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으로 날 여기시오?
BY 푸나무 ON 9. 8, 2013
가을이오기는했다마는
무슨섬돌이라고
내책상아래서
소리를내고있는귀뚜라미야.
네맑은음악
네깨끗한소리
그다지도열심히
그침없이오래오래
내귀에퍼부어
귓속에
마르지않는샘물을
세상에서제일맑은샘물을
솟아나게하고있는
귀뚜라미야.
지난여름의내게으름과
게으르기쉬운정신을일깨우는
17밀리미터작은몸의
날개에서울려내는
너의소리는,예컨대
저모든종교라는것들의경전들을
다합해도도무지
그근처에도가지못할
말씀이시다실솔(蟋蟀)이여.
내가알아들을때까지
(실은들리자마자알아들었거니와)
열심히,의도한듯열심히.
내귀에퍼부어
내가슴을
세상제일맑은샘물의
발원지로만들고있는
실솔이여.//찬미귀뚜라미/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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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딱딱하고가팔랐으며다리는무거웠다.
그럼에도오랜만이라선지
설렘…
조금아주조금이긴하지만약간의울컥함..
그러니까오랜만에만난情人과의해후같더라는것,..
몸이야여전히무겁고힘들지만
이런느낌들이몸을아주가뿐이이기더라는것,
다리의투덜거림정도야아주가볍게무시할수있더라는것,
소소하지만내가나를이기는일도된다는것,
북한산숨은벽은평일에는별로사람이없는산길이다.
더군다나산을오르기에는어중간한시간…열두시가넘은시간이었으니
종일스쳐지나가는몇사람만난게전부다.
사람없는산은묵묵하지만유별스레다정하다.
길도그렇다
자드락길지나된비알이많은
얼핏보면아주사나운길들인데
사람없으면
부드러워
한줄기바람이다가온다.
그서늘함.
그청랑함
그청신함…..
바람아네정체는무엇인가…
가을산에부는바람은봄바람과궤를달리한다.
봄바람이야…
그속에품고있는게너무많다.보아야할것만져야할것도
하다못해갓돋아난새싹들에게줄영양제도담고있어야한다.
봄바람은한가할겨를없는반반한계집의가슴속같기도하다.
도무지안온치가않아.
점잖은사람쉬끼어들기어렵다.
초가을바람은
비어있다.
다태우고
다내보내버린서늘한빈가슴이다.
남은일이라고는겨우
이별해야할나뭇잎들….
가볍게져내리라고…
그저남은유일한기운으로
길잃은나그네처럼
길찾는나그네처럼여기저기산을헤매는중이다.
키워왔던나뭇잎말려주려고
나뭇잎가볍게하기위해
훠이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