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후, 기러기 날아 오는 시간
BY 푸나무 ON 8. 22, 2012
새벽하늘을아시나모르겠다.
새벽세시는아니고새벽네시반쯤
특별한경우가아니라면나는언제나그시간에깨나하늘한번씩바라본다.
하늘을바라보기위하여잠을깨는것은아니지만,
새벽의하늘빛은세상의색이아닌것처럼보인다.
검고푸르고
밝고어둡고
오고가고
가지않으려하고가려하고보내려하고보내지않으려한다.
고요함이밝음이지닌소란함에밀리지않기위해더욱적막해지는시간.
그래서
새벽은삶에대해명징해지는시간이다.
삶에대해명징해진다면……결국그것은허무에젖는다는이야기다.
보통사람과는비교할수도없는지혜로움을지닌채최상의열락을경험한
솔로몬의마지막언어가허무라면…..
우리야더말해무엇할까,
새벽은새벽이지닌특유의유정함때문에
삶의결이투명하게내비치는시간이다.
쏘아논살같은세월이보이고,벌써팔월이가고있지않는가,
가는곳이어디야?
의문이선명해진다.
걸어온자취도어느시간보다더선명하게보인다.
지나온길이내게맞는거였어?아득한눈빛이되지않을수없다.
더군다나요즈음처럼주변에아픈사람이많고,
어제도두여자와만나점심을먹었는데
나보다한참젊은그녀들은둘다갑상선암에유방암에….
지금은치료가되었지만
한여인은평생약을먹어야한다는,그약이골다공증을유발한다는,
한여인은재발하지않기위해서는아주조심해야하는데
특히살이안쪄야하는데,먹고있는약이살찌는약이라는,
방사선…..요오드,,,,,,,그래서천연소금대신화학소금을먹었다는,
치료받기위해약을먹고격리실에들어갔는데얼굴이부어올라영낙없이다람쥐가되더라는,
굳이머리쓸것도없이생의심각한아이러니가
그녀들병과치료속에오롯이도담겨있더라.
그래도치료받고나을수있다면그래서삶이연장되어
이별이유예된다면얼마나다행인가,,
갈때와갈시를모른다는것이얼마나지극한행운이라는것을
선고받은질병앞에서면알게된다.
사랑하는사람이…….
삶과죽음의간극앞에서면ㅡ
사랑이라는단어는초라하기그지없다.
사랑보다더한것이<곁에있음>아닐까,
사랑보다더한것이세월이고
사랑보다더한것이정일수도있다.
병은혹은죽음은냉혹하기이를데없어
사람속에서대단한것처럼보이던모든것들을일시에무너뜨린다.
아무것도중요하지않게만들어버린다.
생명의아름다움조차별리앞에서면초라하다.
경외에떨게하던작은풀꽃도그저풀꽃이되고
아름다운숲의소리들도들리지않게된다.
생의즐거움을주었던맛있는음식들은슬픔이된다.
죽음앞에서
모든것이변한다.
죽음은우리의스승이다.
앞길먼저가서스승이요.
방향을아르켜주어서스승이다.
무엇보다슬픔을알게하니
이별을알게하니스승이다ㅡ
아주오랜시간을같이살아서,
내내곁에있어서,
나처럼된너,당신,이라면….
그너당신이현대의학으로고칠수없는병에걸려
터미널을향해간다면,
그가자꾸만아파한다면…..
기적외에는바랄것이아무것도없다면,
겨우할수있는일이라고는기도외에없다면…….
(하도많이슬프거나괴롭거나무력하거나할때는기도도‘겨우’가되기도한다.)
건강하던사람이갑자기심장마비를일으켜세상을떠났다.
기적조차바랄시간이없이소스라치게이별이다가왔다면,
기도할틈도없이내곁을떠나간다면…..
그리하여기도가
떠난사람을위해아무것도해줄수없는,
그저남아있는자를위한위로의행동이라할지라도
그러나사람의힘으로어찌할수없는극에달하면
기도는’겨우’가아니다.
위로가아니다.
기도는남는자의호흡이다.
이모든일이지금내곁에서일어나고있는일이다.
그래서새벽기도는
나처럼맑지못한사람이라도맑게할수있다.
지루했던그여름이
도무지가실것같지않던그더위가
하루내린비에차게식었다.
산해경에는秋神이해가지는요산에산다고나와있다.
가을의신이해가지는곳에거한다는……
차암,
가녀리기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