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순절에 몇 자 적습니다

처서가고흰이슬내린다는백로….포도순절葡萄殉節입니다.

가을의초입당신에게이즈음몇가지낙수,….척독을보냅니다.

편지라는좋은단어놔두고왜가끔척독이라는어려운단어를쓰느냐고….

묻는사람이있었어요.

그냥웃고말았는데…..

편지라는다정하고순후한단어를놔두고복잡한단어를사용함은

내가이루고자하는담박과도배치되는,

글쓰기의기본이아니라는것,

낸들모르겠습니까만

아주열심히이것저것하며살다가도

가끔은어디론가떠나고싶듯이안쓰는단어를사용해보는거지요.

기실내가해야할일거의모두는

하고싶은일보다는하지않으면안될일들이라서말이지요.

사는것이그런일이겠지요.

그러니편지대신생경스런단어척독을사용함은내겐.

떠남에대한열망…..,같은거라고생각해도괜찮으시겠습니다.

새벽에마른풀위로지나가는

몇가닥빗소리

누군가나보다먼저깨어나앉아

저소리듣고있으리///조정권

아시겠지만,

은슬픈시가에붙이는단어지요..

그러니슬픔을더해주는단어라고해도무방할터.

아마도위에적은시는포도순절무렵지은시가틀림없을거에요..

잠못이룬밤하얗게지내고그래도깊은잠

(잠의세계도시시각각이지요.엷고깊고어둡고밝고명랑하고슬프고….)

들지못해이른새벽잠이깨는것은

흰이슬내리는무렵에나가능한일일테니,

마른풀….몇가닥빗소리….

그리고이렇게잠못이루는나보다더먼저깨어있는그누구….

포도순절에지극히어울리는시아닐까합니다.

그런데말이지요..

이음

읊을음이라는뜻으로도사용하지만

입다물금이라는단어로도읽는다는거예요.

슬픔을더해주는신음의단어가지닌이면이입다물금이니.

슬프되슬프지말라는이야긴가,

표현하되표현하지말라는이야긴가

글을쓰되적나라하지말라는금어인가…..

포도순절이라당신에게쓰는글월몇자도음하니금하라는이야긴지

이리저리궁구를해도

시인의그누구처럼모르겠습니다.

하긴몇가닥빗소리도생각해보면낯이설긴해요..

어제

삼천사에서부왕동암문을지나

능선길을타박타박걸어

증취봉용혈봉용출봉의상봉을지나하산했습니다.

여름도아니고가을도아니어선지

혹은비온뒤라선지사람이거의없더군요.

사람이없을수록

우리는(산과나)서로에게집중하곤하지요.

어느분이

북한산을내연인이라고했더니

그러면자기와삼각관계라고하셔서

설마저멋진남성이

정체성문제가있지,

어디게임이되겠는냐고했습니다.

물론늙은아지매라경쟁력은떨어지지만요^^*

산이그다지도많은샘을지니고있다는것을

어제서야새삼알았습니다.

당연히비가온후라서그랬을거예요.

하지만가물었다고해서,

눈에보이지않는다해서

샘이없다는것이아니라는생각이들더라는말이지요.

산이깊은샘을간직하고있다는것,

산이깊을수록더욱깊은샘을간직하고있을거라는것,

갑자기산의골이달라져보였어요.

내가딛고있는땅도

어느샘,,,그근원에닿아있으리…..

수많은나무들도그러하리…..

그렇다면나도…..나의근원은어디인가…..무엇인가……

설마헤매는자체가근원이아닐까,……..에서

소스라치듯생각을멈추었어요.

아직북한산은여전히초록중입니다.

그러나그초록은이미말라가는초록이예요.

늘푸른나무라고해서가을이다가서지않는것은아니지요.

오히려가을이면

늘푸른나무들은새잎들을앞다퉈내보내곤해요.

이즈음소나무잣나무잎들은노간주….

,언제나피곤해보이는이친구는조금덜하지요만,

질줄알면서도,

금방내리는서늘한한기에

잎질것알면서도내보내는

낙엽교목과는다른,

차가운겨울과내겨루어보리라……

전투적생기가가득하죠.

의상봉우리지나베낭을내리고한참쉬었습니다.

복숭아감자한개씩먹고커피도한잔마시고비스켓도….

읽고리뷰써야할대여대취도몇페이지읽고

산그리메…..를무연히바라보다가

설마모든자연이자신의길을그다지도잘알아가고오는데

나도자연의일부아니겠는가,

헤매기만하겠는가,

슬그머니자연속으로묻혀가려는마음이들더군요.

보라빛은

포도순절에참어울리는빛깔입니다.

빛깔에도가없는마음이보이는구나.

생각이들더군요.

포도순절이라눈이밝아지나봐요.^^*

팬이라는단어는황망하기그지없어

그섬세하심에

오히려팬이되어몇자적습니다.

총총

8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9월 7일 at 3:50 오전

    포도순절,처음들어보는것같습니다.
    그런데참예쁜단어네요.

    이제가을로접어드는것을완연히느낄수있는날씨에요.
    오늘은긴팔을입었는데도더운줄모르겠거든요.

    주말,즐겁게보내세요.   

  2. 士雄

    2012년 9월 7일 at 11:44 오전

    위에한국화그림이좋습니다.
    백로白露라!   

  3. 말그미

    2012년 9월 8일 at 7:06 오후

    척독!
    편지와는또다른멋나는표현입니다.

    같은글에도늘표현이멋진것만골라쓰시는푸나무님!
    그래서늘같은계절이라도이곳에오면다른맛을느낍니다.^^
       

  4. 凸凸峯

    2012년 9월 9일 at 3:16 오후

    북한산,그립군요.
    북한산은여전한가모르겠습니다.
    어제는VasquezRocks라는곳으로
    하이킹을다녀왔습니다.
    천만년전에융기했다는
    거대하고기이한바위산들앞에서
    인류역사가,
    아옹다옹인간이
    왜소하고미천하다느꼈습니다.
    포도순절은지났건만
    열기를뿜어대는대지…

    좋은글감사합니다.
       

  5. 푸나무

    2012년 9월 9일 at 10:13 오후

    정말그무서운여름…..
    갔네요
    세상의무서움도아픔도고통도….
    시간가듯이갈거예요.

    정말청랑한시간입니다.
    데레사님께서도좋은한주맞이하세요.   

  6. 푸나무

    2012년 9월 9일 at 10:16 오후

    사웅님,
    저그림이엷어보인다며.필력도약고….
    눈이정말각각이지요.
    전예뻤어요,
    백로에근친가는여인의즐거움이엿보이기도했구요.
    무엇보다푸나무들….좋잖아요.
       

  7. 푸나무

    2012년 9월 9일 at 10:16 오후

    말그미님
    사람이안멋지다보니
    가끔그런표현을써서멋져보이려고한답니다.   

  8. 푸나무

    2012년 9월 9일 at 10:21 오후

    글에넣으신사진속인가봅니다.
    정말그렇습니다..
    그러나그렇게거대하지않아도
    아주작은풀꽃에서도
    아웅다웅인간보일때많습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저두역시아웅다웅한다는것……에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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