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살 울엄마의 봄

월요일목요일은울엄마학교가시는날이다.

허리는할미꽃처럼굽으시고

다리는오자형으로휠만큼휘셔서

나보다더크시던키한참나보다더작아지셨지만

그래도벚꽃처럼환한웃음지으시며나가신다.

주황빛아주밝은쟈켓에

내가하려고샀던브로우치가맘에안들어서.ㅎㅎ

엄마하셔요하니아이고이라고이삔것을내가달아야….

하면서도엄청좋아하시는브로우치달고나가신다.

내가하다이젠안하는연분홍색실크스카프목에걸치시고

담휘안입은다해서버릴려고햇던초록색도톰한면후드쟈켓으로

엄마맘대로만드신이세상단하나뿐인가방드셨다.

‘이것이가벼웅께제일좋아야….색깔도쌕쌕하고….’

가방들여다보면

규서가준아주예쁜천필통에골고루펜도넣으시고

노트도담고일본어책에프린트물에…..

아주성실한학생가방이다.

모자쓰시고휠체어에가방걸고

능숙하게운전하시며덕양구노인복지센터에가신다.

차로가면서재보니오킬로미터가조금못되는먼거린데

여기저기세상바라보시며학교로공부하러가신다.

겨울에는추워서자주빠지셨는데

이즈음봄이되니아주즐겁게오가신다.

지난주엔다녀오셔서소녀처럼발그레한볼을하신채

보통때엔내방엘잘안들어오시는데문열고들어오셔서그러신다.

아야,내가오늘생각해봉께….

세상에을마나좋고감사하거시냐.

학교문턱에도못가본내가

느가부지가나를사실로무시한것도학교탓아니겄냐.

느가부지는그래도일본가서중학교까지마치고그래도읍장까지하신분인디

나는언문이나깨쳤으니댈수도없이무식한거제.,,

근디학교가보믄다들공부를많이한사람들가터야.

다들멋쟁이고..질문도하고근디나는질문은절대못하제

그냥가만히듣제

그래도

새로운한문이나나오믄모르제

인자제법먼말인지알것당께문법을이야기해도….

하도인자들어쌍게동사가머신줄알것드란말이다.

근디오늘같은반으뜬사람이글드라

일제때나보담공부를엄청나게많이하셨나보다고….

그래내가그랬서야

학교를그라고가고싶었는디울아부지가못가게해서

학교문턱도못가고야학에서글자배운게다라고

놀라드랑께….

왜안그라것냐나처럼무식한늙은이가나이는젤로많아각고

이라고학교를다니다니

아마내가젤로나이가많을거라고글드라….

맞어엄마그것엄청자랑스러운일이랑께

누가엄마나이드셔가지고공부하러다니시겄서.

그것도언문이나겨우깨친냥반이

근데인자선생님설명제법들어와?

인자삼년아니냐,내가학교를다닌것이.

내가오늘도옴시롱곰곰생각해봉게

세상에이전동차가나한테는비행기보다더좋은것이여야.

비행기사어쩌다타고

근디이전동차는나를이라고사방데로데려다주니이것이없으믄

내가으디를다니것냐.

아이고내가니한테와서살생각은꿈에도안했는디

이라고와서춘지더운지모르고해준밥에깨끗이빤옷에

따땃한물로날마다목욕하고옷갈아입고.

보성에서도목욕은자주햇제만

물따로데워야하고,,귀찮아서목욕탕가려면읍내까지나가야했는디,.

거그다내좋아하는학교까지이라고다니다봉게….

오늘은을마나하나님께감사한지….

아이고이부족한거슬이라고사랑해주시다니….

내가차타고오다가한참기도하고왔다.

니한테와서안살았으믄

내가으디서이라고전동차타고핵교를댕기겄냐?.

니가막내기도해서그랬겠제만니를참말로느가부지랑이뻬했제,

니는열살이넘어서도품에폭앵겟당께,

니큰오빠는세살됭께뻣뻣해서안앵기등마.

근디니는니그라고이뻬하고젖미겨키운것,

나한테다갚았다.

전통휠체어위로연분홍색모자가살풋얹혀있다.

머리도곱게빚으시고

분도살짝바르시고

손탄다고장갑도끼시고….

엄마뒷모습을보다가…..

언제까질까…..

문득가슴이싸해졌다.

지지난주에엄마를잃은지인의카톡에떠있던말

이젠불러도대답없는엄마…..’

오늘

엄마불러서대답할이계시니…..

이얼마나그윽한봄날인가.

며칠전피기시작하더니

눈부시게환해지더니

금방작은바람에져내리는저벚꽃.

꽃같은생명

꽃같은인생아닌가….


21 Comments

  1. 凸凸峯

    2013년 4월 22일 at 3:01 오전

    ‘어므니’하고부르면
    ‘아그야,뭔땜시그리냐?’
    대답해주는88어머니,
    정말팔팔하십니다.
    母女之情이훈훈…봄날씨…
    물그림자그럴듯합니다.

       

  2. 데레사

    2013년 4월 22일 at 3:56 오전

    어머님이기력이좋으시나봅니다.
    연세드신분들이인생을아름답게살아기시는모습을
    대하면저도기분이좋아집니다.
    그렇게닮으면서늙어가고싶거든요.

    어머님.더욱건강하시길바랍니다.   

  3. 김성희

    2013년 4월 22일 at 4:38 오전

    행복하신푸나무님엄마,,,엄마가돌아가실때까지저는엄마가불렀죠!!
    엄마는다니시던교회에서노인대학의일어강사를하셨어요,,
    여고를졸업하셨으니,,그시절엔나름인테리여성이셨겠지요,,
    그러나요양원에입소이후에치매가급속도로진행되버리더군요,,
    푸나무님엄마는아직자식과같이생활하고계시니축복받으신거예요,,
    요양원에서돌아가신엄마가생각나,,,마음이아픕니다.
    푸나무님의사투리에너무정감이가네요,,^^^,,,
    불러도대답없는엄마,,,   

  4. 벤조

    2013년 4월 22일 at 5:10 오전

    내일은꼭울엄마께전화해야지,엄마…
       

  5. 士雄

    2013년 4월 22일 at 6:53 오전

    건강하시게장수하는거놀라운축복이지요.ㅎㅎ   

  6. 산성

    2013년 4월 22일 at 6:57 오전

    아야…이라고다니다봉께
    춘지더운지도모르고따땃한물에퐁담그고앉았다가
    채려준더운밥묵고말씨
    내예뻰새끼가더예삐고말씨
    으디서이라고재미나게살겠능가말씨
    내망내야니는태날때부터이삐던것이
    끝끝내날고맙게헌다.이삔내새끼…

    그윽해라…

       

  7. trio

    2013년 4월 22일 at 8:58 오전

    멀리산다는핑게로너무나불효했던트리오,울엄마생각이나서가슴이찡하고,
    푸나무님은참효녀라는생각에마음이뿌듯하고,
    푸나무님의어머님께서연분홍모자에흰장갑끼시고전동차운전하시며
    학교에댕기시는모습을상상하니너무귀여우시고…ㅎㅎ
    연분홍치마가봄바람에흩날리더라…오늘도옷고름…하다가눈물이매렵고…ㅋㅋ
       

  8. mutter

    2013년 4월 22일 at 11:01 오전

    후회하지않도록
    어머니께최선을다하시길바래요.
    저도후회하지않으려고최선을다하는일이하나있어요   

  9. 말그미

    2013년 4월 22일 at 3:19 오후

    푸나무님,
    이렇게이쁘고귀여우신(?)엄마첨뵈어요.
    그리고마음이싸~합니다.
    푸나무님도이뿌고요.
    연분홍모자에장갑끼시고전동차운전하시는어머니
    뵙는듯해요.
    얼마나스트레스풀리실까생각해봅니다.
    푸나무님,효녀…^^   

  10. 청목

    2013년 4월 23일 at 1:08 오전

    「꽃같은생명,꽃같은인생」
    비에젖어떨어지는꽃잎을보며
    인생의무상을사유하는봄날입니다.
    어머니가계신다는건무상가운데의축복입니다.   

  11.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3:49 오전

    철님정말그럴듯하죠.
    이젠좋다훌륭해라는말보다
    그럴듯하다라는말이편하다는것을알아요.
    그럴듯하면된거죠.

    근데물에비친그림자니물그림자가맞을까요.
    산이비쳣으니산그림자해야하나요….
    그리고저렇게ㅁ루그림잔지산그림잔지..저런사진찍으려면요.
    딱해저물녁이어야한답니다.
    제경우엔요.ㅎ   

  12.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3:50 오전

    데레사님엄만.네에다리만약하시구요.
    총기나손으로하시는일은저보담훨씬더좋으시구빠르셔요.
    지금팔팔하시니
    구구까지사셨으면좋겠어요.   

  13.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3:55 오전

    성희님
    치매는….옆에서보기에안타깝지본인은괜찮아요.
    친한지인이치매센터를해서제가자주들여다보는데요.
    가끔그런생각들던데요.
    복잡한인생사다잊고그저단순하고편하게지내렴!
    기억이주는슬픔고통만없어도인생괜찮을걸요.
    너무냉정한이야긴가…싶기도한데
    실지그런생각이들었어요.
    그래서규서한테그랫어요.엄마아빠둘일때는상관없지만어느누가선택을할테니
    혼자있을때치매기가보이거든
    서슴치말고센터로보내거라.
    그대신그래도잘보살펴줄곳인가는살펴보고….
    엄마…그다지불행하시지않으셧을거예요.
    성희님같은딸이있었으니….
       

  14.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3:56 오전

    벤조님엄마께전화하셨어요?
    푸나무때문에엄마생각났어….라고해주시지…ㅎㅎ   

  15.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3:56 오전

    사웅님네그럼요.큰복이시죠.   

  16.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3:59 오전

    ㅋㅋ산성님사투리쓰시노라힘드셧죠.
    사투리는아무나쓰는게아니랑께요.
    그것이애랬을때부터배와부러야익해지는것이랑께요.
    이삔내쌔끼./…
    ㅋㅋ
    그래도숨너머가데끼
    아조열심히해서똥그라미다섯개쳐드릴께요.ㅎ

       

  17.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4:02 오전

    트리오님도아시겟지만
    글이만들어낸환각이조금있어요.
    물론없는이야기하는것은아니지만
    안한이야기도많고…
    더군다나효녀는아니구요.그냥우리집에편하게사신다는것그것하나에요.
    조용필이도연분홍치마를불럿드라구요.다음에한번올려봐야지   

  18.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4:03 오전

    무터님말슴에
    생각해봤더니
    엄청후회할일많겟다싶기도해요.
    저두편하고
    엄마도편하고….
    그게제스타일인데요.
    명심하겠습니다.   

  19.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4:05 오전

    말그미님
    맞어요.
    그렇게전동차타시고나들이다녀오시면
    엄마스트레스가파악풀리시나봐요.
    전동차저두타봣는데그게속도도제법나고아주편해요.
    그러니효녀는제가아니라전동차.ㅎㅎ   

  20. 푸나무

    2013년 4월 23일 at 4:05 오전

    청목님
    아직고아가아닌것대단한일이죠.
    저두축복으로여긴답니다.
    청목님은고아세요?   

  21. 술래

    2013년 4월 30일 at 10:00 오후

    푸나무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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