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 살 울 엄마도 바람나신다

텃밭,거름도보인다.아부지살아게실제는꽃밭이좋았는데

엄마는꽃들사이에오이가지등을심어꽃밭인지텃밭인지점점오리무중해져감

바람이부드러워졌다.

겨울바람과봄바람의차이는

부드러움있고없고의차이다.

차갑고강하면서날카로운겨울바람은

봄바람속의부드러움에비하면윤똑똑이일뿐이다.

보이지않는부드러움-

그이의두루치기는팔방미인이다.

오죽힘이세면

여든일곱살

울엄마눈빛은근하게만들겠는가,

은근한눈빛에은근한목소리로말씀하신다.

아야,음력삼월삼짓날이면머슬(무엇을)심어사쓴단말이다.긍께거름을사와야제….

거름사러가기싫은딸우선모면하기위하여말한다.

엄마ㅡ사월은되어야해요.꽃모종도잘못하면죽던데….

아야설쇠믄하루가달라야…..,

이상하다울엄마말씀은암것도아닌데,,,,,

남들이다하는말인데

가령’설쇠믄’..도

‘설’이이상하게

‘늙음’혹은’세월’로읽혀진다.

하루가달라야…도

사실모든날이새날아닌가…..그러나성경에는

해아래새겻이없다했으니…..

엄마의하루는인생처럼도여겨지니,

겨우해봤자화분들과아파트앞콩만한땅이다.

그땅도굵은나무들심어놓아서햇살때문에무엇이든잘자라지못한다.

그런데도설레임가득한목소리로땅과의밀회를꿈꾸신다.

식물에대한엄마의애착은단순한식물의사용에있지않다.

초록그자체,

자람그자체에있다.

여든일곱살노인이라고가슴에허함없겠는가,

아니사람속에내재된허함은늙어갈수록더깊어질수있다.

허함을메꾸기위해서는대상이필요한데

울엄마에게는

초록이푸르름이식물이그자리를차지하고있는것이다.

울아부지는가을깊어갈때세상을떠나셨다.

아부지당신이만들어놓은가묘ㅡ

가묘를만들어놓으니아부지땅속에들어가시기도쉽더라ㅡ

속으로귀가하실때난탱자나무열매만바라보았었다.

약간의초록과약간의노랑을지니고있는햇냄새저절로풍기는탱자

이상하게아부지생각나면

비슷한감도로탱자나무기억된다.

그해울엄마혼자아부지랑사시던집에서

깊은가을겨울을지내시게되었다.

엄마그러셨다.

사방데서아버지목소리가들리고

아버지가보인다고,

왜아니그렇겠는가,

사람의기억처럼

사물도사람을기억할수있잖을까,.

아부지맨날아침마다오후마다하루두번씩정갈하게쓰시던마당,

울엄마웬수가채송화를비롯한잡초였다면

아부지웬수는은행나무와팽나무였다.

특히마당가로떨어져내리는팽나무는

아부지의부지런함을비웃는듯삽시간에마당을

사람안사는집으로만들곤했다.

울아부지팽나무죽이려고노력많이하셨다.

세상에언젠가는그뿌리에석유를한말이나부으신적도있다

어떤사람이그러면죽는다고해서

겨우석유한말에수십년된나무의뿌리가끄떡이나하겠는가,

그마당에아부지비자루들고마당쓰시는어른거리시지않겠는가.

빗자루세워져있으면아부지손느껴지지않겠는가,

뒤안에들어서면언제나단정하게치워져있던곳….

점점어질어져갈때왜아부지모습안보이시겠는가,

아부지없이여전한

엄청나게큰은행나무한그루엄청나게큰팽나무한그루

그것들,

온집안을그들의세상으로만들어갈때

말나눌사람도없이엄마혼자서

깊어가는가을오죽쓸쓸하셨을까.

그때울엄마약간이상해지셨다.

언니랑나랑실제걱정을할정도로

평소의담대한울엄마아니셨다.

자주우셨고세상에

그좋아하는장기도재미없다고하셨으니,……..

그래도시간은갔다.

엄마에게도봄이왔다.

마당에두벌콩줄기가소록소록솟아나왔다.

텃밭에는상치솟아났고엄마웬수인채송화도슬며시고개를내밀었다.

그것들이떠나버린자식들대신엄마새끼가되었다.

그쓸쓸하던마음을초록이잠재웠다.

엄마의고백,

아야죽것등마,봄이되아서날씨따땃해징께

파란것들이땅에서솟아낭께두벌콩순이올망졸망불어낭께

맘이좋아지드란말이다.

나는식물의치유력을믿는다.

그순수한자람과동안의빛깔과탐심없는무구함!

바라볼수있는자들에게열리는것,

삶에대한긍정적인시각,

통찰력있는혜안이열린다는것을

그것들이어떤강한약보다도더

사람의약한부분에침투해선한작용을한다는것을,

한삼주전인가

안산에가야할일이있었다.

하라부지목사님들속에가면이나이임에도불구하고저절로꽃띠가되는,^^*

평균연령이엄청나게높은그룹인데

거기가서총무일해야하는데,

아침이되자갑자기마음에변덕이생긴것이다.

상임회장님께

저일이생겨서못가겠어요.지송해요.전화하고안갔다.

거짓말….하다가

마음속의변덕도주체할수없는일이긴하지,

내맘대로엮었다.

그하라부지목사님

내게삐쳐서요즈음문자도젓수시고전화도아니하신다.

총무일그따위로하려면집어치워라말이야,!

하시지않는말씀이아주선명하게도들려온다.

꼭그이유탓은아니었는데울엄마며칠전부터컨디션난조셨다.

워낙정신력이좋으신지라.

도무지아파도딸귀찮을까봐아프다는말씀도잘안하신다.

엄마가좋아하시는것중의하나가녹두죽이다.

엄마아침뭐드릴까…..물어볼때,

참고로울엄마반찬은두세가지를넘지않는다.

그대신같은반찬두끼안드신다.

누룽지나만들어라,녹두죽이나좀써라…하시면입맛도없으시고

상태가별로안좋으신예표다.

부랴부랴녹두죽을써서드리고,

녹두죽쓰기무지쉽다.

녹두와찹쌀조금씩섞어압력솥에물넉넉히붓고

천일염약간넣어서잘끓이면된다.

녹두냄새도안나는사먹는죽보다훨씬맛있다.

단단한녹두생각보다아주잘퍼진다.

그래서그날아침식사잘드셨다.

누워계시길래,

그래몸살기운있으시니푹쉬는것이좋겠지.

점심때까지나도내방에서내일했다.

엄마이젠점심드셔야지.엄마방엘갔더니그제까지도누워만계신다.

엄마,부르니이리돌아누우시는데느낌이약간안좋다.

엄마,어디아프셔?

하니아니안아퍼,암데도안아퍼…하시는데말이약간어눌하시다.

몸에열은가득하고…

아차,일단이불제끼고….

작은오빠큰오빠한테전화하고

와중에혹시뇌졸중?생각이들자마음이급해지고

119를불렀다.

그렇게응급실에가서네시간가량있다가퇴원하셨다.

다행히아무런이상은없으시고….

그날만약내가안산엘가서늦게돌아왔다면….

아무도없는집에서

엄마혼자그렇게앓아누우셨다면어떻게됐을까?

음,생각만해도아슬아슬하다.

그러니마음의변덕도유심해질일이다.

겨우언문이나깨치신울엄마가

도연명을어찌알으시랴만

울엄마도도연명스럽다.

늙그막에사천에유람나와서…

세월이흘러가버리는것슬프고

나의나이머물러주지않음이한스럽다

.그러나이어

초봄이되어온화한날씨에만물이생동하는것을보고

무상감을잊게되는도연명,

삼월삼짓날되기전에

거름사다드려야지.

울엄마

봄과땅과식물과

은근한눈빛으로연애하시게…..

인생무상을도연명처럼잊게되실거야.

할아부지할무니아부지묘.아부지옆에가묘는울엄마자리

아부지묘옆탱자나무꽃사월

보성우리집앞논

아,이사진들은울엄마보성사실때찍은사진들

14 Comments

  1. 소리울

    2012년 3월 10일 at 4:08 오전

    보성녹차목욕탕에갔었지요.짜뚱탕을먹고신부님에게한해의운세를성경구절로뽑아보았지요.
    사랑하라.
    어머니가식물을사랑하듯이온만물을사랑하라는메시지를받았던날
    그신부님은지금광주로가셨다는데….   

  2. 오드리

    2012년 3월 10일 at 5:13 오전

    아직못가본보성녹차밭,가까이계신가요?   

  3. 나무와 달

    2012년 3월 10일 at 5:16 오전

    그러게요…아버님안계신집에서홀로겨울을보내신어머님의쓸쓸한모습이눈에밟히는군요…+_+

    푸나무님께서제일신경쓰셔야할부분이어머님께서우울증에걸리지않도록해야하실꺼에요.
    가능한많은시간을함께해주시고.좋아하시는거자주해드리세요.

    저도,이번주에는저희어머님의텃밭에상추씨랑들깨,몇가지채소씨를뿌릴꺼에요..^^*   

  4. 데레사

    2012년 3월 10일 at 7:18 오전

    푸나무님.
    고향이보성이시군요.
    하나뿐인내언니의남편,그러니까형부가득량면이에요.
    형부는교사를하셨기때문에보성군의여기저기를많이다니셨고
    그바람에저는웬만한곳은다가보았죠.
    지금은퇴직하시고광주에서삽니다만.

    많으신연세도정신이좋으셔서다행입니다.
    저는딸애가수도쿠푸는책을사다주더군요.치매예방용이라고하면서요.
    그래서밤마다열심히풀고있답니다.ㅎㅎ   

  5. 綠園

    2012년 3월 10일 at 11:17 오전

    어머니께서큰일날뻔하셨는데
    푸나무님의적절한조치로무사하셔서다행이군요.
    앞으로더세심하게챙겨드려야겠지요?

    역시봄은좋은계절입니다.
    어머님도바람이나셨으니말예요.^^

       

  6. 산성

    2012년 3월 10일 at 1:48 오후

    아야설쇠믄하루가달라야…

    하그참,애잔하게도들립니다.어머님말씀
    이청준단편눈길도생각나고말이지요.
    아들발자국되짚어돌아가던…

    연두랑연애하시는어머님
    기운펄펄나시길요!

    오랜만의탱자나무꽃망울,
    그가시조차반갑습니다.
    어릴적고동빼먹던~^^

       

  7.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2:47 오후

    보성녹차탕이좋긴한데좀좁지요.
    이젠엄마가보성을떠나셔서가진못해도
    언제나보성가면이른새벽녹차탕에가곤했어요.
    깨끗하고따끈하고시원했지요.
    녹차탄바닷물

    거기다사랑까지요?후아후아^^*   

  8.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2:50 오후

    오드리님
    지금은엄마가우리집에서사세요.
    큰오빠네살려고오셨다가
    우리집이더편하셨나봐요.
    갑자기효녀가되었어요.^^*   

  9.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2:52 오후

    달님은
    저보다확실히효자세요.
    나는아무리엄마가화분농사텃밭농사지어도
    안해요.엄마가알아서하시거든요.
    다리는아프시지만무지총명하시거든요.   

  10.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2:56 오후

    데레사님득량이면
    바로옆이네요.
    울엄마는다리는좀아프신데
    총기는저보다더좋으신것같아요.
    성경도저보다더많이읽으시고
    복지회관에일어도배우러다니셔요
    일주일에두번씩
    아마울엄마가최고령학생일거같아요.

    우리집다리미질도저보다훨씬더좋은솜씨로다해주시구요.
       

  11.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2:58 오후

    녹원님,맞아요.울엄마바람나셨으니
    정말좋은봄이지요.

    저두늙어가니
    봄이점점좋아요.
    좀있으면저두바람날지몰라요.ㅎㅎ   

  12. 푸나무

    2012년 3월 10일 at 3:01 오후

    산성님
    맞다요.
    고동,,,,
    저탱자가시로빼먹었지요.

    작년엔가포천산정호수가니고동팔아서
    사먹을까….했는데
    맛도…
    또지저분한것같아서결국못사먹었어요.
    요즈음은탱자나무가흔하질않아요.

    강화사기리에가면엄청큰탱자나무있어요.
       

  13. 조르바

    2012년 3월 11일 at 6:25 오전

    오늘은바람나시믄안되겠어요.
    아침에중부지방엔눈오구…바람도차갑드라구요
    봄이문턱에온듯한데요문지방넘다가걸렸나바요..ㅎ   

  14. 푸나무

    2012년 3월 11일 at 3:45 오후

    걸려서넘어졌을까요?
    넘어진채그냥자고갈까요?
    아예다시자리펴고싶은심사도……

    없지
    않겟지만
    자연은체면을치레로하지는않아요,
    아주많이염치가있는
    귀족이기도하죠.
    그래서아마아무리넘어져엎어지고싶어도
    손짓하며사앙하며떠날거예요.
    조르바님나바람나면잡을거에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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