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소등섬에서 ㅡ 현산자가 현산자에게

나도홍길주처럼자네에게보내는편지를써보고싶어.

그러고보니정말그렇더군.

살아오는동안

무척많은사람에게

하물며불특정다수인<그대><당신>에게조차

그토록수많은편지를써댔는데한번도단한번도

수취인을자네에게로한편지는쓴적이없으니….

홍길주는<자네>에게일심동체라며다정한어조로시작은했으나

종국에는자네의독서가나를만들어가는데

주역과예기논어와대학과중용을읽지않으니정신이혼미해져간다고…..

정신이밝은사람이지싶어.

자신을자네로명실상부하게나눌수있는것도그렇고

자네의독서를통렬하게나무라는것도그렇고.

물에물탄듯술에술탄듯사는자네같은사람에게는

저기먼지점의행위이지싶기도하지만.

설령그렇게밝지는못해도아늑하기도하고

왠지다정한눈빛이기도해서….

나도자네에게한번쯤그렇게

아늑하고다정한눈빛을보내보는것도좋을듯해서말이지.

여기저기자꾸떠다니고싶어하는것도

혹자네늙음의제증상아닌가….

그렇게늦은밤….

아이들은이젠익숙해서….

아니엄마없어도전혀불편함을느끼지못하는상태이니

엄마잘다녀오세요.그저단순명료하고

자네의바깥도자네가어딘가를가려고할때생기차고

다녀오면고마움탓에평소보다더상냥한흉중을알아챘을것이고

늙으면그도다니지못하리,자네를자신화하는끈이있어

자네의짧은여행을언제든허용하니,

오직자네의자당께서아니이밤에어딜하는눈빛으로

걱정스럽게바라보시지만

하여간홀홀히떠나는것…..

늙어가는것을

면밀하게바라보려는의식보다는

잊고자하는의지가더깊은게아닌가싶더라는거지.

늦은밤열한시반에충무로역에도착….

거기서있는버스에타고….

체질이여행을잘하게조직되었나….

비행기안에서도잘조는데

우등고속버스야….비지니스클래스지.

더군다나오른쪽혼자자리니..

자넨조금어두운창밖을응시하다가…..

내일을위해자야지생각하며

목베게위에고개를눕히지.

곁에서큰소리로코고는소리가없으니

오히려집보다더좋은가할정도였으니.

김휴림의아름다운여행의아름다운미덕은

<수다없음>

차안은언제나고요해….

아내와함께온남편

즉남자는한사람외에

온차안이여자들인데…..

고요해서우아하지.

더군다나깊은밤이니….

두번화장실가는사람들을위해휴게소에서멈추었다가조용히떠나고…..

흘깃시계를보니새벽다섯시야.

차가멈추더라고….

아정남진장훙에벌써온건가….

화장실을가려고내렸더니….

세상에바로바다가발아래있는거야.

자넨그런새벽바다는처음이었지.

화가들이색중에서블루를자주쓰는이유가

혹사람의감정을표현하는데그빛이가장잘어울림혹은나타냄인가,

생각을해보기도했는데

이른아침..

아니아직아침이라고할수도없는

깊은밤의끝

새벽의시작

그미묘한양비의시간대

거기블루가있더군.

환한햇살아래의푸르른바다나푸른하늘이아닌

아주적막한블루.

그것도흐르고있었어.

어디에선가하염없이다가오고

또어디론가하염없이흘러가는블루

하루의시원이기도해서일까,

바다의블루나하늘의블루나그리고옅게낀구름들이혼재되어있는양상

블루의근원처럼여겨지기도했어.

아주작은마치멈칫거리는발자국같은…..

모습으로다가오는물결들의소리에서도블루가여겨져

자넨조금고개를흔들기도해보더군.

이즈음사소한것들에잘홀리는습속이생긴듯해서

홀림을내보내는몸짓이었지.

떠난다는것,

일상을벗어난다는것은,

낯선시간대와낯선공간낯선내음이비범의옷자락을드리운채….

자네와동행하는것,

그래서자네속에내재하지만

일상이라는자장가속에깊이잠들어있는더듬이,

그더듬이를

떠남이라는비범이살짝터치하여일으켜세우는일.

자넨

처음보는블루앞에서솜털이곤두서더군.

어둡기만하던….소등섬이자태를들어내고

어여쁘기도하지이름.

소등섬이라니….불이꺼지는고요함을나타내는단언가,

왠지나는그렇게여기고싶었는데

소의등같아서….작은등불이란소등섬…..

소나무모습이선명해지고

블루는옅어지는듯….

해의정기를품은따뜻한주황빛이불루에더해지며

바다위하늘은

조금씩바닷물과몸을나누며전혀다른블루로화해져가더군.

움직이지않는완벽한정적인상태에서의신묘한변화….

태풍의눈같은고요함인가,

삼각대에카메라를걸고해를기다리는여인이말하더군.

해사진은한겨울이좋아요.아주깨끗하잖아요.

차가움이청결함과동급이라는이야기로자넨해석을해듣더군.

렌즈가차가움을인식한다는해석도되지.

카메라렌즈에관해욕심을부리지않겠다고다짐을하던

자네의마음이

카메라의눈으로

소등섬과태양

그리고자네가좋아하는길이소등섬에나타나기시작할때

다시흔들리더군.

길사진은….

더군다나먼뎃길….

선명하게잘찍어보고싶은

길에대한자네의감흥을

나도좋아해

자넨그렇게대단하던그랜드캐넌을가서도웅장한협곡보다

그협곡아래아주조그많게….

흐르는길을보고감동을했으니

길을

자넨

포도보다더사랑스럽게여기나?

아니수박만큼좋아하나?

길은..

눈에보이는길은단순히길이아니라는생각….

사람의발자욱으로만들어진아스라한산길은

특히자넬감동시키곤하지

얼마나많은시간동안

얼마나많은사람들이

얼마나많은발걸음으로다져진길일까,

생각하면

조그마한산길은

숲으로난소롯길은

단순히길이아니라

사람이고

시간이고

유장한역사아닌가말이지.

소등섬은썰물일때면걸어서갈수있는섬이라고했는데

자네가서있는새벽시간대는만조였지.

물에가려사라진길을

자넨연상하며

길이없는그러나길이있음직한곳을찍더군.

지나온어느시간대

길이잘안보이던시간을찍듯이…..

해는수평선이아니라

구름위에서어느순간둥실떠올랐고

누구나가볼수있는소등섬을

바다가가로막아걸어보지못해도

자넨

아무불만이없더군.

그야트막하고평온한바다작은섬.

하늘의이내와바다의이내가합일하여내던

푸르스름한새벽의블루…..

자네가처음본블루였으니

홍길주가바라본<자네>만큼

나의<자네>가깊은독서를못한다할지라도….

처음본블루만으로도만족하는자네가….

그래도나는좋아.

소박하잖아.

그래서나도홍길주처럼

자네에게이렇게마지막문장을쓰려고해

현산자가현산자에게머리를조아리며………^^*

자네의건필을기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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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士雄

    2013년 3월 11일 at 1:16 오전

    장흥소등섬,,
    사진의풍경이보기좋습니다.
    소등이라는뜻이궁금합니다.
    소의등이라는건지다른뜻이있는지..?   

  2. 좋은날

    2013년 3월 11일 at 2:18 오전

    사진과
    글의색감이일치합니다.

    참칼칼합니다.

       

  3. 데레사

    2013년 3월 11일 at 2:35 오전

    사진이정말아름답습니다.
    소등섬,기억해두었다가그쪽으로가면한번들려봐야겠습니다.

    한장한장이바로그림엽서입니다.   

  4. 八月花

    2013년 3월 11일 at 10:05 오전

    사진이시같아요..
       

  5. 푸나무

    2013년 3월 11일 at 11:26 오전

    이름예쁘죠.
    소등섬…..축제…영화를찍은장소라더군요.이청준소설.
    작은등….이라고햇어요.소의등이라는사람도있었구요.

    좋은날님.
    가차없이칼칼한가요.^^*
    사진과글의색감을보시다니……고맙습니다.

    데레사님
    아미한낮에들리신다면아주조그마한지극히평범한바닷가일거에요.
    그래도그곳사람들은
    저소등섬을아주사랑한다하더군요.

    팔월화님글이언제나시적이죠.
    사람도시적일것같은…..ㅎ

       

  6. 와암(臥岩)

    2013년 3월 17일 at 1:43 오후

    색감(色感),
    그렇죠?
    이게없이어떻게사진을,
    또어떻게글을,
    또어떻게느낌을,
    또어떻게표현을,
    .
    .
    .
    .
    .

    위의것들을해낼수있으리오!

    ‘자네’로의인화해많은글을남긴항해홍길주를나무라듯,
    내려쓰신그글솜씨,
    너무놀랐습니다.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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