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마을에서 다산초당 그리고 백련사

재미있게도두충나무를심어놓았다.

울아부지도두충나무심으셨는데

헛개나무도심으셨고

걷다가오른쪽풀밭에서제법커다란이름모를그러니제비꽃종류꽃을만났다.

그래봤자.

엄지손가락보다더작은꽃….

사진을찍으니다른사람들도와서열심히찍으며.

어머어떻게발견하셨어요.아작은걸…눈이밝으셔요.

으쓱했다.

으쓱할일인가?

이길은이름이있다.

당연히

그이름은뿌리길이다.

아니면뭐겠는가

먼길/이재무

이세상가장먼길
내가내게로돌아가는길
나는나로부터너무멀리걸어왔다
내가나로부터멀어지는동안
몸속유숙했던그많은,
허황된것들로
때로황홀했고때로괴로웠다

어느날문득내가내게로돌아가는날
길의초입에서서나는또,
태어나처음둥지를떠나는새처럼
분홍빛설레임과푸른두려움으로
벌겋게상기된얼굴을하고괜시리
주먹폈다쥐었다하고있을것이다

묵정마을동백군락지

엄청난고목들….

늙은할배심통부리듯……

올해는심통이가득차보였다.

그래서상당히인간적으로보였다.

나무도가끔은

인간적으로……

하고싶을때가있을것이다.

어찌그대라고한결같으랴…..

서운한것을감추며

속으로그랫다.

그래,잘했다.잘했어.

꿈에다니는길이자취곧날작시면
님의집창밖에석로(石路)라도닳으리라
꿈길이자취없으니그를슬허하노라.
-이명한(李明漢,1595-1645),《악학습령》

봄길/정용철

봄이길을낸다.
연초록길,분홍길,노란길…
부드럽고따뜻하고촉촉한길…

아무리깊은계곡도험한산도
봄은소리없이부지런히길을낸다.
그길을걷는꽃과잎,벌과나비들의기쁨이란,
나도봄같은길하나낼수있을까.

좁고굽은길이지만
밝고아름다운길하나낼수있을까.
단한사람이라도기쁘게걸을수있는
길하나낼수있을까

월출산자락인무위사에서절뒷길로접어들었다.

아무도없는길이호젓해서

정신이날것같았다.

허용된시간만큼걸어갔다가되돌아나왔는데

이상하게사람의기운이없어보이는길이었다.

나중에서야알았는데

금지된길…

들어가면벌금삼십만원길을혼자다녀온것이다.

돈도벌고

금지도행햇으니

횡재한날이다.

광대나물을미치광이풀이라고한참생각했다

나중에서야미치광이풀이기억나고

그제야광대나물이생각났다.

개불알풀

봄까치꽃으로개명했다고한다.

꽃이그랬을까?

아니사람이

방정맞은사람들이나하는짓이지.

꽃은우리가저를머라부른들

그져표표하다.

이콩만도못한작은꽃들도그러하다.

난생처음본보춘화를

산자고로여겼고….

비슷하며흐릿해지는단어에대한감도는지금몇도를오르내리는가

묵정마을로동백을찾아갔는데

거기동백은없고

다산초당에서백련사가는길…..사이마다

하나님이가장아름다이배색해준

싱싱한봄의기운……

동백

초록과빨강이사이좋은벗처럼손잡고있었다.

너희들도우리처럼지내렴.

그래야겨울을물리치지

아무렴….

아니아멘했던가…

무위사…배롱나무…이제껏본중에가장잘생긴…..멋진목백일홍.

꽃피면사람홀릴기운이다분한….

무려백일동안을피니

저도지겨울거라

그래서저렇게가지를꽈지않았겠는가….

그러나그대는그리하셔도

우리에겐…..

홍복이지.

흰부라우스지나

얼굴까지충분하게물들일

간지럼나무

언제나만나면슬쩍간지럼태워보긴하는데

타는지안타는지매번모르겟다.

아주열심히나무꼭대기를바라보는데도…

눈이밝질못해서인가

우듬지…

가끔이라도기억하라는

나무가지어낸사인인지도몰라.

하총명들하니…..

무위사앞의산그리메…

산그리메라는멜이있는데

산그리메를보며

지울까….지워야겠다…..생각했다.

비오는날혹시헤장이올까봐

문을닫지않았다고…..

다산과혜장

그애틋한….

외로움끼리부딪히게해

소멸시키곤하던

벗들의만남을이어주던길을걸으며

그들을기억했다.

내게있는외로움도그들곁에슬며시세우며….

다산은

손이오면차를먼저대접하는데

세잔을마실때까지침묵을했다니……

오죽마음이잘정돈되었을까……

그러니산보길에서아이가밤한톨을뺏기고그리요동을칠때

그아이의밤한톨에서세상모든것을보셨겠지.

미남이시다.

세상모든것을아이의밤한톨로여기면

미남이되시나보다.

나도아주가끔은그러기도하는데

그럴때면

나도누군가나를미남으로봐줄까……

미녀는언감생심…..ㅎㅎ

이리실없으니내치실듯도….

呵呵

16 Comments

  1. 凸凸峯

    2013년 3월 11일 at 5:33 오후

    산길사진을보면서오랫동안잊고있었던
    ‘한갓지다’라는단어가생각났습니다.
    뿌리길,老翁의손등같기도하고요…….

       

  2. mutter

    2013년 3월 11일 at 7:59 오후

    차세잔을마시도록침묵을지켰다?
    으흠..나는친구를만나면떠들기바쁜데..
    할말과안할말을고르고있었나?
    베롱나무가꽃이필때는거의모든꽃들이지고없는시기라서
    더아름답고고맙고그렇더군요.
    베롱나무꽃이시들을때는곧겨울로접어들거라는느낌에
    가슴이아리지요.   

  3. 데레사

    2013년 3월 11일 at 10:49 오후

    무위사에서다산초당으로….좋은곳을다니셨네요.
    월출산이따라다녔을것같은여정이네요.

    나는도갑사의배롱나무가젤로아름다운줄알았드니
    무위사에도배롱나무가있군요.무위사하면어쩐지늙은개만
    생각이나서요.유홍준의문화유산답사기때문일거에요.ㅎ   

  4. 산성

    2013년 3월 12일 at 12:20 오전

    이좋은사진들을한번에다보자면아까운생각이들어요.
    하기사내처올리시니뭐그런가하면되지만요.
    뿌리의길이란정호승시인의시도있지요?
    뿌리가뿌리를지상으로드러내는아픔?이란느낌만
    아프게남아있습니다만…
    사진으로다시보니다시아파옵니다.ㅉㅉ

    소등섬보랏빛은아껴두고가요~

       

  5. 참나무.

    2013년 3월 12일 at 7:37 오전

    …………….!
    ………..유구무언

    다산선생따라하기   

  6. 벤자민

    2013년 3월 12일 at 1:23 오후

    으~~음곧밤따러가는데왕창먹고나면어찌되는지그때봅시다^^
       

  7. 士雄

    2013년 3월 12일 at 10:51 오후

    봄기운이가득한좋은사진들감사합니다.^^   

  8.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16 오전

    맞아요철님
    ‘한갓지다’를찾아서떠나는게
    여행아닐런지요.

    노옹의손등길….
    박수칩니다.   

  9.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28 오전

    무터님저두그래요.
    수다부리노라정신없지요.ㅋㅋ
    근데아마제생각에ㅡㄴ
    차를좋아해서
    차를바라보노라그렇게침묵할수있었을것같아요.
    차를구하는시를
    걸명시라고하는데
    시를보내차를나누어주라고했으니
    그런차를마시며후다닥마시겠습니까?
    바라보고냄새맡고색깔보고음미하고…멋진해찰을하신게지요.
    배롱나무….
    그렇죠.
    늦여름까지
    그토록화려하게피어나니….

    배롱나무는아랫녘의정취와어울리는꽃이에요.
    도시보다는시골…..
    제느낌으로는요.

       

  10.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31 오전

    데레사님많은곳을다니시니
    가보시면좋을듯도요,
    도갑사는아주어릴적에가보앗는데
    그곳에도배롱나무가그리좋던가요?

    이번여행가면서생각해보았는데
    아랬쪽여행은그저아늑하고안온하고
    아주소소한즐거움을주는곳이에요.
    소소한것에예민하다면흥취넘치는…..여행이되겟지요.

       

  11.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39 오전

    산성님
    정호승시인의시는못읽어봤어요.
    한번다녀와서여러번길게쓰기가민망하여….
    기록보존차원차
    길다랗게
    ㅋㅋ조인성기럭지흉내내듯올린답니다.

    조인성기럭지이야기오늘신문에서읽었는데
    재미났어요.
    송혜교의화면속의미모가…..

    타고난미모에
    한달에삼사백은기본적으로가져다주는성형외과의사의솜씨에
    무슨얼굴에광채나는주사도있다더군요.ㅎㅎ

    비싼손재주지닌화장하는사람에
    거기다가
    얼굴이쁘게찍는비싼카메라에다가
    또뽀샵기술자까지…..

    많이올리신다기에좀민망하여..
    어울리지않게
    새살새살새살을…ㅎㅎ   

  12.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43 오전

    참나무님
    댓글이
    절창!!!!!!
    이시네요.

    하여간
    막사발님너무글잘쓰시는것아니에요?
    머릿속에든것은또얼마나많으신지….
    놀라우신
    막사발님!!!!!   

  13.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45 오전

    사웅님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해주시니
    이얼마나감사한일인지요
       

  14. 푸나무

    2013년 3월 13일 at 7:50 오전

    벤님….
    호주에도밤이있나요?
    밤톨주운아이가있나요?
    밤톨을주웠는데뺐어간사람이있나요?
    밤톨뺏기고송곳으로찔린것처럼우는아이있나요?

    그리고다산은미남이시다니깐요..

    아무리비자금많으셔도
    이런상황못만드시겠죠.
    차라리그냥밤사진이라도찍어올리셔요.

    참고로
    저는신포도같은비자금에는별로관심이없는데
    밤에는
    비자금보다훨씬더관심이많은데요.
    (오늘은비자금많이넣었다요ㅋㅋ)   

  15. 벤자민

    2013년 3월 14일 at 4:44 오전

    참말로~~~
    밤없는나라도잇읍니까
    벌써밤따라오라고밤농장에서광고가나오는데요
    지금은비싸니조금있다가갈라고합니다

    밥톨이뭐어쩐다고요
    우린그런치사한짓안한다고요
    그양반산보잘갔다오고는괜히외로우니까헛소리나하고
    후세사람들은그소리듣고또감명!!

    도대체미남의기준이뭡니까
    저렇게생긴사람이미남입니꺼
    아이구그냥내가밤한자루체로드리리다
    그럼난뭐가될까ㅎㅎ

    이번에가면은
    밤한자루택배로부쳐드릴테니
    비자금비자금노래를부르시는데
    제비자금맛좀보여드릴께요ㅎㅎㅎ   

  16. 와암(臥岩)

    2013년 3월 17일 at 1:12 오후

    무위산앞산그리메사진,
    진정레이어드를좋아하시는군요.

    ‘산그리메’,
    참재밌는표현력이군요.^^*
    지우시질않길잘하셨습니다.^^*

    이글읽으면서너무박식하셔서어디로튈지?하고두려움이앞섰습니다.(퍽죄송합니다.)

    종횡무진,
    신구학의오르내림,
    튀는글솜씨,
    식물에관한지식,
    .
    .
    .
    .

    많은걸느끼게했답니다.

    처음찾아와무례한소리만늘어놨습니다.
    꾸중해주시길요.

    추천은물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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