달래듯괜찮아요,하며어깨를두드렸고

이어피아노가아주낮은저음으로우리가속해있는낯선공간을확실하게알려줬다.

전혀다른공간으로의이동,

그곳에서음악은시작됐다.

처음우리를배려하며서로먼저하며사앙햐던음들은어느순간이지나자

자신만의세계로확장해가기시작했다.

누가더많은공간을차지하는가?

피아노바이얼린첼로는마치전쟁이라도하듯격렬한아우라를뿜어대기시작했다.

연주실황에참석한다는것은

음악을듣는것만이아닌그들의체취와향기를함께느끼는일이기도하다.

음에따라현저하게변하는눈빛,콧대입술의모습들이

음악에느낌을더한다고나할까,

이마에흐르는땀을자꾸닦아내는첼리스트를보면서

연주는땀이구나….생각도한다.

파아노와바이얼린연주자는

어깨없는드레스를입고있었는데

치밀한사고를요하는연주속에서

그들의텅빈어깨는오히려관능이아닌쉼을주는듯,

3악장라르고

느린피아노는현대음악의요소인약간의불협화음인채로

강렬하게

그러나슬프게세상을두드린다.

그리고이어지는바이얼린,

세상의슬픔이란슬픔은다모아오는듯

슬픔을모아슬픔의강을만들듯,

그렇게맑고구슬프게마치한줄기달빛처럼슬픔을연주한다.

피아노는바이얼린의뒤에서바이얼린의슬픔을이해하듯나즈막히흐느끼고

첼로는바이얼린의슬픔에겨워하다가어느순간그슬픔에첼로를띄워보낸다.

바이얼린보다더낮고부드러운,그래서더고요한슬픔,

그리고그들은슬픔의정점을향하여비상하듯항해한다.

슬픔이칼날이되어마음이갈라지고

마음이갈라지는사이로슬픔의강이흐르는

삼악장라르고는악장이끝날때까지슬픔을절대놓지않는다.

아름다운슬픔

홀리게하는슬픔

넋이사라지게하는슬픔

저며드는슬픔……

곡이끝나고나서도한참동안곡은끝나지않는다.

어느사람은죽음의공포와비탄을묘사한곡이라고평을했다는데

내겐그저이슬처럼영롱한(구태의연한단어가오히려적확한)

맑은슬픔이었다.

음악회끝나고나올때

문을열어준젊은이가아는척을하며

먼저전화를해주셔서

안되는데도얼른문을열었다고했다.

나는지울수있는한미소를크게지으며고맙다고했다.

내맘속에선명한집한채를지었으니

그아니고마울손가…….

*연주자"피아노박서현바이얼린윤지영첼로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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