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라고 떠나보내고 싶다고

탈출이란340페이지정도되는소설..

그때쓰지못한일기라는부제가붙은책을읽었다.

읽고싶어읽은책은아니었다.

어느분이읽고책에대해이야기해달라고한지가꽤나시간이많이흘렀다.

당연히자신이돈을내서만든책이다.

제목이나생김새부터늙은?태가여실하여

아마도나라면돈주고사지않을그런책이었다.

책은새내기이면서저자처럼나이를먹은채세상에투하되는가,

아니면저자가나이든분이시라

출판사도오래된….그래서인가.

두세번독촉을받았고..숙제해야지하다가어제읽기시작했다.

첫챕터의문장은평생글을써온분답게좋았다.

괜찮네……그런데본격적인글이시작하자말자

시점의차이가눈에보이기시작했다.

일기인지소설인지….

일기와소설의장르는바다와강처럼멀다.

그런데그둘이섞어흐르니좋은소재임에도불구하고

그작은차이에갇혀글은답답하게흘렀다.

물론그분께해줄말도머릿속에서정리가되었다.

소재는재미나는데사소하다면사소하달수있는틀이글의흐름을방해한다.

일기라고했으나어차피일기는아닐터

일기를빙자한소설인데마치일기같았다.

그것도사건의나열을기록하는,

소재가주제가될수없듯이

사건의나열이소설이라는특수한자리를차고앉을수있을까,

물론좀더아니상당히완곡해야만하겠지만

모네의루앙성당에대한이야기를비유적으로해주면어떨까싶다.

같은소재인데도전혀다르게나타나는

그섬세한베리에이션,관찰,표현,

같은소재를그토록한도없이전혀다른작품으로그려내는

그의치열함은차치하고라도.

다른사람이지니지못한빛에대한특유의집착과

공기의흐름까지예의주시했다는대목에는

그림은도무지얼마나섬세해야그림이될수있을것인가…..

그러니까어쩌면

모든표현되어진작품들은결국누가누가더섬세한가…..

섬세의겨누기,그일합일지도모른다.

그림만일까,

모든예술품들역시그러하지않겠는가.

아마도그는자신이경험한혹은그아버지가경험한이야기를

평생가슴속에품엇을것이다..

아무나경험치못할

어쩌면특수한시대적상황,

그시대가부여한특별한삶의신산한꺼리들,

그의마음속에서평생을요동쳤을,

.

결국그틀이정교하지못하면,

표현이세련되지못하면

감동을주는버무림이없으면글은

글이아닐수도있다는것,

마지막한방울참기름이나물무침의대미를장식하듯,

조화롭지못하면바로곁의타인에게도스며들지못한다는것,

글을써야하는이유이기도하고

글을쓰지말아야하는이유도될것이다.

어젠

그래선지아주잘쓴소설이읽고싶었다.

밤기운서늘한데도서관에갔다.

천천히걸어도십분이채안걸릴거리에있는도서관은언제나숲향이풍긴다.

도서관뒤로자그마한숲이있어서이다.

나무들의향과어우러진책의냄새는….

그렇다고하여거기에도일상의누추함없겠는가.

부모들은공부할거라….믿고있을그시간에

자귀나무아래

두아이는내가도서관에들어갈때도거기앉아있더니

두시간여가훌쩍지난시간에도여전히거기에앉아있었다.

걸어다녀도모기가다가온것같던데..쟤들은모기도안무나……

칠월의밤공기속으로거짓의누추함을그아이들내뿜고있었다.

로비에는씻지않는남자냄새가신문냄새와함께흐른다.

남자들은특히중년노년의남자들은왜그렇게열심히신문을읽는것일까,

로비에서신문을읽고있는여자를본기억이별로없다.

여성남성의차이를나누는것을나는매우시시하게여기지만

그래도굳이그차이에대해변증하고싶거든,

도서관로비

신문을볼수있는곳을취재하거나추론하여글을쓴다면

상당히명확한관점이제시되지않을까,

책의향이짙어열람실에는꽤많은사람들이있음에도불구하고

언제나책의냄새가우선한다.

새책과묵은책의냄새가뒤섞여있는,

육보다지가승한곳이다.

아무렴,

내가도서관을좋아하는이유이기도하다.

누가뭐래도

나는그냄새가아주많은돈을들여산비싼향수보다

더고급하고견고하다는데에손을들겠다.

문학계간지를골라갓쓴따끈한시도읽고

단편소설도몇편읽었다.

시야그짧은양속에서많은것을담으려면

시인만의어떤장소가

설령독자에게이해되지않을지라도필요할것이다,

이해불가도이해한다는뜻,

그러나그보다는좀더루즈한서사는어떤가.

시적인변환을취하지않으면서

시자리는그저시에게주라!

시적인척….얼머부리는묘사아닌가….

젊은작가의글을읽고난후든생각이다.

책은그렇다쳐도

삶도섬세해야하는가

루앙성당을모네가그리늣..

삶도그렇게치열해야하는가,

남에게무엇인가를보낼수있을때만의미가있는것인가.

내삶은너무투박한거…아닌가.

열시에문닫는다고해서

부라부랴눈에띄는대로책다섯권을빌렸다.

자귀나무아래그아이들은여전히서로를아주열심히바라보고있었고

이리와이제우리같아자자….

서로몸을붙이고있는이파리….

.합환수….

자귀나무를올려다보았다.

나무사이로보이는밤하늘….

어젠

달두별두보이지않았다..

8 Comments

  1. 士雄

    2013년 8월 1일 at 12:46 오전

    한세대가다흐르기도전에아예잊히는것들이
    대부분이지요.
    극히글소수가남아서그들이살았던시대를조명해줄겁니다.
    앞으로는기계가소설을쓰고음악을작곡할는지도모르지요.
    뛰어난천재가아니고는사람들의문장과음악은기계만도못할지도모릅니다.ㅎㅎ   

  2. 푸나무

    2013년 8월 1일 at 1:51 오전

    맞아요.아마이분께서도아버지때
    묵은기억들이많으신가봐요.
    거기다그기억들이
    지금우리로서는상상할수도없는험하고아픈일들이라….

    음악은벌써그런부분이있는데
    문장도그럴수있겠네요   

  3. 인회

    2013년 8월 1일 at 1:59 오전

    저는아주못되고고정관념에박힌것중에하나가저보다나이가어린사람이쓴책은잘안읽어지더라구요.
    어느때
    대하소설에미쳐서여러질을읽고부터는단행본소설이시시해지는느낌을받았어요.

    전에읽었던대하소설중에아리랑을다시읽고있어요.
    요즘역사교육이다뭐다해서..
    다시들춰읽고있는데..
    또색다른느낌이다가오네요..

    도서관을가는여유…부럽습니다.
       

  4. 산성

    2013년 8월 1일 at 9:41 오전

    그냥가라고
    떠나보내고싶다고…
    이한줄만으로도그득해지는심사.

    특수한시대적상황이책의내용?
    그냥짐작해봅니다만
    뭐슬읽었는지를몰라서아래위로움직여보다가
    그만딱멈추게되는한말씀.
    그런데난아무래도
    노년의남자가되어가고있는것같아…
    신문을너무열심히읽으니말이오^^

       

  5. 말그미

    2013년 8월 1일 at 5:22 오후

    상당히인내심이필요했겠어요,340페이지나…

    묵은책냄새.어떤향수보다고급한냄새.
    글을좋아하는사람이나느낄수있는냄새지요.
    역시푸나무님,선비냄새나는멋쟁이.
       

  6. 푸나무

    2013년 8월 2일 at 2:22 오후

    인회님말씀…이해가요.
    저두작가들보면…
    일단나이검색하거든요.ㅎ

    근데이제나이가많아지니
    저보다더절믄작가들이훨더많던걸요.

    아리랑,,
    우리집에도조르르꽃혀잇긴한데
    다시읽어질까는….,
    여행다니시랴
    사진찍으시랴..
    글까지….
    언제인회님여행한번따라가봤으면….백두산몽골…ㅎㅎ   

  7. 푸나무

    2013년 8월 2일 at 2:27 오후

    해방막되어서…
    중국에살던…아부지
    고향으로돌아오고
    다시이념문제.불거지고…
    우리나라의역사가고스란히그집안에있더군요.

    근데산성님너무웃기신다.
    노년의남자요…
    그게약간다른것같아요.
    신문읽기….에는
    우린그저한두개읽고말잖아요.
    산성님은안그러신가?
    근데도서관에와서신문보는냥반들…
    신문류를다본다는거죠.
    그것도서서….

    설마산성님도서관에가서서서신문읽으시는거아니죠?
    그자리즈음에는냄새도좀나요.

    ㅋㅋ괜찮으시오?   

  8. 푸나무

    2013년 8월 2일 at 2:29 오후

    말그미님
    선비냄새요….
    설마그것도서관에서나는
    안씻는남자냄새는아니겠지요?
    하하,
    과찬에농담한번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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