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으로 날 여기시오?

가을이오기는했다마는

무슨섬돌이라고

내책상아래서

소리를내고있는귀뚜라미야.

네맑은음악

네깨끗한소리

그다지도열심히

그침없이오래오래

내귀에퍼부어

귓속에

마르지않는샘물을

세상에서제일맑은샘물을

솟아나게하고있는

귀뚜라미야.

지난여름의내게으름과

게으르기쉬운정신을일깨우는

17밀리미터작은몸의

날개에서울려내는

너의소리는,예컨대

저모든종교라는것들의경전들을

다합해도도무지

그근처에도가지못할

말씀이시다실솔(蟋蟀)이여.

내가알아들을때까지

(실은들리자마자알아들었거니와)

열심히,의도한듯열심히.

내귀에퍼부어

내가슴을

세상제일맑은샘물의

발원지로만들고있는

실솔이여.//찬미귀뚜라미/정현종

***********

산길은딱딱하고가팔랐으며다리는무거웠다.

그럼에도오랜만이라선지

설렘

조금아주조금이긴하지만약간의울컥함..

그러니까오랜만에만난情人과의해후같더라는것,..

몸이야여전히무겁고힘들지만

이런느낌들이몸을아주가뿐이이기더라는것,

다리의투덜거림정도야아주가볍게무시할수있더라는것,

소소하지만내가나를이기는일도된다는것,

북한산숨은벽은평일에는별로사람이없는산길이다.

더군다나산을오르기에는어중간한시간열두시가넘은시간이었으니

종일스쳐지나가는몇사람만난게전부다.

사람없는산은묵묵하지만유별스레다정하다.

길도그렇다

자드락길지나된비알이많은

얼핏보면아주사나운길들인데

사람없으면

부드러워

한줄기바람이다가온다.

그서늘함.

그청랑함

그청신함…..

바람아네정체는무엇인가

가을산에부는바람은봄바람과궤를달리한다.

봄바람이야

그속에품고있는게너무많다.보아야할것만져야할것도

하다못해갓돋아난새싹들에게줄영양제도담고있어야한다.

봄바람은한가할겨를없는반반한계집의가슴속같기도하다.

도무지안온치가않아.

점잖은사람쉬끼어들기어렵다.

초가을바람은

비어있다.

다태우고

다내보내버린서늘한빈가슴이다.

남은일이라고는겨우

이별해야할나뭇잎들….

가볍게져내리라고

그저남은유일한기운으로

길잃은나그네처럼

길찾는나그네처럼여기저기산을헤매는중이다.

키워왔던나뭇잎말려주려고

나뭇잎가볍게하기위해

훠이훠이

다니다가

나뭇잎인가….

나뭇잎으로날여겨

내게다가오는바람.

저소나무그늘에앉아서

백운대와숨은벽인수봉을한참바라보았다.

저건너백운대줄기아래

그리고소나무아래

바위아래

까지…

보이던날이었다.

상장능선은손에닿을것처럼지척인듯선명했고

그산길너머오봉은

언제나아스라하게보였는데

오늘

잘생긴남자의굵은눈썹처럼

짙고싱그럽고또렷했다.

그리고그뒤…

셀수없이이어지는

섞이는혹은홀로흐르는

산그리메들….

한강물은

은빛으로

한줄기길이되어빛나고있었다.

햇살은

마치하늘속이라도보여주려는양.

푸르게부시고

투명하다.

산속이그렇게환히눈부시게속살을드러내는것

처음이었을까…

시인의염원처럼

맑은물

발원지

내가슴.혹되었을지….

숨은벽을다걷고

밤골로낼려갈까망서리다

다시뒤돌아서오던길걸었다.

어두운골보다는하늘아래길이더좋았기때문이다.

다시또그소나무자리에

한참을앉아있었다.

사람아무도없는산능선바위위….

요란하게헬기가다가왓다.

밤골골짜기에서연기가피어올랐다.

불이났나…

순간적으로든생각….

나중에생각해보니연막탄이었다.

주황색옷을입은대원이헬기에서내리고

다시저어리한바퀴돌고온헬기에서침대비슷한것이내려졌다.

아마도헬기는한군데에떠잇기는어려운건지

다시먼데를돌다가다가와서

침대을실고대원도실고떠나갓다.

산아래는

이름도괴상한며느리…운운의고마리꽃과거의흡사한…..꽃

가시세운가지에피어나있고

잉크귀하던시절

짓이겨져청마의글이되었던

짙은청색의달개비꽃도한창이다.

초가을의서기가충만하던날

세상이온통투명하니

더불어투명해졌을까,

***

스마트폰으로찍은사진…

한계가엿보이지만그래도어딘가그가벼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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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물위애 달가듯

    2013년 9월 8일 at 11:47 오전

    사진으로시원한갈바람흠뻑마시며
    곁드려삼각산등산제대로잘했습니다
    하루의산행이삭신이노근하실만큼먼길걸으셨건만
    비록사진으로보지만
    가뿐숨소리들으며더불어잘다녀온듯합니다   

  2. 凸凸峯

    2013년 9월 8일 at 1:35 오후

    오랫만에백운대모습을봅니다.
    가을나뭇잎에서제모습도봅니다.
    구뚜라미가내귀청이뚫어져라
    이명소리를질어대더니….벌써
    가을입니다.
       

  3. 쥴리아스

    2013년 9월 8일 at 1:49 오후

    무슨좋은일이라도?아님가을의산행이라서?낙엽님…지송..ㅋ   

  4. 소리울

    2013년 9월 9일 at 12:29 오전

    산이산수화같습니다.스마트폰이라더그런것같군요.
    청초함이돋보이는맨아래꽃들…
    혼자산행을하십니까?
    좋아보입니다.가을산행   

  5. 말그미

    2013년 9월 9일 at 12:36 오후

    스마트폰으로찍은사진이저리또렷하니…
    섬세한푸나무님감정선에닿았나봅니다.
    스부날가량나부대다문득돌아보니끔찍한폭염이사라졌어요.

    멋진가을맘껏만끽하셔요.
       

  6. 八月花

    2013년 9월 9일 at 4:37 오후

    사진을정말로잘찍으십니다그랴…
       

  7. 士雄

    2013년 9월 10일 at 1:32 오전

    백운대삼각산자주오르던산인데
    이제는이렇게사진으로만보게됩니다.
    북한산근처에오래살았었습니다.^^   

  8. 조르바

    2013년 9월 14일 at 12:58 오후

    음악도바람처럼살랑살랑울렁울렁~

    푸나무님바람비유도아주재밌고좋구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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