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드문드문 귀신을 본다니까

귀신이야기를좋아하시나모르겠다.

이제어른이되어서

폭폭한삶속에놓인당신은모르겠지만아마도

당신의아이들은

틀림없이,

엄청나게,

기가막히게귀신이야기를좋아할것이다.

어떤영화가보고싶냐고물어보면

틀림없이이구동성으로대답할것이다,

“무서운영화요”

만약당신의아이와친해지고싶다면

그리고그들과대화하고싶다면

아주무시무시한

그러나,제법실감나는귀신이야기하나장만해가지고

아이의방에들어가면

십에팔구는이전에보지못한놀라운집중력을아이에게서

바라볼수있을것이다.

왜아이들은무서운이야기에혹은귀신이야기혹하는것일까,

우리집도엄마가교회를다니기전제사를지내곤했다.

아니다니신후에도한참제사를지냈다.

제사는언제나깊은밤에한다.

귀신은밝음을무서워한다.

어둑한부엌에서음식장만을하시던엄마,

일렁거리는촛불과아버지의붓글씨가기억난다.

아마도어린나이여서잠이들어버렸는지

절을한다던가,

차려져있는상에귀신의모습이어른거리던가….

라는으시시한기억은없지만

하여간자그마한흰종이에붓글씨를쓰는

아버지모습은선명하다.

그종이를태웠던가…..

후에언젠가제삿날귀신이오면서그목이걸리지않게하기위하여

빨래줄을치운다는이야기를들으면서

아니빨래줄을알아보지못하는그런시시한귀신이다있는가,

속으로비웃었다.

지금에서야그게귀신을모신다하면서도

귀신의맹목을슬쩍꽈는

살아있는자의유모어든지

(휘청거리는허깨비처럼마당으로들어서다가빨래줄에목이턱걸리는귀신?^^*)

아니면정리정돈이라도애써하는일종의예의였겠지,

일본여우도꼬리가아홉이달렸을까,

일본에도여우에홀린사람들이야기가전해져온다.

아주예쁘게생긴,

귀족적인어린소녀속에들어간여우,

한번식사에세통의밥을유부몇조각만으로다먹어낸다.

(귀신이간기를싫어한다는것은일본도마찬가지일까?)

며칠을쓰고도남을거대한통속의물이하룻밤에소녀의몸속으로들어간다.

그소녀는갑자기컬컬한목소리를내기도한다.

오랫동안신을모셔온여우귀신을쫓아내는데일가견이있는신관도어린소녀를이겨내지못한다.

묶여있던어린소녀는

결국자신을덮고있던이불을다먹어치우고

그래도부족해서

자신의손목까지먹어치운다음결국사라져버린다.

귀신은지금도여전히우리곁에있고우리를매혹시킨다.

귀신의성향이기도한어느곳에나!

갈수있는귀신은이제밤열두시이후에나나타나는머리길다랗게풀어헤친그런존재가아니다.

반짝거리는화면속에서현란하게움직이는화면과칼라플한색채,

그리고거대한음악과함께인터넷에서도맹활약중이다.

게임을하고있는아이들을본적이있는가,

그들의움직이는손과반짝이는눈,

어디에도아이는없다.

아이는게임에홀려버려(惑하여)게임속으로들어가버리고

모니터앞에있는것은아이의허깨비일뿐이다.

인터넷에서아이들만귀신을보는것이아니다.

어른들도귀신에빠진다.

귀신에홀린연인의이야기를오스트리아작가다니엘글라타우어가잘도그려내고있다.

제목은참어여쁘기도하지,

‘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

작가는사랑의이야기라고하겠지만아마도대다수의사람들역시그러할거라고여기겠지만

나는이소설을귀신이야기라고생각한다..

우연히잘못전해진메일탓에

얼굴도모르는남녀가메일을교환하게된다.

그리고서로에게빠져들어간다.

망상의바다이다,

그러나실존하지않는그바다는

오하려실존하지않아서더깊이빠지게되는모순을안고있다.

홀로알아가는그러나아무것도잡히지않는

상대방의세계가활력소가되고그리움을주고사랑에까지이르게되는것이다.

단지글이라는,

그러나순식간에멀리있는상대방에게당도하는정체불명의화신인멜,

결국여인의남편에게서멜이온다.

제발아내를만나주세요,.

당신때문에우리가정이흔들리고있습니다.

아내가변했어요.그러니제발만나주세요.

지혜로운남편은둘이얼굴을맞대면그렇다,

그순간상대에대한생각이환상이라는것을깨닫게될거라는것을이해하고있는것이다.

할머니께서도깨비만난이야기도내어린시절의동화였다.

걸어서오고가던길이멀었고

생선을사가지고이고오는데

서덜재라는재에오르니갑자기아무것도보이지않았다.

생선다라이를뒤에서누군가가계속잡아채고

앞이안보이니할머닌앉아서그길을걸을수밖에없었다고

머리에인다라이를죽기살기로껴안고재를넘어오니

어느순간눈이보였다고하셨다.

얼마나용을쓰셨던지

그일후수날을앓아누우셨다는….

밤새내도깨비와생사를건싸움을했지만

아침에보니빗자루였다는……

이야기는

인생이미망이라는

허망이라는

깨우침에족한이야기아닌가,

나도가끔귀신을본다.

음악칼럼니스트가세련된언어로쇼팽의음악에대해대해이야기한다.

참그작은공간에서의행복한충일감이라니…….

이상하게음악회나음악이너무좋을때면반사적으로떠오르는것들,

세상어디에선가누군가는굶어죽어가고있고

누군가는병에들어고통스러워하며

누군가는전쟁의참화속에서두려워떨고있을거라는생각…….

을드문드문하면서도

그럴수록음악의행복은거의마력에가까울정도이다.

아주오래된영상물을관람하는시간.

쇼팽의폴로네이즈53번영웅.

78살의루빈스타인과82세의호로비츠.

사실바로그전연주를들으면서도

실재연주를하는손보다건반앞,

마치거울처럼반짝이는피아노벽면에보이는그림자손을나는주시하고있었다.

서로전혀다른각도에서

그러나같은방향으로움직이는

네손의정체가주는기이한느낌에사로잡혔다고나할까,

오래된영상물에서도예외는아니었다.

가만히꼿꼿하게피아노앞에앉아있는루빈스타인,

그러다가움직이는손,

손가락들,

피아노건반위에서손이움직이기시작하는데…….

나는숨을헉들이켰다.

본래루빈스타인의피아니스트로서좋은손을가졌다고한다.

크고길고강인한힘이들어있는손가락들,

그손은사람의손이아니었다.

무엇인가에홀려있는손,

주인을떠나그홀로존재하는손,

아니아니주인의넋과에너지를다빼앗은뒤

주인을잊어버린손,

그손은주인을휘어잡은것만으로도만족하지못하여

어느순간은주인의몸까지맘대로일으켜세우는위력을발휘했다.

주인은손의노예로서아주만족한듯

그의부름에감읍한듯황감하게반응하곤했다.

그손은피아노를잡아먹고야말겠다는결연한의지를푸르스름하게내뿜고있었다.

호로비츠손도예외는아니었다.

처음그의손은피아노건반을푹감싸안은듯아주정겹고다정해보였다.

그러더니서서히헨젤과그레텔을홀리는마귀할멈처럼변형되어갔다.

그의손가락사인한번에우리는넉아웃되었다.

음악이란나라속으로아무도거역하지못한채

무서운,

적어도내가느끼기에는

아주무서운나라로우리는좌초되어갔다..

마치거대한토네이도에휩쌓인것처럼,

나는연주회영상을보는동안음악을듣는것이아니라

그음악을이루어내는손을바라보았다.

손이이루어내는격렬한힘의아우라,

그것은사람의손이아니었다.

귀신의손이었다.

정말드문드문귀신을본다니까

12 Comments

  1. Lisa♡

    2012년 3월 9일 at 2:43 오전

    무서워요~~~ㅋㅋ

    실제로골목에서귀신만나면
    찬송가를부르세요.

    "당신은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
    뭐이런노래그럼귀신의눈빛이바뀔겁니다.

    푸나무님은귀신도세련되게표현하시네~~~^^*   

  2. shlee

    2012년 3월 9일 at 3:11 오전

    귀신도
    한때는사람이었겠죠?
    새벽3시…
    그이후
    두사람은결국만나더라고요.
    새벽세시바람만~샀어요.
    귀신이매력있으니까..
    ^^   

  3. 사슴의 정원

    2012년 3월 9일 at 4:15 오전

    미국유학중에학교뒷산단독주택지역의차고자리를원룸으로개조한곳에살은적이있습니다.

    그곳도아침이면뒷산에서사슴이내려오는호젓한곳이였지요.

    아는유학생부부가내사는곳을놀러온후부인이나에게그곳에서무서워서어떻게혼자자취하느냐고물었습니다.

    그래서나는혼자적적한데처녀귀신이라도나왔으면하는데

    미국에는처녀귀신이없는(?)것같다고답하였지요.

    ㅋㅋ   

  4. 조르바

    2012년 3월 9일 at 4:21 오전

    와우~브라보~짝짝짝~!!!
    기립박수~~~
    푸나무님연주에뿅갑니다   

  5. 벤조

    2012년 3월 9일 at 4:51 오전

    아이…제목만무서웠잖아…
       

  6.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12:56 오전

    리사님그노래아시네?
    교회안다니시잖아.

    그렇겟다.귀신도하도사랑을못받는존재라
    당신은사랑받기위해태어난귀신…
    하면

    눈빛변하겠다.하하   

  7.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12:57 오전

    쉬리님그다름글나왔다구요?
    만나서어쨋을까?

    책사서볼생각은없고
    리뷰좀올려봐요
    스포일러잔뜩넣어서^^*   

  8.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12:59 오전

    근데
    그때혹시처녀귀신아니더라도
    산의정령일지,
    사슴이여인이되어…..
    만났더라면^^*
    지금
    미인이신어부인못만낫을지도….
    아슬하시죠?사슴의정원님   

  9.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1:01 오전

    글을
    연주로읽어주시는

    특별한미모의시선
    을지니신
    조르바님께

    나도부라바!!!!기립박수~~~~^^*   

  10.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1:01 오전

    아이,,
    죄송해요,벤조님,
    놀래셨어요?ㅎㅎ   

  11. shlee

    2012년 3월 12일 at 2:09 오후

    [일곱번째파도]였어요.
    그책은~
    도서관에서빌려봤어요.
    오래전에~
    많은사람들이너무너무속편을기다려서
    나온책이라고하더군요.
    해피엔딩~
    책사서볼생각은하지않는게좋을듯~
    세시로충분해요…
    피천득의[인연]처럼될수도있으니까요.
    슬픈드라마를본직후
    웃기는CF가나올때의그런느낌을받을수도있어요~~~
       

  12. 푸나무

    2012년 3월 13일 at 12:07 오전

    아,그렇군요.
    쉬리님
    몇표현으로짐작이가고도남아요.

    사실그글
    어느선에서오르락내리락했거든요.
    재기발랄함이
    겨우명맥을유지했었다고나할까,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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