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ㅡ이강(灕江)에서 안개와 함께 흐르다

봉황의꼬리같은봉미죽

외갓집뒤안에는대나무밭이있었다.

어쩌다외갓집에서잠을잘때면언제나빗소리에잠이깨곤했다.

어릴때도비오는것을좋아했는지비오시나?문을열면

눈부신햇살이마루위에출렁거리던기억이상기도선연하다.

실제대나무잎부딪히는소리는알고들어도영락없이빗소리다.

이파리가빗방울처럼많아서일까?

댓잎의생김새때문일까,

대나무는겨울이면유난히푸르름이더해지는나무이다.

흰눈을가득담고가장자리초록댓잎을살포시내비치고있는청청한댓잎은

겨울정취의환이다.

중국에는죽취일이있다고한다.

평소에는이대나무나으리께서성질이곧아

다른곳에옮겨심으면뿌리를내리지못하나

움력오월열사흘에는대나무가취해서옮겨도잘산다고…..

이것은은근짜유모어다.

대나무가취하다니…..

가장옮기기좋은때를취한날로보는그시선유별나다.

대쪽같은선비도하루쯤은….취해서흐트러질수있다는여유를나타냄인가,

하지만대나무가성질이곧아뿌리를잘못내린다는것은

내가알기로는순전히거짓말이다.

울엄마에게대나무는웬수였다.

(울엉마웬수들은대나무를위시해서채송화바랭이쇠비름등이다

웬수가많기도하지.언젠가엄마는그것들이엄마가늙었다고무시한다고…..도하셨다.

기운이없어잘안뽑히는것에대해서그리생각하신게다.

이젠그웬수들과지낼수없어서쓸쓸하신엄마)

대나무뿌리는다른곳으로스멀스멀잘퍼져나가기도하고

한번자리를잡으면그뿌리가얼마나독한지

옆마을에서대나무뿌리를보기도한다니….

대나무는울엄마밭을잡아먹는좀도둑이었다.

마침흙을사간다는사람이있어엄마는대나무밭과주변흙을파셨다고한다.

흙을파간사람이새로난길가어딘가를메웠다고하는데

세상에그곳에서여전히뿌리가남아엄마대나무가자라난것이다.

계림의쇼핑센터

대나무에서채취한천으로만든물건들이있었다.

과연대나무에서천을채취할수있을것인가,

난믿지않았다.대나무천이란자체를,,

하여그런물건에는관심이없었고

그보다는그곳입구거울에쓰여있는소동파의시가흥미로웠다.

<고기가없는식사는할수있지만대나무가없으면생활을할수없고

고기를먹지않으면수척해지지만대나무가없으면저속해진다>

고기와대나무의대구도재미있지만

그보다는

수척함과저속함의분류가마음을끌었다.

대나무가지닌푸르른기운,….

곁을보지않고위로만자라는간결함,

속이비어있는청빈함

얼마만큼자라다가그저뿌리로만영양분을다내보내는

그래서형제를키워내는이타성,

곧게자라서선비의격을나타낸다고는하나

사실바람불면대나무처럼흔들거리는나무도없을것이다.

온몸을이리휘청저리휘청,

풀이땅위에눕는것이상으로바람결에몸을내준다.

워낙저속함이많아저속함을싫어하는사람이라

대나무의고급함을이리저리궁구해봤지만

내가좋아하는시인소동파의감에이르기는무리라….

꽃피면죽는다는식물

하긴모든식물의꽃들도사실은노쇠를의미하기도한다.

하루에일미터도자라난다는대나무

아열대기후인계림에서의대나무는내가보았던

외갓집대나무와울엄마웬수와는질적으로달랐다.

굵고크기가수백년자란거수처럼보였다.

풀과면서도나무라는이름을천연스레달고있는

대나무에게계림의대나무는방점을찍어준다고나할까,

굵고긴대나무대여섯개로만들어진뗏목이이강여기저기를떠다니고있었다.

계림의강은물이맑아서그안의물풀들이보였다.

여름엔소들이더워서목욕을하다가강물속의풀을뜯어먹기도한다니….

하여간풀때문에낙시를하거나그물을던질수가없어서

대신가마우치가낚시를하는데

그가마우치가사는곳도바로대나무뗏목위였다.

계림의대나무는하도커선지먼데서보면마치봉황의꼬리처럼보여서

봉미죽으로불리운다고했다.

중국돈이십원짜리지폐에그려져있는그림이바로계림이며

봉미죽이라고가이더가보여주었다.

강물은느리고완만하게흐르고

배는순후하게강을순례해갔다.

이강灕江은바로지척의산을고요히품고있었고

산은그리운여인처럼그윽한모습으로강물을바라보고있었다.

사람들은추워서

일층의자에앉아있었는데

나는작은계단을통해배윗층으로올라와

연무계림

안개와함께

그림같은산을벗삼아

이강灕江을흘러갔다

종이꽃도바람에흔들리니….흔들려서….괜찮다.

이특이하게생긴대나무의이름은대불두죽이었다.배부른큰스님을닮았다는….^^*

16 Comments

  1. 사슴의 정원

    2012년 2월 16일 at 1:38 오전

    계림에다녀온많은분들이좋았다고하는말씀을하시는데아직못다녀왔습니다.

    계림과장가계는꼭언제시간내어보아야할것같습니다.

    좋은사진잘보고갑니다.   

  2. 순이

    2012년 2월 16일 at 2:29 오전

    자연특히나무풀야생화같은것에
    특별한애정과예민한촉수를가진거맞아요.

    사진경치도좋고찍기도잘찍고
    글도좋고….
    여러모로대단한느낌!
       

  3. 나무와 달

    2012년 2월 16일 at 6:17 오전

    경치를구경하려면,계림을…미인을구경하려면,소주(수쩌우)를…무덤을구경하려면,서안을…사람머리를구경하려면,상해…를가라고했지요….^^*

    멋진포스팅입니다….   

  4. 소리울

    2012년 2월 16일 at 11:13 오전

    이강을다시다녀와야할까봅니다.
    이렇게멋진그림이그냥추억속에묻혀있기만했을텐데..
    새삼떠올리게되어너무나고맙습니다.   

  5. 푸나무

    2012년 2월 16일 at 12:32 오후

    캐나다에서중국가시려면멀긴하겠습니다.
    하지만전카나다가더가보고싶어지는걸요.
    정원에사슴이거니는곳이라니요.
    사슴의정원님포스팅은
    너무나크고넓은주제를담고있어서
    가끔댓글달려다가도포기하고말아요.
    그러니제댓글안보이거들랑,
    음또이해를하지못했군,하고넘겨주세요.^^*   

  6. 푸나무

    2012년 2월 16일 at 12:34 오후

    제가풀과나무에대해서라면
    언니는수많은사람들에대한
    개별적인촉수가무한하시지요.
    그촉수가따뜻해서
    저두늘상잘기대고,,,
    편안하게쉬고….
    넓기도해잘도거닐고….
    언제나배웁니다.   

  7. 푸나무

    2012년 2월 16일 at 12:40 오후

    달님
    반가운이름이에요.
    맨날안게판에만슬쩍보이시다가….
    아무래도계림에홀리신듯…..
    홀연히나타나시니….

    어찌며칠로삶을다보았겠습니까만
    계림사람들은
    선이가늘고여위고부드러워보이더군요.
    베트남사람처럼도보이구요.
    선한미소를지니고있는,
    아무리
    수많은팬들을거느린
    달님포스팅만하려구요.^^*
       

  8. 푸나무

    2012년 2월 16일 at 12:57 오후

    소리울님제가좋아하는강화에도
    백암온천이있는데요.
    하긴비슷한이름많지요.

    강화는나즈막해서
    그냥걷기에아주좋은도시에요.
    마음을내려놓기도쉽고
    아무데나앉아서쉬어도편안한….
    .백암온천은시뻘건온천이흐르는곳인데,

    아마제생각엔소리울님가셨을때
    이강이더정취있었을것같기도해요.

       

  9. 술래

    2012년 2월 16일 at 5:11 오후

    푸나무님의눈과마음에찍힌계림의풍경들이
    아름다운수묵화를감상하는거같습니다.

    오래전에봤던영화Paintedveil에서봤던
    아름다운중국의풍경도떠오르고요.

    중국에한번도가보지못했는데
    푸나무님이가보고싶게하네요.이제…   

  10. 조르바

    2012년 2월 17일 at 2:16 오전

    느무멋져서꿈인가생신가?하셨을거같아요….
    추워서정신이바짝나셨을라나
    저도꼭가봐야겠다생다짐을합니다..ㅎ   

  11. 푸나무

    2012년 2월 17일 at 7:29 오전

    그영화
    그러고보니요즈음채홍을읽고있는데
    세자가
    그남자주인공과비슷하네요.
    자기일만열심히하고아내사랑할줄모르는……
    아니지
    그녀를사랑하긴했지
    세자는사랑을두려워하고,
    맞아중국퐁광이빼어났지요.
    이래서스승은
    무수하다니까요.

    나도
    술래님사신곳도가보고싶음!!!!   

  12. 푸나무

    2012년 2월 17일 at 7:30 오전

    조르바님생다짐하면
    매워요.
    그러니익은다짐으로
    부드럽게…..
    근데조르바님집에그멋진여성
    조르바님과무지닮앗어요?   

  13. 마이란

    2012년 2월 17일 at 7:37 오전

    언젠가티비의’내셔널지오그래픽’쇼에서
    고기잡는저새를봤어요.
    너무나신기하면서도새와어부와나룻배와그외의풍경이만드는분위기가
    어찌나고적하던지
    잡아온물고기중에서한마리를수고했다며던져주는
    노동자복장의저어부가도인같아보이던걸요.^^
       

  14. 푸나무

    2012년 2월 17일 at 7:45 오전

    마이란님그게가마우지에요.
    보통석양무렵일몰무렵게림의풍광과가느다란배….
    그리고남쪽모자를쓴뱃사공의그림자가절묘하죠.

    네셔널….
    오죽잘찍었겠어요?
    나도티비여행기에서못가본데많이봐요.
    가본황산의못본구름바다랄지,
    미국의무수한공원들두요.

    근데날마다쓰는거예요?글?
    생활이상큼해질것가터.,그렇게상큼한글쓰면……
       

  15. 벤조

    2012년 2월 18일 at 10:42 오후

    산이그리운여인처럼그윽하게강물을바라다본다구요?
    아름다운포스팅입니다.
    그런데,버릴사진이없어고민했겠어요.
    산밑에건물이들어간사진들만빼고…
    꿈꾸듯가다가저건물을보나꿈이깨요.ㅎㅎ
       

  16. equus

    2012년 2월 28일 at 9:34 오전

    가마우지-그래요.그새의이름.추운데뱃전에서고생했구료,사진찍느라.우리들은그덕분에벤조님말씀처럼,꿈꾸듯구경하다가건물사진나오니깨나고…강변의솟은바위중벗겨진곳이무슨글자의형상을하고있는산이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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