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서리

서바수숲길을걸을때

드문드문폐가를보았다.

시들어가는집과는비교할수도없이

폐가앞의혹은뒤의텃밭들은싱싱한생명의향기로가득했다.

창문이뜯겨나고대나무문살이찢겨지고

두툼하게입혀져있던황토가엿보이고

너무(?)무성한식물을살짝비껴가듯

폐가의그늘속으로들어선다.

작은방과부엌그리고외양간을들여다보며

그곳에서아주따뜻하게살았을모르는사람들을떠올린다.

앞서간옛사람은볼수가없고

뒤에올후인도볼수가없네.

천지의아득함을생각노라면

나홀로구슬퍼눈물흐른다.

前不見古人,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獨愴然而涕下.

위대한고독자의근심이요눈물이아닌가!(진자양저정민역)

위대한고독자가되지못해선지

구슬픈눈물까지는아니로되

폐가주변을기웃거리며

사라져간그들을

그리고이내사라져갈나를생각했다.

집은이미사위어졌는데

집앞의밭들은어쩌면그렇게참하고정갈하게가꾸어져있는지

산간지대라옥수수가많았다.

자로잰듯그마마하게자라나있고

고추와콩들아직수확하지않는감자는

꽃이사라진여름들판의아름다운꽃이었다.

그리고도라지밭….을보았다.

그도라지밭은

길보다약간위에있었다.

그러니약간역광의자리에서도라지밭을올려다보았는데.

꽃은몇송이피어나있기도하고머금고있는송이들은크고작고

사실도라지꽃이야청순하기이를데없는것을,

기다란키휘청거리는몸매에살짝얹어

맑은홑겹으로피어나있는보랏빛흰빛의도라지꽃은

시원한듯수줍은듯아름다운듯처연한듯….

꽃이피면그저꽃만보이는데….

그가느다란몸피에서돋아난가느다란이파리들이보였다.

촘촘한그사이로햇살이빛이….스며들며

그빛이만들어내는형형의형태,

형태와함께어우러지는질감….

그러니까도라지꽃대가지닌….그이파리들이지닌

도라지만의마티에르에

빛이라는무형의마티에르가입혀지는순간을보았다고나할까,

아마도그둘이순간화합했을까?

분명빛이지니지못한도톰한질감이

도라지이파리위에보이더라는것,

순간에만열리는어떤지대,어떤곳,어떤형상,…….

마치무한대의무엇을살짝엿본것같은그런느낌,

혹시이런갈래들을

모네는바라보았고..

그것을그리기위하여

그는날마다

그렇게성당앞에서있었던것일까,

지난주에는두번째오르세젼을갔다.

입구에있던

모네의<서리>는처음에도좋았고두번째볼때는더좋았다..

연한푸른빛연한분홍빛연한노란빛

그연함들이빚어내는흼.

눈보다더차가운

눈보다더흰하얀서리를

연함으로묘파해낸그림

그러니까아마도모네는

포플러나무위의서리

그희디흰것속에깃들어가는섬광을,

그섬광이흰서리를싸안을때그순간을보았을것이다.

내가도라지밭아래서도라지들사이로….

빛과바람과가느다란이파리들이순간에이루어낸향연….

그들만의소통회화….

아주잠시내눈에보인것처럼,

모네는서리에와닿는빛의순간을

보통사람눈에는

그저희게만보이는서리를

찰라마다달라지는수많은결을

흔들리는시선을

흔들리는빛을

흔들리는바람을

흔들리는공기들

그수많은것들의흔들거림이

존재들에와닿을때순식간에파생되는

오만가지의것들이빚어내는형상

셀수없는무수한흼!

을저수많은붓질로

<찾아냈을>것이다..

그게어찌그리는일일까.

아마도찾아내는일이리.

돌속에깃든형상을찾아내는일이조각처럼,

사람이만든철과자연의돌을적당한자리에놓아두고

그사이에혹은그주변에숨겨둔

이우환의보물찾기처럼…..

나와함께뒤쳐져서걷던나보다젊은사십대초반의젊은아줌마는….

원세상에

이제막피려고잔뜩부풀어있는

도라지꽃..두개를툭터트렸다.

보기만하면터트리고싶단다.

아프다는듯,

싫다는듯

도리지꽃이포옥소리를내며톡벌어졌다.

허참

매미의우화가하도힘들어보여서

관찰하는이가대신도와주면

제대로날지를못한다고합디다.

같은이야기인데….

그냥속으로만그랬다...

20 Comments

  1. Anne

    2014년 7월 9일 at 8:19 오전

    아름다운글입니다.
    난한번도그리생각해보지못했는데
    그걸터뜨리다니….
    세상엔온갖종류의인간들이살아요.   

  2. 푸나무

    2014년 7월 9일 at 8:23 오전

    그죠,앤님.
    저두놀랬어요.
    도라지꽃열리는소리가제법나더라니까요.

    도라지꽃,
    그리고햇살.
    모네의빛…..이
    도라지꽃을볼때는제법훌륭하게역어졌는데
    글은그순간에현저히못미치는군요.

    부산도더우시죠.
    이곳은오늘소나기한줄금했습니다.
    부억일하며내내바라보았어요.
    오랜만의비……   

  3. trio

    2014년 7월 9일 at 10:19 오전

    "그냥속으로만그랬다."
    그래요,그냥속으로만….
    일상에서그냥속으로만…그러는일많지요.

    도라지꽃을터뜨리는…참그사람그렇네요.
    젊은사람이라면서요.어쩌자고…맘보가고약하네요.
    그냥속으로만그래야하는데이렇게마구지껄이고있으니저도참….ㅎㅎ

    도라지꽃이피기전에마치궁중상궁들머리에얻는것같은모양인것을
    사진멤버가사진을올린것을보고얼마전에야알았어요.

    오르세전을오랫동안하나봐요.
    모네….
       

  4. 푸나무

    2014년 7월 9일 at 1:38 오후

    글쎄언제그렇게편안하게
    오르세….를방문하겠는가….싶어
    방학되기전한번더갔습니다.
    아마방학되면아이들난리일거예요.

    저두도라지꽃보면사진찍지만
    참이쁘죠.
    먹음고있는자태도
    피어난자태도…

    글쎄그젊은친구는
    식물에대해아주무심한듯했어요.
    그러니그렇게거침없는행동을하겟지요.

    갈수록소심해지는건지
    에너지가없어지는건지
    아니면
    그래봤자오십보백보다…라는
    인식이들어선지
    뭐든그냥지나갈때가많아요.

    틀린것에대해
    다른가…하면서요.

    선이불분명해지는것,
    이것도늙음의제증상아닌가….
    싶기두해요.

    트리오님
    다음포스팅기다려집니다.
    아마멜라니님도그러실듯…ㅎㅎ   

  5. Marie

    2014년 7월 9일 at 1:50 오후

    저도오르세전수일내로다시갈생각이예요.
    아직방학안했지요..?ㅎㅎ

    푸나무님은같은걸보고들어도
    어쩌면그리생각이빛나시는지…
       

  6. 소리울

    2014년 7월 9일 at 2:03 오후

    오르세전보러서울행을해봐요?
    그때는너무복잡해서못갔지요
    중앙박물관에서고고학강의만들었지요   

  7. 松軒

    2014년 7월 9일 at 9:59 오후

    그럼
    저도오르세전갔다와야하나???하는생각이퍼득들어요…ㅋ

    근데요렇게더울땐박물관엔
    사람들이더몰리겠지요?

    아~~~노래가너무맘에들고
    푸나무님따라숲길로들어선듯..,
    숲속의습한기운이온몸을휘감는듯…

    푸나무님글을보면
    어쩜이리도술술이실까…
    속의매듭이풀리는듯한느낌받습니다…

    감사해요…ㅋ   

  8. 산성

    2014년 7월 10일 at 12:37 오전

    도라지꽃봉오리를
    그렇게건들여보는사람도있네요.
    이글을읽은사람들이모두톡톡…하진않겠지요?
    어젯밤잔잔한구름속달님은보셨나요?
    이쁘게달무리진…

    모네의시선만큼푸님의시선도범상치않아요.
    저나비사진,하도이뻐서그집까지들어가봤네요.
    절묘한순간을잘도잡았구나..하며감탄.

    더운날이지만
    나비처럼나폴나폴한시간들이시길…안녕.

       

  9. mutter

    2014년 7월 10일 at 12:54 오전

    그려?푸나무님?
    지금나가서도라지꽃터트려봐야겠어요?
    소리가날까?나겠지?   

  10. J cash

    2014년 7월 10일 at 1:17 오전

    오르세展에서
    저는그냥쓱지나쳤던그림인데…
    처음에도좋았고두번째는더좋으셨어요?
    음..다시가봐야겠구나…

    자연의순간을포착해서
    현장에서그림을끝내고
    싸인하고들어온다는모네…

    도라지꽃봉우리의노랑나비…
    순간을포착한푸…의사진..
    멋있어요~   

  11. 인회

    2014년 7월 10일 at 2:04 오전

    저도도오르세전을다녀왓는데…
    친구와함께다시가자고연락했더니…저는오르세미술관에서직접봤다고튕기듯…ㅎㅎ

    길게하니다시갈려고해요.사무실에서가기도용이하고해서요.

    숲길을걸을때…폐가나폐교를가끔볼때마다…
    마당에마치심어놓은듯한개망초의무리들…

    그생명력에놀라면서…수명을다한폐가와폐교에서묘함을   

  12. 말그미

    2014년 7월 11일 at 4:32 오후

    시원한듯아름다운듯수줍은듯처연한듯…한
    맑은홑겹의보랏빛흰빛의도라지꽃에비친역광!
    그분위기짐작이가요.

    유년시절,
    6.25난리때앞뒤산이헐벗었어요.
    동네전체가동향이었는데
    이른봄이었는지저녁때바라본뒷산의황홀한풍경을
    아직도잊을수가없습니다.

    키작은진달래로덮인산에해거름때비친역광으로
    온산은투명하게붉었었습니다.
    이른봄이면
    어른이되도록가끔그광경이섬광처럼스쳐
    청량하고짜릿하고…그런경험이있습니다.

    푸나무님의글을읽으면
    마구상상이동원이되고,유년시절도그립고…ㅎㅎㅎ

    두번씩이나만난모네를한번도못만났으니…에고참.
       

  13.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1:47 오전

    마리님

    오르세다녀오셧어요?
    방학하면…ㅋㅋ
    아직방학전이죠?
    더위는방학때대같은데요.   

  14.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1:50 오전

    소리울님은직접다녀오셨잖아요.
    한달…
    길다란여행시간이점점다가오네요.
    한달을여행가시려면
    전도무지안가봐서
    짐을어떻게꾸리시나….
    그게궁금해요.
    언제짐꾸리는법포스팅한번하시죠.배우게ㅎㅎ   

  15.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1:55 오전

    송헌님
    전송헌님이
    처음아주젊으신분인줄알았어요.
    손주정말예뻐요.
    멋진사위이야기하노라잠깐빼먹었지요.하하
    전남의손주이야기엄청재미나던걸요.
    자주해주세요.
       

  16.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1:57 오전

    산성님산성님어제와는다르지만
    저의어제
    보름달이던걸요.
    10시20뷴에딸래미한테끌려서트랙에나가
    지는두바퀴걷고
    저는열바퀴돌고12시다되어서들어왔어요.
    달이
    내동무엿어요.
    앞에서뒤에서옆에서
    더군다나어제검은구름흰구름이두둥실떠있어
    달과숨바꼭질을하는데
    머나야걷노라
    그냥깍두기로만족했지요.ㅎ
       

  17.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2:01 오전

    무터님해보셧어요?
    도라지가틀림없이아파하더라니까요.
    물론소리는확실히낫구요.포옥…
    아정원에도라지꽃가득하시겟다..
    이제는남의집이되어버린
    친정집에도도라지꽃가득피어나곤했는데…
    는없ㅇ날   

  18.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2:09 오전

    제이님과저는성향도다르고
    무엇보다안목의차이가있겠지요.
    제가좋아하는그림은
    약간유치한것
    약간스토리가배인것
    그리고약간단순한것,
    약간맑을것,
    대강이렇거든요.ㅋㅋ
    실망하셨죠.뭔가좀있어보이다가….ㅎㅎ
    무엇보다더불행한일은
    저사진퍼온거라는거여요.ㅋㅋ
    제가깜박잊고
    그림처럼펌을안써놔서요.   

  19.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2:16 오전

    인회님
    맞아요.
    개망초꽃….
    온산야를물들이고도넘쳐
    폐가마당에주변에자욱하던걸요.
    가장화려한여름꽃….

    이쪽우리동네한강변에나가도개망초꽃이완전흐드려져있어요.
    근데향기가제법납디다.
    하도많아서인지…ㅎ   

  20. 푸나무

    2014년 7월 12일 at 2:18 오전

    말그미님
    이른봄분홍빛진달래가뒤덮힌산은정말
    뭐라형용하기어렵지요.
    자연이입혀준기억
    그리고그기억속의나…
    어떤작가의그림보다
    층일하고아름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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