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란비 시간에

강물은무심하게이지지부진한보호구역을

지나쳐갑니다.강물에게묻습니다.

사랑했던거맞죠?”

그런데사랑이식었죠?”

상소한통써놓고목을내민유생들이나,신념때문에기꺼이화형을당한사람들에게는

장마의미덕이있습니다.사연은경전만큼이나많지만구구하게말하지않는미덕,지나간

일을품평하지않는미덕,흘러간일을그리워하지도저주하지도않는미덕.핑계대지않는

미덕.오늘이강물은많은것을섞고,많은것을안고가지만,아무것도토해내지않았습

니다.쓸어안고그저평소보다황급히,쇠락한영역한가운데를몰핀처럼지나왔을뿐입니다.

뭔가쓸려가서더는볼일이없다는건,결과적으로다행스러운일입니다.치료같은거죠.

강물에게기록같은건없습니다

사랑은다시시작될것입니다//장마의나날//허연

******

시야늘상읽습니다만

시에서자주멈추지는않습니다.

시야이러네저러네해도분위기가아주중요한존재죠.

분위기를아우라라라고생각해보세요.

시가지향하는길아니겠습니까.

그러니자주멈출수는없는일입니다.

가야하기때문이죠.

멈출때는…..눈앞이흐릿해질때입니다.

이시를읽으며

행주대교를떠올렸습니다.

어딘가를떠올린다는것은서성거린다는일이며멈춘다는일이죠.

그러니까시가공간에서지분을갖는순간이기도합니다.

행주대교는우리집에서오분도채안되는거리에있는한강하구의다리입니다.

하구라강의거리가넓습니다.

멀리남의나라에가서이것저것기웃거릴일이아니라

장마철에장맛비오실때그곳엘가야하지않겠습니까.

다른어느때보다많은것을품에안고흐르는강물을봐줘야

장맛철잘지냈다고누군가에게이야기하지않겠습니까.

시를읽었으니강물에게물어보겠습니다.

사랑했던거맞죠?”

그런데사랑이식었죠?”

사랑이라니요.

차라리고통을묻겠습니다.

차라리건강을묻겠습니다.

차라리강녕을묻겠습니다.
그보다는그아이보았느냐고묻고싶습니다.

다섯살아이.

이모가그슬픈이야기를해주시는않았겠죠..

엄마가어린나에게했을리는더더욱만무하니

아마도어른들하는이야기를안듣는척하면서들었을겝니다.

한순간이었당께….

맨날빨래한곳에서그라고무선일이일어나리라고누가생각이나했겄는가..

조심스럽고소란하면서도한탄이섞인내용.

아주아주어려도

죽음에대한감각은두려움과함께특별하게각인될수있는

특별한기능을지니고있는지도모르죠.

그러니어린아이가마음속에오롯이담았을거예요.

저기이모네집이보이네요.

한약방을하던이모부….

집뒤안으로는아주꽤나넓은터가있고

그터끝에자그마한도랑이흘러가고있었어요.

아주깊지도그렇다고아주넓지도않는도랑이었어요.

그래선지물이세차게….흘러서

그곳에서걸레를가지고놀다가걸레가물살따라내려가버렸어요.

잡으려했지만잡을수가없었어요.

아이렇게그아이도흘러가버렸겠구나…..

장맛비로물이불어나있었고

폭작은도랑은아주세차게흘렀겠지요.

어린아이가감당하지못할정도로…..

장마의미덕은쓸러가서볼일이없다는것으로

다행이라고,치료같은거라고….

기록도없다고….

그래서다시사랑을시작할거라고….

혹시당신이든시인이든

내글을읽으면서쪼잔스레…..혀를찬다고해도

기어코한마디한다면

기록같은것없다는대목은……

어린아이의죽음을적어도사촌이내로겪어보지않은탓아닐까,

장마철만되면한번이상꼭생각나는그어린아이

어쩌면이모도이미기억에서지웠을지도모를그어린아이가

황톳물

콸콸흐르는물

길가로넘치는물

어디든물이차고넘치는흐르는장마철이면

두어번은꼭생각나는거에요..

기억은기록이아니라며

입에거품무신다면할말없겠지요.

기억과기록은다른거니.

하지만

많은것을섞고,많은것을안고

오란비시간이되면그아이생각나요.

그아이를데려간그좁다라한도랑물도

장맛비내리는깊은밤입니다.

주무세요?

12 Comments

  1. 士雄

    2013년 7월 7일 at 4:03 오후

    창문을다닫고서재의창窓만열어두었습니다.
    그창으로장맛비오는소리가쏟아져들어왔습니다.
    그창은챙이달려있어비가들이치지않거든요.ㅎ
    번개가하늘을순간밝히고지나갔습니다.
    천둥소리도들려옵니다.^^   

  2. 벤조

    2013년 7월 7일 at 7:08 오후

    아,여기도오란비가오네요.
    일단수풀에닿으니그요란함을잘모르겠어요.
    강약을조절하는그감각도탁월하고…
       

  3. 참나무.

    2013년 7월 7일 at 10:30 오후

    …오래전…작가한수산의그비애도어린시절죽은누이였다지요…
    이판국에누이야~~황동규시인시월은왜또…;;
    (아기기다리는시간급해서…)   

  4. 푸나무

    2013년 7월 8일 at 2:51 오후

    전에유령작가라는영화를보는데
    온통유리로된집이엇어요.
    비가내리니…바로몸에내리는것처럼보이더군요.
    아좋겟다….
    서재두좋아보이십니다.
    비오는데문을열수있는서재라면….   

  5. 푸나무

    2013년 7월 8일 at 2:53 오후

    올해오란비는방정맞기이를데없습니다.
    무슨장난을치는건지
    사납게내렷다금방개었다….
    조금씩내렸다.바람불었다.
    세상,아니사람흉내네는것일까요?   

  6. 푸나무

    2013년 7월 8일 at 2:54 오후

    기억력좋으신참나무님….
    연상도
    상상도풍성하시니….
    ….
    저두참나무님만…..하면좋겟습니다.   

  7. 騎士

    2013년 7월 8일 at 9:16 오후

    이제당신이그립지않죠
    보고싶은마음도없죠
    사랑한것도잊혀가지요
    조용히—

    알수없는건그런내맘이
    비가오면눈물이나요
    아주오래전당신이떠날때
    그날처럼—-

    이젠괜찮은데사랑따윈잊었는데
    바보같이난눈물이나요

    다신안올텐데
    잊지못한내가싫은데
    언제까지내맘아플까?

    이젠괜찮은데사랑따윈잊었는데
    바보같이난눈물이나요

    (유행가가사)

    너무멜랑꼬리한글입니다
    괜스리나꺼정거시기해지는구먼유…
    비가자꾸와서장사안돼죽것구먼유…
    감기조심하세유
    Longrainseason말이유   

  8. 노당큰형부

    2013년 7월 8일 at 9:25 오후

    장마에불어난도랑물
    탁류의힘찬흐름이귀와눈에선합니다.

    그물살에흘러간슬픈기억은
    지워지지않을겁니다.

       

  9. 푸나무

    2013년 7월 9일 at 12:16 오전

    노당님
    혹시그기억은
    런닝셔츠에배인황톳물같을지도모르겟네요.
    눅눅한장마철건강하게지내시길요.

       

  10. 푸나무

    2013년 7월 9일 at 12:20 오전

    아….기사님은역시나와통하는게ㅋㅋ

    저노래제가
    노래방가서부를수있는몇노래중하나인데…
    라디오스타에서
    박중훈이괜찮게나왔어요.

    충주댐물도빵빵하게차오르겠네요.

    근데저노래가사..말예요.
    외워서적으신거예요.
    퍼오신거예요?.
       

  11. 騎士

    2013년 7월 9일 at 9:42 오전

    그거가사가생각이안나서다틀렸어요
    그리구생각나는처음과끝부분만썼어요
    그나마도아마도다틀렸을거예요
    나도그노래좋아는하는데가사는늘까먹어요
    J와충주한번가기로했어요
    충주호변의경치감상과월악산국립공원의경치감상이
    그림그리는데도움이될가하구요
    어릴때비가하루동일오는장마철에는
    방바닥에귀를대고있으면
    궁궁궁궁하는소리가들렸어요
    그래서나는그게아주커다란지렁이가
    땅속을기어가는소리라고생각했어요   

  12. 푸나무

    2013년 7월 9일 at 11:17 오전

    아니그렇게귀여운시절이정말있으셨던거예요.?

    방바닥에귀를기울이며소리를듣는아이.
    궁궁거리는
    소리를지렁이움직임으로풀이하는..

    순수아니고서는
    해결할방법이없는
    방정식이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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