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서리
BY 푸나무 ON 7. 9, 2014
서바수숲길을걸을때
드문드문폐가를보았다.
시들어가는집과는비교할수도없이
폐가앞의혹은뒤의텃밭들은싱싱한생명의향기로가득했다.
창문이뜯겨나고대나무문살이찢겨지고
두툼하게입혀져있던황토가엿보이고…
너무(?)무성한식물을살짝비껴가듯
폐가의그늘속으로들어선다.
작은방과부엌그리고외양간을들여다보며
그곳에서아주따뜻하게살았을모르는사람들을떠올린다.
앞서간옛사람은볼수가없고
뒤에올후인도볼수가없네.
천지의아득함을생각노라면
나홀로구슬퍼눈물흐른다.
前不見古人,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獨愴然而涕下.
위대한고독자의근심이요눈물이아닌가!(진자양저정민역)
위대한고독자가되지못해선지
구슬픈눈물까지는아니로되
폐가주변을기웃거리며
사라져간…그들을
그리고이내사라져갈나를생각했다.
집은이미사위어졌는데
집앞의밭들은어쩌면그렇게참하고정갈하게가꾸어져있는지…
산간지대라옥수수가많았다.
자로잰듯그마마하게자라나있고
고추와콩들…아직수확하지않는감자는
꽃이사라진여름들판의아름다운꽃이었다.
그리고도라지밭….을보았다.
그도라지밭은
길보다약간위에있었다.
그러니약간역광의자리에서도라지밭을올려다보았는데.
꽃은몇송이피어나있기도하고머금고있는송이들은크고작고…
사실도라지꽃이야청순하기이를데없는것을,
기다란키휘청거리는몸매에살짝얹어
맑은홑겹으로피어나있는보랏빛흰빛의도라지꽃은
시원한듯수줍은듯아름다운듯처연한듯….
꽃이피면그저꽃만보이는데….
그가느다란몸피에서돋아난가느다란이파리들이보였다.
촘촘한그사이로햇살이…빛이….스며들며
그빛이만들어내는형형의형태,
형태와함께어우러지는질감….
그러니까…도라지꽃대가지닌….그이파리들이지닌
도라지만의마티에르에…
빛이라는무형의마티에르가입혀지는순간을보았다고나할까,
아마도그둘이순간화합했을까?
분명빛이지니지못한도톰한질감이…
도라지이파리위에보이더라는것,
순간에만열리는어떤지대,어떤곳,어떤형상,……들.
마치무한대의무엇을살짝엿본것같은그런느낌,
혹시이런갈래들을
모네는바라보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