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암, 눈부시다 세상

신문기사는아주얇은,표피적일수밖에없는태생적한계를지니고있다.

일단세상을,

적어도그날의

아니다하루전인가의만사를다알려야하는데

거기어디깊음이사려가있을수있겠는가,

그러니신문이얇다는것은지극히당연한일이다.

작가가심혈을기울여오랜시간을다듬어쓴글도

독자의상황정서에따라달라질진대

사실에입각한신문기사야…..

그런데

그래서

생각할여분거리가있다는것,

문단의삼대구라라고칭해지는송기숙선생이

어제광주법원에서무려35년만에무죄선고를받았는데

능변의그가판사질문도알아듣지못하고대답도못한채그저웃기만했다는,

판결소감을묻는기자에게난모르겄소….하더라는,

같은동향이고

그가쓴자랏골의비가를내가감동깊게읽었다고해서

그를아는것은아닐테지만

기사를읽는순간친정오래비의치매소식을듣는것처럼가슴이아파왔다.

그젠가문득가슴이아프더라는이야기를어느분이하셨는데..

아프다는것은일종의서늘함이아닐까,

아주잘든칼로무엇인가를자르다가..

순간적으로손을살짝베일때

바로그순간,

느껴지는것은

아픔이아니고

서늘함이다.

아픔이감정과인식이들어간상태를의미한다면

서늘함은그보다더,

그이전의아주생래적인것,

거침없는능변도거침없는사유도거침없는문력도

세월앞에장사없다는,

전해내려오는말을실감나게하며

스러져가는구나.

서늘했다.

얼마전에도비슷한경험을했다.

친한시인권사님이자신이소속해있는모임에

들어오라는권유를했다.

아이고,이제그만사람지경넓히고싶어유.

물론이이야기는속으로….

네조금만더생각해보구요…..지나가는데

어느날이야기끝에

그모임에김승옥선생이빠지지않고나오신다는이야기를듣게되었다.

정말이예요?

화들짝놀래서….

권사님께속은들켰지만,머어쩌랴,

당장그다음모임에나갔다.

김승옥이누군가.

내청춘의우상아니던가…..

나는그에게서우수와서정을느꼈었다.

아니배웠다고해야할지.

그서정적인문체에서

삶이지닌통증같은우수……를보았다.

그리고그날나는참슬펐다.

부드럽고인자한인상좋은할아버지….

그러나말이없이그저미소만지으시는

마치어린아이처럼천진해보이는어른이셨다.

가까이다가서지도

말을붙이지도않았다.

인생

위화가쓴’인생’은……고달프면서도

거기쫀득한개미있었는데

실제아픔과늙음….에서다가오는

인생

비오는날…..

갈곳없어낯선거리를헤매는것처럼

휘휘하다.

두주전에왕림하신감기양께서는

이내몸지극히편하신지아주느긋하게유하신다.

이곳저곳자리까지바꿔가며거하신다.

목소리온몸통증….코막힘….

오늘은왼쪽머리아래이마쪽에거하신다.

도둑놈(우리엄마표현으로는실제는우슬초)이라도신발아래붙었는지

감기양밟으시니머리지끈거린다.

지끈거리는머리로밖을내다보니

환하다.

오월첫날

아기손가락단풍잎사귀들은

나무에서막쏟아져나오는데

엄마뱃속에서막세상으로나온

갓난아이얼굴빛인데.

채연두도지니지못했는데..

차암,

눈부시다.

세상.

새삼스럽다

동백과진달래.

저동백은마량리산인데….

진짜동백인가…춘백아닌가….

마량리동백은꽃보다나무들자체가귀골이다.

노오란죽단화황매는끝물인데도

숲그늘속에있으니

좋아보였다.

귀룽나무./….

여전히나무사진은맘에드는것이하나도없다.

나무가클수록그러하다.

멋질수록그러하다.

내가지를너무좋아하니부러곁을안주는겐가…..

올해처음보는으름꽃,

보는순간

나도모르게으름이다!

소리쳤다.

아무도없기에에망정이지….

그래서한번더으름이닷!외쳤다.

혼자라가끔심심하기도하니까

내가내게장난치는것….

개복숭아나무…..피어나기시작했다.

19 Comments

  1. 산성

    2013년 5월 1일 at 8:34 오전

    송기숙선생이야기도김승옥씨이야기도
    서늘~합니다.그러니참안쓰러운세상이지요.
    김승옥씨는티비에나와서필담으로대화하는것을보았는데
    그냥안나오시는게나을뻔했다싶더라고요.
    너무안타까워서…

    햇살곱게앉은어여쁜귀룽나무
    나으귀룽나무에게안보고올께했는데
    너무이뻐서인사놓고갑니다^^
    마량리는또언제다녀오셨어요?
    춘백이지요.
    3월도망설이다가4월넘어가야피니말이지요…
    창밖이갑자기어두워졌어요.
    그곳은여전히햇볕인가요…?

       

  2. 푸나무

    2013년 5월 1일 at 8:50 오전

    산성님귀룽나무도엄청어여뻐요.
    언제나귀룽나무하면…

    두가지생각..
    이윤기의나무고아원과…
    북한산승가사오르는방향귀룽나무….그늘쉼터.
    이젠산성님도보탤까요?

    네에
    여전히두통중
    여전히환한중

    조금있으면저물어가겠지요.
    아들래미좋아하는미역국을끓였는데
    입맛이없어선지….
    별루ㅎ

       

  3. 술래

    2013년 5월 1일 at 3:07 오후

    푸나무님아들래미도미역국좋아하는군요,
    제아들은어려서감기들었을때마다미역국먹으면낫는다하고먹였더니
    감기만들면엄마미역국…했어요.
    그리고신기하게도미역국먹고정말감기가낫더라고요.^^*

    푸나무님렌즈를통해보는세상
    차암눈부시네요.

    여기서흔하게보는게바로개복숭아였군요.
    아주아주많이피거든요.   

  4. mutter

    2013년 5월 1일 at 3:43 오후

    글이맛갈스럽다표현해야하나요?
    머리속에쏙쏙들어온다할까요?
    그리고저촬영기법(앞에물체만초점을맞추는)은어떻게하는거예요?   

  5. 데레사

    2013년 5월 1일 at 10:27 오후

    저도그기사읽으면서정말마음아프고허무했어요.
    옛날이태영선생님이치매라는얘길들었을때도너무나
    서글퍼서한참을울었었거든요.

    인생이란게결국은이렇게허무하기그지없는것인데도아웅다웅
    하면살아가야하는현실이속상하기도하고요.

    좋은계절입니다.좋은일만있길바래요.   

  6. 푸나무

    2013년 5월 2일 at 12:04 오전

    하하,착한아들래미네요.
    엄마말대로미역국먹고
    감기까지엄마말대로낫는,
    우리집냥반은된장국을좋아하고
    딸래미는맑은무국을좋아하고
    아들래미는미역국을좋아하는데
    이즈음염분섭취이야기를하도하길래가능하난
    전에보다적게끓이려구해요.

    개복숭아열매가뭐엔가에좋다고
    요즈음은열리기만하면수집하러다니는분들많던데,,,하하

    올만에댓글다셧네요,그쵸,
    스탠포드대학풍경재미있는데요.   

  7. 푸나무

    2013년 5월 2일 at 12:07 오전

    아하,그러셧구나.
    그래서항우장사도못막는백발….
    이태영…..
    그분을기린책이있었는데….
    사진이커다랗게표지화된…

    그쵸그래서아웅다웅안살아야되는데요.ㅎ
    데레사님도좋은오월되셔요.   

  8. 푸나무

    2013년 5월 2일 at 12:11 오전

    무터님저것은
    아웃포커싱이란….
    접사할때사용하는아주기본적인방법인데요.
    그냥디카로는안돼요.
    제디카도
    줌도되고상당히괜찮은데….
    안되더라구요

    사진잘찍는범

    무조건많이찍어본다.ㅎㅎ
    무터님뜨락이눈부신오월에맛갈스러워지겠는데요.^^*   

  9. 김성희

    2013년 5월 2일 at 1:18 오전

    ‘시는,,,돌한줌을하늘에뿌려만든별자리’,,,
    와락,,가슴에박히더군요,,
    그시인이이어말하길,,시인은함부로정체가드러나면안되는존재라면서,,,
    아마푸나무님도읽으셨지요?
    10대후반시인을꿈구던시절이있었죠,,ㅎㅎ
    그야말로감히,,꿈도야무지게,ㅎㅎㅎ근데누구나한번쯤은그렇더라구요,,
    사진찍는솜씨도자연을알아보는것도경지에도달하신듯,,
    나무,,그리고꽃저는못알아보거든요,,
    목요일,,그리고나무,,항상목마른날이라구,,,갈증나는날이라구,,,했던,,20대,,   

  10. 騎士

    2013년 5월 2일 at 8:03 오전

    서울,1964년,겨울그소설을읽고받은충격은멍하다는것밖에없었지요
    데카당스…
    당시우리젊은세대는데카당스그것밖에는말할수가없었지요
    모든가치관은뒤집어지고
    무엇이옳은것인지도대체가구분되지않는깜깜한밤중에
    그냥불속에던져버릴수밖에없었지요.
    데카당스로다부숴버리고불속에던져버리고
    새로운가치를창조하려고한김승옥존경합니다
    김훈의아버지김광주(무협소설의아버지,중학교때억수로읽었지요,대개1권~20권씨리즈))가김승옥을향하여
    이게인간이냐이문장좀봐라그놈젊은놈인데크게될끼다..
    크게됐지요..아직도크니까요..

    그리구제발아프다면서방안에좀조신하게누워계슈,
    쌀쌀거리고돌아다니기는…
    거래귀신이들렸는지원….(울할머님이나에게늘하시던말씀)
       

  11. 푸나무

    2013년 5월 2일 at 1:37 오후

    성희님은
    나를잘아시는것같아요.
    설마그럴리야…..
    하지만그러시잖아.
    자연을알아본다…..
    제삶의목표중의하나가그거거든요.
    자연을많이알아서내삶에체화시키는것,

    세상에는너무나많은삶의방법들이있지요.
    치열하게정직하게그리고보다더숭고하게….
    살고싶었지만
    그런삶은머릿속에만있었어요.
    이제라도남은삶…
    자연을닮아보려구요.
    그래서하나님께가까이가려구요.
    그런제게
    자연을안다는찬사를해주시니
    어찌성희님이저를모를수있겠나.싶은거지요.

    아까잠깐외출했는데
    소나기가후두둑떨어지더군요.
    하늘의눈물아닌가….
    사람을보고가엾어서흘리는….
    오늘참불쌍한사람을보았거든요.
    아무것도해줄수없는….
    그런무력감이일으킨생각이엇겟찌요.
    그래도혹그럴지도몰라요.
    가엾어서흘리는눈물이
    우리에게는생명의젖줄이되는…
    아마도내일출근하시려면잠자리에에드셨을듯,
    성희님과
    그리고이후에이글여기서읽으신분들…..
    당신들모두
    굳나잇…..
       

  12. 푸나무

    2013년 5월 2일 at 1:49 오후

    기사님
    1964년….내용은기억나지않는데
    책은기억나요.누른갱지에약간도톰한페이지….
    그게오래되어서더욱도톰했지요.

    1964년은
    울아부지….
    막내라얼른학교보내야한다고하셔서일곱살에
    국민학교를갓는데그게그핼거예요.
    지금서울은그때와달라졌을까요?
    아니사람요.

    김훈의아부지요?
    저두어렷을때무협지좀봣는데…
    동아일보에연재되던주인공이름냉운헌…..
    그참그이름이어찌나멋잇게느껴지던지
    그때는정말차갑고멀고…거만한것들이
    멋잇게여겨지던…
    그러니냉운헌이얼마나멋있어요.

    근데기사님은무슨그리모르
    시는것이없으실까.
    김훈의아부지까지아시다니.
    그분이정말김승옥문장을보구그랬데요?
    그러니김훈같은아들을두셨나부다….
    좀다르긴하지만….
    김승옥이김훈보다…..흠….

    누워계슈…..는
    제길헐과사촌인가요?육촌인가요?ㅋㅋ
    기사님도굳나잇.

       

  13. 士雄

    2013년 5월 3일 at 6:19 오전

    개복숭아나무꽃도예쁘고
    과실은약이라고합니다.
    그런데왜개복숭아래요ㅎ
    개가붙으면욕이거나욕에가깝잖아요.ㅎㅎ   

  14. 벤조

    2013년 5월 3일 at 3:32 오후

    김승옥시절에
    저는외국팝송이나오는다방에만쳐박혀있었어요.
    김승옥을알면다냐!뭐그래서…ㅎㅎㅎ
    위에서말씀하신두분의글쟁이소식에가슴이설렁해지긴하지만,
    그나이에유명인사가되어그냥웃기만하고암말안한다는거,
    아무나하는일은아니지요.
    참,
    서늘하다는묘사,참서늘하게잘해주셨습니다!
       

  15. 푸나무

    2013년 5월 4일 at 5:54 오전

    개복숭아열매가요즈음
    익을만하면나무에남아있지않다더군요.

    바퀴벌레….가건강에좋다는것을발견하면
    바퀴벌레사라질까요?ㅎㅎ   

  16. 푸나무

    2013년 5월 4일 at 5:56 오전

    오늘도엄청나게많은노인을보다가왔는데….
    이런저런생각이많더군요.

    치매는엄밀하게이야기하면
    자신에게는괜찮아요.
    망각은자유기도하니까요.

    그렇게생각을해도늙는다는것,
    서늘하긴하죠.   

  17. Lisa♡

    2013년 5월 4일 at 1:13 오후

    위에서두번째사진

    완전짱!!!

    귀를많이잡아당기시라네요.
    치매예방요~~   

  18. 나를 찾으며...

    2015년 4월 12일 at 11:53 오후

    전이사진이생각났어요,
    선화님모르신다는꽃이이꽃인줄알았지요.ㅎㅎ
    세상에번지수틀려서..
    보라색꽃이아니라흰탱자꽃을말씀하신거더라구요.

    지금들어와이사진보니깐
    참말로잘찍어셨네요.ㅎㅎ   

  19. 푸나무

    2015년 4월 13일 at 2:08 오후

    맞어요
    나찾님
    으름꽃이맞아서선화님글에워짠디야….하고왔어요ㅎㅎ
    아마츄어사진이야
    광선잘맞고
    모델좋으면그럭저럭나오는거지요

    내가이글을썻나?하면서저두제글다시한번
    나찾님덕분에읽습니다..

    그리고으름꽃은어딘가
    또아주꽃송이많은모델로찍은것같기두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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