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

중국에는편지를천천히전해주는느림보우체국이있다지요보내는사람이편지도착날짜를정할수있다지요한달혹은일년,아니면몇십년뒤일수도있다지요당신에게편지한통보냅니다도착날짜는그저먼훗날당신에게내마음이천천히전해지길원합니다당신에게내마음이천천히전해지는걸오랫동안지켜보길원합니다봄,여름,가을,겨울수십번,수백번의후회가나에게왔다가고어느날당신은내가쓴편지한통을받겠지요겉봉을뜯고접은편지지를꺼내펼쳐읽겠지요그때나는지워진어깨너머당신뒤에노을처럼서서함께편지를읽겠습니다편지가걸어간그느린걸음으로내내당신에게걸어가당신이편지를읽어내려가며한홉한홉차올랐던숨을몰아내쉬며손을내려놓을즈음편지대신그앞에내가서있겠습니다.//통증//고영민

가령

텅빈갤러리에들어섰어요.

하다못해자그마한난화분하나없는전시회였죠..

도록도…..올해것이아닌작년거.

첫그림에마음이열렸다고……조금이긴하지만요.

왜제목이없어요.물으니

자화상…..,

도슨트,갤러리지키는사람으로여겼던사람이작가였어요.

그가다가와그림설명을해주더군요.

그는생명을이야기했어요.

포자,작은곤충,그보다무수하게많은초록이파리를담은아주자그마한가지들,

그것들이지닌생명을,

사람에게서나타나는생명을,

순환하는생명을,

보이지않는것들을그려내는,

그래서그는철학적환쟁이로보이더군요..

그는세필에또세필을이야기했어요.

그래서자신의그림은잘보면섬세하게보면움직인다고

생명처럼….

그리고더자세히보면매우따뜻하다고,

나는움직임을바라보려고했어요.

그러나불행히도나는마음나쁜사람이었는지

그림이생명처럼움직여보이지않더군요.

따뜻함은….따뜻함을느끼기에는너무짧은시간이었겠지요.

닥나무를그는생명의또다른모습으로여기는듯하더군요.

그는물감을혹은작가의정신을<스미다>에놓는것같았어요.

그행위로

한지위에물먹은닥나무작은뭉치,

나뭇가지곤충위포자위공기위산위꽃위종이위에놓고

그것들이스미는것을

마치생기처럼

혹은생령처럼여기는듯했어요.

그것들이지맘대로스며드는것

그래서그는자신이그림의50%정도만그리고

나머지는자기몫이아니라고하더군요.

우기지않는것,놓아버리는것,버려두는것에서그는자유를보는듯,

그는자유의끝을따뜻함으로여기더군요.

유년에살던집을

그는자신의동네진흙에서배경색을구했다고했어요.

동네마다다른진흙의빛깔,

한지와닥종이의서로서로스밈

(이병률의울컥하는시스미다도있긴하네요

꼭그시때문이거나화가때문은아닌데이즈음<스밈스미다>

매우새롭게다가오긴해요.소통도관계도그리움도모두어떤스미다스밈아닌가해서요.)

한지와닥종이뭉치그형제들이

전혀다른모습으로서로를향해서마음을여는,

스미다는마음을여는것인데.

얼마나섬세해야작가의마음에다다르게그림을볼수있는것일까,

생명의양태가다르듯

(어느분이내게양태라는단어를글에서매우즐겨쓴다고하시던데….그런가)

각각존재하면서서로에게존재의근간이되는,

그래서다시또다른존재가되는,

존재면서

관계면서

서로에게극진한…….

************

저시말에요.

제목은통증인데그냥한통의편지이야기에요.

문제는그한통의편지에굉장히긴시간이스미고

그긴시간이내내편지쓴이에게는통증의시간이라는거죠.

고통과통증을한참생각해봤어요.

고통은무겁고장중한삶을내포하고있다면

통증은그보다는가벼운,잘든칼에손선듯하게베는,

오히려가슴저미게하는형요키어려운아픔아닐까,

편지에담은마음….

마음이라는보자기펴보셨어요?그거참

음악으로친다면아주작은소품이에요.

교향곡주변에도얼씬못하는아주짧은녹턴이요.

그것도화려하고자극적인녹턴이아니라

존필드의녹텬같은것말이에요.

얼핏보면가볍지만그립고서정적이지요.

단순하지만깊어요.

담채지만오래오래잔상남죠.

마음이라는보자기별로크지도않아많은것을묶어담지도못해요.

이시인은아마도

겨우,,사랑에도,이르지못하는<그리움>엮어보자기에담았을걸요.

수줍어서사랑이라고크게소리내어말도못할사람이죠

하기는어느사람은

그리움

사랑자리보다더깊다고도하더군요.

보이잖아요.

편지.

써놓고도수십번수백번후회하는편지…..

모호한대목이에요.지워진어깨라는대목…..

누구의어깨일까요?시인의?시인의당신의?

당신뒤에노을처럼서서함께편지를읽겠다구요.

근데말이죠,

아무리느린걸음으로시인의당신에게당신이걸어간다한들

시인의당신인그녀가

한홉한홉차올랐던숨을몰아내쉴까요?

만약에그녀그런숨을쉬지않고편지를신문처럼수욱읽어내려간다면

그녀그편지다른편지들과함께놓아버린다면

그녀앞에당신서도

당신모를텐데요.

그순간통증은고통이될텐데요.

*********

화가가그린그림이나에게보낸편지네요.

나는그편지를수욱신문처럼읽었어요.

나는마치시인처럼당신에게편지를보내구요

참내편지받으셨어요?

12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3월 12일 at 12:02 오전

    느림보우체국,마음에듭니다.
    뭐든빠르게만취급되는요즘세상에저렇게느리게한20년쯤후에
    편지를받아볼수있다면종이에도문체에도옛날냄새가섞여있을것
    같아요.
    그러나그때까지과연살수있을려나…..

    날씨가오늘도춥다고하네요.
    봄은이렇게심술을잔뜩부리면서오나봅니다.   

  2. Lisa♡

    2012년 3월 12일 at 3:15 오전

    편지…………기다리는중.   

  3. 봉천댁

    2012년 3월 12일 at 4:04 오전

    에잇~!!

    난이런글싫어요..

    통증이전해져..

       

  4. shlee

    2012년 3월 12일 at 9:08 오전

    느림보우체국에서
    아직도편지를만지작거리고있나봐요.
    날이풀리면움직이려나…?
    아직도착하지않았어요.
       

  5. 푸나무

    2012년 3월 12일 at 11:44 오전

    오늘정말춥던데요.
    데레사님은오늘외출안하셨어요?
    전오늘사람만나고점심먹고수다부리고
    실내인데도자연채광이좋은건물이라하늘도쳐다봐가며
    몇시간밖에서보냈답니다.
    근데정말느림보우체국있을까요?
    아니면시인의상상속의산물일지도…..

    아참중국다녀오셨지요?ㅎ~
       

  6. 푸나무

    2012년 3월 12일 at 11:46 오전

    리사님…..
    누군가사랑스런리사님께편지썼을거예요.
    그래서지금도편지는
    리사님을향해오는중……….
    나두쓰고싶지만
    사람들이보자나요.
    얼레리꼴레리여자들끼리편지한데…..하면서요.^^*
       

  7. 푸나무

    2012년 3월 12일 at 11:48 오전

    봉천댁님…..

    에잇,
    하실만큼
    가슴아픈
    그리움을지니고있으신갑다.

    통증이전해져……
    숨을천천히
    한홉한홉…..   

  8. 푸나무

    2012년 3월 12일 at 11:51 오전

    쉬리님..
    대학때받은편지한귀절,

    짧은편지길게읽히는재주….

    나의무참할정도의
    악필을그리표현하더군요.

    설마밖에서기다리신것은아니죠?
    추워요
    들어가세요.
    그리고좋아하시는시읽으세요.
    거기혹시…..

       

  9. 소리울

    2012년 3월 12일 at 1:10 오후

    스미는것에대하여,그게소통의한모습일거라고..
    정말스미어들지않는사람과의대화는늘겉돌게되지요.
    이즈음은참을성이없어져가서느리게오는건기다리기힘들것같아요.

    자주편지보내주세요.매일매일.,
       

  10. 푸나무

    2012년 3월 13일 at 12:01 오전

    편지받기지루하시지않을까요?
    재미가별루없어서요.

    오늘글도올려놓고보니
    좀기네요.
    하지만소리울님은
    잘읽어주시겠지요.?
       

  11. Elliot

    2012년 3월 16일 at 10:13 오전

    후회해도날짜를바꿀수없는,도로회수할수도없는편지인가요그럼?
    나같으면차라리편지를태워그재를고스란히병에담아
    마개를꼭닫고바다에띄우겠어요.
    어느해몇날몇시에그의손에들어갈것이라굳게믿으며….-_-

       

  12. 푸나무

    2012년 3월 17일 at 1:58 오전

    단순히보낸편지에대한후회일까요?
    그전에
    아주아주그전에만들어진

    삶의
    어쩔수없는길에대한후회가아닐까….

    근데이젠보이신가부죠?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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