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오죽하겠습니까

어젯밤..쓰려다가그만두었습니다.

글이의외로밤을타거든요,

더군다나아무리한겨울이라할지라도

정분난님인당신에게쓰는연서인데

그럼요,

오죽하겠습니까.

눈이라도내리면눈을바라보며눈을쉬어주고싶어

깜깜한밖으로눈을내다밀었으나

눈은흔적도없고눈은여전히깔깔했습니다.

당신을만나던날입술이하도건조하여뭐라도좀바를까싶어

거울을보았더니

눈이충혈되어있더군요.

아이고꽃도아니면서

시들어가는양은꽃이되는지

저곳이곳이곳저곳

꽃이파리습기없어지고맥없어지며밑으로쳐지듯쳐져가는데

겨우한곳,

아직눈빛은괜찮은데

그눈빛조차벌겋게충혈될만큼흥분되었으니

젊은시절잘붉어지는얼굴감추지못하고

들어나는것이너무싫어

아는사람의친척이던정신과의사선생님을만나물어보던

내가보이더군요.

진료실창가의나른하던봄햇살…..

시들어가던자목련꽃잎들

왜얼굴이그렇게지주붉어지는걸까요?

얼굴이잘변하는것,

마음의상태가얼굴빛으로나타나는것

이제나이들어뻔뻔해지고

화장으로가리고해서얼굴빛아주잘가리는데

당신앞에서니

이제눈빛이숨은마음들어내는건가요?

혹시눈빛만이아직동백꽃…..

시들지않고톡,댕강,떨어지는것처럼

동백인가요.

동백이야기하니

선운사동백꽃,여수동백꽃도아닌,

난데없이브라질에서바라보았던동백꽃생각이나는군요.

아주자그마한마을이었는데요….가난해보이는….

우리네한데아궁이에서땔깜을때음식을만들듯..

그곳도한데에서

아궁이를만들어불을때서무엇인가를끓이고있더군요.

그집마당에

장미꽃같은동백꽃이피어나있었어요.

꽃은장미꽃인데

이파리는동백이었으니동백꽃이었겠지요.

뒷마당을통하여조금높은곳으로올라가니

발아래로너른들판이펼쳐졌고

말이서너마리풀을뜯어먹고있더군요.

그때갑자기바람이훅불어오니동물냄새가역하게다가오는거예요.

얼른숨을멈췄지요.

머금방내쉬긴했지만요.

그낯선들판에

이제는아마도가볼수없는곳인그곳에서있는

내가보이네요.

기억이란미묘한물질이움직이는공간을….생각하니

며칠전보았던정승희작가의그림생각이나는군요.

특히사과를…..

싸맨

담긴기억….

혹시그녀도나처럼

흘러가버린시간속의자신이보였던것일까요.

어제

아니그제

이틀전

과거속의시간으로이미길을떠나버린당신과의만남도

기억이란틀에서여기지금의나를기다리고있을까요?

그녀가그림으로자신의기억을싸매듯

나도글로기억을지금싸매는중일까요..

한번시작되는그리움은

마치벽돌….같이

채곡채곡쌓아져가는지도모르겠어요.

십일월중순….

가을이깊어가던날

당신의품에서우연히맞이한서설….을끝으로

당신과의올해밀월은끝이났어요.

그냥새로운

봄이오도록

봄이오면….

봄은올것이니

그런데겨우십일월십이월가고일월이고

쎃아져가는벽돌이뒤뚱거리기시작하는거예요.

그리움이

무슨기초탄탄히다지며쌓여져가는것아니잖아요.

그저.

날마다한켜씩한켜씩지맘대로쌓아져가는거니말이지요.

벽돌이쓰러져서나를내리칠것같았어요.

아이젠과스패치를준비하고

김휴림의여행편지에서하는노고단트래킹을신청했어요.

노고단아래까지버스가가고조금만걸으면

깊은산….

당신을호흡하기쉬울것같아서요.

풍선처럼마음이부풀어오르고있는데

얼음길때문에못간다는연락이온거예요.

북클럽멤버들과카톡을하며

세상에죽겠네.엄살을피웠더니

그러면북한산이라도…..

두병의베테랑멤버가자원해준거에요

혼자는절대불가하던남편도

멤버가있다면야하며

바람든아내의정분난연인과의만남을허락해줘서

겨우당신과의만남을…..

이룰수있었지요.

사기막골입구에서겉기시작하여숨은벽을항하여오르는데

당신은

겨울산당신은

내가당신과함께하던어느시간보다가장섬세하게보였어요.

가장단순화된풍경.

벗은나무들….

사철푸르른노간주나무와소나무들이있긴했죠.

하지만나의연인

당신겨울산은

그들의초록을초록이라기보다는검은빛으로

즉겨울의초록으로이미변화시켜놓았어요.

하긴그렇게변화시켜놓지않으면

그차가운북풍한설을그들이어찌견디겠어요.

겨울산당신은

그들늘푸른나무들에게겨울의옷을이미한커플입혀놓고

같이견뎌가는것을요.

당신은

얼핏보면그저적막하고

그저무뚝뚝해보이지만

그저견디는것처럼보이지만

그수많은져내린이파리들을겨울이불로만들어내고

겨우내내리던

흰눈조차포근한이불로만드는거죠.

가느다란가지들마다흰이불을덮고

그래서더욱가늘어진몸피를하고서있는

당신의벗겨울나무들은

그대로……

감히누구도흉내낼수없는세밀화의

그것도제일가느다란붓자욱처럼……보였어요.

계곡은물흐르던여름계곡과는비교할수도없는

깊은고요…..속에머무르고있어요.

깊게쌓인눈은소리도…..

품에안아버리나봐요.

어느순간잠간서있어요.

사각거리던눈밟는내발소리가멈추자…….소리없는시간…..이도래하더군요.

그러다가아주작은소리들이들려오기시작했어요.

미세한바람소리들가지를스쳐가는결소리…..

가지끝에놓여있던눈이아주작은바람결에흩날리는소리…..

아마도품에폭안아버렸던소리들을눈이살짝숨을쉬려는듯

품을벌리자그사이로새어나오는소리들……

머리가명민해지는듯,가슴이명철해지는듯

귀가….바닷소리를그리워하는소라귀라도되듯….

그렇게오래오래서있으면

저아래땅속에서여전히움직이고있을내년봄의꽃

복수초…..제비꽃

꽃들의움트는소리가들려올듯….

그래요,

그렇더군요.

당신,

정분난연인인당신품에안기니

내가나가아니고

다른어떤존재들로산화하거나

가을되어나뭇잎떨어지듯낙화되는

정신도방기되고

마음도방기되어

내가나를방기하여해체되는듯한느낌….

그리하여

이제까지볼수없었던전혀다른나,

아,

그러고보니

혹시

나는

당신,

겨울산내연인이만든,

당신이만들어낸

새로운나를보고싶었던것일까요?

당신을그리워햇던것이아니라

당신이만들어낸

새로운나를그리워했던것일까요?..

<정승희담긴기억>

산에서유일하게본채색…..아마도벌레집????스마트폰으로찍은사진이라….뭔가좀…전체적으로

14 Comments

  1. 士雄

    2013년 1월 7일 at 3:25 오전

    겨울산행참좋은건데,,조심하시기바랍니다.
    ㅎㅎ그럼요,오죽하겠습니까   

  2. 벤조

    2013년 1월 7일 at 4:56 오전

    정말정분났나봐…
       

  3. 공군

    2013년 1월 7일 at 5:07 오전

    ㅎ겨울산은너무좋아하지마세요
    그연인이화가나면어떻게내칠지모르거든요
    사랑은항상오래가지않는다는거명심하세요
    물론사람보다변덕스럽지는않지만….   

  4. 데레사

    2013년 1월 7일 at 5:14 오전

    나무에붙은눈들이꽃송이같네요.
    어쩜저렇게예쁜순간을포착했을까요?
    그냥예뻐요.

    새해에는좋은일만가득하길바랍니다.   

  5. trio

    2013년 1월 7일 at 5:37 오전

    하얀겨울,겨울산을잃어버린지너무오래되었어요.
    멋진사진들을보니정분날만도하네요.
    그런데아무래도짝사랑같은데…ㅎㅎㅎ
       

  6. 말그미

    2013년 1월 7일 at 2:44 오후

    겨울산트레킹은상상도못하는데…
    참나는게으름뱅이중상게으름뱅이입니다.
    산과정분나는건어느때건좋지요.
    과연푸나무님입니다.

    연록색벌레집’팔마구리’에요.
    언젠가사전에서봤어요.
    다시찾아보니’산누에나방애벌레집’이라네요.
       

  7. 푸나무

    2013년 1월 7일 at 2:52 오후

    사웅님은창밖주로바라보시지요?하하,

    벤조님
    정말이아니구요참말이에요.^^*

    공군님께서는
    산잘오르신…다람쥐답지않으시게…
    촌철살인의말씀을ㅋ~

       

  8. 푸나무

    2013년 1월 7일 at 2:54 오후

    데레사님
    정말꽃같지요.
    저두예뻐서어쩔줄몰랐답니다.
    제가발견한것은아니구요
    같이등산하시던분이…..
    데언니께서도새해엔무지무지하게건강하셔요.

    트리오님
    아니예욤
    짝사랑…
    제연인도저를겁나이뻐한답니다…
    참말이예욤.^^*

    어머어머
    말그미님…정말이에요?
    감솨감솨….
    궁금했거든요.
    추론은맞았넨요?
    팔마구리….
    이름도멋지네
    산누에나방애벌레…..
    멋져요말그미님.   

  9. 술래

    2013년 1월 7일 at 3:12 오후

    푸나무님,
    전대학시절에요
    공부는뒷전이고산과미쳐있었어요.ㅎㅎ
    겨울은아니지만초봄에산에오르다가눈쌓인계곡에굴러서
    등산하던사람들의발길을모두멈추게하고
    구조대가와서밧줄내려주어살아났던에피소드도있고요.
    철수가뒤에서나를받쳐주다발이미끄러져서
    철수랑나랑또아이젤(?)까지완전장비갖춘중년신사의
    손길을믿고내손을맡긴것이화근되어서함께데굴데굴…
    사람의발길을피해응달에서그대로쌓여있던눈위를구르는맛…ㅋㅋ
    그때저죽기전에다다르는환각을경험했다지요.^^*   

  10. 푸나무

    2013년 1월 7일 at 3:18 오후

    음,술래님은
    양파같으세요.
    전형적인외유내강형…..에다
    알수록강렬한개성에….

    산위에서술래잡기
    나잡아바라……ㅋ~를많이하신거지요,
    이담에한국오시면우리필히북한산…한잔!
       

  11. 소리울

    2013년 1월 8일 at 3:42 오전

    노고단이만든이야기가멋있고감미롭네요.
    그런임이라면우린영원히숙제인삶의행복을만끽하고살겠지요?   

  12. 푸나무

    2013년 1월 9일 at 11:46 오전

    아,
    정말노고단이만들어준이야기네요.
    그런님….
    소리울님도
    그런님….
    많으시지요.   

  13. mutter

    2013년 1월 9일 at 7:20 오후

    이제막피어난소녀가사랑을하듯
    아름다운글이네요.   

  14. 騎士

    2013년 1월 13일 at 12:54 오전

    연애편지치고디게길다
    무슨별곡읽는거같군요
    사랑한다는두글자를풀어쓰면이렇게길군요
    하여간글솜씨는알아줘야혀
    벌레집이라는사진기똥차게잘나와서퍼가려고했더니안됩니다
    마치달리의그림같기도하구…
    퍼오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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