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내게 편지를 하네

나무라고하여생김새가없겠는가,

아니오히려사람보다더숱한양상을지닌것이나무이기도하지.

많은친구들과함께자라던모묙밭에서도

생김새때문에설움을당하는벗들을많이보았거늘,

필요없는동아(당신들생각이긴하지만)를

거친손으로뚝때내거나

이미한참이나자라나있는가지를싹둑자르는아픔이면그래도괜찮지.

성장이더디거나

혹은자라나는모양이자기들눈에아니다싶으면

거침없이뽑아내버리는

그잔혹성에두려워떨던어린시절이있었으니,

생김새가운명이라는것,

하늘이내려주신복과화일수도있다는생각을깊이했으니

어쩌면나는어려서몸으로체득한비극적인운명론자이기도할것이야.

요소질비료를너무나많이줘서성장통비슷한것을앓기도했었지.

그성장통이란것이일종의자살에대한욕구비슷하게나타나더군.

이렇게사느니차라리죽는것이더나을것같아,

숨쉬는것이힘들어,

한두번중얼거린것이아니었어.

나는태생이느리고완만하여

쉬자라기를즐겨하지않으며

한곳에자리를잡으면일구월심에일편단심이거늘,

그런나에게집요한성화를들이대며

자라나!,빨리안자라나면너뽑아버릴거야,

소리지르며틈만나면

요소비료를퍼부어대니

나그저허둥댈수밖에없었거늘,

주위를찬찬히들러보며

그들을눈에익히며

각기다른모양으로살아가는

혹은

사랑하는모습을관조하는것이내삶일진대

세상주위것들에눈을주면사정없는호령소리가들려왔으니,

하여,

존재의근간이기도한

나다운것이무엇인지를사유할틈이없었으니,

나아닌무엇인가가내몸속에서주인노릇을했다고나할까,

주인이다그칠때마다하던일을접고

나는그저불쑥불쑥자라나야만했어.

적요하고깊은밤이면왜슬프지않았겠는가,

청아한달빛교교하게다가오면

나는한숨처럼달빛에게말하곤했었지.

사는것이무엇인지도대체알수가없어,

사실이흔하고평범한생김새하고는달리

선비적꼿꼿한기질이내안에는가득히있다는것을

사람들은이해를못해,

생김새처럼살라는거지,

삳된말로니꼬라지를알아야한다는말인데,

사실자기자신처럼자신의꼬라지를잘아는것이어디있다고,

그냥난태어나기를

더디게자라나고

‘이사’하는것을싫어하게태어났을뿐이야.

이사는내삶에가장어려운일이라는거지,

내게익숙한,

비록요소비료가득한곳이긴했지만

그래도내가자라온토양이니,

새로운곳에익숙해지려면,

내가지에다가오던바람의방향이달라지거나서있는위치가새로워지면,

당신도그렇잖아,

낯선곳에서쉬잠못드는것,

그것을까다롭다고,

어울리지않게귀족적인성향이라고폄하한다면,

나도할말이없지,

그래도나는잘견뎌냈어

힘들었지만그모든과정을,

그래서가끔나를생각해보면스스로가대견하기도하지.

조그마한아이들이자전거를타며내곁을지나가면서내몸을슬쩍스칠때면

흠흠거리며아이들그좋은냄새를맡으며

아,살기를참잘했구나,

당신도아는그중년부부,

풍맞은남편과사년이되어가는지금까지거의하루도빠짐없이

운동겸산책을하는,

그이들이쉬다가가만히나를바라볼때면,

어이,소나무,그래도잘살았어,그치?

스스로에게말을건네기도하지,

그러다가도당신,

버티칼을샥올리며

유리창너머로당신이나타나면,

무엇보다말없이나를바라보는눈빛의언어를읽을때면

난매우기분이나빠지고말지.

넌왜그렇게못생겼니?

도대체소나무답지않은선이야,

삐죽하니위로만키가크질않나,

가지란것은꼭그마마하게짝맞추듯벌어지고말이지,

빛깔은희멀건하니

누가너를독야청청,

늘푸른나무라고하겠니.

맥아리없어보이는후줄근한생김새하며,

지금몇년째너와눈맞춤을하고살아가는데도도대체정이가지않는너야,

근데말이지,

나도사실당신에게솔직한이야기를한다면,

그렇게당신이

내게나의외모만으로나를이야기할수있을만큼

당신이자유롭냐는거지.

만약에나도당신처럼그리해본다면

나도할말이그리없지는않다는말이지.

아마도당신이내게하는말

그이상의언어를당신에게돌려줄수있는데도

내가침묵하는것은

침묵의선량함과긍정이내몸에태생적으로저장되어있는탓이요,

특별한경우만아니라면

당신보다훨씬더긴삶을살아가게프로그램되어있는

존재의느긋함과여유라고나할까,

그보다는보이는것만이전부가아니라는

매우단순한진리를긍정하고있는탓일지도몰라,

더군다나지금처럼땅아래,

조아래서숨쉬고있는

내뿌리가부드럽고상긋한봄의향취를

이르게맡아내며행복해하는데,

바로옆에서고개를땅위로서서히내밀고있는

향기로운냉이가

하이,하며손짓하고있는데

그정겨운모습만으로도힘차고행복한데

당신의상한마음둘자리가어디있냐는거지.

당신도혼잣말했잖아,

아봄이오고있나봐,

맞아,지금봄이아주가까이지척에다가와있거든,

이왕당신과나,

이렇게서로마주보고살아가는처지가되었으니

그러니봄이다가오는이시점에서

바라기는

당신만나를바라보는것이아니라

나도당신을이윽히바라본다는사실,

그사실을잊지말았으면해,

거실앞소나무배상.

리움의거미만빼고계림의나무들

냉이꽃이피었다/안도현詩성바오로딸수도회노래

네가등을보인뒤에냉이꽃이피었다
네발자국소리나던자리마다냉이꽃이피었다

약속도미리하지않고냉이꽃이피었다
무엇하러피었나물어보기전에냉이꽃이피었다

쓸데없이많이냉이꽃이피었다
내이아픈게다낫고나서냉이꽃이피었다

보일듯보일듯이냉이꽃이피었다
너하고둘이나란히앉았던자리에냉이꽃이피었다

너의집이보이는언덕배기에냉이꽃이피었다
문득문득울고싶어서냉이꽃이피었다

눈물을참으려다가냉이꽃이피었다
너도없는데냉이꽃이피었다

보일듯보일듯이냉이꽃이피었다
보일듯보일듯이냉이꽃이피었다

3 Comments

  1. 소리울

    2012년 3월 1일 at 1:17 오후

    이런깊은사유를식은죽먹듯이서간체의부드러운글로속삭일수있는푸나무님의
    유려한문장에녹아듭니다.
    장자는못났기때문에산을지키고잘난소나무는집짓는데쓰인다고달려진다고했지요.
    못난것은못난대로잘난것은잘난대로그쓰임새가있는것이니
    세상에쓸모없는것은하나도없다.장자도예수나다름없는철학을가졌다는생각을
    갑자기하게되네요.   

  2. 푸나무

    2012년 3월 1일 at 3:48 오후

    사실저글의주인공은정말너무못생긴소나무에요.
    맨날보면서도아이고넌정말소나무스럽지못하다….
    구박해대다가
    미안해서
    근데정말식물에게도자살욕구가있다는글을읽었어요.

    가끔글쓰다가지금이게머하는짓인고????
    할때가있는데
    소리울님이어깨두들겨주시네요.
    (배꼽인사요)^^*   

  3. 雲丁

    2012년 3월 3일 at 11:42 오전

    소나무의말을
    이렇게나깊이있게받아적으시다뇨.
    역시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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