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후, 기러기 날아 오는 시간

새벽하늘을아시나모르겠다.

새벽세시는아니고새벽네시반쯤

특별한경우가아니라면나는언제나그시간에깨나하늘한번씩바라본다.

하늘을바라보기위하여잠을깨는것은아니지만,

새벽의하늘빛은세상의색이아닌것처럼보인다.

검고푸르고

밝고어둡고

오고가고

가지않으려하고가려하고보내려하고보내지않으려한다.

고요함이밝음이지닌소란함에밀리지않기위해더욱적막해지는시간.

그래서

새벽은삶에대해명징해지는시간이다.

삶에대해명징해진다면……결국그것은허무에젖는다는이야기다.

보통사람과는비교할수도없는지혜로움을지닌채최상의열락을경험한

솔로몬의마지막언어가허무라면…..

우리야더말해무엇할까,

새벽은새벽이지닌특유의유정함때문에

삶의결이투명하게내비치는시간이다.

쏘아논살같은세월이보이고,벌써팔월이가고있지않는가,

가는곳이어디야?

의문이선명해진다.

걸어온자취도어느시간보다더선명하게보인다.

지나온길이내게맞는거였어?아득한눈빛이되지않을수없다.

더군다나요즈음처럼주변에아픈사람이많고,

어제도두여자와만나점심을먹었는데

나보다한참젊은그녀들은둘다갑상선암에유방암에….

지금은치료가되었지만

한여인은평생약을먹어야한다는,그약이골다공증을유발한다는,

한여인은재발하지않기위해서는아주조심해야하는데

특히살이안쪄야하는데,먹고있는약이살찌는약이라는,

방사선…..요오드,,,,,,,그래서천연소금대신화학소금을먹었다는,

치료받기위해약을먹고격리실에들어갔는데얼굴이부어올라영낙없이다람쥐가되더라는,

굳이머리쓸것도없이생의심각한아이러니가

그녀들병과치료속에오롯이도담겨있더라.

그래도치료받고나을수있다면그래서삶이연장되어

이별이유예된다면얼마나다행인가,,

갈때와갈시를모른다는것이얼마나지극한행운이라는것을

선고받은질병앞에서면알게된다.

사랑하는사람이…….

삶과죽음의간극앞에서면

사랑이라는단어는초라하기그지없다.

사랑보다더한것이<곁에있음>아닐까,

사랑보다더한것이세월이고

사랑보다더한것이정일수도있다.

병은혹은죽음은냉혹하기이를데없어

사람속에서대단한것처럼보이던모든것들을일시에무너뜨린다.

아무것도중요하지않게만들어버린다.

생명의아름다움조차별리앞에서면초라하다.

경외에떨게하던작은풀꽃도그저풀꽃이되고

아름다운숲의소리들도들리지않게된다.

생의즐거움을주었던맛있는음식들은슬픔이된다.

죽음앞에서

모든것이변한다.

죽음은우리의스승이다.

앞길먼저가서스승이요.

방향을아르켜주어서스승이다.

무엇보다슬픔을알게하니

이별을알게하니스승이다

아주오랜시간을같이살아서,

내내곁에있어서,

나처럼된너,당신,이라면….

그너당신이현대의학으로고칠수없는병에걸려

터미널을향해간다면,

그가자꾸만아파한다면…..

기적외에는바랄것이아무것도없다면,

겨우할수있는일이라고는기도외에없다면…….

(하도많이슬프거나괴롭거나무력하거나할때는기도도겨우가되기도한다.)

건강하던사람이갑자기심장마비를일으켜세상을떠났다.

기적조차바랄시간이없이소스라치게이별이다가왔다면,

기도할틈도없이내곁을떠나간다면…..

그리하여기도가

떠난사람을위해아무것도해줄수없는,

그저남아있는자를위한위로의행동이라할지라도

그러나사람의힘으로어찌할수없는극에달하면

기도는’겨우’가아니다.

위로가아니다.

기도는남는자의호흡이다.

이모든일이지금내곁에서일어나고있는일이다.

그래서새벽기도는

나처럼맑지못한사람이라도맑게할수있다.

지루했던그여름이

도무지가실것같지않던그더위가

하루내린비에차게식었다.

산해경에는秋神이해가지는요산에산다고나와있다.

가을의신이해가지는곳에거한다는……

차암,

가녀리기도하지

하긴어느사람은소슬한바람에살기가있다고도했다.

나뭇잎져내리게하는,

처서의새벽이다.

處暑의처는의뜻이다.의뜻도있다.

결국더위가끝난다는단어.

처서의시간은그냥시간이아니라삼후의시간이다.

백로까지열닷새를닷새씩나눠초후중후말후로부른다.

그초후의시작은

기러기가날아오는시간이다.

그러니오늘부터하늘을자주바라볼것,

기러기오나안오나…..

입추부터처서도좋지만

처서부터백로는지극히맑은시간이다.

더불어맑아지기엔더없이좋은시간.

그리하여

초후

이른아침에

당신의안부를묻는다.


숲속으로들어서는순간
고혹스럽게부드럽게
휘감아오는누가있어돌아보니
하늘가수런거리는햇살이더군.
귓부리를물고속삭였지
하늘귀퉁이한뼘내줘,죽도록필게.//나도꽃으로/유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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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벤조

    2012년 8월 23일 at 12:34 오전

    나도꽃으로…죽도록필게…아,좋아요!
    이런귀절이척척생각나요?

    그런데,
    기러기가날아오면어쩔건데요?
    닷새있다가더날아오면어쩔건데요?
    또닷새있다가날아가버리면어쩔건데요?
       

  2. 데레사

    2012년 8월 23일 at 6:41 오전

    아,나도내일새벽부터하늘부터쳐다봐야겠어요.
    맨날깨어나면신문부터집어들거든요.ㅎ

    이제점점맑아져갈하늘,그리고불어올바람…이런게기다려지는
    처서입니다.   

  3. trio

    2012년 8월 23일 at 7:17 오후

    선고받은질병앞에서야비로서알게될,
    갈때와시를모른다는것..축복이지요.
    주위에서꼭같은상황을접하고있어서
    푸나무님의글이절절히와닿네요.

    불치의병이나죽음앞에서는사랑이라는단어가초라하기그지없고,
    자랑하며대단하게여기던모든것들이아무것도아닌것이되어버리는…

    나이들어,살만큼살다가가는것도애석하기그지없는데
    친구아들이아직젊은나이에살날이얼마남지않았다는비보를엊그제접하고
    통곡을하고싶은심정이었습니다.
    내가이럴진데….그동안친구는얼마나아팟을까,아니아직도얼마나기가막힐까…

    누군지모르지만갑자기심장마비로생을마감한그분…
    유족을위로하고싶고…
    산사람은비록더딜지라도망각이라는축복으로살아간다는것…
    인생이그런거라는것…요즘많이느끼고있습니다.
       

  4. trio

    2012년 8월 23일 at 9:51 오후

    방금어줍잖은글하나올리면서푸나무님의글을좀인용했네요.
    괜찮으시지요?사전동의를받아야하는데…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
       

  5. 푸나무

    2012년 8월 24일 at 12:16 오전

    벤조님
    나도꽃으로는유영금이란시인의시이니….
    아마도그녀는그렇겠지요?

    기러기는
    다행히닷새있다가떠나지는않으니….^^*
    중후에는
    말후에는…..
    또생각하면서써보아야지요.
    아마도그저바라보겠지요?
    그냥요….

    어제저녁도지인과함께버스를타고돌아오면서그이야길했거든요.
    우리가할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다.
    정말중요한일앞에서는,

    인생은냉혹하다.
    결국혼자왔다살다간다는….
    이런단순한이야기가가끔절절해질때가있지요.

    절절한게잘사는건가……
    안절절할때보다는물론그럴것같구요.

    겪어보지않는네가무엇을알아?
    하시는것은아니시죠?^^
       

  6. 푸나무

    2012년 8월 24일 at 12:18 오전

    데레사님.신문집어드시기전ㅎ늘한번보시면좋겟네요
    푸나무생각도하시면서ㅎ~
    좋은
    아주좋은가을날되셔요.   

  7. 푸나무

    2012년 8월 24일 at 12:19 오전

    트리오님
    글을완전정독하시고

    거기다인용해주시니영광이지요.
    아름다운음악속에서
    작은들꽃이라도….^^*
    가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8. 깨달음(인회)

    2012년 8월 24일 at 1:57 오전

    잔잔한글감사합니다.

    그렇지요.생각을많이하게하는글입니다.

    한참을읽었습니다.   

  9. 푸나무

    2012년 8월 24일 at 2:05 오전

    인회님은
    제북한산선배
    여행선배셔요.
    궁금합니다.
    따님이랑몽골여행까지하시는인회님….   

  10. 산성

    2012년 8월 24일 at 7:17 오전

    죄송하게도오늘은흐르는음악이너무성가셔(?)
    소리끄고읽어내립니다.
    푸나무님탓이아니오라읽는이의흔들리는’속’탓.
    그’속’에무엇이흔들리는지는모르오나아마도
    간극이란저단어탓?그것도삶과죽음의간극…

    다시음악흐르게하고…
    앞으로6개월이란선고에울언니.
    그건너무짧지않아요?했었다는
    그리고정확히6개월후,

    그런의사의속삭임은도움이되는건지,그저잔인한건지…
    미국의사쌤도도리없이흔들리며말씀하셨을듯.

    아,왜이러지…오늘?
    푸나무님탓^^

    어제아침에첫번째로달았던댓글,
    도무지우중충하여…이제사슬며시뒤꽁무니에…

       

  11. 푸나무

    2012년 8월 26일 at 11:43 오후

    산성님….

    그러셨구나…..   

  12. 士雄

    2012년 9월 8일 at 11:35 오전

    하늘이아름답다고몇번이고말하던지인이있었습니다.
    그러더니얼마후심각한수술을받고나타나아무렇지도않게
    마주앉았습니다.한참을멍하니앉아있었습니다.
    그래서하늘이아름답다고자주말하는사람이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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