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루하다고?

꽃이피거나

열매맺는일이란습성이나

본성이아닌거야

검은흙속을

아주오래무던히걸어온시간들이

단단하게뭉쳐있다가

풀려지는일이야

감자꽃이피는것은

하얗게피어말하는것은

땅속에말못할그리움이

생겨나고있다고

고백하는것이지(이승희/씨앗론/하략)

/////////////////////////////////////

예전엔감자밭을보면서도

감자꽃이핀다는것을엄마도몰랐어,

자주감자에는자주색

흰감자에는흰색

아무리

감자밭을그렇게지나쳐다니면서도

설마꽃을보지못했을라구,

감자꽃을바라보면서도

감자만생각하고

꽃을보지못하는,

어떻게보면과정을생략하고목표만바라보는맹목의마음탓이었겠지,

설마감자를키우기위해서만

감자꽃혹은감자풀이존재하겠니,

초록잎들사이에서꽃대궁솟아올라

어느달밝은밤달빛에몸열려하늘거릴때

달빛과도같은빛남이

감자꽃에있듯이

감자꽃피어내기위하여

혹은땅아래

올망졸망그여린새끼들을키우기위하여

웅비하는비범한몸짓이

초록감자풀에는있을거니,

며칠전너와무슨이야기끝인지기억나지않지만

엄마가그랬잖아,.

오늘말이야,마트에서아주쪼그마한아이가날보고아줌마,하는데갑자기고맙더라,

할머니안해서말이야,.^^*

엄마당연하지,누가엄마를보고할머니라고하겠어‘,

너는엄마늙는게아주싫은가봐,

하지만너의강한긍정속에도사린엄마의늙음이보이던걸,

그래도이런시를읽을때

초록과

그초록바다속에서일렁이는하얀감자꽃을그려볼때.

네가어제겨울이지루하다고말해서인지도몰라,

나이들어간다는것,

나쁘지않다싶어.

보이지않는것을보여주는것은실제나이가하는일이거든,

세월이라는신묘막측한스승이없다면

언제나감자는그저감자에불과할텐데

이제감자에게서

초록뿐아니라

일렁이는꽃도

땅속그리움도

그수수한몸새속에숨어있는

우아하고비범한몸짓,

,

빛나는달빛도엄마는읽게되었으니말이지,

그렇다고그림자없겠니.

지난번큰외숙네가서저녁을먹을때

음식잘하던외숙모의음식들이다짜더라,

본인이저리지않는굴비만슴슴했어..

문득큰외숙모도이젠늙었구나.그래음식이짜질수밖에,

미각도나이듬에따라쇠해지거든,.

섬세한맛을느끼는감각이떨어지고대신간으로만느껴지는거지,.

근데문득그런생각이드는거야,.

음식간뿐아니라

삶에대한시각이나취향도

약해진미각처럼편향되거나굳으면어떨까?

큰외숙네집엘가면언제나눈으로버려야할것들을보면서

아이고저것저것저것다좀버려버리고개운하게살면얼마나좋을까?

그릇이가득가득인데

내놓고쓰는그릇들은낡고오래된그릇들이고,

하다못해붉은물이든플라스틱국자도못버리고쓰니,.

베란다에가면오래된그릇들이수북하고……..

말린꽃들촌스러운꽃병들과장식품들썩좋아보이지도않는오래된글자들그림들,

버리길잘하는엄마나

버리지못하는큰외숙모나

이게절대적으로옳고그름은아니라는거지.

그냥다름이라는거,

그런데도언제나엄만큰외숙네살림을보면답답하거든,

어쩌면이세상에없이똑똑한작은외숙모의천칭을보며

저날카로운눈초리는왜자신을향하질않고타인만을향해열려있을까…..

그랬는데

엄마에게도여전히타인만을재는천칭이있지않나,,

백인백색이란단어가살아갈수록절감이되더라,

하다못해삼성미술관리움을가도

특별히현대미술관에가면그작품들이얼마나다르던지,

현대미술은알아아겸알아갈수록

가장크게얻은소득이라면고정관념의파괴라고해도될것같아.

어느부분은깊으나미치지못하고

어느부분은닿으나가당치도못하는

나의폭을깨는것,

정신치료에서현실요법이란게있다는구나.

어느정신병원에서하도긴시간치료를해도효과가없자실행해본방법인데

의외로그효과가커서퇴원한사람이많았대..

현실요법이뭐냐면

<진짜하고싶은일을하게하는것>

물론단서가달리긴하지.

<남에게피해가가지않는한도내에서…>

흐르는강물처럼…..

영화제목한번끝내준다.그치,

우린살아가고있어.

흐르다보면어느땐너무아름다운곳이라

그저그곳에한없이유하고싶을때도있지.

이번계림에가서도엄만그냥그강가에하염없이앉아있고싶더라.

그러나그럴수없는것이삶이니,

어젯밤네가겨울이지루해….했었지..

엄마도그래,

이즈음은정말정중동의시간이야.

가장지루하지.

그래도봄은이미

수주의시처럼

나즉하고그윽하게어디선가다가오고있을거야.

우리성생님게서

자녀를위해울라고하셨는데

공부하는널위해기도하며울지못하는엄마가

갑자기미안한생각이들어

몇자적는다.

,

요즈음엄마블로그들어오긴하는거니?

사진은작년사월양평강하리에서

>

8 Comments

  1. 소리울

    2012년 2월 15일 at 2:14 오전

    참으로동감이가는말들입니다.
    늙어간다는것이다나쁜것만은아님을..
    저는그댁의큰외숙모처럼남들이보면답답하리만치
    버리지못하고낑낑대며안고삽니다.
    심심할때물딜일것,
    ‘심심할때읽을것
    심심할때바느질할것…
    작은헝겊조각까지끼고사니까얼마나복잡한징요.
    다름이아니라이런건틀린수준인데도버리지못하고
    제가싫을때도많지만버리지못하네요   

  2. 綠園

    2012년 2월 15일 at 10:33 오전

    세월이라는신묘막측한스승이있지만
    백인백색의제자들이있기에
    “꽃이피거나열매맺는일이란습성이고본성이야
    감자에꽃이피는것은씨를맺기위한거야”
    이상의생각을하는사람은흔치않을거예요.
    시인도푸나무님도틀별한분들이예요.^^
    봄이조속히오기를바랍니다.

       

  3. 푸나무

    2012년 2월 15일 at 2:46 오후

    소리울님은
    미래에대해생각을많이하신가봐요.

    무엇보다심심할때를대비하여,
    물들이고읽고바느질하고…..

    전읽는것만빼면
    물들이지도않고
    바느질도안해서잘
    버리나봐요.

    다버려도책은진짜잘못버렸는데
    일흔된오에겐자부로가
    책정리를하더라구요.
    물론어느글에서요.
    그래서아이고
    이렇게훌륭하신분도
    훌륭한책을정리하는데
    싶어그글읽은후과감하게책많이버렸어요.

    법정의무소유초판본도버렸는데
    그냥반돌아가신후그책불티났잖아요.ㅋ~

    근데소리울님글시원스레쓰시는것보면
    잘버리실것같은데
    하긴시원스레안고사시는지도….^^*
       

  4. 푸나무

    2012년 2월 15일 at 2:50 오후

    친애하는녹원님은
    친애할수밖에없어요.^^*
    글읽고남겨주신글이아주다정하게여겨지거든요.
    아무리사람이
    글속에서잘숨고
    글로포장을한다하더라도
    글이란게미묘한생물체가되어나서
    은근사람잘보이거든요.

    오늘밤은잠이쉬오질않을것같아요.
    왜냐면
    커피를좀전에한잔마셨거든요.
    왠지오늘은커피가당기는날…..

    녹원님사시는곳은이제슬슬가을차비하나요?
       

  5. 산성

    2012년 2월 16일 at 5:46 오전

    감자꽃,땅속에말못할그리움

    글쎄푸나무님뵐기회있으려나모르겠지만서도
    아마도만나뵈면다른데열어볼수는없고
    소맷부리나뭐그어딘가를좀들여다보고싶어진다는…

    어디서이렇게술술아름다운말씀이흘러나오는가싶어서요.
    맨아래사진,양평이라하시니또가슴이덜컥합니다.

       

  6. 푸나무

    2012년 2월 16일 at 12:26 오후

    하하,
    역시글잘쓰시는분은비유가뛰어나군요.
    소맷부리요….^^*
    아정말그곳에서무엇인가솟아나올듯도하는데요.

    예전엔그곳에다많이숨겼잖아요.
    가난한엄마아부지는
    잔칫집에가면그곳소매속에더남은음식슬쩍쓸어담았을거구요.,
    하마연애편지도
    그엣날에는그곳에다숨겼다가슬쩍전해주었을껄요.

    아주잘보이면서도아늑하고은근한곳,
    소맷부리네요.

    학춤의선도아마그소맷부리에서나올걸요.
    나중에뵙게되거들랑
    우선소맷부리부터서로살펴봅시다.
    그리고서로교환하는거에요.
    우리의글이좀더나아질지도몰라요……..

    추운밤이에요.
    그래서더집이아늑한,
    아마도
    더운나라에서는아늑이란단어가없을지도몰라요.
    근데양평에
    왜가슴이덜컥할까요,
    물두개만나서
    하나되어흐르는곳……을좋아하는데
    산성님도?
       

  7. 술래

    2012년 2월 16일 at 5:21 오후

    겨울이겨울답지않은곳에살면서도
    서둘러오는봄을막아서고싶은마음을
    어찌이해해야할지…

    목련이피면
    아릿한느낌부터오는봄을자꾸만
    천천히오라고밀어내고싶은마음은
    푸나무님의글을읽다보니
    나이듦이아닌가싶기도하다는생각
    스쳐갑니다.

    나이듦이나쁜것만은아니라는것
    머리로알면서도…

    엄마가딸에게주는글이
    너무아름다워서댓글망설이다달고맙니다^^*
       

  8. 푸나무

    2012년 2월 17일 at 7:56 오전

    술래님아들래미편지도
    너무멋지던걸요.
    대강이해하기는했지만….^^*

    게시는곳은한겨울에도안추운곳인가봐요.
    우리동네는
    오늘도내일도영하구도까지내려간다고하네요.

    늦추위….
    눈이라도좀데려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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