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
BY 푸나무 ON 3. 11, 2012
중국에는편지를천천히전해주는느림보우체국이있다지요보내는사람이편지도착날짜를정할수있다지요한달혹은일년,아니면몇십년뒤일수도있다지요당신에게편지한통보냅니다도착날짜는그저먼훗날당신에게내마음이천천히전해지길원합니다당신에게내마음이천천히전해지는걸오랫동안지켜보길원합니다봄,여름,가을,겨울수십번,수백번의후회가나에게왔다가고어느날당신은내가쓴편지한통을받겠지요겉봉을뜯고접은편지지를꺼내펼쳐읽겠지요그때나는지워진어깨너머당신뒤에노을처럼서서함께편지를읽겠습니다편지가걸어간그느린걸음으로내내당신에게걸어가당신이편지를읽어내려가며한홉한홉차올랐던숨을몰아내쉬며손을내려놓을즈음편지대신그앞에내가서있겠습니다.//통증//고영민
가령
텅빈갤러리에들어섰어요.
하다못해자그마한난화분하나없는전시회였죠..
도록도…..올해것이아닌작년거.
첫그림에마음이열렸다고……조금이긴하지만요.
왜제목이없어요.물으니
자화상…..아,
도슨트,갤러리지키는사람으로여겼던사람이작가였어요.
그가다가와그림설명을해주더군요.
그는생명을이야기했어요.
포자,작은곤충,그보다무수하게많은초록이파리를담은아주자그마한가지들,
그것들이지닌생명을,
사람에게서나타나는생명을,
순환하는생명을,
보이지않는것들을그려내는,
그래서그는철학적환쟁이로보이더군요..
그는세필에또세필을이야기했어요.
그래서자신의그림은잘보면섬세하게보면움직인다고
생명처럼….
그리고더자세히보면매우따뜻하다고,
나는움직임을바라보려고했어요.
그러나불행히도나는마음나쁜사람이었는지
그림이생명처럼움직여보이지않더군요.
따뜻함은….따뜻함을느끼기에는너무짧은시간이었겠지요.
닥나무를그는생명의또다른모습으로여기는듯하더군요.
그는물감을혹은작가의정신을<스미다>에놓는것같았어요.
그행위로
한지위에물먹은닥나무작은뭉치,
나뭇가지곤충위포자위공기위산위꽃위종이위에놓고
그것들이스미는것을
마치생기처럼
혹은생령처럼여기는듯했어요.
그것들이지맘대로스며드는것
그래서그는자신이그림의50%정도만그리고
나머지는자기몫이아니라고하더군요.
우기지않는것,놓아버리는것,버려두는것에서그는자유를보는듯,
그는자유의끝을따뜻함으로여기더군요.
유년에살던집을
그는자신의동네진흙에서배경색을구했다고했어요.
동네마다다른진흙의빛깔,
한지와닥종이의서로서로스밈
(이병률의울컥하는시스미다도있긴하네요
꼭그시때문이거나화가때문은아닌데이즈음<스밈스미다>가
매우새롭게다가오긴해요.소통도관계도그리움도모두어떤스미다스밈아닌가…해서요.)
한지와닥종이뭉치그형제들이
전혀다른모습으로서로를향해서마음을여는,
스미다는마음을여는것인데.
얼마나섬세해야작가의마음에다다르게그림을볼수있는것일까,
생명의양태가다르듯
(어느분이내게양태라는단어를글에서매우즐겨쓴다고하시던데….그런가)
각각존재하면서서로에게존재의근간이되는,
그래서다시또다른존재가되는,
존재면서
관계면서
서로에게극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