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그늘 아래서ㅡ 이천 백사면

저기저의자에잠간앉아있었다.

산수유그늘아래였다.

향기가꼭코로만맡는것은아닐터,

에브노멀한미향이머리를약간어지럽게했다.

청매에혈압까지는아니더라도.^^*

오늘봄은이미만개했다.

길다란한강줄기를타고내려올때개나리는이미자지러지게피어나있었고

드물게연분홍벚곷도얼굴을내밀고있었다.

능수버들은이미연노랑이파리를꽃처럼달고휘늘어져있었는데

사월이한참이나지난지금에무슨봄타령이냐고,

그래도나는

始春花,始春木인산수유를만나야내봄시작!

‘목련後記’복효근시인도이런시적고있다.,

~

목련꽃지는모습지저분하다고말하지말라

순백의눈도녹으면질척거리는것을

지는모습까지아름답기를바라는가

그대를향한사랑의끝이

피는꽃처럼아름답기를바라는가(후략)

~

나는이시를읽으면서약간추웠다.

목련에서눈을연상하는것도서늘했는데

아름답기를바라는것조차안되는사랑의끝이라니………

소스라치게다가오는삶에대한각성처럼

나는내가산수유=시춘화始春花,에목매달은이유를알아냈다.

시작이라는

그것도봄의시작이라는매혹때문이었다.

나이들어가는자의애달픔이

시작이라는,

그것도늙어가는나무의

시작이라는점에마음이머물렀던것이다.

산수유열매는버릴것이없다고한다.

한약재료로사용되고차나술로도만들어진다.

씨는귀고리나베개를만드는데쓰인다.

생명력이강한산수유나무는산어디에심어도튼튼하게자라나소득을안겨주기에

어느사람들은산수유나무를`대학나무`로부르기도,

삼국유사의제2권기이(紀異),경문왕(861-875)에대한기록에산수유나무가나온다.

“왕위에오르자왕의귀가갑자기길어져서나귀의귀와같아지니왕후와궁인들은

모두이를알지못했지만,오직복두만드는공인(工人)만은이를알고있었다.

그러나그는평생이일을남에게말하지않다가죽을때에도림사의대나무숲속

아무도없는곳에들어가대나무를향해서

‘임금님귀는당나귀귀’라고외쳤더니,

그뒤로는바람이불때마다대나무숲에서

‘임금님귀는당나귀귀’라는소리가났다.

왕은그소리가듣기싫어서대나무를베어버리고

산수유를심었더니

그뒤에는다만’임금님귀는길다’는소리만났다.”

학자들은화랑에서임금의사위가되고

다시왕이된경민왕시절정치는정치대로혼란스러웠고

자연재해도심했다고한다.

그래서경민왕은무성한대밭을배어버리고

만병통치약인산수유를심었을거라고추측했다.

그러나이런추론은어떨까,

경민왕은소란스럽기그지없는대나무들을보며자신에대해끊임없이

왈가왈부하는정치인들을연상하지않았을까,

마치그들을베어내듯대나무밭을베어내지않았을까,

언제나푸르기만한대나무보다는

풍성한열매와함께

이르디이른봄에연노랑꽃을피워내는산수유의따뜻함에감동했을지도모른다.

힘겨운삶을살아가는자신도위로받으며

국민들도위로받을거라는

내밀한심성이산수유를심었을지도,

사실산수유보다더먼저피어나는꽃도있다.

작은풀꽃은차치하고라도영춘화랄지히어리버들강아지같은경우산수유보다

훨씬더이르게개화한다.그런데도왜산수유를시춘화라부르는가,

산수유의아련한빛깔은샛노란개나리빛깔과격을달리한다.

개나리처럼혼자노오랗게살아움직이는것이아니라은은하고조용하다.

개나리가쨍그렁,

소리를내며봄을외친다면

산수유는가만히고요하게야트막한동네산들속으로스며든다.

이제서서히변하기시작하는산속으로

뭉근하게스며들어봄을이루어간다.

이천산수유를봄마다상견한지이미여러해다

마을가운데자그마한오래된논들이펼쳐지고

그사이사이산수유꽃은자연스럽기그지없는모습으로여기저기피어나있다.

약간깊은논쪽으로가지를주욱펼치다가

살짝휘감고올라가는듯한가지앞에서서

카메라렌즈로

꽃을들여다보면참세상의시름덧없어진다.

산수유의그노오란빛이촉촉한습기가되어

세상일로딱딱하게굳어만가는마음이

부드럽게순화되는느낌이라고나할까,

산수유꽃아래를천천히걷는풍미깊은봄날의행복을누렸다.,

산수유꽃이피어나는과정은여느꽃과다르다.

단단한껍질에둘러싸인지구처럼동그마한꽃봉오리가움터오른다.

그꽃망울이따뜻한공기속에서조금씩자라오르다가

이십여개의노오란꽃몽오리가삐죽내민다.

거기서다시꽃몽오리하나하나가벌어지면서

하얀꽃술이또한번길게나와왕관형태를이룬다.

매화보다약간이르게피면서매화처럼덧없이사라지지않는다.

벚꽃이피어날때까지

아니벚꽃이피어난후에도근근이꽃의생명을이어간다.

개화기간이길다는것이다.

그래서구례산동마을사람들은산수유꽃을

`세번피어나는`꽃중의꽃이라고도한다.

뿐이랴,

‘꽃이꿈꾸는꽃’이라불리워지기도한다.

얼마만큼섬세한꽃이길래꽃이꿈꾸는꽃이될수있을까,

봄(春)의어원에대한여러가지해석이있지만

동사’본다(見)’가그어원이란주장에마음이기울곤한다.

더군다나그보는대상이아련한빛깔의始春木임에랴,

만개한봄속에서산수유記를적어본다.

이젠슬슬사진속에사람을넣고싶다.

축제기간이끝났는데도연인들은

손을잡고어깨를기대고산수유를바라보고….

산수유처럼상대방을서로바라보곤했다.

명자아가씨의저탱글탱글한싱싱함이라니,…

산수유밭에청매도있었다.아주작은나무.

손톱만한양지꽃한송이…..이분찍노라무덤가에서아에몸을다눕혔다.

<

11 Comments

  1. shlee

    2012년 4월 9일 at 1:11 오후

    2000
    104면….

    우리동네에산수유는
    어디가젤예쁜지..?   

  2. 말그미

    2012년 4월 9일 at 2:54 오후

    그러고보니버들강아지가먼저피어
    푸나무님얘기대로
    버들강아지도시춘화,시춘목으로부르면어떨까요?ㅎㅎ

    산수유라면전남구례의산동마을산수유만유명한줄알았더니
    이천의산수유를최근에야방송을보고알았습니다.
    유서깊은산수유사연(?)을어쩌면그리도세세히적으셨는지요?
    많은도움되었습니다.
       

  3. 사슴의 정원

    2012년 4월 10일 at 12:15 오전

    봄이늦었지만그것을막을수는없겠지요.

    산수유그늘아래서상념을하시는푸나무님의모습이아련아련상상이됩니다.   

  4. 나를 찾으며...

    2012년 4월 10일 at 12:22 오전

    햑~ㅋ
    노래가너무애닯아서
    글이제대로제눈에들오질않아혼이나서요..능소화님!!!ㅎㅎㅎ
    오늘글이나흐르는이음악은왠지능소화란이미지와더잘어울릴듯해서요..ㅎ

    애처로운듯..애닯은듯..한^^
       

  5. 푸나무

    2012년 4월 10일 at 4:35 오전

    정말2000에104면이네요.
    난오늘잠깐집을떠나요.
    꽃다지겠다.산수유개나리…
    진달래는좀남아있으려나,

    이웃집혹시도둑(?)드나
    오가며잘살펴주세요.ㅎ~   

  6. 푸나무

    2012년 4월 10일 at 4:36 오전

    버들강아지요.
    괜찮네요.
    산수유를시춘목으로부른것은에헴거린선비님들이그랬다고하는데
    버들강아지는너무사랑스러워서….
    혹시말그미님닮았어요?

       

  7. 푸나무

    2012년 4월 10일 at 4:37 오전

    아련아련이라구요.,
    새로운조어네요사슴의정원님이만드신…
    괜찮은데요.

    봄이아련하긴하지만
    그래선지짧긴해요.
       

  8. 푸나무

    2012년 4월 10일 at 4:39 오전

    나찾님수사반장이라고별명붙일까요?
    아니능소화는어디서?????
    흠흠
    오늘있다일곱시반집나서기전,
    아니다공항에서열한시까지있는데
    비글로
    능소화이야기써주삼.
    궁금,어떻게그안테나에잡혔는지…하하,
    쉬리님보다수사반장님께내집부탁할까?ㅋㅋ   

  9. 술래

    2012년 4월 12일 at 3:57 오후

    아~~~어지러워…^^   

  10. 오드리

    2012년 4월 17일 at 1:30 오후

    산수유처럼셈세한글읽고가요.아언제나좋아요.실망시키지않는글…..   

  11. 사슴의 정원

    2012년 4월 17일 at 11:15 오후

    산수유꽃의모습은봄의정취가그대로나는데젊은남녀가같이있는사진은보고깜짝

    푸나무님블로그에서기대안해서

    봄의정취느끼시면서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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