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에 쓰는 편지

生은거의드라이합니다.

가뭄같은거죠.

먼지가폴폴날리고여기저기푸석거립니다.

더군다나올해는장마가적어도중부지방에는오란비조차사라지고없습니다.

사실작년겨울에는눈도거의없었죠.

눈없는겨울은황무했습니다.

제컴의즐겨찾기맨위의날씨를클릭하면

촌스러운해동그라미에여러개의뿔을매단노랑색…..이며칠뒤까지온통그려져있어

겨울맞는거야?

혼잣말을한적도있었습니다.

하얀눈이나풀거리거나

혹은함박눈처럼깊고우아하게내리거나눈은

우리의갈한심령을적셔주는권위있는정서입니다.

마치풍성한눈이내년의풍년을기원하듯이

겨울날눈은겨울나기를위한….사람에게

풍성한감흥을줄따뜻한차같은걸거예요.

두손으로밭쳐든동그마한차한잔

손에는따뜻함이전해오고코에는향긋한향기가스며들죠

그리고목젖을타고내려가는그정깊은운률.

눈을바라보며마시는차한잔이그렇더라구요.

박다죠.

가장소박한차혼자마시는차….

아니눈과함께마시는차말이죠.

촉촉함없이그저건조하기만하던겨울이가고

봄이다가오더군요.

하지만봄이면운무가득히깔고오시던

나즉하고그윽하게내리던봄비도귀하구귀하더군요.

오죽하면언젠가봄비촉촉이내리던날

잠을자고싶지않았을까요.

빗소리를들으노라.

거실창가에서기대어앉아책을읽기도했었죠.

그대께서도아시겠지만비를지극히사랑하는

비를마치하늘의은총처럼생각하는저에겐지루한봄날이었습니다.

꽃이피어도

꽃을보며감탄하면서도

제겐아주지루한봄날이었어요.

백년동안의고독에서마콘도에무지무지한우기가시작되죠.

비가도무지그치지를않아누워있던우르슬라의등에서는

고물거리는벌레가생겨나고

그래도비오는마콘도를상상하는내겐

그무성한열대림…..속에거침없이쏴아아내리는비는

환상적이고아름답기만했습니다.

매해유월하순즈음이면우기가시작되죠.

우기….장마…..오란비….

셋다전혀다른어감의언어들이지만

비를품고있는저단어들은제겐참으로서정적인풍경같은단어들입니다.

우기인데

장맛철인데

오란비오실땐데

그러나어디에도지금보이지않습니다.

강화에는저수지가많습니다.

아마섬이라서새어나가는빗물을가둬놓을수밖에없었을거예요.

저수지의물은갇혀있어도굉장히고즈넉하고편안해보이죠.

어디론가무작정흐르는물도아름답지만

고여있는물도아름답죠.

아마수많은사람들을지켜주는생명수라서….

강화를지나가다저수지가보이면잠시들어서서나를들여다보듯

들여다보곤하는데….

며칠전강화의작은저수지들은그바닥을들어내고있더군요.

바닥을들어낸,

사람만형편없는게아니더라구요

바닥을들어낸,

저수지도형편없었어요.

물이찰랑이며고여있던그윽한모습은사라지고

거칠고음산한갈라진땅..마른풀들….

사람이건조하지않아야할이유를저수지바닥이

확연히알려주고있던걸요.

칠월입니다.

한해의반이훌쩍넘어가고

소나무아래원추리는커다란키로인해

듬성거리는꽃대로인해

다른꽃에없는공간을품고잇습니다.

공간을여백으로피어나있다고나할까요.

원추리가근심을잊게한다구요.

그아름다움으로

그러나실제원추리는그닥아름답지도않고

아각시원추리는조금….

근심을잊게하지는더더욱않아요.

그저그렇게생각하게해요.

아이제정말여름이구나

아니여름이깊었구나…..

그런탄식사이로근심이혹흘러가는걸까요?

삶의고통은마음을사막으로만드는것같아요.

소소한일거리들

풀리지않는것들

뒤돌아서서그냥걷게하고싶은것들

내일은아니지만

내일처럼여겨지는황페한일그일뒤의사람들

여일하게평소처럼생활하고먹고마시고이야기하지만

언니의아픔은

생에대한,

내힘으로는아무것도할수없다는깊은무력감을안겨다줘요.

긴투병의시간

그리고그끝은어떨까……

내일일을미리가져다가염려하지말라고,

오늘일은오늘에족하다고도생각하며마음을다스리기도하지만….

연민은….

가시가되기도하더군요.

칠월은우기이고

장마철

오란비시간인데

한해필요한비의상당부분이이철에내려줘야하는데

장맛비내리시면

먼지푸석거리는내맘에도그빗줄기내리실라

생이라는드라이한화분을적셔줄

단비실라

그대처럼

그저멀기만하군요.

18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7월 4일 at 2:47 오전

    어느새한해의반이가버리고7월이네요.
    청포도가익어간다는7월,모두에게건강한
    달이되었으면합니다.   

  2. Anne

    2014년 7월 4일 at 3:31 오전

    쑥?인가요?
    절묘한캐치,감각적인사진배치….
    시작부터
    색은있으나수묵화같은느낌을보여주면서
    글(편지?)또한수묵화같습니다.
    7월인데….
    기화요초,녹음우거진7월인데…
       

  3. 조르바

    2014년 7월 4일 at 4:00 오전

    점심시간에모처럼스피커를켜고글을읽었어요
    가을을남기고떠난사람장마비처럼흐르네요…^^
    벌써칠월이라니…ㅠ   

  4. 인회

    2014년 7월 4일 at 6:17 오전

    그러게요…제게도오란비가필요한시간이예요.

    그오란비가그치고나야…
    내가계획한그곳에갈때…
    예쁘게푸른하늘을기대하고있는데…너무이기적인가요?

    갈라진담벼락?에보여준생명력에늘겸손해지지요.

       

  5. trio

    2014년 7월 4일 at 10:14 오전

    벌써가을노래인가요?ㅎㅎ
    사계절이뚜렷한서울이그럴진대
    이곳남가주야얼마나드라이하겠어요.
    비도눈도거의없는곳이니…
    뜨거운태양만…그래서집에있을때는
    커텐을다내리고살고있답니다.ㅋㅋ
    동해인지서해인지…어디쯤인지바닷가풍경이너무멋지네요.
       

  6. 쥴리아스

    2014년 7월 4일 at 1:05 오후

    생이드라이하신가요?너무웻해서걱정인데…앞이안보이니보려고노력해야하고뒤도돌아봐야하고옆을기웃거리기도해야하고위를바라며아래로고꾸라지기도하고,이어찌wet하지않은가요?그래도더듬거리가다도뭔가잡힐수있다는그우연적실재…그게인생의재미??뭐그런것같습니다..ㅋ   

  7. 소리울

    2014년 7월 5일 at 11:53 오전

    여긴촉촉히비가내리네요.
    그렇지만너무나공감가는드라이한삶의길
    저를나무라는것같이도…   

  8. 말그미

    2014년 7월 5일 at 5:02 오후

    여행은약속을했으니엄벙덤벙다녀왔고
    4월이후메마르다못해잔인했습니다.
    감당못할일로많이허우적거렸습니다.
    에고참~

    언니때문에더욱심란하고마음아프실듯,
    속히쾌차하시길바랍니다.
       

  9.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05 오전

    데레사님도꼭건강하시게칠월보내셔요.
    청포도와그냥포도,,,
    둘다어릴때는초록포도….ㅎㅎ
    칠월오나햇더니
    벌서상순이지나갑니다.다….ㅠㅠ
       

  10.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09 오전

    앤님,칠월부산은어떤가요?
    여기보다더덥고
    더여름다운곳,,,
    그래도왠지여름이면가고싶은곳…
    언젠가부산도가서여기저기걸어봐야지….합니다,
    아앤님과커피두한잔마시구요.ㅎㅎ   

  11.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14 오전

    조르바님
    정말시간에바퀴달렸나요?
    아니면제트엔진?
    그곳은장맛비와요?
    나는장맛비상사병에걸렸습니다.
    이번주도십일이내에울동네는비소식없어요.ㅠㅠ   

  12.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15 오전

    인회님또어디가시려구요…..
    뒤딸라가기는커녕

    포스팅이해하기도힘들어요..하하
    그래도기대합니다.
    어디이쁜데….ㅋ~   

  13.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19 오전

    트리오님정말거기는더덥겠네요.
    여기도이젠에어컨없이는….
    힘들어요.
    우리어릴때는부채로만..
    후텁한여름속에서
    별로땀도흘리지않고…
    사진은서해안..볼음도에요.
    아니볼음도선착장에서바라본섬..
    작아서아차하면스쳐지나간다해서아차도라던가…   

  14.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22 오전

    쥴님웻하신가요?
    그렇다면아직괜찮은거죠.
    아니면
    아직쥴님께서철이안들었다거나..ㅎㅎ

    나이들어
    사방데주위사람들을면밀히살펴보노라면
    생의길이사막길이구나….
    그렇게이젠생각이들어오던데요.
    아아직젊으셔서?ㅋㅋ   

  15.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23 오전

    화요일은엄마모시고언니한테가봐야겠어요.
    아무래도장기전이죠.
    소망ㅇ르높은분께서풍성하게주시길
    그래서잘견뎌내길언제나기도한답니다.
    말그니님도어려운일있으셧구나…   

  16. 푸나무

    2014년 7월 7일 at 1:24 오전

    소리울님
    역시…
    그렇죠….
    그래도아래쪽으로는가끔비오시던걸요….
    비내리는바닷가….
    생각만으로도좋아요   

  17. 산성

    2014년 7월 9일 at 2:27 오전

    생이드라이하다시는데
    글도음악도촉촉하기만하구만요.
    ‘거의’란단서를붙여두시기는했지만요.
    지금쯤은언니문병가계시겠네합니다.
    기도처럼
    언니병환에도마음에도차도가있기를바랍니다.

    그리고가신김에그유모씨좀잡아보셔요.
    몸도아픈데마음까지산란스러우니..
    포상금받으면화덕피자사시오.
    지은죄는이미알고계시리니.흠.

    잘다녀오셔요~

       

  18. 푸나무

    2014년 7월 9일 at 8:17 오전

    유모씨잡으면부자될텐데…ㅎㅎ
    울작은오빠가
    요즈음염색을잘안해요
    그리고약간웨이브진머리를하고다니니
    사람들이유병언닮앗다고하더래요.
    요즈음어디가면오래쳐다보는사람이늘었다구요.ㅎㅎ
    인제다나신거예욤?

    화덕피자나.
    맛나는밥이나…
    잘두흘러갑니다.마치세월처럼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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