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ㅡ 가장 아름다운 근육을 지닌 최고의 남성

오래되고형형한나무앞에서는

그의이름을묻지않을일이다.

은행나무인지느티나무인지갈참인지떡갈인지후박인지…

그런것은하나도중요하지않다.

구별은미미한자들사이에나중요하거나필요한일..

조그마한아이들만나면그냥못지나가듯….

오래오래산..그것도아주잘생긴나무를보면그러하다.

꼭만져본다.

아이들에게안녕…..하듯

아이들손,볼살짝만지듯,

아이들손은혹은볼은얼마나여리고보드라운지

오래산나무는돌같다.

단단하고여무지다.

그러면서도돌의느낌과는약간다른따스한무엇….

생명이주는미묘한무엇인가가분명히있다.

보이지않는세월을집약적으로가장총체적으로

가장훌륭하게보여주는것

나무다.

시시한나이테이야기는아니다.

단순히우리보다더긴세월이백년삼백년을살아온

물리적인시간때문만도아니다,

세월은

나무에게고여있다.

하루하루가일년이년이소멸되는것이아니라

켜켜이쌓여있다.

아주긴세월을

겁이나찰라같은그런바람소리같은세월이아니라.

가령세월이눈(雪)이라는몸피를지녔다고치자.

그리고그눈이어딘가스며들곳을선택할수있다고치자.

당신이

그리고내가그눈이라면어딜,무엇을택하겠는가/

경망스런사람자리에스며들까,

흐르고그저흐르기만하는강으로의낙하.

허면흐르지않는다하여호수에내려앉겠는가,

피었다지는꽃으로,

선하디선한채소에게,

그보다더질긴푸새에게

아니나라면

아마당신이라도

우리는필시나무를택할것이다.

그품넓은존재…..더욱더키워갈수있는자리.

변하면서도도무지변하지않는항상성.

아늑함….견고함…..굳은의지…..

시간의더께도가없이품을수있는존재

나무아니고어디랴

고대신화에서참나무는제우스유피테르의나무였다.

참나무는신탁의뜻을여사제들에게전하는역할도했었고

어느시대엔가는비를내리는신이라고도했다

아주오랜고대사회에서는참나무는우주자체였다.

참나무에기생해사는겨우살이는고대인들에게

만병통치약이었다.

어제오후일을보고난후오후두시가넘었는데

갑자기고려산이가고싶었다.

진달래….바다….

내가본유일한분홍바다….가거기여전히넘실대고있는지….

강화도청련사에다다랐다.

입구에서…..

가을에만보았던..

그거대한나무들이…..

세상에가지가지애채에새순을달고서있었다.

내겐

제우스의현현

세월그자체

이세상가장아름다운근육을지닌최고의남성

그리고

아무리사랑해도

다할수없는경외의대상

누구에게나사랑하는자내연인나의은밀한자….

자랑하고싶은

내가장아름다운연인들…이거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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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산성

    2013년 5월 7일 at 1:32 오전

    저나무사진제게도있는데…그런데
    전나무보다도나무를바라보는푸나무님이자꾸보여요.
    뭐이름에도같은나무가붙어있으니…
    거어디요쫓아오실까봐더말하지는않겠어요^^

    천리포수목원에갔더니
    도토리에서부터제대로(?)시작한,사십여년된거대한참나무가있더군요.
    신비했어요.고단하니고만멈추지…하는마음이들기도…
    ‘으막’심고계신중인가요?

       

  2. 士雄

    2013년 5월 7일 at 1:45 오전

    남자나여자나나이가들면몸에서근육이빠지고
    모양새가좀그렇지요.ㅎㅎ
    그래도꾸준하게걷고뛰고하면평균은유지할수있습니다.   

  3. 푸나무

    2013년 5월 7일 at 2:29 오전

    고단……..하시니

    난가끔동남아시아따뜻한나라로가면
    나이테도없이날마다자라나야만하는그친구들
    고단할것같아요.
    쉬지않고자라야하잖아요.

    무성한습기에
    시시때때로드리워지는비에…
    뜨거운태양빛에…

    우리나라겨울은나무에게휴식이기도하겠구나.
    자라는것을멈추고
    자신만응시하는,

    으막마음에드세요?ㅎ   

  4. 푸나무

    2013년 5월 7일 at 2:30 오전

    네…아….
    그러니
    나무도걷고뛰거나하는걸까요?ㅎ

    이게무슨질문?좋은오월…되시는거죠?
       

  5. 와암(臥岩)

    2013년 5월 7일 at 6:19 오전

    글재주가너무돋보입니다.

    ‘대문사진’,
    눈길꽂히기에보았더니역시제이웃’비단’님의작품이었군요.^^*

    추천올립니다.
       

  6. 八月花

    2013년 5월 7일 at 3:46 오후

    樹形보다도나뭇가지에저는마음을많이뺏깁니다.
    굵은둥치보다도해마다전지를당하는가로수가냘픈가지들에더욱요..
       

  7. 푸나무

    2013년 5월 8일 at 12:15 오전

    와암님.
    너무직선적인칭찬이….ㅎ

    고맙습니다.

    팔월화님답소이다.그려.
    남는것은언제나둥치지요.
    곷을피워내는것은애채들이고
    인생사공평하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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