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란비 시간에
BY 푸나무 ON 7. 7, 2013
강물은무심하게이지지부진한보호구역을
지나쳐갑니다.강물에게묻습니다.
“사랑했던거맞죠?”
“네”
“그런데사랑이식었죠?”
“네”
상소한통써놓고목을내민유생들이나,신념때문에기꺼이화형을당한사람들에게는
장마의미덕이있습니다.사연은경전만큼이나많지만구구하게말하지않는미덕,지나간
일을품평하지않는미덕,흘러간일을그리워하지도저주하지도않는미덕.핑계대지않는
미덕.오늘이강물은많은것을섞고,많은것을안고가지만,아무것도토해내지않았습
니다.쓸어안고그저평소보다황급히,쇠락한영역한가운데를몰핀처럼지나왔을뿐입니다.
뭔가쓸려가서더는볼일이없다는건,결과적으로다행스러운일입니다.치료같은거죠.
강물에게기록같은건없습니다
사랑은다시시작될것입니다//장마의나날//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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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늘상읽습니다만
시에서자주멈추지는않습니다.
시야이러네저러네해도분위기가아주중요한존재죠.
분위기를아우라라라고생각해보세요.
시가지향하는길아니겠습니까.
그러니자주멈출수는없는일입니다.
가야하기때문이죠.
멈출때는…..눈앞이흐릿해질때입니다.
이시를읽으며
행주대교를떠올렸습니다.
어딘가를떠올린다는것은서성거린다는일이며멈춘다는일이죠.
그러니까시가공간에서지분을갖는순간이기도합니다.
행주대교는우리집에서오분도채안되는거리에있는한강하구의다리입니다.
하구라강의거리가넓습니다.
멀리남의나라에가서이것저것기웃거릴일이아니라
장마철에장맛비오실때그곳엘가야하지않겠습니까.
다른어느때보다많은것을품에안고흐르는강물을봐줘야
장맛철잘지냈다고누군가에게이야기하지않겠습니까.
시를읽었으니강물에게물어보겠습니다.
“사랑했던거맞죠?”
“네”
“그런데사랑이식었죠?”
“네”
사랑이라니요.
차라리고통을묻겠습니다.
차라리건강을묻겠습니다.
차라리강녕을묻겠습니다.
그보다는그아이보았느냐고묻고싶습니다.
다섯살아이.
이모가그슬픈이야기를해주시는않았겠죠..
엄마가어린나에게했을리는더더욱만무하니
아마도어른들하는이야기를안듣는척하면서들었을겝니다.
한순간이었당께….
맨날빨래한곳에서그라고무선일이일어나리라고누가생각이나했겄는가..
조심스럽고소란하면서도한탄이섞인내용.
아주아주어려도
죽음에대한감각은두려움과함께특별하게각인될수있는
특별한기능을지니고있는지도모르죠.
그러니어린아이가마음속에오롯이담았을거예요.
저기이모네집이보이네요.
한약방을하던이모부….네
집뒤안으로는아주꽤나넓은터가있고
그터끝에자그마한도랑이흘러가고있었어요.
아주깊지도그렇다고아주넓지도않는도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